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멀어져가는 떡이야기 공개 포스팅



얼마전 주말입니다. 외출을 했던 쥬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터에서 친구만나고 이제부터 집에 가는데 신세계에 들러 뭐 사갈거 없냐고요. 마침 떡국용 떡이 떨어졌으니 사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저희집 냉장고에는 늘 떡이 있습니다. 떡국도 끓여먹고 라면에도 넣고 만두국에도 넣고 가끔씩 오밤중에 떡볶이 라볶이도 해먹고 그럽니다. 냉동실에 얼려논 떡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지요. 평소엔 집 근처 재래시장에 있는 떡집에 부탁해 놓고 찾으러 가곤 하는데 주말이라 그냥 수퍼에서 파는 걸 사오라고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펼쳐논 쇼핑백을 보니 떡말고도 아빠 좋아한다고 딘앤델루카에서 케잌 두조각하고 피칸파이 한쪽을 사왔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가게 맞는데 한참 두고두고 먹을 떡값보다 당장 먹어치울 케잌 세쪽값이 더 비쌌습니다. 갑자기 떡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평소 떡을 사느라 쓰는 돈보다 빵종류를 사느라 소비하는 돈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저도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곳을 자주 드나듭니다. 과자빵도 사고 조각 케잌도 사고 그럽니다. 파리바게트만 전국에 점포수가 삼천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빵집 전성시대입니다. 
 
꼭 빵만큼 떡을 사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어릴적 풍요로움의 상징이었고 없는 살림속에서도 생활의 여유를 느끼게 했던 떡이 이렇게 멀어져 갔구나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누구말을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이런 말들도 '빵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유부터 마신다', '누구말을 잘들으면 자다가도 케잌이 생긴다' 이렇게 바뀌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어려서 설 명절을 앞두고 모두들 방아간에 갔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오는 가래떡을 받아다 기름 소금에 찍어먹고, 명절 내내 떡국을 해먹었지요. 시골에서는 찹쌀로 인절미도 해먹었습니다. 장정들이 찰밥을 절구에 넣고 떡메로 내리치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인절미는 화롯불에 구워먹으면 부풀어올랐는데 고소한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추석이면 송편을 빚고 잔치나 행사가 있으면 시루떡, 백설기를 해서 이웃에 돌렸습니다.  
 
주식으로 먹는 밥말고 그 다음으로 자주 먹던 떡 자리를 어느샌가 슬그머니 빵종류가 차고 앉은 것 같아서 조금은 섭섭한 마음에 떡 이야기를 씁니다. 물론 떡하고 빵하고 같은 위치에 놓고 이러네 저러네하는게 생각하기에 따라선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조금은 감상적이 되어서 밥말고 먹는 든든한 간식거리가 떡이냐 빵이냐 하던 옛날로 돌아간 느낌에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추석이나 되어야 먹는 송편입니다. 솔잎을 따다가 밑에 깔고 쪄내서 송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은데 이젠 집에서 빚어먹는 가정이 워낙 줄어들어서 솔잎자국이 난 송편을 보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속은 달달한 깨로 만든 것과 콩으로 만든 두종류가 있어서 아이들은 깨가 들어간 걸 좋아했는데 요즈음은 거의가 깨로 속을 넣는 것 같더라구요.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겁니다(자도랭킹샵).



누군가가 이사를 오거나하면 돌리는 시루떡입니다. 이 풍습도 사라져가서 이웃에게서 시루떡 얻어먹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되었습니다. 영화 공작에서 황정민이 옆집에 시루떡 들고 찾아가는 장면이 나와서 참 반가웠습니다. 서울에서도 밥솥에 시루를 얹고 경계부분으로 증기가 새지말라고 밀가루 반죽을 붙여 시루떡을 찌던 광경이 흔했는데... 저는 지금도 시루떡을 참 좋아합니다. (사진: 양양낙산떡마을)



방아간에서 갓 뽑아온 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면 참기름에 소금을 넣거나 간장을 넣은 뒤 말랑말랑한 떡을 찍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었죠. 설밑에 집집마다 쌀을 씻어 가지고 가면 방아간에서 스팀으로 찐 뒤에 가래떡을 뽑아주는게 장관이었습니다. 떡이 너무 굳어지기 전 꾸덕꾸덕할 때 떡국용으로 써는것 또한 주부들의 일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려서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을 써는 모습을 교과서인가에서 본게 가래떡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선시대에 압출해 내는 가래떡은 없었을 것이고 절편이었을 것입니다. 제 기억의 착각인지 삽화그리신 분의 오류였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백설기입니다. 요즈음 보기가 힘들어졌지요. 시원한 김칫국이 제일 잘 어울리는 떡이 백설기 아닌가 합니다. 설탕을 살짝 넣어서 은근히 단 백설기가 씹을수록 고소한 매력이 있지요. 굳으면 밥 지을 때 뜸들일때 밥위에 올려 찌기도 했던 생각이 납니다. (사진:달콤한 주방놀이님)


절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맛은 가래떡하고 같아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조금 다릅니다. 시골에서는 제사상에 올리고 나중에 썰어서 떡국을 해먹곤 했는데 아마도 압출하여 뽑는 가래떡보다 점성이 덜하여 좀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떡국을 끓여도 가래떡보다 빨리 물러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쪽을 더 좋아합니다. (사진:뉴욕 한솔절편)



술떡이라고도 불리는 증편입니다. 저는 어려서 시큼한 술냄새가 싫어서 별로 증편과는 친하지 못했는데 요새 나이가 드니 이것도 다 맛이 좋네요. (사진:익산가람식품)



저희집 둘째 우유가 아주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인절미입니다. 고소한 콩가루와 쌉쌀한 찹쌀떡과의 궁합이 아주 좋지요. 찰떡이라서 급하게 먹으면 사고가 납니다. 어려서 우리집에 놀러왔던 친구가 제 앞에서 목이 막혀 얼굴이 새빨개지며 호흡곤란이 왔던 비상사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시골에서는 인절미를 만들어 넙적하게 펴서 말린 뒤 겨우내내 화롯불에 구워먹곤 했습니다. 기포가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며 떡이 다시 부드러워지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해졌습니다만 조청에 찍어먹는 구운 인절미는 겨울의 별식이었습니다. (사진: 같은 사진이 여러군데서 보임. 출처미상)



무지개떡입니다. 백설기의 변형이라고 봅니다. 요새는 이런떡 저런떡 종류가 참 다양해 진 것 같습니다. 전통 떡집이라는데를 들어가보면 언제부터가 '전통'인지 수상할 정도로 새로운 떡들이 보입니다. 제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떡집하시는 분들은 다 대박나고 성공해서 떡집들이 모두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나무위키)



쌀알이 보이니까 엄밀하게 떡은 아닌데 저는 떡집에서 파는 거고 제가 워낙 좋아해서 떡의 일종으로 칩니다. 찹쌀에 달달한 캐러멜 색소만 넣고 별로 다른 재료 안들어간 싸구려 약식부터, 각종 재료를 성의있게 넣은 고급 약식까지 참 다양한게 이 음식입니다. 저는 밤, 잣이 잔뜩 들어가고 대추 적당히 들어간 약식을 좋아하는데 호두 해바라기씨 등을 넣은 신식버전도 좋아합니다. 대추뿐 아니라 구기자 크랜베리 등을 넣은 것도 먹어보았는데 다 맛이 좋았습니다. 옛날에 약식을 기가 막히게 만들던 이가 생각납니다... (사진:홈퀴진)
 


인절미를 화롯불에 구워먹던 생각이 났는데 사진을 못구해서 대신 일본에서 모치(もち) 구워먹는 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중국에도 니앤까오(年糕)라고 해서 우리 떡국하고 비슷한게 있습니다. 떡만 봐도 미우나 고우나 중국 일본 다 우리나라 옆나라입니다...


쥬스가 사온 떡으로 끓여먹은 떡국입니다. 그동안엔 육수내는게 좀 번거로웠는데 얼마전 블로그 이웃분들의 추천으로 오뚜기 사골육수를 잔뜩 사놓았습니다. 앞으로 편하게 만들어먹게 생겼습니다~^^ 

이밖에도 두텁떡도 그렇고 언급하자니 맛있는 떡도 많은데 업무시간에 잠깐 올리는 포스팅이라 여기서 마감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8/12/07 18:21 # 답글

    신랑이나 저나 떡을 좋아해서 집에 떡이 있네요 ㅎㅎ 애들 생일땐 무조건 백설기 해서 손님께 드립니다. ㅋㅋ

    하지만 접근용이성이 떡보다 빵이 가깝긴 하죠...
  • 2018/12/07 18: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참치샌드위치 2018/12/07 18:40 # 답글

    맛있게 보관하기 쉽지 않아서 떡에 손이 덜 가는 것 같아요. 글과 사진을 보니 간만에 맛있는 떡을 먹고 싶어졌어요.
  • Semilla 2018/12/07 19:49 # 답글

    제가 저탄수식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게 떡이에요! 빨은 저탄수 재료로 구울 수 있는데 떡은 아직 그럴 방법을 못 찾았네요. 사실 임신 중에 인슐린 주사 믿고 찹쌀가루 익반죽해서 전자렌지에 돌리고 콩고물 대힌 땅콩버터가루 묻혀서 먹기도 했어요. 친할머니 댁에 가면 감자떡이랑 쑥개떡을 해주시곤 했는데 언젠가 검색해보니까 만드는 게 복잡해 보이더라고요. 전 어렸을 때부터 빵보다 떡을 좋아했는데 이젠 먹을 수 없으니 슬프네요. 포스팅 보고 눈으로나마 실컷 음미합니다!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8/12/07 20:00 # 답글

    오뚜기 사골육수가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0^ 직접 내는 육수보단 몬하지만 간편함에서 한번씩 외도해도 개안치요 ㅎㅎㅎ 이제 본격 떡국의 계절이 시작됐네요 떡국 넘 좋아하는 1인... 그래서 겨울엔 살빼기가 어려워요 ㅋㅋㅋㅋ 떡국이 제 지방량 절반 차지 >,<
  • 역사관심 2018/12/07 22:51 # 답글

    떡은 보관법만 나오면 빵 저리가라수준이 될텐데... 항상 아쉬워요.
  • dex 2018/12/08 01:06 # 삭제 답글

    저도 떡 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콩떡을 가장 좋아합니다. 콩밥은 무척 싫어해서 20대 이후로는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떡은 또 콩떡이 맛있으니 참 묘해요.
  • 2018/12/08 05:21 # 삭제 답글

    참 이상하게 떡은 종류를 막론하고 못먹습니다. 빵은 먹으면서요.
    떡볶이를 먹어도 전 어묵이랑 채소랑 라면사리를 공략하고, 설에도 떡국이 아니라 밥을 먹지요. 떡만두국이라면 만두만;;; 그래서 어머니께 혼도 많이 났는데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더군요.
    빵 중에서도 깨찰빵, 찹쌀도너츠 같은 건 입에 안 대고, 캐러멜도 안 먹고, 딤섬 중에서도 창펀은 안 먹는 걸 보면 제가 쫄깃한 치감의 음식을 즐길 줄 모르나 봅니다. 그 느낌이 싫어서 모찌 아이스크림도 안 먹는다고 하면 외국애들이 놀래더라고요.
    그럼에도 태어나서 떡을 삼켜 본 경험이 세 번 있습니다.
    첫번째는 유치원에서 송편빚기 한 날. 점심으로 그 송편이 나왔는데 안먹는다고 버티다가 선생님한테 한 소리 듣고 숨을 참으며 씹어서 우유 한모금과 함께 넘겼어요.
    두번째는 수능 전날 아버지가 가져 오신 찹쌀떡. 날이 날인지라 역시 숨을 참으며 씹어 넘겼죠.
    세번째는 운전면허 시험날. 면허학원에서 기능시험을 봤는데 그 시간대에 시험보는 사람들을 다 모아 놓고 주의사항 알려주시던 어떤 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저기 차려놓은 찹쌀떡 꼭 드시고 보라고. 안드신 분들은 다 떨어졌다고. 그 말에 쫄아서 또 숨을 참으며 씹어서 요구르트와 함께 넘겼습니다.
  • Nachito volando 2018/12/08 12:59 # 답글

    떡볶이나 떡국 떡만두국은 좋아하지만 떡라면은 싫어하고 인절미나 기타 등등 보통의 떡은 건드리지도 않는 이상 식성의 소유자라.....

    베트남 술떡 (빵에 더 가까운 듯 하지만)은 그럭저럭 맛있긴 합니다..

  • 뇨뇨19호 2018/12/08 17:23 # 답글

    헐..오랜만에 떡먹고 싶어졌어요...크으...
  • 2018/12/08 23: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rabell 2018/12/09 02:23 # 답글

    업무시간에 잠시 올리신 글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술술 읽혀지다니... 밥과술님의 필력은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셨던 떡을 먹고 떡을 만드는 방법도 배웠던 옛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올리신 사진에 있는 떡들 모두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바람떡 백설기를 매우 좋아했고 어머니께서 만드시는 시루떡도 좋아했었습니다만 요즘은 시루떡 구하기에 참 힘들더군요. 시루떡 처럼 보이는 백설기에 팥고물을 얹힌 떡이 올려진게 대부분이라고 해야될까요... 아주 가끔입니다만 시루떡이 떠오를때가 있어서 사는 동네의 읍으로 나갔으나 구할 수 없어 왜관시장으로 나가서나 구할 수 있었습니다만 역시 백설기에 팥고물을 얹힌 떡이라 먹으면서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만들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크니.... 이번 신정차례 지낼때 모처럼만에 시루떡을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가래떡은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이고 한국에서 함께 살았을때 떡국을 자주 만들어주셨던터라 첫 사진에서 군침을 흘렸습니다.

    가래떡은 상비해놓으면 정말 해먹을 요리들이 많은데 그동안 잊고 있었네요. 할머니와 어머니 생각이 나는 밤입니다..
  • 듀얼콜렉터 2018/12/09 15:34 # 답글

    오뚜기 사골육수! 전 원래는 떡국육수 같은걸 만들기 힘들어서 떡국 만드는건 고사하는데 진짜 사골국물 때문에 요새는 꽤 자주 만들어 먹습니다, 정말 혜자스런 아이템이네요 ㅎㅎ

    이게 업무중 잠깐 올리시는 포스트라니, 정말 내공이 틀리네요 ^^;
  • 제다이 2018/12/09 22:55 # 삭제 답글

    떡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백설기를 좋아합니다. 왜그런지 모르지만 오전 공복에 떡을 먹으면 속이 메쓱거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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