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본항공 탑승기 그리고... 공개 포스팅


이번주에 1박2일로 도쿄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여정이라 인터넷을 부랴부랴 찾아보았는데 일본항공이 제일 싼 값으로 나온게 있어서 그걸 끊었지요. 일본항공을 타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위의 사진이 김포-하네다 구간에서 나온 기내식입니다. 워낙 평소에 단거리구간에서는 기내식을 잘먹지않는 편인데 호기심에 시켜보았습니다. 옛날에 소라벤(空弁)이라 해서 일본식 도시락(벤토)가 나올 때가 좋았던 것 같은데 없어진 건지, 단거리 구간이라 그런건지, 한국 케이터링 회사걸 탑재해서 그런건지, 아무튼 그냥 칼로리 보급용 같았습니다. 

다음날 돌아올 때도 기내식을 받았습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일본에서의 아웃바운드편도 그냥 그랬습니다... 그래도 한국노선이라고 야키니쿠에 무  
나물... 쯤 되는 메뉴인 것 같았습니다. 기내식을 받아놓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영화같으면 과거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플래시백으로 과거로 시점이 옮아가는 순간이지요. 


사실 한일노선은 비행구간이 너무 짧아서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제공하기에는 좀 시간이 빡빡하기는 합니다. 그냥 추측컨대 특히 아시아 지역내의 단거리 구간은 워낙 저가항공사 노선이 많이 생겨서, 거기와 경쟁하려면 원가를 절감하여야 가격에서 그나마 경쟁력이 생기는 건지 이런저런 서비스가 옛날보다 못한 느낌입니다. 불요불급한 서비스나 옵션을 빼고 가격을 낮추는 제도나 상품을 영어로 no-frills라고 하지요. 미국에선 창고형 수퍼마켓이나 셀프포장 수퍼체인등이 있고 자동차도 최소한의 옵션을 뺀 기본사양 모델을 이야기합니다. 이젠 워낙 많아져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항공사에선 노스웨스트가 no frills flyer로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 기내식, 음료, 담요 등을 돈받고 제공하고, 기내 영화도 유료로 전환하고 하는 대신에 요금을 낮춘 저가 항공사들이 이제는 전세계 항공시장 여객수송부분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오늘 글은 기내식이 맛없네 맛있네 따지자는게 아니라 일본항공의 오늘이 과거 제 개인적인 추억과 오버랩되어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몇자 적고 싶어 쓰는 겁니다. 삼십년도 훨씬 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일본항공은 참 세련되고 서비스가 좋기로 이름난 항공사였습니다. '저팬 애즈 넘버원'이라는 구호가 세상에 넘쳐나서 타임, 뉴스위크, 피가로,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들이 일본의 성공비결을 특집으로 끊이지 않고 다루었고 일본 국내에서는 모든면에서 자신감이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내식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효율 우선의 용기를 무시하고 도기와 자기로 된 그릇에 가이세키 요리를 담아내어 비지니스 클래스 퍼스트 클래스에 제공하기 시작한게 일본항공, ANA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정점은 조지루시(코끼리표)와 공동으로 기내용 전기밥솥을 개발하여 비행중에 밥을 지어 제공한다거나, 퍼스트 클래스에 스시카운터를 만들고 장거리 노선에 스시 장인을 태워 스시 서비스를 하는걸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항공이나 ANA를 탈 일이 잦았습니다. 저는 탈 때마다 우리나라 항공사는 언제나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나 늘 부러워하곤 했지요. 그즈음에 88올림픽을 계기로 아시아나 항공사가 생겼습니다. 일본에서는 JAS라는 항공사가 동시에 생겼구요. 

그러다 거품경제가 깨지고 일본은 장기 불황에 들어가게 됩니다. 세계 도처에 운영하던 닛코호텔(日航ホテル; JAL Hotel)은 하나씩 매각하게 되었고 노선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JAS는 적자에 허덕이다 일본항공에 흡수되고, 일본항공마저 부도가 나게 됩니다. 전문 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하여 회생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않는게 서비스인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서비스가 세계 제일의 수준으로 올라가고, 일본의 항공사들의 기내 서비스는 많이 질이 떨어지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나라 저나라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으로 자신있게 이야기하는데 이제 서비스는 한국항공사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아예 논외고, 서비스가 좋기로는 아시아의 항공사들이 손에 꼽히는데 많은 점수를 따는게 싱가포르 항공, 캐세이퍼시픽 항공 등입니다. 저는 이게 점수를 매기는 사람들이 미국, 유럽쪽이라 영어 커뮤니케이션에서 한국이 불리해서 그렇지 서비스는 한국이 훨씬 낫다고 여긴지 오래입니다. 에티하드, 에미레이트, 카타르 항공 등 중동쪽을 포함해서도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승객을 편하게 모시겠다는 마음이 곳곳에서 엿보이는게 한국 항공사의 승무원들의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영어도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옛날엔 기장이 끙끙거리며 영어로 기내 어나운스먼트를 하면 듣는 쪽이 안절부절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들 참 잘합니다. 승무원들도 능숙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얘기는 며칠전으로 돌아와서, 귀국편에 기내지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기내지를 펼쳐본 지도 참 오랜만입니다.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의례 비행기를 타면 기내지를 꺼내어 읽고는 했는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나서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처음에 기내지라는 제도가 생겼을 때는 표지에 모든 항공사의 기내지에는 Complimentary 라고 박혀있었습니다. 한국계 항공사는 친절하게 한글로도 '탑승기념으로 간직하셔도 됩니다'라고 써있었구요. 언제부터인가 기내 면세품 카탈로그가 따로 분리되더니 그게 훨씬 더 두꺼워 졌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일본항공 기내지를 펼쳐보다가 눈에 들어온게 노선도였습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대한항공보다 취항 노선이 훨씬 적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 한번 무너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 현실의 냉혹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습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시내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검색을 하여 보았습니다. 국제선의 경우 국적항공사로 대한항공과 일본항공을 비교하고 아시아나와 ANA를 비교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시아나와 ANA의 비교는 생략합니다.

유럽 취항도시 
대한항공 13개 도시
일본항공 4개 도시 

미주 취항도시
대한항공 14개 도시
일본항공 11개 도시

중국 동남아 취항도시
대한항공 45개 도시 (중국 23, 동남아 22)
일본항공 15개 도시 (중국 6, 동남아 9)

중국노선, 동남아 노선에서도 상대가 안되고 러시아만 해도 일본항공은 모스크바 하나인데 한국은 이루크츠크, 블라디보스톡 까지 취항하며 몽골까지 포함해서 6개도시 입니다. 일본항공이 이렇게 노선이 줄어들고 규모가 작아진 건 불황탓도 있지만 해외여행을 안하는 풍조도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일년에 2,500만명이 나가는데 일본사람들은 1,800만이 나갑니다. 한국인이 3배이상 해외여행을 하는 셈입니다.

요즈음 대한항공이 오너일가 갑질사태로 매스컴을 타더니, 주총에서 회장직을 물러나야했던 이가 별세하는 등 어수선합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매각설이 공식화 되었습니다. 두 항공사 모두 뒤숭숭한거지요. 대한항공을 키운 건 무엇보다도 다소 비싸더라도 국적기라고, 같은 값이면 우리나라 항공사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탑승해 준 한국사람들입니다. 그다음이 이런 승객에게 으뜸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한 승무원들과 안전한 운항을 위해 노력한 조종사 정비사, 그리고 그런 노력이 꽃을 피우는 회사가 되도록 사무실에서 노력한 숱한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식의 일부를 가졌다고 '오너'라는 말을 듣는 가족의 일탈이 밉쌀스럽고, 부실경영으로 시장에 기업을 내놓은 '오너'가 못마땅하다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멀리한다면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업이 흥하는 건 힘들고 시간이 걸리지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 망하는 것도 잠깐이지요. 국민이 애국심으로 밀어주고 열심히 탑승해서 오늘날 이렇게 성장한 두 항공사가 계속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참에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벗어나 명실상부한국민기업으로 거듭났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뭔가 쓸쓸해진 일본항공을 타고나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아, 1박2일 있는동안 소바도 먹고싶고 돈카츠도 먹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해서 가츠동 정식을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에 갔더니 샐러리맨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기분 탓인지 제가 일하던 당시의 활기차고 자신넘치는 모습은 간데 없고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는 노래가 있더니 '소바는 여전히 맛있는데 인걸은 간데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간만에 블로그를 하였으니 늘 올리는 음식밸리로~


덧글

  • 万福 2019/04/27 10:14 #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한국 항공사 서비스는 굉장해요! 저는 현재 도쿄의 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요 이 학교에 에어라인학과, 그러니까 항공운항과가 있어요. 여기 선생님들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시아나의 승무원 연수 프로그램이 그렇게 유명해서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연수를 온답니다. 제가 있는 학교 학과 학생들도 이번 여름에 아시아나로 연수를 간다고 하던데 하루에 연수비가 한 사람당 3만엔이나 된대요. 서비스 왕국 일본이 서비스 교육을 한국으로 받으러 온다니 너무 신기한 이야기였어요. ㅋㅋㅋㅋ
  • 밥과술 2019/05/09 17:58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듣고나서 납득이 갑니다. 어느 순간부터 일본의 친절함은 기계적이고 매뉴얼같애서 반갑지가 않고 한국의 서비스가 살갑고 정이 간다고 느끼기 시작한지 꽤 됩니다. 은행도 그렇고 관공서도 그렇고 한국이 더 친절해진곳이 많습니다. 일본은 만성피로가 쌓인 느낌이랄까요? 일본서 사시니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 루이 2019/04/27 11:50 #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인식이 있었는지라 일본 항공사의 쇠퇴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네요.
  • 밥과술 2019/05/09 17:59 #

    모든 방면에서 그런 그림자가 드리운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지요. 문화라는게 조금씩 내려앉기도 하고 요샛말로 한방에 훅가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 Nachito volando 2019/04/27 12:00 #

    우리나라는 부디 뭔가 피어보기도 전에 떨어지는 꽃이 안되었으면 합니다....

    ++++++++++++++++++++++++++++++++++++++++++++++++++++++++++

    이번 주말부터 베트남도 연휴고 일본도 골든위크고 그렇네요. 한국도 노동절에 어린이날이 다가오는 군요.

    오늘 다낭에 올라가는데, 갑자기 다낭 요리보다 소바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나저나 인파가 상당할 것 같아서 벌써 겁이 납니다...



  • 밥과술 2019/05/09 17:59 #

    저도 동감입니다. 모처럼 좋아진 분위기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9/04/28 00:50 #

    전 일본에 갈때마다 한국이나 일본 항공기를 이용하고 싶지만 제일 싼 표값으로 구하다보면 거의 매번 델타나 미국쪽 비행기가 걸리더라구요. 제가 기내식 기본인 비프/치킨을 잘 먹지 못해서 그렇게 되면 언제나 고생합니다 ㅠ_ㅠ
  • 밥과술 2019/05/09 18:01 #

    미국국적 비행기의 기내서비스는 아예 출발점부터가 다르니까 얘기가 안되지요. 과체중의 중년 아저씨나 여성들이 업무에 종사하는 걸 보면 뒤집어서 고용안정성이 부럽기도 하구요. 늘 동전의 양면이지요...
  • Erato1901 2019/04/28 09:58 #

    글쎄요... 밥과술님이나 다른분은 비지니스릋 타셔서 그런가본데 ... 저는 별로던데요. 일단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은 고자세던데요~~ 캐비닛에 짐 올리는데 낑낑대는데 쳐다만 보고 있던데요. 기내식도 비빔밥이어서 좋아하지 별로 좋은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배가 고파요_~~
  • 밥과술 2019/04/28 09:56 #

    제가 비지니스만 타고 이런 글 쓰겠습니까? 저는 식당도 한두번 가고 맛있다 없다 안씁니다. 비행기도 일년에 수십번 탑니다. 나름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쓰려고 합니다.
  • Erato1901 2019/04/28 10:00 #

    그러면 다행이고요~ 종종 비지니스나 Vip로 서비스만 받고 평가를 한 경우를 늘 봤어요~~
  • 2019/04/28 18: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ennyLane 2019/05/08 12:51 #

    비행기에 밥솥 싣고 다녔던 건 상상도 못 했어요. 그 시절 귀한 경험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중동 산유국 항공사의 호화 서비스와 같은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시절의 유산인지 ANA 이코노미석 기내식은 항상 중간 이상은 간다고 생각합니다.

    며칠전, 아시아나로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주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만 이번 연휴에 좌석이 마땅치 않아서 아시아나를 탔는데 단거리에선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던 웰컴드링크도 없어지고 원가절감을 위한 시도들이 보여서 안타까웠어요. 승객 입장에선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지만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의 경영 악화를 체감하는 기분이었거든요. 하긴 얼마전 ANA조차 일부 예약 클래스에 한해 사전 좌석 지정을 유료화했더군요.....
    아시아권 항공사들이 물질적인 서비스는 부족해도 승무원들의 무형적 서비스 수준은 높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다보니 승무원들이 고통받는 부작용도 있지만 회사 경영이든 내부 직원 만족도 향상이든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길 빕니다.
  • 밥과술 2019/05/09 18:05 #

    여행객들의 기대치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모처럼 타는 비행기, 하늘을 나는 여행, 그러니 귀빈 대접을 받고 싶다, 이런 컨셉에서 비행이 일상의 한부분이 되었으니 우선 싼게 좋은 걸로 바뀐것이겠죠. 미국 국내선을 보면 잘 알수 있습니다. 기내 서비스도 그렇고 수속에서 탑승 대기까지 돗데기 시장같은게 우리나라 시외버스만도 못하잖아요. 그대신 엄청 싸졌으니까요. 세계는 지금 LCC가 대세인것 같습니다. 국적항공사도 그들을 의식하고 경쟁하려니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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