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이야기(1): 저녁시간대의 간장게장 공개 포스팅


먹음직스럽게 알이 꽉찬 간장게장이 커다란 접시에 풍성하게 담겨서 나오면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서 먹었던 사진입니다. 이 곳은 꽤 오래전부터 한국식 게장맛을 알아버린 일본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오는 부작용으로 가게마다 내세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끼리 칼부림 사건마저 있었던 입니다. 이 곳이 최근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으니 '밤 11시가 되니 썰렁하더라'는 한 일간지의 기사 때문이었지요. 기사의 대문으로 실은 사진은 인적이 끊겨 한적한 모습의 이 골목 풍경이었는데 그건 또 새벽 3시에 찍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는 ㅍㄹ간장게장이라는 집을 곧잘 다니곤 했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얼핏 든 생각은 '어? 여기가 저녁먹으러 가는 곳이지, 뭘 먹으려고 심야에 가지?' 기사는 52시간 제도가 나빠요, 경기가 나빠요를 쓰려고 의도한 글이었는데 한번만 휙하고 읽어도 여러면에서 내용상 논리상 무리가 많았던 기사였습니다. 읽고나서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 기사에 불쾌했던 사람들이 많았는지 언라인 상에서 엄청 까이더군요. 언라인 이곳 저곳에서 나온 글들을 보니 분노를 과격하게 표출한 내용도 있고, 조목조목 팩트를 들어 반박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더이상 기자라는게 소속한 기관의 권위에 기대어 적당히 해먹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로구나 싶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이 기사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냥 그 기사를 보고나서 '그러고보니 거기가서 간장게장 먹어본 지 오래됐네, 아니 어디선가 간장게장을 먹어본 지도 몇 달이 지났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전화기안의 사진폴더를 뒤지다 블로그에 게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마음먹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도 게장을 참 좋아합니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모두 좋아합니다. 가끔씩 한정식집이나 이런데 가면 반찬으로 게장이 나오곤 합니다. 학습효과라고 해야 할까 뭐라 불러야 할까 잘 모르겠는데 저는 이런 게장에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비린 경우를 몇번 경험했기 때문이지요. 비린 게장을 먹고나면 밥맛이 떨어져서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까지 달아납니다. 그러다보니 게장은 게장전문점에서만 먹게 되었습니다. 하기야 육회, 간, 천엽같은 생고기도 믿을만한 식당에서, 고등어회같은 등푸른 생선도 믿고찾는 집에서만 먹는게 안전하긴 합니다.     

아무튼 아래 사진을 보아주세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비주얼입니다. 언제 가도 맛있게 알이 꽉찬 모습으로 담겨 나오는 게장은 나트륨과 탄수화물의 과다섭취 이런 걱정을 잠시 잊게 합니다. 이게 물어보니 요새는 냉동기술이 좋아서 꽃게를 잡는데에는 제 철이 있지만 손님에게 내는 데에는 딱 제 철이 없이 일년내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 꽃게철이 되면 해경이 고생을 하지요. 중국어선의 불법어로를 막느라고요. 한국, 북한, 중국이 엉켜서 NLL도 게 이야기에 덩달아 화제에 오르곤 합니다.    


이 ㅍㄹ간장게장집은 반찬이 간단합니다. 그대신 깔끔합니다. 미역쌈, 양배추쌈은 변하지 않고 나옵니다. 지금은 가격이 올라서 두마리에 8만7천원 하네요. 둘이 가서 소주먹고 맥주한잔 하고 그러면 십만원이니 일인당 5만원정도 입니다. 양식당가거나 일식집 가거나 또는 중식당가서 코스로 먹는거 생각하면 그러려니 납득이 안가는 건 아닌데, 게장으로 밥먹고 5만원 그러면 비싼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게장이 밥반찬으로는 좋은데 술안주로 썩 어울리는 음식은 아닙니다. 이집도 그렇고 그 골목 게장집이 다 그런데 아구찜도 전문으로 합니다. 그래서 여럿이 갔을때 아구찜을 하나 시켜서 같이 먹으면 술안주로도 좋고 가격도 게장보다는 쌉니다. 


회사가 신사동에 있었을 땐 아무래도 지금보단 자주 가고 외국에서 손님이 와도 모시고 가면 다들(주로 일본손님) 만족해 해서 신사동 게장골목을 찾곤 했는데 이젠 가본지 꽤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맛있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래 사진 설명입니다. 얼마전 모임이 있어 마포에 있는 소정원이라는 한식집을 갔는데 그 집이 간장게장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보리굴비하고 간장게장이 이런저런 한식코스 마지막에 밥과 함께 나왔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여러가지 음식이 나온 뒤에 나온 게장이라서 게딱지가 당연히 사람수보다 모자랐는데 젊은이들이 연장자에게 양보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저에게도 차례가 돌아와서 하나를 받아 맛있게 밥을 넣고 비벼먹었습니다. 맛있어서 좋은 느낌과 나도 이제 이런 나이로구나를 실감하는 복잡한 심경이 잠시 교차하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오늘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집입니다. 마포에 있는 진미식당이라는 집인데요. 맛있고 가격도 신사동에 비해 저렴합니다. 요새는 그래서 주로 이리 다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짐작되는게 미슐랭인가에도 소개되고 워낙 블로그에도 많이 다뤄진 집이더라구요. 아래가 담겨져 나온 게장모습입니다. 

언제가도 한결같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집의 좋은 점은 반찬이 여러가지 나오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성의가 들어가서 맛이 좋다는 겁니다. 각종 나물에서 오래된 김치까지 다 입맛에 맞습니다. 시원한 김치국도 따라 나와서 따로 다른 거 주문안하고도 술안주가 풍성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해서 밥이 맛이 좋습니다. 여러번 가서 늘 그랬으니 틀림없이 밥짓는데 신경을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요즘 게장집은 대개 일회용 비닐장갑을 줍니다. 왼손에 장갑을 끼고 게다리를 들어 게장을 맛있게 먹고나면 클라이막스! 게딱지가 남습니다. 이걸 먼저 먹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자유고 저는 나중에 먹습니다. 밥을 넣어 비벼먹는 즐거움을 남기려구요. 밥을 두어숟갈 떠서 넣고 간장국물도 살짝 더해서 밥알이 넘쳐나오지 않도록 조심조심 비벼서 먹는 그맛이란!
 

양념게장도 맛이 대단히 좋아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옛날에 집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신 게장이 지금 생각해보니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의 중간형태였던 것 같습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파, 고추가루 등 각종 양념이 버무려져 있던 기억이 납니다. 형제들이 다 좋아해서 철이 되면 자주 먹었던 것 같은데(기억이란게 애매해서 진짜 자주였는지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그 땐 뾰족뾰족하고 딱딱한 꽃게를 다루느라 어머니가 손을 찔리지는 않으셨는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그런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맛있어, 맛있어 그러고들 먹었습니다.

아래는 어여쁜 양념게장의 모습입니다. 옛날에 대학원에 있을 때 학교앞에 기사식당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기사식당이라는게 있어서 택시기사들이 차를 대고 점심을 먹고 간단히 세차도 하고 가고 그런 곳들이 서울 한복판에도 많았습니다. 지금같은 주차난 시대엔 생각하기 힘든 업태입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식당안하고 그 자리에서 주차장만 해도 그 돈 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그때 그 기사식당이라는 곳의 메뉴가 제육볶음 백반, 소고기볶음 백반, 송이볶음 백반, 양념게장 백반, 이렇게 4가지였습니다. 값은 다 일률적으로 6백원이었는데 짜장면이 350원 하고 담배 거북선이 250원 하던 시절이니 지금 물가로 8,9천원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그래서 점심때 동료들하고 기사식당에 거의 매일 갔는데, 넷이 가면 4가지 다, 셋이 가면 제육, 소고기, 게장, 둘이 가면 제육하고 게장 이렇게 시켜먹곤 했습니다. 그 때 먹었던 양념게장이 참 풍성하고 맛이 좋아 잊을 수가 없네요. 요새 맛있는 양념게장 백반을 만원에 파는 곳이 있다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이 먹음직스러운 양념게장은 한국이 아니라 LA에 있는 곳 입니다. BCD라고 유명한 순두부집인데 콤보라고 해서 순두부에 제육, 갈비, 양념게장 등을 붙일 수가 있습니다. 순두부 단품과 비교해서 가격으로 따지면 콤보에 나오는 게장가격이 10불 정도 됩니다. 점심때 가면 조금 더 싸구요. 저는 언제나 혼자가면 양념게장 콤보를 주문하고 둘이 가면 갈비, 게장 셋이 가면 게장, 갈비, 제육 이렇게 시킵니다. 저희 식구들이 갔을 땐 게장 두개에 제육, 갈비 이렇게 시켰드랬습니다ㅎㅎㅎ 아래는 저희집 쥬스가 카메라 인물모드로 배경의 제육과 순두부를 날리고 게장에 포커스를 맞춰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는 양념게장만 너무 치켜세운 것 같지만 순두부 돼지불고기 갈비도 다 제 몫을 한다는 의미에서 한장씩 올린 사진입니다.


제가 아는한 우리나라말고 게를 생으로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 먹는 요리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게장은 정말 맛있는 음식입니다. 나트륨 이런 걸로 흠잡자고 들면 외국의 명물 음식도 한도 끝도 없이 파낼 수 있으니 넘어갑니다. 다음번에는 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외국의 게요리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덧글

  • 빛의제일 2018/09/16 22:05 # 답글

    저는 꽃게 요리하면 어렸을 때, 부산의 송도의 어느 식당에서 꽃게살로만 녹두전처럼 손바닥크기로 두툼하게 나오는 게살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좋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박하지라고 부르는 돌게장이 꽃게 간장게장보다 아주 조금 더 좋습니다. ^^::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지역의 게장집에 한 번도 안갔는데, 1인분은 나오지 않는집인지라 포장으로 사먹어봐야겠습니다.
  • 밥과술 2018/10/06 23:34 #

    박하지는 저도 한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네요. 서울에 오시면 꽃게 한번 들어보셔유~ 시간 맞으면 지가 한번 모실께유~^^
  • 2018/09/16 22: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8/10/06 23:35 #

    게살 회로 드셔도 맛있습니다. 다만 신선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이죠.
    얼른 앨러지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 Nachito volando 2018/09/17 18:57 # 답글

    날 것을 먹지 못하는 저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시는 군요....

    그나저나 십 몇 년 전에 방배동 쪽에서 일할 때 술먹다가 새벽에 게장골목...까지 넘어간 적이 있는데, 꽤나 유명한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새벽에도 술꾼 또는 연애꾼들이 바글바글..)., 술김에 간장게장에 덤벼들었다가 너무 비려서 패퇴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그래서 아직까지 게장에 손이 안가는지도..

    한국에 가면 다시 한번 도전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밥과술 2018/10/06 23:36 #

    옛날 드셨다는 게장이 비렸다면 그건 비린 걸 드신 걸 겁니다. 잘만든 게장은 비리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에 소개한 진미게장 하나도 안비립니다. 저도 비리면 그냥 젓가락 놓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8/09/18 02:49 # 답글

    간장게장은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음식 같네요, 여기서 잘 하는데 찾기 힘들다는것도 있구요, 하지만 또 여기 사는 저보다 더 잘 아시는 밥과술님이 좋은데를 추천해 주시겠죠!? ^^;
  • 밥과술 2018/10/06 23:39 #

    저는 엘에이에서는 간장게장 굳이 찾지 않습니다. BCD순두부 양념게장에 대만족입니다. 옛날에 올림픽, 크렌셔하고 윌튼 사이에 '상록수 식품'이라고 있었습니다. 그집 간장게장이 맛있어서 자주 사다먹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겠지요. 엘에이는 양념게장이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Semilla 2018/09/18 12:08 # 답글

    저는 게장을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사진만 봐도 참 군침이 흐릅니다. 양념도 좋고 간장도 좋으니 그저 다시 먹어보고 싶네요. 언젠가 한국엘 가든 LA를 가든 식단을 잠시 중지하고 밥을 비벼먹을 겁니다.
    다음 게 포스팅도 기대됩니다!
  • 밥과술 2018/10/06 23:41 #

    간장게장은 역시 싱싱한 꽃게가 좋으니 한국이 좋겠습니다. 동부에 블루크랩으로 잘 담그는 집이 있다든데 저는 잘 모르겠구요. LA가시면 BCD순두부 가셔서 드셔보세요. 그집 양념게장 훌륭합니다.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9/18 15:02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9월 18일 줌(http://zum.com) 메인의 [핫토픽]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밥과술 2018/10/06 23:41 #

    감사합니다
  • sunho 2018/09/19 20:58 # 답글

    내려갈수록 어째 똑같은듯 다른 게장이 끊이질 않아 침이 고이는걸 막을 길이 없네요. 정갈한 진미식당 꼭 가보고 싶어요!
  • 밥과술 2018/10/06 23:42 #

    진미식당 강추입니다!! 맛있는 간장게장 제주도엔 없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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