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 1, 하까우(蝦餃): 딤섬이야기(2) 중국이야기


철수와 영희, 짜장면과 짬뽕, 수호랑과 반다비, 맥주와 치킨... 우리 주변에서 늘 바늘과 실처럼 함께 연상되는 콤비를 몇개 찾아봤습니다. 딤섬에 있어 하까우와 씨우마이가 그런 사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둘은 많고 많은 딤섬종류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또 여러면에서 대표격인 메뉴입니다. 중화권을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딤섬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면 외국사람들은 맨처음 이걸 시키는 걸 잊지 않지요. 

하까우(蝦餃)는 한자표기 그대로 '새우교자'라는 뜻입니다. 광동 지방을 대표하는 맛있는 음식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전세계적으로 새우 양식이 보편화 되어서 그렇게까지 귀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는 예전같지 않지만 홍콩에서도 이게 귀한 미식 가운데 하나였다고 합니다. 1980년으로 잠깐 돌아갑니다. 제가 홍콩에 있었는데 그해 최고의 히트곡은 침사쪼이 수지(尖沙咀 Susie)라는 노래였습니다. 일세를 풍미하던 싱어송 라이터 아샘(許冠傑:허관걸)의 작품입니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노래였는데 '침사쪼이 수지'란 '홍대앞 영미' 아니면 '이태원 은정' 뭐 이런 뉘앙스입니다. 수지는 유행에 민감하고 잘 놀고 옷도 잘입는데... 그렇게 놀다보면 청춘은 후딱 가버린다, 이런 약간 계몽주의적인 가사로 맺는데 마지막의 반전같은 가사 한구절보다는 앞의 신나는 내용에 대중들이 열광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日日喫幾籠 蝦餃當食晏 思想開放 好識嘆
尖沙咀Susie 駛乜憂兩餐 佢老竇勤力慣 響街市賣鴨蛋" 
평소 못보던 한자가 많이 보이는 건 주로 광동어 표기에만 쓰이는 글자들이 들어있어 그렇습니다. 
"매일 식사로는 하까우를 몇 접시(바구니)씩 먹지. 생각도 개방적이고.
침사쪼이 수지는 하루 세끼(두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니까. 거리에서 오리알을 판다구"   

그러니까 식사로 매일 하까우를 먹을 수 있고 그것도 한 번에 몇 접시씩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사치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것이죠. 요즈음의 잣대로 전체 가사를 잘못 해석하면 여성을 희화화하네 마네 시빗거리도 보일락 말락하지만 그 때는 그런 의식 전혀 없이 어딜 가도 이 노래가 흘러 넘쳤습니다. 템플 스트릿(廟街), 위먼 스트릿(女人街), 코스웨이베이, 나이트 마켓, 차찬텡 어디든 이 노래를 피해 다닐 수 없을 정도였지요. 기왕에 소개한 김에 노래 링크걸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뮤비에 하까우를 쌓아놓고 먹는 장면이 나오네요. 오리지널 가수도 얼굴을 비추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아서 모두가 낙천적이었던 시절의 풍경입니다.  




세월은 그 뒤로 4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얌차(딤섬)문화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하까우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고 부동입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중국의 허스황 딤섬 명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승으로서의 자세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옛 것을 전수하되 수구적이지 않고, 새것을 창조해 내면서도 근본을 잊지않는게 중요하다. 나의 스승역시 대사부의 호칭을 받은 분인데 그분께서는 아랫사람에게든 누구에게든 모르는 걸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또 한편으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남들과 공유하는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으셨다. 이렇듯 에고가 없는 것이 스승의 자세일 것이다. 내 나이 83세인데(작년) 지금 현역에서 활동하는 80세 이상의 사부들도 열몇분이 계시다. 나역시 그렇지만 그들도 다 SNS를 통해 후배들과 소통하며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전수와 창조(传承和创新)'의 조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산설비는 물론이고 원재료의 조달 등도 옛날에 비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작업공간도 전해 비해 넓어졌고. 하지만 셰프는 무엇보다 직업윤리가 중요하다. 자신이 만든 딤섬을 먹고 자기가 만족할 수 있어야한다. 몸에 안좋은 걸 사용하고 본인은 먹으려 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倒扇羅幃蟬透衣, 嫣紅淺笑半含痴 
細嚐頓感流香液, 不枉嶺南獨一枝
부채를 펼친 모습에 매미날개처럼 비치는 안으로
발그레한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
가볍게 베어물면 향기로운 육즙이 흘러넘치니
단연코 영남지방의 으뜸가는 특색이라 하리라

이 사람을 언급한 것은 그가 하까우에 관해서 쓴 위의 시한편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였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분인데 그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자세히 소개하지요. 하까우의 관능적인 모양과 맛을 칭송하면서 미인을 묘사하듯 썼군요. 중국에서 추앙받는 딤섬의 대사부로 나이가 90을 바라보는 현역입니다. 중국의 문학에는 오래전부터 수려한 경관이나 아름다운 것을 미인과 연결하여 묘사한 표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먹을 것을 여성과 연계했다는 잣대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까우는 이렇듯 본바닥 광동에서도 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음식입니다. 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구요. 이게 요즈음 중국 전역과 세계적으로 퍼지다 보니 제대로 맛을 내는 걸 만나는 것도 또한 쉽지 않습니다. 

홍콩의 미식가들이 얘기하는 하까우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까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광저우의 오봉촌이라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음식이다. 그곳은 여러 강물이 만나는 곳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했다. 
* 처음에 사용한 것은 민물 새우였다. 민물새우가 당연히 더 맛이 좋은데, 이점은 상해 사람들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위의 사진이 지금도 유명한 상하이의 민물새우요리 입니다. 시간이 없어 폴더에서 못찾았는데 초록색 찻잎과 함께 볶아낸 요리로 '롱징(龙井)새우' 메뉴도 유명합니다. 

* 요즈음은 거의가 바다새우로 만드는데 커다란 새우 한마리를 사용하여 만드는 하까우도 있다. 이렇게 만들면 맛은 떨어진다. 바다 새우로 만들더라도 작은 것을 여러마리 사용하는게 옳다. 
* 크기는 호도만 한게 좋은데 우선 피가 얇고 투명해서 속이 비칠 듯 말 듯 하여야 한다. 껍질이 탁하면 식욕이 떨어진다. 주름은 13번을 접는게 이상이다라고 하는 설도 있지만, 몇겹으로 접느냐 보다는 얇고 맛있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 밀가루 전분을 사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피를 만들때 반죽에는 라드를 넣어야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식물성 기름을 넣는 곳이 있는데 이는 기본을 모르고 하는 일이다.
* 속은 새우를 잘 씻은 뒤에 살짝 으깬 뒤에 개성에 따라 홍당무나 공차이등이 야채를 가늘게 썰어 살짝 첨가하기도 한다. 라드도 넣는다. 잘 섞어 냉동실에 넣어서 지방이 응고하여 빚기 좋게 되면 빚는다.
* 찌는 시간은 불의 세기나 탕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분이 알맞다.

맨 위의 씨우마이와 하까우 사진은 요즈음 훌륭한 가성비와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팀호완'에서 찍은 겁니다. 모양이 위에서 이야기한 최상급은 아닙니다. 그래도 맛은 좋으니 추천을 합니다. 

이렇듯 하까우 하나만 놓고도 홍콩, 광동 사람들은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많습니다. 


위는 홍콩이나 중국이 아니라 일전에 미국의 중국식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장 커다란 차이가 찜그릇의 모양입니다. 홍콩에서는 나무로 된 찜그릇을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합니다. 이게 편의상 그런 것인지 미국 위생당국의 기준에 나무 찜그릇이 걸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긴 몇년전 뉴욕에서 맨 손으로 음식을 주무르는게 위생상 좋지 않다고 해서 스시집에서 스시셰프가 모두 고무장갑을 끼고 스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엉뚱한 조례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스시를 먹는 고객층은 사회적으로 상류층이 많은데 그들의 반대도 맹렬해서였는지  그 뒤 우야무야 된 것 같습니다.  나무와 대나무로 짜서 만든 찜그릇이 식탁에 놓이고, 뚜껑을 열면 핑크빛 하까우가 따끈따끈한 모습을 드러낼 때 얌차를 간 사람들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위 사진은 어제 베이징에서 동료가 데려가준 딤섬 부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홍콩보다는 못하겠지 기대치를 낮추고 가서 그랬는지 맛이 괜찮았습니다. 하까우는 씨우마이와 함께 딤섬의 대표라서 좀 길게 다루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안올리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이정도에서 출첵대신 올립니다. 딤섬씨리즈는 앞으로도 몇 회 계속 됩니다. 

지금 제가 머무는 베이징은 완연한 봄 날 입니다. 어제 토요일 오후 딤섬부페를 먹고나서 간만에 베이징 시내에 있는 '바다'라고 이름붙은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오랫만에 벌써 피기 시작한 벚꽃도 보고 물이 오르는 수양버들도 보고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지나가는 관광객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 빛의제일 2018/03/25 18:20 # 답글

    매우 뜬금없이 북경의 봄 사진을 보며, 이제는 정말 롱패딩과 겨울코트를 세탁소에 맡기고 치워도 되겠지 생각합니다. 지난 주 폭설 때 롱패딩 입고 출근했습니다.
  • 밥과술 2018/04/16 17:21 #

    덧글이 늦다보니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한참 춥다가 이제는 완전히 봄이 왔네요. 금세 덥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 blue303 2018/03/26 10:07 # 답글

    소롱포는 다음이나 다다음쯤 소개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홍콩의 괜찮은 딤섬집 편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 밥과술 2018/04/16 17:23 #

    소룡포는 사실 딤섬의 우선순위에서 좀 밀리는 것도 사실이지요. 독립된 상해 음식이니까요. 소개는 다다음이나 다다다음에 할 예정입니다. 물론 아는 범위내에서 홍콩의 딤섬집 소개도 하려고 합니다.
  • 듀얼콜렉터 2018/03/26 18:23 # 답글

    아, 저도 딤섬 뷔페가 먹고싶어 지네요 헐 왠만한 음식은 잘 먹어도 제가 절대 못 먹는게 닭발이랑 낫토네요... 낫토는 해보면 먹을수 있을것 같기는 하지만 닭발은 진짜! 절대로 못 먹겠습니다 ㅎㅎㅎ 사진에서 닭발이 보이길래 식겁했습니다 ^^;
  • 밥과술 2018/04/16 17:24 #

    닭발은 비주얼이 좀 그렇긴 하지요 ㅎㅎㅎ

    낫토를 못드시는 군요. 그건 맛있는데 ㅋㅋㅋ
  • 듀얼콜렉터 2018/04/17 18:09 #

    낫토는 먹을수 있을것 같기는 한데 매번 일본에 갈때마다 못 먹고(기피하는건가...) 오네요 ^^;
  • 장곡천 2018/03/31 14:24 # 삭제 답글

    2002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새우가 참 흔하고 저렴하다는 거였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게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새우가 나름 비싼 식재료였으니까요. 슈퍼에서 파는 찐 새우를 커다란 팩 하나에 5천원도 안 하는 가격에 사와 손끝이 아리도록 껍질을 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 밥과술 2018/04/16 17:25 #

    일본이 이제는 웬만한 식재료가 한국보다 싸지요. 세상이 이렇게 뒤집어 질줄은 몰랐습니다. 일본에 계시는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 2018/04/13 15: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4/13 16: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4/16 08:24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4월 16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푸드]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밥과술 2018/04/16 17:26 #

    게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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