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메뉴와 양저우차오판(揚州炒飯) 공개 포스팅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센토사 리조트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2018년 6월 12일의 일입니다. 한 달 보름전, 4월 27일에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저녁만찬으로 나온 평양랭면이 화제가  되었지요. 북미정상회담은 정식 만찬이라기 보다는 시간적으로도 비지니스 런천에 가까운 식사라서 그 메뉴가 냉면만큼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찬찬히 들여다 보니 나름 꽤 재미있었습니다.

발표된 메뉴는 현지에 의전을 담당하는 양국의 실무진이 미리 나가서 조율을 했으니 두 정상의 기호도 반영을 한 것 같았고 주최국의 대접하는 입장도 고려한 짜임같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두 정상 모두 식생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맛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네요. 하긴 오바마도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이런거 좋아했고, 그런거 보면 정치가로서 대중을 의식한 건지 아니면 원래 입맛이 그런건지 미국도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지도자가 많습니다.

전채에 들어간 슈림프 칵테일은 미국의 전통적인 전채입니다. 케첩에 타바스코나 칠리소스 그리고 호스래디시 를 넣어 매운 맛을 더하고 레몬즙으로 신 맛을 낸 칵테일소스에 삶은 새우를 차갑게 하여 찍어먹는 거지요. 만들기가 간단하여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먼스워프 등 미국 항구의 관광지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즈음 트렌드를 따라가는 힙한 레스토랑에서는 한물 간 듯한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좋게 얘기해서 이젠 전통적인 레스토랑에서나 내는 메뉴인거죠. 우리나라 양념불고기가 생등심 꽃등심에 밀려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래는 구글에서 퍼온 사진을 나란히 붙인겁니다. 왼쪽이 전형적인 모습, 오른쪽이 관광객에게 파는 슈림프 칵테일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작년엔가 애틀랜타에 출장갔을 때 꽤 유서깊은 스테이크 집에서 대접을 받았는데 전채로 나왔던 슈림프 칵테일 모습입니다. 이렇게 점잖게 담겨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에 이게 들어간 건, 햄버거는 아니지만 아메리칸 스타일을 강조한 메뉴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망고 케라부 샐러드는 말레이 음식이니까 싱가폴의 특색을 살린 전채인데 케라부 레시피라는게 워낙 다양해서 저는 그냥 서양 샐러드 드레싱하고 달리 기름 안넣고 라임이나 레몬으로 신 맛을 낸 드레싱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이선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여러나라 다니며 이것저것 먹어보며 지냈는데 정작 오이선은 먹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아니면 궁중음식 한정식 코스 이런데서 나왔는데 임팩트가 없어서 무심히 넘겼는지도 모르지요. 갑자기 잘담근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습니다. 

이상이 전채고 다음은 메인입니다. 쇼트 립 꽁피는 미국쪽을 고려한 메뉴같은데 사실 이게 뭉근하게 조린 우리나라 갈비찜하고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회담에서 오는 스트레스만 없었다면 북한 대표단들도 맛있게 먹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직화가 아니면 모두 물에 삶아 익히는 경우가 많아서 뜨거운 공기를 이용하는 오븐 요리가 없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식감과 맛은 한국요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갈비 꽁피는 입맛에 맞았을 것 같습니다.

북쪽을 고려한 메뉴 대구조림은 대구가 비리지 않고 기름기도 별로 없어서 누구나 먹기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무를 밑에 깔고 간장베이스의 양념으로 조렸을 듯 한데 밥 반찬이 아니라 홀로 서기를 해야하는 요리였다면 그만큼 싱겁게 간을 했었을 것 같네요. 메인 하나 건너 뛰고 디저트로 갑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라고 못을 박았더군요. 호텔에서 내면서 특정 브랜드를 앞세우는 건 드문 경우입니다. 하겐다즈는 미국 브랜드 입니다. 미국의 상품을 세계로 세일즈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 그럼 오늘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메인 메뉴에 갈비, 대구 요리말고 Sweet and Sour Crispy Pork with Yangzhou Fried Rice and Homemade XO Chilli Sauce 가 들어있었습니다. 간단하게 풀자면 '탕수육에 볶음밥 그리고 고추장'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칠리소스와 고추장은 다릅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뜬 스리라차 소스가 칠리소스의 한종류입니다. 매운 맛에서 고추장이 은근하다면 칠리소스는 칼칼하지요. 다만 음식에 매운 맛을 더해준다는 기능에서는 일맥 상통합니다. 해외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서양식 기내식에다 튜브식 고추장을 더해 먹으며 느끼한 맛을 눌러주듯이 중국요리 볶음밥에 칠리소스를 얹어 먹는 사람은 중국에도 많습니다. 이 메뉴로 식사를 한 북미 대표단 가운데 몇명이 칠리소스를 볶음밥에 발라 먹었을까 궁금합니다. 

Yangzhou Fried Rice는 중국말로 揚州炒飯(扬州炒饭), 우리말로 양저우차오판입니다. 중국 강소(쟝쑤;江苏)성에 양저우(扬州)라는 지방이 있는데 그 곳의 특산물...이 아니라 광동지방에서 생겨난 것이라는게 정설입니다. 그래서 양저우지방에서 중국정부에 브랜드로 등록하려다가 그 뜻을 이루지못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아무튼 양저우 지방에도 당연히 그 지방의 볶음밥이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먹는 양저우볶음밥은 거의가 다 광동지방의 레시피를 따라한 것입니다. 이 오리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생략합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중국의 화교는 광동지방 출신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복건지방 입니다. 특히 미국에 대륙횡단 철도를 놓으러 간 이민 초기세대는 광동지방 출신입니다. 그래서 세계 방방곡곡의 중국집에서 만들어 내는 볶음밥은 거의 가 다 양저우차오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스펠링은 방언발음대로 표기하여 가지가지입니다만 지금 표준 만다린으로는 Yangzhou 입니다. 좀 과장좀 보태자면 미국사람들 가운데 이거 한번 안먹어 본 사람 없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뉴욕사람이라면 테이크아웃으로도 많이 먹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도 익숙해서 좋아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좋아할 것 같은 메뉴라 골랐던 게 아닐까 합니다.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카펠라 호텔에 양식레스토랑으로 The Knolls 라고 있고, 중국레스토랑으로 Cassia라고 있는데 중국집 메뉴를 보니 짜잔, 있었습니다. 이 두개를 컷앤페이스트를 하여 정상회담의 메인메뉴를 만들어 낸 것 입니다. 


양저우차오판의 특징은 새우와 잘게 썬 차씨우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둘 다 들어가서 참 맛이 좋습니다. 이게 홍콩이나 광동을 벗어나면 차씨우 대신 돼지고기, 햄, 소시지 등을 넣기도 하는데 역시 차씨우를 잘게 썰어 넣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리고 야채는 집마다 다른데 홍콩에선 레터스를 넣은 집이 꽤 많습니다. 이게 야채가 숨이 죽지않도록 잘 볶으면 아삭아삭 아주 맛이 좋습니다.  


맨위에 실었던 사진을 다시 싣습니다. 지난 1월 심천(선전)에 갔을 때 먹었던 양저우차오판 입니다. 요 몇년 사이에 먹었던 양주볶음밥 가운데 제일 맛이 좋았습니다. 아래는 궁금해서 스마트폰 사진폴더에서 볶음밥으로 검색하여 찾은 사진입니다. 요즈음 중국에 많이 머무니까 먹기도 많이 먹었더군요. 보니까 맛이랑 느낌이 하나하나 다 생각이 납니다. 사람의 먹는 것에 대한 집착과 기억은 대단합니다. 

아래는 베이징에서 먹은 겁니다. 계란을 따로 볶아서 밥과 따로 놉니다. 이것도 잘하면 괜찮은데 새우와 차씨우가 안들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계란을 풀어서 처음부터 거기에 밥을 넣고 볶아서 계란이 밥알을 감싸게 하는 방법을 '金包銀', 그러니까 '금으로 은을 싼다'고 합니다. 


아래는 소룡포로 유명한 딘타이펑의 볶음밥입니다. 양저우라는 말은 안붙입니다. 차씨우대신 러우쓰(肉絲)를 넣습니다. 이 집 메뉴는 다 중간이상은 해서 믿고 시킬만 합니다.


아래는 홍콩의 어느 차찬텡에서 시킨 건데 더도 덜도 말고 딱 중간이었습니다. 실망도 안하고 감격도 안하는 정도.


아래는 롱그레인 쌀이 좋았고 새우도 좋았는데 차씨우 대신 넣은 햄이 맛이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신쟝의 우루무치 공항에서 먹었던 볶음밥인데 돼지를 안먹는 지방이라 야채만 들었습니다. 양고기로 국물을 내어 그걸로 간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대로 색달라서 잘 먹었습니다. 


아래는 다 평균이상은 해서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 볶음밥입니다. 아래 사진 가운데에는 싸구려 햄을 써서 맛도 없고 심지어 냄새도 나서 햄조각을 하나씩 젓가락으로 골라내며 먹었던 것도 하나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중국 홍콩을 드나들며 양저우차오판에 많은 신세를 졌던 터라,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이 메뉴가 오른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올리는 포스팅이었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 나녹 2018/06/18 02:15 # 답글

    양저우볶음밥 제일 좋아합니다. 미국의 중식당에선 보통볶음밥과 양저우볶음밥을 구분해서 메뉴에 올리더군요. 후자가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좀 더 고급진 느낌이랄까요.
  • 밥과술 2018/07/02 19:50 #

    중국에서는 딴차오판(蛋炒饭), 그러니까 계란볶음밥하고 새우, 차씨우가 들어간 양저우차오판으로 구별해서 가격에 차등화를 두는 집도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집도 최근에 건너온 중국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당들은 홍콩, 대만을 많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 대도시에 힙하고 맛있는(그러나 프라이씨) 중국 식당이 느는 것은 좋은 현상 같습니다
  • 2018/06/18 09:26 # 삭제 답글

    메뉴에 올라가 있는 요리들을 어떻게 플레이팅하고 서빙할지 궁금하더라고요. 새우칵테일과 오이선이, 대구조림과 립 콩피, 양주볶음밥을 곁들인 sweet and sour pork가 어떻게 함께 나올지. 둘(이나 셋)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으려나요. 그러면 재미가 없는데...
  • 밥과술 2018/07/02 19:52 #

    비지니스 런치였으니까 애피타이저는 한번에 나오고, 메인은 각자에게 물어서 선택을 받지 않았을까 합니다. 테이블도 좁던데...
  • Semilla 2018/06/18 10:20 # 답글

    볶음밥의 세계도 참 다양하네요. 전에 홍콩인 친구의 생일 파티를 어느 중국집에서 했는데, 거기 온 손님 한 명은 중국음식점에 처음 와보는 거라 뭘 주문할지 몰라서 결국 메뉴에도 없던 볶음밥을 시키는 걸 보고 외국 음식 안 먹어본 미국인한테도 볶음밥은 무난하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요즘 쌀 대신 잘게 썬 콜리플라워를 이용해 볶음밥을 가끔 해먹는데, 조만간 차씨우 만들기에 도전해서 볶음밥으로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저는 계란 따로 하는 걸 선호해왔지만 금포은이라는 표현은 재밌네요.
  • 밥과술 2018/07/02 19:54 #

    볶음밥은 쌀이 있는 곳에선 다 만들어 먹는 요리니까요. 필라프나 빠에야도 사실 볶음밥에서 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고모쿠챠항(五目チャハン)이라고 불리는게 양주볶음밥에 비슷하지요.
  • 듀얼콜렉터 2018/06/18 11:08 # 답글

    오늘 한국마트에서 새우볶음밥을 사 왔는데 딱 맞춰서 이런글이 올라오다니 대단한 우연이네요 ^^; 소시지 좀 잘라넣어서 양저우차오판 비슷하게 만들어서 먹겠습니다 ㅎㅎㅎ
  • 밥과술 2018/07/02 20:05 #

    저는 엘에이 살 때 케이타운 가면 흥래각, 신흥루, 진흥각, 동순반점(없어졌음) 이런데 가서 짜장면 짬뽕 먹곤 했는데 볶음밥은 중국계 중국식당에서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요새는 부에나파크야' 라고 하는데 '홍콩반점이 짬뽕으로 대박났다' 그래서 좀 못미더웠습니다. 홍콩반점은 서울에선 적당한 수준의 것을 편하게 먹는 집이지 찾아가는 맛있는 집은 아니거든요.
  • 듀얼콜렉터 2018/07/03 16:59 #

    헐 맞는 말씀이십니다, 홍콩반점은 저도 진짜 아주 가끔 아버지 모시고 가지 자주 가서 먹을 맛집은 절대 아니죠.
  • sunho 2018/06/25 16:57 # 답글

    와, 금으로 은을 싼다는 말 너무 예뻐요. 저희도 둘 다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도, 중국은 왜 그렇게 갈 생각이 안드는 걸까 했는데, 요즘에서야 점점 자연스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삐죽삐죽 나오더라고요 ㅎㅎ. 아는 만큼 보고싶어지는 것인가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도쿄 출장에 같이 따라가게 되었는데, 올려주셨던 카페 람부르를 가보려고 챙겨놨어요. 숙소도 신바시라 설렁설렁 걸어가 보려고요.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 밥과술 2018/07/02 20:06 #

    일본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나중에 꼭 시간내어서 홍콩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상해도 좋고요. 절대 후회 안하실 겁니다^^
  • 빛의제일 2018/07/02 22:58 # 답글

    정상회담 보면서 저분들은 맛있는 것 많이 드시겠다 싶다가도 나랏일 큰일 하시는 분들이 당연하지 싶기도 했습니다. 학교 급식이 어지간히 나쁘지는 않은데, 볶음밥은 아무래도 좀 아니올시다 입니다. 대량급식에서는 어려운 메뉴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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