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강하다는, 그러나 맛있는 야식의 세계 (1) 공개 포스팅


12월 말일날 차례준비를 하느라 쥬스하고 우유가 동그랑땡, 호박전 등 전을 부쳤습니다. 몇년째 해온 터라 둘이 손발이 잘맞습니다. 우유가 재료를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푼 물에 담가 후라이팬에 올리면 쥬스가 익은 상태를 보아가며 뒤집어서 익힙니다. 다 부치고 나면 밀가루와 계란푼 물이 남습니다. 거기에 밀가루와 물을 더하고 파를 썰어넣고 김치도 송송 썰어 넣은뒤 잘 개어서 부치면 김치전도 아니고 파전도 아닌 중간형태의 전이 만들어집니다. 둘러앉아 뚝딱 먹으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너무 맛있다고 다들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평소에 못먹어보던 희한한 맛이라 그럴테고 둘째, 자기네들이 직접 만들어 그자리에서 먹으니 현장감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때가 이미 밤 한시를 넘어선 시각이었으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 든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점심맛있게 먹고 

저녁은 가볍게 일찍 먹고 잠자리에 드는 생활 ...

...이 건강한 식생활이라면 저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양에도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저녁은 거지처럼" 먹어야 한다는 이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저는 이와 반대에 가까운 식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자면 모르겠는데 같이 아이까지 비슷한 리듬을 정입니다. 저는기러기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식사가 불규칙해지고, 저녁에 식사약속이 있으면 한잔을 하게되고 에서 먹어도 반주한잔을 하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저녁을 가볍게 먹지않고 이 먹는 건 그렇다고시간에 먹는 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좀 저녁을 일찍 일찍 먹고 늦은 시각에 먹는 습관을 고쳐볼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반성의 의미를 담고 지난 11월 12월에 먹은 야식을 찾아보았습니다. 여기서 야식의 정의는 밤 10시가 넘어서 먹은 식사를 말합니다. 저녁을 먹고(부실하게) 또 먹은 경우도 있지만 그냥 저녁이 늦어서 밤 열시가 넘은 적도 여러번 있네요. 사진을 찾아놓고 보니 반성하는 마음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아, 맛있었지... 또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놀랐습니다. 나는 의지가 박약한 동물이로구나 싶어서 다짐을 새로이 했습니다. 


어느 권위있는 학자가 나와서 "사실 하루 세끼는 몸에 안좋다. 오랜 세월에 걸친 우리 인간의 진화과정을 볼 때 소화기를 평소에 비워놓는 시간이 길수록 좋으므로 하루 한끼, 어쩔 수 없으면 두끼를 먹는게 좋다. 그리고 몸이 활동을 하는 시간에는 가볍게 공복상태가 좋다. 그래야 혈액이 뇌와 근육으로 축적해둔 에너지를 공급한다. 밥을 먹고 활동을 하면 위와 장 등 소화기관도 일을 해야하므로 이중으로 신체에 부담이 간다. 따라서 식사는 잠들기 전에 하는게 좋다. 수면을 취하는 사이에 몸은 소화활동에 집중을 할 수 있어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발표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 발표가 나오기전까지는 현재의 학설을 믿고 야식을 절제할 수 밖에 없을테니 섭섭한 마음에 지난 두 달간의 늦은 저녁 사진을 모아보았습니다. 먼저 쥬스가 만든 것부터 입니다. 



저녁을 부실하게, 그러니까 술자리에서 안주하고 술만 먹고, 들어온 날 쥬스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 입니다.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다고 느낀 날은 생각해 보면 고기도 제대로 먹고 그런 날도 꽤 되는데 왜 그런가 짚어보면 탄수화물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밥, 빵, 면 등이 부족하면 포만감에 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탄수화물 중독인 것 같습니다. 옛날 어릴적 겨울밤에 배가 고프면 형제들이 연탄불에 냄비를 올려 들(참)기름을 두르고 송송 썰은 김치하고 찬밥을 볶아 먹던 추억이 남아 그런지 김치볶음밥은 특히 오밤중에 더욱 맛있습니다. 김도 넣어먹고 했었는데 요샌 계란을 얹어먹는게 더 잘 어울립니다. 



볼로네제소스 페투치네 입니다. 이태리 음식을 워낙 좋아하는 쥬스라서 집에 파스타를 만드는 재료는 늘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냉동실에 간고기가 떨어져 간다든지, 토마토소스 재료나 파르미쟈노 치즈가 간당간당하면 코스트코를 가자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주차와 계산에서 너무 힘을 빼서 코슷코를 한번가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다녀오고 나면 한동안 파스타도 맛있게 먹으니 좋긴 합니다. 쥬스말로는 파스타 만드는게 라면 끓이는 시간에 5분 길어야 10분 더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과정이라며, 툭하면 파스타 해줘? 이럽니다. 


파스타를 둘이서 먹으면 늘 코스트코나 이마트 홈플러스에서 건져온 저가 와인을 한병 따서 나누어 마십니다. 가성비 좋은 와인을 사려면 검색도 부지런히 하고 그래야 하겠지만 요새는 게을러서 그냥 아무거나 대충 삽니다. 그나마 이마트가 좀 괜찮은가 싶기도 한데, 혹시 좋은 와인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 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꾸벅.



제가 좋아하는, 쥬스는 별로 안좋아하는 나폴리탄입니다. 피망을 냉동실에 얼려놓아서 양파있겠다 스팸있겠다 나폴리탄은 언제나 해먹을 수 있는 파스타입니다. 일본에서 학교다니던 시절 학교앞 커피숍(喫茶店), 경양식집에서 먹던 달콤새콤한 케첩소스의 맛을 못잊는 부친을 위해 부탁할 때마다 만들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떤 날 좀 배가 많이 고프다고 했더니 양이 너무 넉넉하게 만들어서... 결국 다 먹었습니다만. 나폴리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게 영화 '좋은 녀석들(Good Fellas)'에서 교도소에서 밥해먹는 장면입니다. 면도칼로 마늘 얇게 저미는 장면 '교도소에서 토마토소스달라 했더니 케첩을 준다'는 대목 등등.


나폴리탄을 너무 많이 먹은 다음번에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딱 이인분 정량을 만들어 일인분씩 나누어 먹었더니 뭔가 아쉬웠습니다. 좀 섭섭하네 이러고 있는데 쥬스가 벌떡 일어서더니 뚝딱하고 페페로치네를 일인분 만들어서 0.5인분씩(정확하게는 0.65/0.35) 나누어 먹었더니 배도 마음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떨 때 배는 고픈데 탄수화물을 좀 피해야겠다 싶은 날은 간단하게 아히요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냉동실에 늘 닭고기가 있어서 치킨아히요를 해먹기는 수월합니다. 쥬스가 요즈음 야금야금 이태리에서 스페인으로도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입니다. 빠에야 얻어먹을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한번은 갑자기 맹렬하게 에그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얘, 샌드위치좀 만들어줄래? 갑자기 에그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어" 그랬더니 에그샌드위치라면 여러가지 있잖아요 어떤 거? 이렇게 확인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얼핏 구체적인 품목이 생각이 안나서 왜 있잖아, 그냥 우유나 커피 아니면 두개 합한 카페올레하고 잘어울리는 거면 돼. 그리고 방에 들어가 한 삼십분 있으려니 전화가 옵니다(소리치면 문닫아도 충분히 들리는 거리이지만 전화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 됐어요~ 오세요!'


어떤 샌드위치를 찾는 건지 잘 몰라 하는 김에 여러개 삶아서 세가지를 만들어 보았다고 합니다. 골고루 맛을 보고 남는 건 쥬스가 다음날 도시락으로 싸갔습니다. 여기까지가 밥과쥬스가 만든 야식입니다. 다음엔 밥과술이 만든 야식, 그리고 도저히 못참아서 심야에 가출을 하여 밖에서 먹고온 야식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덧글

  • 애스트로맨틱 2019/01/07 18:46 # 삭제

    어릴땐 야식으로 부모님취향인 족발을 많이 먹었던것 같고, 좀 커서는 통신사 할인때문에 도미노피자를 많이 먹었던것 같고, 최근은 치킨을 많이 시켜먹는것 같네요.
    요즘 배달앱들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야식으로 뭘 먹을까 ,, 저같은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달픕니다 ^^;
  • 밥과술 2019/01/25 13:20 #

    저도 결정장애입니다. 먹는 거 앞에서는 정말이지 스스로 이래선 안되는데 반성할 때가 많습니다.
  • 타누키 2019/01/07 20:20 #

    야식 수준(?)이 아닌데요. ㅜㅜ 와우~
  • 밥과술 2019/01/25 13:21 #

    밤 10시 넘어서 야식이라 그런거지, 저녁을 안먹어서 늦은 저녁으로 먹은 경우가 많습니다.
  • 빛의제일 2019/01/07 20:50 #

    제 마음 속 장래희망 가운데 하나는, 밥과술님 댁 근처에서 거지하기,입니다.
  • 밥과술 2019/01/25 13:21 #

    가까이 사시면 거지가 아니라 손님으로 모시지요 ㅎㅎㅎ
  • 듀얼콜렉터 2019/01/08 15:47 #

    저 정도 퀄리티는 매일밤 안 먹을수가 없네요 ㅋㅋ 파스타 매번 만들어 드시는게 대단하네요, 저한테는 별세계이야기 입니다 ㅎㅎ 저도 코스트코 가는건 정말 싫은데 집에서 운전으로 5분거리에 있어서 다른 의미로 괴롭습니다. 어머니가 계란이나 진짜 사소한것들이 떨어져서 사러가라 그러면 고작 그런것 때문에 거길 가는게 힘드네요 ㅠ_ㅠ
  • 밥과술 2019/01/25 13:22 #

    코스트코가 일본은 다릅니다. 주택사정으로 냉장고가 작아서 미국이나 한국처럼 벌크로 팔면 아무도 못삽니다. 그래서 일반 수퍼처럼 파는게 좋습니다
  • 바다보기 2019/01/18 03:16 #

    혹시 치킨 아히요 레시피를 알 수 있을까요?
    감바스 알 아히요에서 새우를 닭으로 재료를 바꾸기만 하면 되는지요?
    검색해 보면 새우로 만든 감바스 알 아히요 레시피만 나오는지라 질문드립니다.^^
    (저희 집에 새우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닭고기로도 만들 수 있나 궁금해서 댓글 달아 봅니다.^^)

    항상 잘 보고 있는데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그동안 포스팅들 잘 봤고 앞으로도 잘 보겠습니다.^^
  • 밥과술 2019/01/25 13:27 #

    아히요는 새우대신에 아무거나 넣어도 됩니다. 아래는 저희집 쥬스의 간단 레시피입니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썰어서 넣고 페페치노(없으면 한국 빨간고추)를 넣고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닭고기하고 양파, 버섯, 당근등을 취향대로 함께 넣고 중불이나 약한 불로 익힙니다. 취향에 따라 파슬리 타임 베이즐 등의 허브나 스파이스를 넣어도 좋고요. 사진 보셔요. 심플합니다
  • Semilla 2019/02/01 14:08 #

    우와 야식이 정말 화려한데요! 볼로네제 파스타는 어렸을 때부터 제 favorite이었는데 반가워요. 세 가지 계란 샌드위치가 다 개성이 넘치네요!

    잠들기 전 식사는 모르겠지만 간헐적 단식이라고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식사하는 식단도 많이들 하더라고요. 저처럼 저탄수고지방 하는 사람들도 많이 따르고요. 저는 아이 보는 오전 오후에는 밥을 제대로 못 챙겨먹어서 강제적으로 공복 시간이 길어지고 있네요.
  • 밥과술 2019/02/01 22:00 #

    5시간 30분만 간격을 두고 식사를 하면 훌륭한 단식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여의도에서 임상실험을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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