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흐른 세월 공개 포스팅



얼마전 명동거리를 걸었습니다. 몇년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었지요. 명동이란데가 내 젊은 시절에는 일이 없어도 나가보곤 하던 곳이었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진짜 몇년에 한번 나갈까 말까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외국인 손님이라도 오면 안내겸해서 나갈까 그렇지 않으면 갈 일이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얼마전에는 그것도 오랜만에 동창친구 4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장소가 을지로였습니다. 외국에서 사업하느라, 직장이 바빠, 늘 돌아다니느라, 등등의 이유로 함께 모이기 힘든 친구들이 모이는데 옛날 정취도 되살릴겸 을지로의 소박한 식당을 찾아서 약속을 정했지요.

늦지 않으려고 직장을 일찌감치 나섰더니 시간이 너무 남을것 같았습니다. 한 40분 여유가 있을 것 같아서 명동에서 내려 걷기로 하였습니다. 코스모스 백화점이 오른쪽에 있었고 왼쪽에 만두집 취영루가 있었던 명동입구로 들어가며 찍은게 위의 사진입니다. 사람 사람 사람...의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아래는 197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거의 같은 지점이었을 겁니다. 고인이 된 김종규교수라는 분께서 찍은 사진인데 유족들이 자유롭게 퍼가라고 공개를 하였기에 퍼왔습니다. 당시의 풍물을 알수 있는 귀중한 사진이군요. '솔져부루'라는 영화간판이 보입니다. 베트남전쟁이 한참이던 시절, 캔디스 버겐이 주연으로 나오는 반전영화인데 저는 재개봉관에서 보았는데 베트남 밀라이 양민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야기, 검열로 많이 짤려서 그렇지 실제로는 훨씬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단 이야기등을  풍문으로 전해듣고 보았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때라 입소문이 꽤 빨리 그리고 중요하게 작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도로 한가운데를 놓고 좌우로 먹을 것, 잡화를 파는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메뉴도 많았습니다. 돌연변이와 마찬가지로 적응을 하면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아 한국사람들의 정식 메뉴로 자리잡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운명이겠거니 하면서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위의 키조개 치즈버터구이라는게 저는 상상이 안가는 맛입니다. 평소에도 먹을 일이 없는데 이걸 전문으로 파는게 신기했습니다. 영어로는 스캘롭이라고 했고 일본어로 호타테라고 했으니 가리비 조개인가도 싶었는데 모양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꼬리치는 랍스터구이'라는 것도 처음보았습니다. 가리비이든 랍스터이든 이게 길거리에서 들고다니며 먹는 간식에 들어갔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구요. 새송이 버섯구이, 오레오 츄로스도 제 눈에는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아래는 과일쥬스나 과일을 잘라 파는 가게들인데 간식거리를 파는 수레 사이사이에 있었습니다.


아래는 계란빵을 파는 곳인데 명동거리에 한 세군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개 2천원이라는데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곧 있을 저녁약속 때문에 참았습니다. 


아래는 몇년전에도 명동에서 본 적이 있는 '회오리감자'입니다. 찾아보니 한국사람이 개발한 아이템이더군요. 토네이도 포테이토, 트위스트 포테이토라고도 한다는데 기왕이면 세계적으로 대박이 나길 기원합니다. 


아래는 크롸상 기지로 구워낸 붕어빵이라고 합니다. 신기해서 역시 먹어보고 싶었으나 패스. 그 옆은 불타는 새우와 명동물만두, 아무말 대잔치 아니 아무메뉴 대잔치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를 잡은 메뉴라고 여겨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그아래 또 새우구이입니다. 명동에 가득 들어선 일본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사람들이 참 새우를 많이도 먹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게습니다. '허붕'은 허니 붕어빵이랍니다. 이건 일본에서 본적이 있는 '타이야키 파르페'를 응용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꿩잡는게 매라고 많이 파는 쪽이 승자이겠지만요.


아래는 케밥입니다. 이건 언젠가 한국에서도 유행하리라 생각하는데 아직은 널리 보급이 안되었나 봅니다. 터키계 이민이 많은 독일등에선 되뇌르 케밥, 그리스인들이 간 곳에선 '자이로', 중동계 사람들이 가서 정착한 곳에서는 '슈와르마'라고 불리는 이 케밥은 정말로 훌륭한 음식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머리를 머플러로 가린 무슬림쪽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것이겠지만 떡볶이를 파는데 할랄 표지가 붙어있었습니다. 물어보았더니 주인이 자신있게 떡볶이, 꼬치, 김밥 모두 할랄이라고 했습니다. 



아래는 짜장면을 파는 가게입니다. 맛보기로 4천원을 받는데 간식용으로 적당하니 사먹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은 이문이 남아서 좋고 윈윈 상품이 아닌가 싶더군요. 그아래는 전통 부침개를 파는 가게입니다. 김치전, 해물파전, 녹두전 등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전통음식을 파는 곳이니 많이 팔아서 대박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래 집이 제게는 제일 익숙한 집이었습니다. 군밤 은행 오징어포 옥수수 등 모르는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아래 쥐포 오징어포 전문가게도 눈에 익은 것들을 팔아서 반가웠습니다.


꼬마김밥, 닭강정, 잡채도 익숙하지만 이게 길거리 음식으로 나왔다는게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하였습니다.


고구마 맛탕을 고구마빠스라고 중국어를 쓰고 중국의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빙탕후루를 딸기로 대체하여 만들어낸 사탕과자를 보니 명동을 찾는 요우커의 힘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래 쭈꾸미와 삼겹살, 소라꼬치, 치즈떡갈비, 문꼬치 등은 몇년 뒤에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생존할 것인가 아닌가 궁금해서요.


아래는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라는데 명동에서 없을소냐, 한국의 매운맛 닭발입니다. 저는 매운맛에 관한 한 한국인의 평균이라고 자평하는데 매운 닭발은 못먹습니다. 불닭볶음면도 못먹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도 닭강정, 핫도그, 군만두, 오방떡, 즉석 어묵튀김 등 다양한데 생략합니다.  아래는 을지로로 빠지는 골목입니다. 환전소도 있고 해서 아직은 살짝 옛날 정취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딸라아줌마, 암달러상 등의 이름으로 개인환전상들이 앉아있던 골목이기도 합니다. 중국대사관 골목도 그랬구요.


마지막 사진 한 컷은 명동파출소 입니다. 젊은이들이 수배의 몸으로, 장발의 신분이라, 늘 경찰서 앞은 피해서 돌아다니던 시절에도 명동파출소는 유명했습니다. 요즈음은 참 보기 힘든데 옛날엔 술집에서 싸움이 잦았습니다. 명동에서도 싸움이 나면 명동파출소 행입니다. 빽있으면 풀려나고 없으면 구류살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만취한 사람들도 고성방가, 노상방뇨 등으로 잡혀들어가면 즉결에 넘어가고 거기서 구류, 벌금, 훈방 등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금보니 너무 평화로와 보였습니다. 

그리고 명동 투어를 마친, 노년에 접어들면서 바득바득 자신을 아직은 중년이라 여기는 아저씨는 을지로에서 친구들 만나 얼큰하게 술을 마시고 무사히 귀가했다는 이야기...  


덧글

  • 까날 2019/05/08 23:33 #

    역시 명동...... 할랄 떡볶이집이 다 있네요....
  • 밥과술 2019/05/09 18:08 #

    네, 진짜 모든 아이템이 할랄일까 잠깐 생각하다가 저의 그릇됨이 작은 걸 자책하고 의심의 눈길을 거두기로 하였습니다. 한국의 상혼도 여기까지 왔으면 참 대견하지요?
  • 2019/05/08 2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9/05/09 18:09 #

    네 많이 변했습니다. 물론 명동은 옛날부터 첨단의 거리이기는 했지만 지금하고는 또 달랐지요
  • 듀얼콜렉터 2019/05/09 07:10 #

    한국에 마지막으로 가본게 2007년이네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얼마나 변했을지 상상도 안 갑니다 ^^;
  • 밥과술 2019/05/09 18:11 #

    일본은 자주 가시면서 한국은 오랫동안 안오셨네요 ㅋㅋㅋ 하긴 비행기 값이 다르니까... 일본은 나리타가 미국항공사의 동남아 노선 허브라서 워낙 편수가 많아서 싸지요. 보잉747 개발할때 미국 서해안에서 도쿄까지 직항으로 날 수 있는게 최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개량되어서 뉴욕에서 홍콩까지도 논스톱이 가능해졌지만요.
  • 듀얼콜렉터 2019/05/10 06:15 #

    확실히 옜날에는 한국가는 표가 그렇게 안 비쌌는데 이후에 비싸져서 안가게 된것도 한몫 한것 같습니다, 딱 집어주셨네요~ 일본갈때도 한국에 잠깐 들러서 가는 표값이 몇백달러나 껑충 뛰니 한국쪽은 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
  • 핑크 코끼리 2019/05/09 08:09 #

    정말 별개 다 있네요
  • 밥과술 2019/05/09 18:11 #

    네 정말 별게 다 있었습니다.
  • 쩜오주홍양파 2019/05/09 09:05 #

    태어나서 딱 한 번 갔는데 사람 머리밖에 못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보니 새롭네요. 명동 가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밥과술 2019/05/09 18:12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네 2019/05/09 10:36 #

    명동의 군것질들을 보면 전국을 다 도는 느낌입니다^^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게 비단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해요^^
  • 밥과술 2019/05/09 18:12 #

    사진이 더 많이 있었는데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였습니다. 마냥 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英君 2019/05/09 16:06 #

    명동은 90년대 초반 중학생 무렵에 중국대사관 뒷골목의 외국책 많은 서점거리를 몇 번 찾아갔던 게 제일 어렸을 때 기억인 거 같아요.. (지금도 있을런지.. ^^) 그 뒤로는 전혀 갈일이 없다가, 십여년 전쯤에 명동에 있는 사무소에서 몇 달 알바처럼 일한 적이 있고요. 그 때도 붐비는 거리이긴 했지만 이렇게 인산인해는 아니었던 거 같은 기억인데, 재작년인가 한 번 갔다가 정말 관광객도 많고 포장마차도 많아서 깜짝 놀랐답니다!!
    저도 오징어 군밤 옥수수 쥐포 언저리 말고는 넘 낯설게 느껴져요 ㅎㅎㅎ 저 빙탕후루?와 비슷하다는 과자.. 영화 패왕별희에서 경극 배우던 어린 소년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비슷하게 생긴 과자를 사서 우걱우걱 먹는 장면이 엄청 인상 깊고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는데... 다음에라도 혹시 명동에서 보게 되면 사먹어봐야겠어요.. ^-^
    항상 좋은 사진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밥과술 2019/05/09 18:17 #

    90년대 초반이라는게 92년을 기점으로 중화민국 대사관이냐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이냐로 갈립니다. 저는 중화민국 대사관 시절부터 명동 외국책 서점거리를 드나든 세대지만요. 거기서 소설사고 만화잡지사서 영어, 일본어 공부하였습니다(공부가 아니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내고 보니 그게 공부였다는 ㅋㅋㅋ).
    그때 일본 소학교 국어교과서를 팔았는데 그림이 너무 예뻐서 사서 읽다가 일본어를 접하게 되었지요. 나중에 그 그림이 이와사키 치히로의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 英君 2019/05/09 22:37 #

    저는 중화인민공화국 시절이었던 거 같아요..^^ 당시 읽었던 일본 만화책(이제와 생각하면 해적판 번역이었지만 그런 줄도 모르던 시절..;) 중에 아무리 기다려도 뒷편이 안 나오는데 너무 읽고 싶은 나머지 언니랑 명동 서점들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서점 주인 아저씨께 부탁을 드려 입수를 했..으나 생판 모르는 일본어라 읽을 도리가 없었지요. 그래서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공부를 했는데 정신이 들고보니 일본에서 살고 있네요 ㅎㅎㅎ
    이와사키 치히로 저도 좋아합니다!! 얼마전에도 미술관에 다녀왔던 참인데 밥과술님께서도 좋아하신다니 기뻐요~~^^ 헤헤 모쪼록 편안하고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 Nachito Nadando 2019/05/10 15:22 #

    명동 파출소하니까....10 여 년 전에 명동 어딘가 포장마차에서 술먹다 같이 먹던 선배가 경찰한테 꼬장을 부려 끌려갈 뻔 했던 기억이....흠...

    명동의 길거리 음식은 혼돈의 카오스 같군요...그나저나 계란빵이 하나 2000원이라니 제가 세월의 흐름을 못따라가는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중국 간체자는 아무리 봐도 폼이 안나는 것 같습니다...아.. 역시 제가 늙었기 때문일지도...
  • 밥과술 2019/05/25 14:41 #

    옛날엔 참 싸움도 많이하고 경찰서 신세도 흔하게 지고 그러면서 살았습니다. 저도 유치장, 뚝섬 즉결재판소의 추억이 있습니다... 중국간체자는 당연히 예술적 완성도에서는 번체자에 밀리지요. 사실 번체자라는 말엔 어폐가 있습니다. 원형체라고 해야 옳은 것 같은데 간체자를 보급하려니 '번잡한 글자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누명을 씌운 느낌이...
  • 빛의제일 2019/05/12 22:11 #

    명동예술극장 가느라 가끔 명동을 가는데, 명동 음식노점들 볼 때마다 하루 날 잡아서 여기 먹부림하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거리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운이 빨리는 느낌 때문에 몇 번 시도했다가 못 사먹고 근처 적당한 가게에서 먹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옷가게 갔더니 점원이 중국어로 말을 걸어 제가 놀라서 나온 적도 있습니다.
  • 밥과술 2019/05/25 14:42 #

    저도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자주 있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 Mirabell 2019/05/25 20:46 #

    학창시절 이후 직장 생활하다가 동료직원분께서 중국대사관건물 뒷편 마켓에 함께 가자고 해서 그뒤로 종종 따라다니다 알게된 도향촌을 알게 된게 떠오릅니다. 명동교자의 칼국수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크리스피 도넛등등 한창 돌아다니던 시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하고 종종 보이는 관광객은 일본사람들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분위기가 좀 바꼈네요. 안양에 살때는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는게 어렵지 않았는데 한번 지방으로 내려오니 참... ㅎㅎ 일전에 중고책방 들린다고 지하철 타고 강북으로 갈때 용산을 지나면서 밥과술님을 떠올렸답니다.

    그때는 함께 명동을 다니던 일행이 항상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던게 떠오르네요. 그때 같이 다니던 지인들은 지금 다들 뭐하고 살아갈런지 ~
  • Semilla 2019/06/09 04:32 #

    5년 전에 한국 갔을 때 명동을 못 가서 아쉬웠는데 뭔가 대리만족(?)하게 되는 포스트네요! 그때도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다양해서 놀랐는데 명동은 정말 굉장하군요! 빛의제일님 덧글을 보니 제가 가보면 어떤 나라 말을 들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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