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샌드위치였다; 빵이야기(1) 공개 포스팅


크리스마스 이브에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먹은게 아니라 그냥 먹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햄버거만 먹은게 아니라 떡도 먹었습니다. 떡만 먹은게 아니라 갈치조림도 먹었습니다. 원래는 별약속없이 집에서 쥬스하고 평소처럼 밥을 해서 먹기로 했는데, 퇴근전에 전화를 해서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하고 고속터미널 신세계에서 만나 저녁을 간단하게 먹기로 했으니 그리 합류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너희끼리 먹어라 그랬더니 그래도 이브에 아빠 혼자두기 그러니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갔지요. 쟈니로켓에서 햄버거를 먹겠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신세계 지하에서 있는 딘앤델루카에서 피칸파이를 하나사서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7시반쯤 되었을 겁니다. 햄버거 매장으로 향하는데  지나치던 떡집에서 골라잡아 3개 만원하다가 다시 4개 만원으로 가격을 낮추어 마감떨이 세일을 합니다. 약식 인절미 시루떡 공기떡을 골라 만원주고 샀습니다. 그래서 햄버거 두개와 떡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위의 사진과 아래사진입니다. 


생맥주 한잔만 먹은게 아쉬워서 친구와 헤어진 후 우리 부녀는 귀가길에 방배동 함지박사거리 부근의 소주집에 들렀습니다. 기본 반찬처럼 나오는 계란부침, 배추쌈이 맛이 좋았고 콩나물국은 얼큰시원했습니다. 배가 불러서 메인으로는 갈치조림 하나만 시켜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이상이 밥과술네 크리스마스이브의 행적입니다. 


한편 바다건너 떨어져있는 우유와 커피여사 그리고 녹차이모는 해마다 셋이 모여 크리스마스 이브를 챙겨 저녁을 먹습니다. 이모는 늘 로스트비프를 해오고 커피여사는 치킨을 맞춰옵니다. 거기에 훈제연어 그리고 크리스마스 색깔에 맞춰 초록색 야채와 빨간색 토마토, 당근을 챙겨 단촐하지만 실속있는 식탁을 채웁니다. 그리고 알콜없는 샴페인을 사다가 미성년자 우유와 함께 기분을 냅니다. 디저트는 대개 삐에르에르메에서 사다가 먹습니다. 아래가 해마다 보내오는 사진인데 늘 한결같은 비주얼입니다. 우유가 크면 어릴적 맛있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으로 남겠지요. 거기에 아빠는 없겠지만 말이죠. 식구가 떨어져 산지 벌써 꽤 오래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같이 모여서 살고 싶은 마음이 더해 갑니다...


오늘 포스팅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냐가 아니라 햄버거가 사실은 샌드위치였다! 라는 충격적 사실을 발표하려는 자리였습니다. 쟈니로켓에서 옆자리 손님들이 햄버거 대신에 샌드위치를 먹을 걸 그랬나봐,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본의아니게 엿들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미국에서는 맥도날드에서도 가게 메뉴판에 '샌드위치' 항목아래 빅맥이니 치즈버거가 들어있지요, 이제는 햄버거를 샌드위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아직 그렇답니다 허허허 이렇게 꼰대 오지랍을 떨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대신 블로그에라도 써야지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웬걸 위키피디어 첫줄에 햄버거는 샌드위치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한국어 일어는 영어를 따라가서 같은 내용이고, 중국어만 별도 취급을 하여  '원형의 빵안에 속을 넣은 것으로 제작방식이 샌드위치와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일찌감치 햄버거가 들어간 광동어 권역에서는 '동그란 원형의 샌드위치'라고 설명을 합니다. 서구언어는 물론 거의 다(물론 제가 해득가능한 범위안에서) 샌드위치라는 영어의 정의를 따라갑니다. 


아래는 구글에서 검색한 사진인데 스위스 맥도날드 메뉴입니다. 독어로 '샌드위치를 고르세요'라고 써있고 그 아래 빅맥을 비롯한 각종 버거류가 있습니다. 그 아래 사진은 버거킹 홈페이지를 캡쳐한 것 입니다. 버거킹도 어떤 어떤 메뉴는 이렇고 이런 샌드위치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운전을 하고 장거리 이동을 하다보면 프리웨이에서 아무래도 햄버거집을 자주 들리게 됩니다(햄버거 좋아하는 저만의 생각일수도). 저는 LA하고 샌프란시스코 사이만도 자동차로 수십번 이상 왕복을 한 터라 도중에 햄버거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평소에 도시에 머무를 땐 어쩌다 햄버거를 먹게되면 인앤아웃을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유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이러려고 프리웨이를 벗어나면 평소 잘 안찾게 되는 브랜드를 찾아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말고도 칼스쥬니어, 잭인더박스, 웬디스 등을 돌아가며 들어가봅니다. 파이브가이스 화이트캐슬 섹쉑 이런 건 서부에 별로 없고요. 그 때마다 메뉴를 보며 신기해 했던게 샌드위치라는 항목밑에 버거류를 써놓은 거 였습니다. 현실 생활에서는 미국사람들도 햄버거는 햄버거지 그걸 샌드위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위키부터 찾다가 맥이 빠져버린 건 앞에서 이야기했지요. 낙담해서 찾다가 묘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요즈음 메뉴에는 샌드위치라는 표현이 점점 빠지고 있다는 걸요. 그래서 찾아보다가 알았습니다. 햄버거가 독립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선 아래 맥도날드 홈페이지를 봅시다.

햄버거류와 샌드위치류를 따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곰곰히 살펴보니 쇠고기로 만든 패티를 동그란 번사이에 끼워 만든 건 버거, 닭고기같은 걸 끼워 만든 건 동그래도 샌드위치, 이렇게 정의를 내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샌드위치가 호주였던 호주제가 폐지되고 버거와 샌드위치가 각각 독립세대주로 분가를 하여 치즈버거 베이컨 버거 등이 세대원으로 들어간, 호적등본대신 가족관계 증명원이 등장한 것이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얀 식빵을 구워서 그 사이에 잼을 발라먹거나 햄이나 샐러드를 넣거나 해서 먹는 걸 샌드위치로 알던 한국이나 일본 홍콩 사람들한테는 햄버거가 샌드위치였다는(사전적 정의로는 아직도 샌드위치라는) 사실이 새로울 것 같아서 써 본 글 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햄버거의 원조로 알려진 코네티컷 뉴헤이븐에 있는 '루이스 런치'는 아직도 네모난 흰 빵으로 버거를 만들어 줍니다. 십 년전 출장갔을 때 들렀었는데 유명한 뉴잉글랜드의 단풍철이라 단풍사진만 잔뜩 찍고 버거 사진을 못찍어서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햄버거가 원래 샌드위치였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아래는 그 가게 전경입니다. 1800년대라는 숫자와 '클래식 햄버거 샌드위치'라는 표현에 부심이 가득합니다.


지난 번에 떡이야기를 쓰고 빵이야기를 써야지 마음먹었는데 진짜로 떡이야기보다 쓸거리가 열배 스무배 많은 것 같았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려고 합니다. 우리의 주식 밥이야기도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올리는 포스팅이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덧글

  • 迪倫 2018/12/25 15:29 #

    저는 뉴욕 로컬 관습에 맞게 크리스마스에 점심에 차이니즈 딤섬을 먹고 저녁에는 이탤리언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하하하

    (종교와 무관하게) 그래도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셨기 바랍니다!!
  • 밥과술 2019/01/04 21:26 #

    저도 뉴요커처럼 크리스마스 점심에 딤섬을 먹고 저녁에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狂君 2018/12/25 15:36 #

    버거킹 영수증에 있는 설문조사 들어가봐도 메뉴에 샌드위치 어쩌고 써있던게 기억나는군요. 이제는 번+패티 들어간건 햄버거로 독립해서 생각하게 된 것 같지만요.

    메리크리입니다ㅡ
  • 밥과술 2019/01/04 21:27 #

    광군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고양이씨 2018/12/25 17:58 #

    저는 20년 넘게 해오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케이크 먹기를 드디어 실행했어요! 예약한걸 찾아와서 어젯밤 케이크 커팅을 하고 남편과 같이 먹었어요. 어제 저녁은 피자를 먹고, 오늘저녁은 치킨을 먹게 되었네요 :3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셨길 바라요! :3
  • 밥과술 2019/01/04 21:27 #

    축하드립니다. 명절에 맞춰 케잌을 드셨다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찬별 2018/12/25 18:34 #

    저는 크라운 산도 류의 과자에 피넛버터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참 신기하더군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 밥과술 2019/01/04 21:28 #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샌드위치는 아닐 것 같은데 ㅎㅎㅎ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빛의화살 2018/12/25 20:41 # 삭제

    헉... 전 당연히 샌드위치카테고리의 하위항목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랍네요.
  • 밥과술 2019/01/04 21:28 #

    그러셨군요. 전 전혀 다른 걸로 생각해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애스트로맨틱 2018/12/25 21:41 # 삭제

    ㅎㅎ 조금전 저녁으로 버커킹에서 치즈와퍼를 먹었는데 오늘의 주제가 햄버거였네요 ㅎㅎ 재미있는 샌드위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 밥과술 2019/01/04 21:29 #

    치즈와퍼는 제가 버거킹에서 제일 자주 찾는 아이템입니다. 주로 거기에 치즈 한장 더 추가하기도 하지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PennyLane 2018/12/25 22:49 #

    어릴때 프랜차이즈 햄버거집 가면 치킨버거 종류에 xx치킨핸드위치라고 되어있어서 희한하네...했는데 햄버그스테이크 안 들어간 종류는 샌드위치일수도 있겠다 싶어요.
    늘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밥과술 2019/01/04 21:30 #

    그랬군요. 역시 이야기는 나눠봐야 새로운 걸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kanasi 2018/12/25 23:09 #

    미국에선 쇠고기 패티로 된 것만 햄버거라고 할 수 있다던데 그래서 나머지 것들은 아직 샌드위치 호칭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밥과술 2019/01/04 21:32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햄버거의 정의를 새롭게 정하면서 나머지는 그냥 샌드위치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하는건 '치킨 버거' '새우버거' 이런 식으로 우리처럼 '버거'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2018/12/26 03:28 #

    와 저는 처음 알았어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빵사이에 끼우는 건 다 샌드위치고 햄버거가 인기를 인정받아 독립할랑말랑 하고 있는 거군요ㅋㅋㅋㅋ
  • 밥과술 2019/01/04 21:32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듀얼콜렉터 2018/12/26 11:12 #

    파이브 가이스와 쉑쉑버거는 이제 LA쪽으로 공격적으로 진출하는듯 싶습니다, 매장이 슬슬 많아지고 있네요. 쉑쉑버거는 가격에 비해 고만고만하고 파이브 가이스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네요. 그런데 서부에 살면 인앤아웃이 너무 넘사벽인것 같습니다, 왠만하면 그냥 인앤아웃 먹으면 해결이 되서 골라먹는 재미는 별로 없는것 같네요. 그래도 맥도날드는 매주 폰앱으로 버거 하나 사면 하나 공짜 같은걸로 가끔 먹기는 하네요, 사순절 기간엔 피쉬버거나 일년에 한번 오는 맥립도 있구요 ^^;
  • 밥과술 2019/01/04 21:33 #

    말씀하신대로 인앤아웃의 그림자가 너무 진해서 다른 것들이 좀 맥을 못추는 것 같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듀얼콜렉터 2019/01/07 06:39 #

    감사합니다, 밥과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빛의제일 2018/12/28 20:23 #

    햄버거와 샌드위치는 사촌지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입맛에 햄버거는 아주 싼 햄버거도 어지간히 맛있는데 샌드위치는 맛있는 것이 참 드물어서, 샌드위치는 건강에 좋아 보이니 맛 없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뭐 신자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 출근해서 평소 퇴근 시각보다 늦게 퇴근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지났고 새해는 이른 듯하지만,
    올해도 블로그 마실 와서 포스트 잘 읽고, 눈으로 잘 먹고, 입과 배는......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가득가득 받으시고 댁내 모두 건강하시고, 맛있는 것만 드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 밥과술 2019/01/04 21:33 #

    사촌지간... 형제보다 조금 머네요 ㅎㅎㅎ 그렇네요. 치킨버거 새우버거가 형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Semilla 2019/02/01 14:17 #

    한국에서는 버거라는 말이 이런 샌드위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 미국에서는 햄버거라는 말 자체가 간 쇠고기를 뜻하지요. 예를 들어 햄버거 헬퍼라는 간 쇠고기가 들어간 파스타 제품의 참치 버전은 튜나 헬퍼고요. 그래서 피쉬 버거라고 하면 다진 생선과 쇠고기 합쳤을까 싶은 인상이랄까요...
    암튼 미국 사람들도 종종 햄버거가 샌드위치냐 아니냐 따지고 그러는 거 봤어요. 저는 빵 대신 상추에 싸서 먹으니 샌드위치라 할 수 없겠지만 버거라고는 부를 수 있네요...
  • 밥과술 2019/02/01 22:03 #

    중국 북경오리로 유명한 全聚德에서 밀전병대신 상추로 싸먹는 옵션이 생겼습니다. 물어보니 한국에서 배운거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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