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한과 그리고 마카롱... 공개 포스팅



요며칠 사이에 나는 과일을 좋아하는 편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과일을 싫어한다고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저 과일도 좋아하는 편이겠거니 여기고 지내왔는데 문득 회의가 들었습니다. 떨어져 사는 커피여사가 늘 전화로 얘기하는 내용중에 하나가  '과일 많이 드세요'입니다. 야채많이 먹어라, 외식 많이 하니 집에서라도 짜게 먹지말고 싱겁게 먹어라 등과 함께 수화기 저편에서 건너오는 권유사항 가운데 하나이지요. 며칠전에는 과일 이야기가 나와서 자랑스럽게 응, 추석 차례를 지내고 남은 배와 사과가 있어서 오늘도 깎아 먹었어요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내 손으로 과일을 사서 매끼 깎아먹을 만큼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흘러간 요 얼마간의 과거를 리와인드해서 플레이백 해보니 커피여사가 서울에 와서 수퍼에 장을 보러가면 과일을 많이 사고, 쥬스하고 둘이 장을 보러가도 카트에 과일을 담는 건 쥬스였습니다. 저는 본가에 살 때 식사후에는 반드시 과일을 먹었는데 그건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의례 그런 건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혼자 살면서 과일이 부족한 생활을 하다가 그게 습관이 된 모양입니다. 아니, 좋아했으면 혼자서라도 과일을 꾸준히 먹었을 거라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잦은 출장이라 호텔 생활도 꽤 되는데, 단골 호텔이거나 상대방 쪽에서 마련해주는 숙소인 경우 체크인 해보면 웰컴 배스킷이라고 과일바구니나 과일접시가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걸 맛있게 다 먹은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반성을 크게 하였습니다. 같이 사는 쥬스를 위해서라도 더욱 많이 과일을 집에다 마련해놓고 먹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추석에 차례를 지낸 사진입니다. 형님이 결혼하신 뒤에 형수님과 종교문제로 갈등이 좀 있어서 몇 년전부터 제사를 주로 차남인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송편 차례라서 제수를 간단히 마련하였는데 저의 판단으로 몇가지 변화가 있었으니 과일을 괴는 방법이 그 하나입니다. 사과와 배를 위를 칼로 살짝 깎아서 괴곤 했는데 요새처럼 제사보러 오시는 분들이 별로 없으면 금방 상해버립니다. 그래서 그냥 올리고 천천히 먹기로 하였지요.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싸드려도 음식이 아무래도 남습니다. 

조율이시라고해서 기왕에 괴는 것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순으로 올리는데 배 옆에 반드시 사과를 놓습니다. 제사가 끝나면 사과 배는 그냥 먹으면 되고, 대추는 대추차를 만들어 마시고, 밤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가끔씩 밥할때 넣어 밤밥을 해먹곤 합니다. 그런데 곶감은 잘 안먹게 됩니다. 그래서 수정과를 만드는 법을 찾아서 다음부턴 수정과를 해먹어 볼까 합니다. 

결혼을 하고나서 처가 제사를 참례하면서 느낀게 참 집안마다 풍습이 많이 다르구나하는 점 이었습니다. 처가에서는 딸기도 올리고 참외도 올리고 오렌지도 올리고 그러더군요. 몇 년 전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은 과일을 조상님께 올리는게 뭐가 그릇된 일이랴 싶었습니다. 조율이시에 사과가 안들어 있는 건 옛날엔 사과가 제사상에 안올랐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능금이라고 해서 딱딱한 재래종은 맛이 없었고 개량된 사과가 한반도에 들어온 역사가 짧았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을 바꿔먹어서 장보러 가서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은 뭐든 기분에 따라 제사상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저희집 제사에도 포도, 딸기 등을 올렸더군요. 앞으론 제사에 참례한 사람들이 잘먹는다면 망고든 키위든 올려보려구요. 

과일을 이렇게 편하게 대하다 보니 생각이 한과에까지 미쳤습니다. 약과라고 부르는 유밀과 말입니다. 이게 어려선 참 맛이 좋았는데 요새는 영 입에 잘 안갑니다. 구색을 맞추느라 사다보니 생산자도 수상하고 맛도 별로입니다. 산자라고 불리는 강정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서는 이걸 정성들여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맛이 좋았지요. 그런데 이것도 요샌 구색맞추기로 젯상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제사부터는 인터넷을 뒤져서 좀 비싸더라도 믿을만 하고 맛있는 한과를 사서 올리고 제사가 끝난 뒤 모두가 맛있게 먹던가, 그런 걸 찾기가 힘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유밀과 대신에 마카롱을 올리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맛있는 케잌이나 파이를 산자대신에 올리는 것도 생각해봤지요. 인터넷에서 맛있는 한과를 찾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평소에도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추석에 조상님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덧글

  • 2018/10/06 2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rabell 2018/10/06 23:44 # 답글

    올 추석때는 상을 차린 후 저를 포함한 후손들이 실질적으로 챙겨먹을 수 있는 음식들 위주로 상을 차렸습니다만 양 조절에 실패하여 열심히 챙겨먹다니 추석이 지나고 무럭무럭 살이 쪄갑니다.. 송편이랑 밤 대추 곶감은 아직도 한가득이니..
    과일은 일단 껍질을 벗겨야되는 수고를 해야되다보니 저 또한 즐겨먹는 편이 아니였고 할머니와 어머니를 제외하면... 어딘가에서 얻어먹은 기억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 사과를 포함한 과일 하나에서 두개정도는 건강에도 좋은데 참.. 살다보묜 챙겨먹는게 쉽지 않다는걸 깨닫게되니 과일을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서 파는 제품에도 눈이 가는 요즘입니다..; 올해는 수박도 한번 못사먹었네요. 1인가구에게 덩치 큰 과일은 낭비가 크니...

    내일은 냉장고에서 딩굴고 있는 곶감으로 수정과라도 만들어야겠습니다.. (..);
  • 타누키 2018/10/07 14:14 # 답글

    과일은 이상하게 손이 많이 가는 느낌이라 챙겨먹기가 쉽지 않네요. ㅎㄷ;;
  • 빛의제일 2018/10/07 22:18 # 답글

    처음 이 포스트 보고 수퍼 가서 과일 사먹어야지 생각하고, 새로나온 라면을 사왔습니다. ^^;;
    학교 급식에 과일을 의무화 비스무리한다는 내용도 떠오릅니다.
    저는 과일을 좋아하지만 맛있는 과일을 먹기는 드문지라 과일을 피하게 되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 2018/10/07 22: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18/10/08 11:58 # 답글

    저는 추석인줄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한인가게 갔다가 월병 보고 지금 저탄수 버전으로 견과류 잔뜩 들어간 월병 만들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한과는 어렵겠지만 월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제사가 접해보지 못한 문화라서 이런 이야기 나오면 재미있어요! 괸다는 말도 생소하고요. 조율이시라고 하니 대추, 밤, 배, 곶감이 꽤 한국적인 과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어디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미국 내 어느 큰 도시의 재래 시장에서 한 동양인 청년이 한국 배를 팔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것 한번 맛 보면 it's gonna blow your mind라고 해서 속으로 에이 그건 좀 과장이 심하다 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한국 배는 특별한 것 같아요.
  • 듀얼콜렉터 2018/10/10 04:19 # 답글

    저도 과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과 깎을줄도 모르네요, 어머니가 매일 과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주는걸 먹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어무니...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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