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과 점심과 얌차 : 딤섬 이야기(1) 중국이야기

구룡반도에서 바라본 건너편 풍경입니다. 빅토리아 해협을 건너 시원하게 홍콩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게 몇 년전인가 출장가서 묵었던 호텔방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제가 찍은게 아닙니다. 제가 방에서 찍은 사진은 아래 세장입니다. 

그랬더니 어느날 자세한 질문은 생각이 안나는데 스마트폰이 갑자기 파노라마를 만들겠느냐 어쩌겠느냐 물어와서 엉겁결에 예스를 눌렀더니 맨 위의 사진을 만들어서 보여주더군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나마 찍는 사이에 가운데 있는 배가 움직여서 합성에서 두 척으로 나온게 약간은 위안이 됩니다. 그것마저 말끔하게 처리했으면 겁이나서 스마트폰을 버리고 스튜피드폰으로 바꿨을지도 모릅니다. 

아래 파노라마는 진짜로 제가 찍은 겁니다. 위의 것은 좀 이른 시각에 들어가서 손님이 별로 없을 때였고, 아래는 얼마안지나 손님이 들어 찼을 때의 모습입니다. 먹다보니 꽉 들어찼는데 인물 얼굴이 너무 생생해 사진은 생략합니다. 


이곳은 홍콩섬 지하철 역으로 Admiralty, 한자로는 金鐘(깜쫑)이라는 곳에 있는 United Centre (统一中心) 4층에 자리잡은 Metropol Restaurant (名都酒楼) 입니다. 이곳은 매일 얌차를 합니다. 교통도 편하고 가격도 만만합니다. 얌차 레스토랑은 이렇게 넓고 커서 사이사이로 딤섬수레가 왔다갔다 하는게 운치가 있는데 요새는 이런 곳이 점점 줄어드니까, 얌차를 먹는 기분을 즐긴다는 의미에서도 추천할만 곳입니다.  

스마트폰 파일을 보니 창펀을 아무 소도 넣지않고 돌돌말아 지진 쥐쵱판(猪场粉)을 시켰고 죽(瘦肉皮蛋粥)도 시켜 먹었네요.


맨위의 파노라마 사진을 올린 이유는 홍콩의 저 많고 많은 빌딩안에, 그 옆에, 그 뒤에 정말 음식점이 많고도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홍콩은 과장없이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가히 천국이라 하겠습니다. 중국 각지의 명물 요리를 다 맛볼 수 있게 지역별 레스토랑도 골고루 다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맛있는 광동음식의 본바닥이기도 하구요. 

중국의 옛말에 "生在蘇州 住在杭州 食在廣州 死在柳州"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나기는 소주(수쩌우)에서 나는게 좋고, 살기는 항주(항저우)에서 사는게 좋고, 먹는 건 광주(광저우)가 좋고 죽는건 류주(류저우)가 좋다"라는 뜻이지요. 살기 좋은 고장은 아름답고, 풍경이 좋고 등의 이유이고 류주에서 죽는게 좋다고 하는 건 그곳에서 나오는 관이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여러버전이 있어서 입을 옷은 소주가 좋다, 항주가 좋다, 놀기에는 항주가 좋다 등 여러가지로 지역이름과 내용이 바뀝니다. 그런데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은 '식재광주(食在廣州)' 즉 먹는 건 광주다, 라는 대목입니다. 지금 중국 광둥성의 성도는 광주(广州:광저우)인데 여기서 광주는 그 도시를 포함한 광동지방 전체를 말합니다. 위에 소개한 옛말은 아마도 食, 그러니까 먹는거,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광동이다, 이걸 강조하려고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은 광동지방의 끝자락에 붙어서 영국의 식민지로 백년을 지내며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돈이 넘치고 백만장자들이 모여들고 하니 광동지방에서도 특히 더 먹는게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갖추어 진 곳 입니다. 기후가 덥고 비도 많이 내려서 농산물은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데다가 바다에 면하여 해산물도 풍부합니다. 식민지의 속성상 권력은 가질 수가 없습니다. 돈은 많습니다. 그러면 더욱 맛있는 걸 찾게 되는게 인지상정아닌가 여겨집니다. 

광동지방의 중심인 광저우시 역시 역사와 전통에 힘입어 그 이름값을 하며 홍콩에 뒤지지 않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회주의 체제하에 문화혁명등을 거치며 음식의 발전에서 홍콩에 비해 주춤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광저우의 음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홍콩에 집중합니다.     

몇번에 걸쳐 다룰 딤섬이야기를 우선 '딤섬'이라는 말에서 시작해 봅니다. 한국에 딤섬이 소개된 것은 아마도 미국을 통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홍콩을 여행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살거나 유학을 하고 또 여행을 한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에서 먹어보고 한국으로 소개를 한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베트남 쌀국수의 경우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추측하는 그 근거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합니다.

딤섬은 영어로 Dim Sum 이라고 씁니다. 이게 원래 광동사람들이 자기네 말인 광동어를 표기하는 습관에 따라 쓴 로마자입니다. 우리귀에 들리는 발음은 '딤쌈'입니다. 우리말의 '아'에 가까운 발음인데 그네들은 U자를 쓴 것 입니다. 한자로는 點心(점심)이구요. 요즘 간체자로는 点心이라고 표기하고 북경어로는 '디앤씬'이라고 발음합니다. 이젠 이 dimsum이라는 말은 영어단어로도 호적을 얻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점심'은 우리가 먹는 점심과 같은 어원입니다. 옛부터 한자문화권에서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간식같은 걸 점심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두끼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먹을 수 있을 때에 말이죠. 세계 여러 문화를 들여다보면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에서 이와 비슷한 경향이 보이는데 일단 그냥 넘어갑니다. 아무튼 두끼를 먹었기에 '조석때'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어렸을 때에도 자주 듣던 말입니다.

방과후에 한참 아이들과 놀다가 식사때를 놓치고 늦게 들어가면 '놀다가도 조석때가 되면 제때 제때 들어와야지, 그렇게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꾸지람을 어른들로 부터 듣곤 했습니다. 누군가네의 살림이나 형편을 걱정할 때도 '조석은 챙겨 먹는지'라는 표현을 썼지요. 여기서 조석은 조식(朝食)과 석식(夕食), 그러니까 아침과 저녁 끼니를 말하는 겁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저녁에 죽을 먹는다'는 말인데 사전을 찾아보니 어려운 살림살이라고 되어있는데, 옛날엔 이게 당연하였던게 아닌가 합니다. 모자라는 양식을 가지고 끼니를 때우려는데 논밭에 나가 힘든 노동을 하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하고, 저녁엔 허기를 메우고 잠자리에 들면 되니까 죽을 먹었던 것이 겠지요. 보릿고개라는 말도 있고 초근목피라는 말도 있으니 '조반석죽'이라도 할 수 있으면 특히 어려운 살림살이는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들어온게 '점심'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마음에 점을 찍는다'라는데서 나온 표현이라는데 이건 틀린 해석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있을때 설명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아무튼 식사사이에 끼어든 간식거리를 점심이라 표현하였는데 이게 우리말에서는 하루세끼의 중간식사를 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농사지을때 '새참'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사이에 나오는 참'을 말하는 것이고 참이라는 말은 제가 추측컨대 '찬(饌)'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찬'은 '반찬'할 때의 찬인데 지금은 반찬 그래야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을 말하지요. 원래는 '찬'이 요새 말의 '반찬'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밥과 찬, 을 합해서 반찬이라 한 거지요. 제가 어렸을 때에도 '찬은 별로 없지만 밥은 많이 드시라'는 표현을 자주 들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합해서 '수저'라고 하는데 요새는 젓가락만 가리켜서 수저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찬(饌)'은 아주 옛날에는 반찬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뜻으로 썼습니다만 이것도 넘어갑니다.

다시 홍콩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식사사이에 먹는 음식을 '점심, 디앤씬, 딤쌈'이라 하였는데 이걸 차와 함께 즐기는 문화가 광동지방에서 발달하였으니 바로 '얌차(飮茶)'입니다. 그래서 '우리 얌차하러 가자' '내일 얌차할까요' 이런 표현이 광동어에 자리잡았습니다. 쓰다보니 시작도 못하고 첫번째 이야기는 어원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다 갔네요. 말나온 김에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지방을 한글자로 표기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광동지방은 粤(윗)라고 씁니다. 북경어로는 '위에'라고 읽고 우리말 독음은 '월'입니다(다른 지방은 나중에 모아서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니까 '粤菜'라고 쓴 식당을 보시면 광동요리로구나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뱅쿠버, 토론토, 뉴욕, 로스앤젤리스, 런던, 파리, 시드니, 멜버른, 오클랜드 등 전세계로 얌차문화를 퍼뜨린 원산지 홍콩으로 건너가 볼까요.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춥니다.

크고 작은 섬들이 구름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가 싶으면 이내 촘촘히 들어선 건물이 보입니다. 

빌딩사이로 아슬아슬 내려앉는 것 같던 옛날 카이닥공항의 스릴은 없어졌지만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홍콩의 풍광은 언제보아도 반갑습니다. 
 
작년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 1월에는 야간에 도착을 하였는데 자느라고 사진을 못찍었습니다. 자, 그러면 홍콩에 내려서 골목골목을 뒤지며 맛있는 딤섬에 대하여 몇번에 걸쳐 소개를 하고 괜찮은 식당도 생각나는대로 추천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덧글

  • 2018/02/19 19: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8/03/04 18:36 #

    네 요새는 다른 나라에서도 보이기 시작하였지만 홍콩의 고층빌딩이 모여있는 주거형태는 참 특이하지요. 창펀은 정말로 위대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8/02/19 2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8/03/04 18:37 #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사람들도 속으로는 광동요리가 최고라는 걸 인정합니다. 사천사람은 예외로 하구요. 그들은 자신들의 매운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커서요.
  • 떡잎 2018/02/19 20:29 # 답글

    ㅎㅎ 밥과술님, 얌차와 점심 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식재광주라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홍콩에 대한 마음이 모락모락 생겨납니다. ㅎㅎ 얌차 레스토랑에서 시키신 음식들도 다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밴쿠버에 있는 차이나 타운에서 주말 아침에만 하는 딤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침 10시부터 온갖 종류의 딤섬을 펼쳐놓고 먹는 게 그렇게 호사로울 수가 없었어요. 그치만 그 아무리 날고 기는 식당이라 한들 본토 음식만 할까 싶어 중국 음식 좋아하는 저는 입에 침이 다 고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 밥과술 2018/03/04 18:39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홍콩에 가보시기 바랍니다. 홍콩에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홍콩을 한번 가본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맛있는 딤섬과 차씨우덮밥 새우완탄면 등을 열심히 2박 3일 드시고 오면 비행기 값 빠집니다. 싸고 맛있는데 소개할께요.
  • 迪倫 2018/02/20 10:14 # 답글

    아, 그리운 홍콩입니다. 예전에 카이탁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자동문이 열리면 후끈해지는 공기에 홍콩에 도착했구나 하고 실감도 들고, 보통 서울서 아침에 출발하면 도착시간이 점심시간이 걸려 바로 깜종이나 쇵환의 식당으로 가서 얌차부터 하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출장일 시작하곤 했었습니다.
    이어지는 글들 정말 고대하고 있습니다!
  • 밥과술 2018/03/04 18:40 #

    예, 카이탁 공항 나오면 내리막 슬로프가 있는게 인상적이었지요. 글을 쓰려고 하는데 자꾸 평론가 스러워져서 다시 쓰려고 합니다. 어깨에 힘빼고...ㅋㅋㅋ
    언젠가 같이 한번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 듀얼콜렉터 2018/02/21 17:35 # 답글

    으아아, 이 글을 보니 갑자기 딤섬이 먹고 싶어지네요! 이번 주말에 먹으러 가야 겠습니다 ㅎㅎㅎ
  • 밥과술 2018/03/04 18:43 #

    딤섬 드시러 가세요~ 지난 번에 가보니 차이나 타운의 엠프레스는 문을 닫았더라구요. 몰전체가. Ocean Seafood는 여전하구요. 그러나 역시 시간이 나면 샌개브리엘이나 롤랜 하이츠로 가심이...
  • 듀얼콜렉터 2018/03/05 14:25 #

    좀 늦었지만 그저께 어머니 차를 정비하러 맡기고 친구랑 같이 가디나에 있는 Sea Empress에 가서 딤섬 먹고 왔습니다 ^^; 이제는 LA에 나가는것도 귀찮네요 ㅎㅎㅎ
  • 빛의제일 2018/03/25 17:24 # 답글

    만화 아빠는 요리사에서 '딤섬, 얌차'라는 말을 처음 접했습니다. 수퍼 가서 냉동만두라도 사 먹을까 싶습니다. ^^;;
  • 밥과술 2018/03/25 18:22 #

    맛있는 딤섬 소개를 블로그로 한 뒤에 '맛있는 딤섬 먹기 모임'이라도 열어야 할 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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