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대로 짱! 퍼짜쭈웬: 하노이의 쌀국수(2) 베트남 이야기


여태까지 먹어본 포 가운데 제일 맛있었습니다. 아니, 제일 맛있는 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동시에 먹고 비교한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비교한 것이니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오늘은 한 집만 소개합니다. 가게하나가 가지는 상징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물가가 쌉니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도 그렇고 아프리카, 남미에 물가가 싼 곳은 여러군데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특히 이곳의 쌀국수 가격은 좀 주목할 만 합니다. 맛이 어떻고 위생이 어떻고 이런 걸 따지지않고 찾을만큼 이곳을 찾는 세계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노이가 원조라는 이 쌀국수는 많은 나라에서 점점 더 그 뿌리를 뼏쳐내리고 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미화로 2달러 남짓한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성실하게 만들어 내는 음식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로 퍼짜쭈웬(Pho Gia Truyen;한글표기가 조금씩 다른데 제일 흔한 걸 골랐습니다)이라는 쌀국수집 이야기입니다. 올드스퀘어의 호텔로 옮기고 나서 이 도시에서 제일 맛있는 포 집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걸리는 곳이 퍼쟈쭈엔(Pho Gia Truyen, 퍼짜쭈웬은 검색용 표기, 앞으로는 이렇게 표기합니다.)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마침 호텔에서 3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있는 곳이더군요. 

이집은 언젠가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가 취재를 다녀갔고, 거기에서 맛있다고 극찬을 한 집이라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맞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같을까 싶어 영어로 검색을 하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각종 사이트에서 공통분모처럼 가장 많이 검색되고 또 추천받은 집이 역시 이 집 이었습니다. 아래 두장은 검색 화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아침 열시면 다 팔려버리니 일찍 가라는 소개를 하고 있네요.



모든 나라 사람들이 이 집을 좋아할 리가 없을 수도 있어, 이런 살짝 심술궂은 마음도 들어서 맛도 중요하지만 깔끔하고 서비스가 좋은 곳을 선호하는 일본사람들은 어디를 선호하나 일본어로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단연 이집이 으뜸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일본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곳입니다. 검색을 하다가 이 집이 몇 년 전까지는 그냥 주소를 상호로 써서 '포 밧단'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 하는 마음에, 이 국수에 들어가는 면의 오리지널격인 쌀국수, 河粉(허펀, 광동지방이 원조라서 호판이라고 더 많이 합니다)을 낳은 광동사람들은 어디를 으뜸으로 칠까 홍콩사이트를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역시 홍콩 여행객에게도 이 집이 으뜸입니다. 그리고 이 검색을 한 덕에 홍콩에 맛있는 포 집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홍콩에 '하노이식 포'라는 집이 '호치민식 포'라는 식당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역시 하노이를 원조로 친다는 이야기지요. 맛을 찾아 발품팔기를 아까워하지 않는 중국의 여행객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여러나라 사이트에서 이 집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게 아래 'Pho 10 Ly Quoc Su' 라는 집입니다. 참고하시라고 따라나오는 걸 지우지 않았습니다.

제가 전에 국수이야기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프랑스요리의 영향을 받아서 "위에 얹는 고명은 열대지방의 각종 허브, 국수는 중국 남방에서온 쌀국수, 국물은 프랑스 요리의 스프만드는 방식 이게 다 조화가 잘된게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의 제 맛"이라고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베트남 요리에 많은 영향을 끼친 프랑스 사람들은 어디를 추천하고 있나 검색을 하여보았습니다. 역시 이집 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별도리 없습니다. 믿음이 약해서 죄송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굽신굽신, 이런 모드로 찾아갈 수 밖에 없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가게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인사동 골목의 전통찻집쯤 되는 가게에 붙어있을 법한 나무간판에 영어로 Pho Gia Truyen 이라고 돋움글씨가 붙어있는게 가게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8시 전에 갔는데 손님들은 벌써 길게 줄을 서있었습니다.


우리 차례가 와서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국수그릇을 받을 때까지 5분정도 기다려야 해서 그 사이 안에를 둘러보고 사진도 몇장 찍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선 카운터에 엄청난 양의 소고기 삶은 것을 갖다놓고 연신 도마에서 슬라이스를 하고 있는게 장관이었습니다. 슬라이스한 삶은 고기옆에 붉은 고기는 생고기입니다. 뜨거운 국물에 넣으면 살짝 익어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의 고명이 되는건 다른 나라에서 파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다란 냄비에서는 센 불에 연신 국물이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이게 떨어지면 그날 장사 끝! 인데 듣자하니 자주 영업마감시간 전에 떨어지곤 하는 모양입니다.


고기를 써는 여성분이 주문을 받고 셈을 하면 옆에 계신 남성분이 면과 고명을 담고 국물을 부어 한그릇씩 완성을 합니다. 


식당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이 잘벌릴 때는 피곤한 줄도 모른다고 하던데, 이 집도 그런 모양입니다. 정말 반복되는 중노동 같은데 쉬지않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드디어 저와 친구 빌은 한그릇씩 받았습니다. 메뉴는 Tai Nam, Tai, Chin 세가지가 있는데 섞어, 생고기, 삶은 고기라고 합니다. 값은 50,000동인 섞어가 제일 인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걸 시켜 먹었습니다. 아래가 받아놓은 국수대접과 젓가락으로 살짝 면을 드러내놓은 모습입니다. 


안쪽에 마침 자리가 나서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안쪽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바깥에서 우리나라 목욕탕 의자같은데에 앉아서 낮은 테이블에서 먹어야 합니다. 그것도 뭐 매일 먹는게 아니라면 재미있는 경험이라면 경험입니다만.


실제로 하노이는 가게 앞의 보도에 목욕탕 의자같은 것을 놓으면 그냥 식당이 됩니다. 보행자들이 불편해하지만 않으면 참으로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이라 하겠습니다. 며칠 잠깐 구경하고 가는 나그네는 이게 법률적으로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까지가 단속의 대상인지, 언제부터 이런 풍습이 자리를 잡았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아래는 밤늦게 길을 가다 찍은 사진입니다. 빨간의자 줄까, 파란의자 줄까... 는 농담이고 어디가나 흔하게 보입니다.


그럼 위의 퍼짜쭈웬에서 포를 먹은 감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꿀꺽 침이 넘어갑니다. 면도 맛있고 고명으로 맛있는 고기도 듬뿍 올라갔고 국물은 정말 예술입니다. 오늘 환율로 계산하면 5만동짜리가 이천오백원이 안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프리카의 어디나 캄보디아 미얀마 아니면 인도 같은 나라 어디에 가면 더 싼 값에 맛있는 음식을 내는 식당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전 세계의 여행객이 누구나 부담없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 정도 가격에 맛으로도 만족을 주는 음식이 포말고 또 있을까 얼핏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식당은 세계적으로도 정말로 귀한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포스팅은 '이 집만 맛있다'가 아니라 이렇게 맛있는 집이 여러군데 있는데 한 집을 샘플로 삼아 소개를 한다, 그런 의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자, 그러면 한걸음 더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어디서 들어본 듯한). 저는 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게 된 게 1990년 겨울 하와이에서 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LA에도 한국사람들에게 알려진 쌀국수집이 없어서 몇몇 엘에이 교포분들이 하와이에 골프를 치러와서 저녁에 술먹고 아침에 해장으로 먹으러 가곤 했었습니다. '이거 LA가져가면 성공할텐데'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으니 엘에이 교포들에겐 소개가 되지 않았던게 확실합니다. 그 뒤로 저는 하와이에 갈 때마다 그 집엘 가곤 했는데 아래가 사진입니다. 


허브 고명이 듬뿍이고 숙주나물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게 호치민식이라고 하더군요. 하노이에 가보니 진짜로 숙주나물을 내는 집은 없었습니다(네군데 밖에 안갔지만). 보트피플이라해서 전세계로 이민을 간 베트남 사람들은 대개가 옛 사이공, 지금의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베트남 사람들이 많았으니 세계적으로 퍼진 포역시 남부 호치민 식이 아니었나 추측해봅니다.

아래는 이도시 저도시에서 잘한다는 포 집을 찾아가 먹었던 사진입니다. 보기에는 다 호치민 식으로 비슷합니다. 



아래는 아마도 LA 한인타운에 있는 포 집에서 먹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역시 매운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입맛에 맞게 매콤한 할라피뇨를 썰어놓은게 고명으로 나오고, 허브 대신에 양파가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손님들이 양파를 스리라챠 소스로 버무려 매운 양파무침을 만들어 김치대신 먹는 걸 보고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운 걸 좋아한다는 걸 실감하였습니다.



세번째 쌀국수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네번째 쌀국수와 다른 음식이야기를 한두번 더 하려고 합니다. 


덧글

  • 2017/12/18 17: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7/12/23 19:48 #

    전 이번 여행에서 친구하고 보낸 이틀이 정말 좋았습니다. 여행의 원점으로 돌아갔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또 가고 싶네요. 포도 정말 맛있는 걸 먹어서 대만족이었습니다.
  • 2017/12/18 19: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2/18 20: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밥과술 2017/12/23 19:49 #

    발음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Semilla 2017/12/19 01:03 # 답글

    저는 숙주나물이 꼭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저는 국물 맛이 가장 궁금하네요. 저도 워낙 맵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동네 포집(이름에 사이공이 들어가니 호치민식일 수밖에 없겠군요...)에 가면 굳이 말 안 해도 매운 양념을 꼭 챙겨줍니다. 굳이 맵게 먹지 않아도 맛있지만요...
  • 밥과술 2017/12/23 19:50 #

    그렇더라구요. 숙주넣는 포는 호치민 계열인가 봅니다.
    국물은 정말로 맛이 좋았습니다. 그윽하고 깊은 맛이 아무리 먹어도 물릴 것 같지 않은 맛이랄까요...
  • 루미 2017/12/22 08:01 # 답글

    저기 진짜 맛있죠. 백종원씨 아틀라스에서 퍼짜쭈엔 쌀국수 드시는거 보고 냅다 하노이행 비행기 타고가서 먹었습니다.
  • 밥과술 2017/12/23 19:51 #

    그렇군요. 많은 분들이 드셔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먹고 싶어지네요.
  • 빛의제일 2018/03/25 16:53 # 답글

    제가 gs편의점에서 수입한 베트남 쌀국수 컵라면이 맛있다는 말에 펄렁귀가 펄렁거려 한동안 맛있게 사먹었습니다.
  • 밥과술 2018/03/25 18:14 #

    그러셨군요.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희 집 식구도. 저는 쌀국수는 인스턴트로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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