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가 있는 저녁 공개 포스팅


얼마전 전기밥솥이 고장이 났습니다. 요즘 전기밥솥은 가격도 제법 비싸고 기능도 많습니다. 몇년 잘썼나 했는데 뚜껑이 안잠긴다고 표시가 나와서 밥을 지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잠금장치가 망가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가지고가서 고칠 시간도 없고 방문수리를 부탁하더라도 집에 사람이 있어야 하니 당분간 가스불에 해먹을 수 밖에 없겠구나 마음먹었지요. 평소 안쓰던 돌솥을 찾아 꺼냈습니다. 


가스불에 밥을 지어본게 몇년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이 처음으로 옛기억을 더듬어 지은 첫번째 밥입니다. 그런대로 되었는데 좀 되었습니다. 두번째부터 물을 좀 더 넣어 밥물이 살짝 끓어넘칠 정도가 되어야 맛있게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옛날옛적에 집에서 밥을 할 때 솥으로 밥물이 넘쳐흐르던 걸 본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전기밥솥이 고장나서 가스불에 해먹으면서 뜻하지 않게 행복의 문이 열렸습니다. 끼니마다 누룽지와 숭늉을 먹을 수 있게 된겁니다. 처음으로 생긴 누룽지여서 먹으며 살짝 감격했습니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바싹 눌려 말린 대량생산 누룽지와는 맛이 달랐습니다. 



밥을 지으면서도 즐겁습니다. 밥이 끓으면서 밥물 넘치는 구수한 냄새, 뜸을 들일때 살며시 솟아오르는 고소한 누룽지 샘새가 수십년 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이런저런 추억을 꺼집어 내줍니다. 요새 전기밥솥은 물 양만 맞추어 넣고 단추를 누르면 언제나 일정한 결과를 얻습니다. 옛날에 밥이 질게 된 날, 고두밥이 된 날, 어쩌다 많이 타서 탄 내가 나는 날, 아니면 삼층밥이 된 날이 가끔씩 끼어있어서 늘 맛있게 된 밥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지요. 물론 요새같이 단추만 누르면 늘 일정하게 맛있게 되는게 좋은 세상이지만 누룽지와 숭늉의 별미를 되찾은 건 참으로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서리태밥도 몇 번 해먹었습니다. 콩을 바닥에 깔고 쌀을 위에 붓고 밥을 해도 다 된 뒤에 열어보면 콩이 올라와 있는게 재미있습니다. 아무튼 밥이 맛있으니 즐겁습니다. 밥을 안친 뒤에 옆에서 반찬을 하면서 끼니 준비를 하는데 가스불 밥이 생각보다 빨리 되어서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안됩니다. 


이날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계란부침, 전갱어 구이 그리고 밑반찬으로 김치 명란젓 토하젓 연근조림 도라지 샐러드 등 냉장고에 있는 걸 꺼내놓았습니다. 평소에는 밑반찬 깔아놓는걸 안좋아해서 그 때 그때 한 것만 상에 올려 먹는데 직접 밥을 지으니 옛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저도 모르게 밑반찬 퍼레이드를...



이날은 비지찌개에 계란부침 두부조림 꽁치구이 그리고 밑반찬... 역시 밑반찬은 두번이상 먹으니 물려서 김치말고는 다 졸업시켰습니다. 



역시 백미는 누룽지입니다. 특히 콩밥 누룽지는 또 다른 맛이 나서 좋습니다. 문제는 과식입니다. 밥을 정량 다먹고 누룽지를 먹으니까요. 그런데 누룽지는 배가 따로 있어서 배불리 먹고서도 술술 들어갑니다... 

밥솥을 고치지않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결국 고쳤습니다. 다시 전기밥솥 모드로 돌아갔지만 앞으로도 간간히 가스불로 해먹으려고 합니다. 옛날에 집집마다 코펠하고 버너 있던 시절에는 캠핑가서 산에 가서 밥을 해먹곤 했는데 이젠 취사금지가 되어서 해먹을 일이 없으니 더욱 가스불로 해먹을 기회가 드물지요. 이러다 분위기 잡히면 화로 사다가 백탄숯으로 밥지어 먹겠다 덤빌지도... 아닙니다. 가스레인지까지를 한계로 잡겠습니다. 

오랜만에 블로그 들어와 올리는 포스팅이니 그동안 먹었던 것 몇개 추려서 함께 올립니다. 
장터국수도 해먹었네요.


바베큐도 먹고....



보쌈에 빈대떡도 먹었습니다.


몸에는 안좋다고, 길거리 음식은 위생이 않좋다고, 등등의 이유로 불량식품 취급을 받는 그러나 맛있는 치킨, 햄버거, 떡볶이, 샌드위치도 먹었습니다. 사진은 생략하지만 라면도 먹었구요. 


이글루스 블로그가 뜸해서 좀 섭섭하긴 합니다만, 이게 트렌드겠거니 해야죠. 이웃 블로거님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 역사관심 2019/09/29 12:04 #

    요즘 좀 먹는거 자제중인데 위험신호를...TㅠT
  • 밥과술 2019/10/18 20:57 #

    블로그가 뜸하다보니 답글이 늦었습니다. 올리시는 글 공부도 되고,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9/09/29 13: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9/10/18 20:58 #

    저도 시간만 나면 전기밥솥 안사용하고 늘 가스불에다가 지어먹고 싶습니다.
  • PennyLane 2019/09/29 17:53 #

    늘 느끼는거지만 밥과술님 집밥은 정말 정갈하고 먹음직해보여요.
  • 밥과술 2019/10/18 20:59 #

    기러기로 사는 살림이라 정갈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런대로 입맛잃지 않으려고 이거저거 해먹고 삽니다. 좋은 그릇은 꺼내놓지 않는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살때까지는...
  • 빛의제일 2019/09/30 00:47 #

    댁 근처에서 거지, 인간형 잔반처리기 하고 싶습니다.
  • 밥과술 2019/10/18 21:00 #

    암때나 오세요. 밥한끼는 언제라도 대접해 드릴테니까요
  • Nachito Bendito 2019/09/30 10:30 #

    두부조림 맛있어 보입니다...
    저는 즉석밥으로 냉동야채를 넣은 볶음밥 만드는게 아마도 최대인 것....
  • 밥과술 2019/10/18 21:00 #

    두부조림은 웬만하면 맛이 좋지요. 어렵지도 않고요.
  • Semilla 2019/10/01 03:23 #

    서리태밥 정말 맛나 보이네요...! 가끔 아들내미 주려고 압력솥에 밥을 짓는데, 다음번에는 저도 돌솥에다 해봐야겠어요.
    김치찌개 비주얼이 참 예술입니다... 아 윗분 댓글 보고 다시 보니 두부조림이네요.
  • 밥과술 2019/10/18 21:01 #

    서리태밥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좀 욕심을 내어 콩반 쌀반으로 지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럼 또 맛이 덜하겠지만요...
  • 듀얼콜렉터 2019/10/01 04:32 #

    정말 잘 드시는것 같아서 제가 다 배부르네요~ 진짜 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누룽지가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죠, 그런데 저는 뜸을 질줄 몰라서 밥을 한번도 직접 만들어보지 못했습니다 >_< 어릴땐 진짜 누룽지 많이 먹었는데 아쉽네요, 그렇다고 마트에서 사서 만들기도 애매하고 그렇습니다 ^^;
  • 밥과술 2019/10/18 21:01 #

    해보세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유튜브에도 많이 나와있을겁니다. 생각보다 쉽고 또 빨라서 중독이 되실지도...
  • Mirabell 2019/10/02 00:29 #

    근래 바빠서 식사를 대부분 사서 먹고 들어가서도 씻고 머리말리다보면 그냥 기절해버리기 일수이건만... 저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일정이 많으실텐데 돌솥에 저 엄청난 밑반찬까지... 모처럼만에 블로그를 하면서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하면 입맛에 들게끔 만들기는 하지만 언제나 양이 문제이니... 4인분 이하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게 참.. 어렵네요. 그때문에 냉동실의 빈칸은 점점 줄어들어 어느덧 냉동밥을 넣어둘 공간이 없어졌답니다.

    원두 로스팅은 쉽지가 않아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드는 블랜딩이 나올떄가 되면... 그때 연락드릴테니 부디 발걸음은 거두지 마시길.. 항상 하는 말이지만 건강하세요 밥과술님!

    군침흘리고 잠을 청하러 갑니다 ~~
  • 밥과술 2019/10/18 21:03 #

    블로그가 뜸하다보니 답글이 늦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생활 많이 적응하신것 같아 보기에 좋습니다. 말씀대로 혼자살면 밥이든 반찬이든 알맞게 하기가 쉽지않지요. 그래서 저도 냉동실 신세를 집니다. 아무쪼록 건강에 신경쓰셔서 즐거운 하루하루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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