영양실조의 나라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영양실조로 병이 났다, 쓰러졌다, 그러면 그건 굶거나 못먹어서 그랬다는 얘기로 이해했지요. 옛날엔 말입니다. 요새는 그반대도 있습니다. 영양실조(營養失調)란 한자어로 영양이 밸런스를 잃었다는 뜻이지요. 부족해도 실조요, 과해도 실조입니다. 영어로 malnutrition을 번역한 건데 영어는 '영양이 나쁘다'라는 뜻으로 역시 두가지 뜻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비만과 이로 야기되는 당뇨, 심혈관 질환등과 막대한 사회적비용을 치르며 싸우고 있습니다. 전국민의 절반이 비만(이전엔 과체중이라 했는데 지금은 비만이라 합니다)이요 1/3이 심각한 비만이라는 통계를 봐도 알수있습니다. 전국민의 반이 영양실조 상태라는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체중이 2킬로 불어서 돌아왔습니다. 출장갔다 온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가면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됩니다. 양이 많으니까요. 그냥 많은게 아니라 엄청 많습니다. 미국서 사는 사람은 집에서 식단을 조절해서 해먹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질높은 식사를 하며 체중과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지만 단기 여행을 하게되면 다 사먹게 되니까 매끼 엄청난 양의 식사에 노출되게 됩니다.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절제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미국은 그런 의미에서 사방이 지뢰밭입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때는 한국음식점의 양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교포분들도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지요. 냉면, 짬뽕도 대야만한 대접에 나와서 한국의 두배이상 되었고 설렁탕 곰탕안에 고기도 탕반 고기반처럼 넘쳤습니다. 불고기 갈비 일인분도 한국의 2인분 이상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줄어서 그냥 한국보다 푸짐한 정도입니다. 사람마음이 간사해서 옛날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만ㅋㅋㅋ 
 
그에 비해 우리나라 음식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미국에 비해 많이 건강한 편에 속합니다. 야채도 많이먹고 발효음식도 많이 먹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도 그런대로 잘 잡힌 것 같습니다. 다만 찌개나 국물음식을 많이 먹으니 염도만 좀 낮추면 좋을것 같습니다. 오늘은 출장가서 기꺼이(!) 지뢰를 밟은 사진을 몇장 소개합니다~ 

위는 LA 파머스마켓에 있는 Du-Par's에서 먹은 아침입니다. 저는 평소에 아침을 안먹는데 미국에 가면 조찬을 겸한 미팅을 많이 하니까 아침을 먹게 됩니다. 위의 뒤파르라는 집은 80년 된 가게인데 저도 안지 수십년 되어 늘 갈때마다 몇번씩 이용합니다. 변하지 않는 옛맛도 좋구요. 양도 그다지 무지막지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위의 아침에 곁들여 나오는 토스트입니다. 미국에 가게되면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사워도우나 호밀빵을 시키게 됩니다. 특히 펜넬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러웨이씨가 들어간 호밀빵은 입에 착착 달라붙지요. 토스트는  철판위에 버터를 사정없이 듬뿍 넣고 녹여서 그위에서 구워낸거라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나오는 천연잼도 맛있구요. 지방과 당분으로 무장한 탄수화물, 이게 계란 소시지(와/또는 베이컨) 감자에 따라나오는 아침 토스트입니다.

그 아래는 이집의 외관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못찾아서 퍼왔습니다. LA가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의미에서 실었습니다. 참고로 전 아침에만 이용하지만 24시간 여는 곳입니다. 



그리고 한군데 더 소개합니다. Langer's 라는 식당입니다. LA 한인타운에서도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70년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이집의 명물은 패스트라미 샌드위치입니다. 패스트라미 샌드위치하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로 더욱 유명해진 뉴욕의 명소 Katz's Deli가 있지요. 그런데 LA에는 이집을 더 맛있다고 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동부의 Katz's 서부의 Langer's라고 양쪽손을 다 들어주고 싶습니다. 패스트라미의 고기맛을 더욱 즐기려면 캇츠가, 다른 고명과의 조화를 즐기려면 랭거즈가, 라고 생각합니다.



이집은 메뉴가 워낙 많은데 19번이 제일 유명합니다. 싱싱한 호밀빵에 패스트라미를 듬뿍 넣고 그위에 사워크라우트, 체다치즈, 그리고 러시안 드레싱으로 마감한 샌드위치입니다. 양이 많아서 사실 반만 먹으면 좋을텐데 맛이 좋아서 다 먹게 됩니다. 



이집의 메뉴에 있는 비프스튜입니다. 놓여진 스푼의 크기를 보세요. 티스푼이 아닙니다. 일반 스푼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큰건지 짐작이 가시나요. 그릇이 대야만 합니다. 이걸 천천히 완식을 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빵을 곁들여서요. 사진엔 없는데 프렌치프라이도 장관입니다.



뉴욕 캇츠의 패스트라미 샌드위치입니다. 비교할 대상이 없이 찍어서 그런데 이것도 절반 먹으면 딱 좋을텐데 모처럼 먹으니까 그러면 다먹게 됩니다.
 


아래는 팬케잌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미니 팬케잌이 인기인데 아무리 작다고 해도 18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싸이즈도 커피잔보다는 큽니다. 거기에 버터 듬뿍 메이플 시럽 듬뿍해서 베이컨과 소시지 곁들여 먹으면 영양실조가 되기 쉽지요. 매일 이렇게 먹는다면 말이죠...



어느 다이너에서 시킨 핫샌드위치입니다. 콘비프, 치즈, 베이컨, 계란등이 층층이 쌓여서 버터로 구운 토스트 사이에 들어있습니다. 위, 위험하다...라고 뇌에서 경고사인이 나오는데 손과 입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럴때 순두부집이나 설렁탕집을 가면 적당히 배부르고 과식도 안하고 한끼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요즘 한식이 핫해서 고기집은 말할 것도 없고 북창동 순두부, 한밭 설렁탕, 선농단 이런 집 모두 외국손님이 훨씬 많습니다. 가격도 많이 오르구요. 하지만 역시 영양면에선 한식이 좋습니다.



설렁탕집에도 갔습니다. 저는 주로 한밭이나 영동을 가는데 한글메뉴만 있던 한밭이 영문메뉴를 마련하고 캐시온리에서 카드도 받고 이러면서 외국손님들이 너무 늘어나고 해서 요샌 영동을 주로 가게됩니다. 요 몇년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미국의 다른 물가 생각하면 그래도 싼 편이지만요. 도가니가 넘치는 도가니탕이나 수육은 절대 금액으로도 한국보다 싼 편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설렁탕 한그릇 싹 비우고서도 '아 체중감량 하겠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미국의 나날이었습니다. 


덧글

  • 김태형 2019/10/18 21:52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양이 정말이지 많네요. 하지만 저도 입을 대면 다 먹게될 것 같습니다. 맛있어 보여요
  • 밥과술 2019/10/22 16:00 #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네 문제는 그겁니다.. 맛이 있으니 결국 다 먹게 됩니다.
  • 에타 2019/10/18 22:56 #

    양이 많긴 한데 막상 시작하면 다 뱃속으로 들어가니 큰일이죠ㅋㅋㅋ 저런 음식에 콜라까지 곁들여 3끼 먹으면 거의 하루에 1kg씩 찔듯 싶네요.
  • 밥과술 2019/10/22 16:01 #

    몇년전 이야긴데 많이 찌는 날은 하루에 1.5킬로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
  • 고양이씨 2019/10/18 23:20 #

    저렇게 먹고있으면 살이 안찌는게 더 이상할 것 같을 정도로 양도 많고 고기가 무진장 많고... 엄청나네요...
    비프스튜는 스푼이 커피스푼인줄 알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 밥과술 2019/10/22 16:02 #

    미국도 양이 이렇게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한 건 30년 정도라고 합니다. 식자재가 싸니까 양으로 손님을 끈 것이라고 합니다. 팝콘도 바께스같은데 주고 그러지요. 콜라도 1리터가 넘는 컵이 있고...
  • 라비안로즈 2019/10/19 00:05 #

    으음.... 다른 의미론 행복한 나라이군요....(...) 근데 제가 15년전 갔을땐 양이 별로 많지가 않던데(다른 가게였지만)... 가게를 잘못고른걸까요 ㅠㅠ
  • 밥과술 2019/10/22 16:04 #

    잘못 고르신게 아니라 잘 고르신거겠죠. 파인 다이닝은 좀 덜한데 캐주얼 다이너같은데는 정말 양이 많은 곳이 많습니다. 예외는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양이 늘어났습니다. 치즈케잌팩토리, 마지아노 등의 체인은 정말 질리게 나옵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9/10/19 00:06 #

    저런 고기가 풍성한 설렁탕은 이제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어요 ㅠㅠ

    진짜 미국가야만 1970~80년대의 작정하고 고기 푸짐하게 들어가고 국물색이 하얗다 못해 뿌연 그런 설렁탕을 맘껏 먹을 수 있다니 ㅠㅠ
  • 밥과술 2019/10/22 16:07 #

    요즘 한국 설렁탕은 계속 고기가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저는 고기양이 많아서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엔 정말 고기가 귀해서 감질나게 들어있었거든요. 얇게 썬 수육이 두 세점이 전부였지요. 미국은 너무 많아서 저는 고기좀 빼달라고 합니다. 아마도 제가 국물로 다빠지고 남은 고기를 별로 안좋아하나 봅니다...
  • 2019/10/19 01:17 #

    굉장하네요 식재료가 풍부하고 재료값이 싼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선 값을 올리지않고 저렇게 만들어서 내놓을 수가 없겠네요 한그릇 시켜서 둘이 나눠먹으면 될 거 같은데 눈치보이려나요? ㅋㅋ
  • Erato1901 2019/10/19 12:29 #

    아니요 . 절대 눈치 안봐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보통 그래요.
  • 밥과술 2019/10/22 16:09 #

    확실히 식자재 값은 한국에 비해 엄청 싸지요. 일반인 상대 수퍼도 그런데, 업소용 도매시장은 훨씬 더 싸다고 합니다.
  • 듀얼콜렉터 2019/10/19 04:03 #

    제 친구중 한명이 어릴때부터 과다체중인데 요새 신장도 나빠지고 호흡기 관련문제로 입원도 여러번 해서 체중을 많이 줄여야 하는데 먹는 습관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저도 다이어트 한 체중이 반정도 돌아와서 미국은 음식관련으로 나쁘긴 하지만 역시나 개인의 조절이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ㅠ_ㅠ
  • 밥과술 2019/10/22 16:23 #

    유튜브에서 Dr Robert Lustig 검색하셔서 강연 동영상 보세요. 식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2019/10/19 09: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0/22 16: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파파라치 2019/10/19 10:12 #

    American diet은 테러입니다... 언제나 가격에 상관없이 푸짐하다 못해 과다한 양을 제공하죠.
  • 밥과술 2019/10/22 16:12 #

    그래서 국민의 절반이 비만이고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고 있어서 사회가 감당해야할 비용이 도저히 보험이나 사회보장으로 커버가 안되어서 사회전체가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 Nachito Bendito 2019/10/19 10:41 #

    미국 한식이 비싸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환율이 오른 것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외식가격이 너무 올라서 오히려 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베트남 한국식당에서는 설렁탕류가 7~8000원 정도이긴 합니다만 재료비, 인건비 감안하면 또 그리 싼 것 같지도 않고...

    뭐, 맛있게 먹고 돈 내면서 속 안쓰리면 된 것이겠지만요...

  • 밥과술 2019/10/22 16:14 #

    한국이 비싸져서 말씀대로 미국의 한식이 비싸게 안느껴집니다. 한식도 많이 올랐는데 이건 미국 물가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서 그런거라고 봅니다. 이젠 LA같은데서 양식당 제대로 된데는 아침을 먹어도 20불은 주어야 하고 점심을 좀 제대로 먹었다 하면 30,40불 내는 곳도 많습니다. 최고급 아닌데도요.
  • Erato1901 2019/10/19 12:39 #

    맞아요. 저 윗분 말대로 테러에요. 저는 남음 음식 싸가지고 가는거 참 많이 싫어하는데 너무 많이 남아서 눈치 보여서 싸가지고 오면 룸메가 늘 free meal 이라 하면서 좋아했어요. 그런데 미국 portion에익숙하다가 말씀하신 사당동 인도식당에 갔더니 너무 아담하게 나와서 처음엔 낯설다가 좋더라고요. 대신 미국은 식재료가 싸서 집밥 만들어 먹기가 좋잖아요. 심각하게 4불짜리 샐러드믹스랑 , 석류, 아보카도, fage full fat plain yogurt가 그리워요..
  • 밥과술 2019/10/22 16:17 #

    저는 호텔에서 묵기에 남은 걸 못싸온 경우가 많아 아까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미국은 집에서 해먹으면 참 싸면서도 푸짐하게먹을수 있어 좋지요. 제가 일주일 이상 묵을때는 주방딸린 레지던스형 호텔에 묵곤 하는데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 Erato1901 2019/10/19 12:52 #

    대신 한국음식은 자칫 잘못하면 탄수화물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한국와서 아버지 밥 챙겨 드리면서 삼시세끼 밥, 국수를 먹었더니 속이 부대끼고 살이 심각히 올랐어요. 한국음식은 반찬, 찌개 그런게 밥을 많이 먹게끔 만들어진 것 같아서 미국 있을때보다 탄수화물 섭취향이 3-5배는 늘어나서 힘이 들더라고요..
  • 밥과술 2019/10/22 16:18 #

    저도 탄수화물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는데, 마음먹은 것 처럼 안됩니다. 워낙 탄수화물이 맛있어서...
  • 빛의제일 2019/10/19 20:58 #

    여기 마실 오면 모든 나라에 먹으러 가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모든 나라에 제각각의 맛있는 것들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입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제 입인 문제인가 생각합니다.
  • 밥과술 2019/10/22 16:18 #

    문제 아닙니다. 맛있는게 입으로 들어가면 그게 뭐든 행복합니다...
  • Mirabell 2019/10/20 13:34 #

    가볍게 두끼정도 양이 적은 사람은 저기 한끼를 3끼로 나눠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만 보입니다. 제가 음식을 많이 먹는편이지만 저 동네 가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겠네요. 2kg... 이해 되고도 남습니다만... 참 맛있어 보입니다. 근데 단짠을 좋아하는 동네라는건 알지만 팬케이크에 소시지 베이컨이라니.. 충격적인 조합이네요.. ㅋㅋㅋ 뭐.. 햄버거를 밀크쉐이크에 먹는 제가 할말은 아니지만...
  • 밥과술 2019/10/22 16:20 #

    미국의 단짠조합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거기에 지방도 듬뿍... 사실 케첩, 마요네즈 이런게 단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거지요. 모든 짠 음식에도 설탕이 들어가서 가공햄, 소시지 이런것도 단 맛이 납니다. 짜고 달고...

    햄버거를 밀크쉐이크로 드신다니 정통 미국파이십니다 ㅋㅋㅋ
  • 2019/10/22 22: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0/23 15: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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