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애틀, 샌프란 그리고 도쿄: 우리도 맛있는 커피를 먹자(3) 술/커피이야기


폴더를 뒤져보니 작년 6월 23일 이었더군요. 서초동에 있는 샘밭막국수에 들러 점심을 먹고 그 옆에 있는 블랙드립이라는 커피숍에 들러 찍은 사진입니다. 몇 평 안되는 조그만 공간에서 드립커피를 내는 이집의 커피는 훌륭했습니다. 이게 다 트친이신 미식의별님 덕에 알게된 행운이어서 운수좋은 날 이라는 제목으로 그날 오후 사무실에 들어와 블로그에 글도 올렸습니다. 이 커피숍은 나중에도 막국수를 먹으러가면 꼭 들리곤 했는데 막국수집이 길건너로 이사를 간 다음부터 발걸음이 뜸하게 되었습니다. 참 맛이 좋은 커피숍을 알게된 기쁨이 적지않았는데 그날은 맛있는 막국수집을 알게되었다는 더 큰 감동에 좀 밀렸던 것 같습니다. 하기야 커피가 맛있는 집보다 막국수가 맛있는 집이 훨씬 드무니까요. 

맛있는 막국수, 냉면은 집에서는 해먹을 길이 아예 없고, 맛있는 곰탕, 설렁탕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집에서 해먹기가 여간 번거로운게 아닙니다. 그런데 맛있는 커피는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이 커피씨리즈를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주변 커피숍 아무데나 들어가도 웬만큼 맛이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천원에 파는 한국 편의점의 커피수준이 같은 값인 일본돈 백엔에 파는 일본 편의점 커피만큼 수준이 되었으면 하는게 마지막 바램입니다. 

발품 팔아 찾아다니고, 또 비싼 돈을 치르면 이젠 한국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커피는 작심하고 찾아다니는 , 어쩌다 먹는 음식이 아니라 웬만한 성인이라면 매일 매일 마시는 일상의 음료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는 물 다음으로 친근한 음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커피의 전반적 수준이 외국만큼 올라가려면 원두를 구입하는 업자가 외국의 업자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로스팅하는 업자들의 수준이 올라가야 하고, 한잔한잔 커피를 주문받는 가게가 성의와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소비자의 입맛입니다. 맛있는 걸 골라먹고, 맛없는데는 안가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변합니다. 맛있는 커피를 손쉽고 편하게 먹고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커피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더 하려고 합니다(이곳 저곳 다닌 염장성 내용이 나옵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럼 커피이야기 그 세번째를 시작합니다.  

한 달 전쯤 미국에서 온 친구를 데리고 광화문에 있는 삼계탕집 토속촌을 갔습니다. 그는 그레이트, 어썸, 쏘굿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뚝배기를 싹싹 비웠습니다. 먹고 나와서 그 친구의 안내로 부근의 카페에 들어갔는데 커피가 참 맛이 좋았습니다. 이름이 통인동 커피공방인가 그랬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에 오면 늘 광화문에 묵는데 혼자 하도 잘다녀서 광화문, 경복궁 좌우 통인동 사간동 일대의 카페를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습니다. 통인시장도 조그만 가게까지 꿰고 있는 골수 친한파 미국인입니다. 내가 커피가 참 맛있다고 하자, 그가 최근 일이년사이에 한국에 맛있는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며 자기 동네(?) 광화문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추가로 시켜 마시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노닥거렸습니다. 아리조나 출신으로 지금은 LA에 사는 그를 존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존: LA 코리아타운에도 맛있는 카페가 많이 생겼단다. 알고 있니?
밥: 글쎄 미국에서는 커피 맛에 대한 기대를 많이 안해서 ㅎㅎㅎ
존: 아니야 요새 몇년 많이 늘어났지. 블루보틀같은 드립카페를 내는 집이 많이 생겼다.
밥: 솔직히 커피는 일본이 정말 맛있지 않니?
존: 동감이야. 내가 아는한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숍은 긴자에 있는 앰버라는 조그맣고 허름한 집이야. 가게에서 직접 로스트해서 내는데 맛이 환상적이야. 난 그집이 좋아서 도쿄가면 꼭 한번은 들러. 내가 묵는 긴자에 있어서 가깝기도 하고. 

그는 '세계에서'라는 접두사를 자신의 경험에 붙여도 될만한 여정을 거친 사람입니다. 젊어서 프랑스 이태리에서도 몇 년씩 살았고 일본도 숱하게 드나들었으며 맛있는 음식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밥: 너, 모르고 하는 이야기야? 그 집은 일본어로 람부르라고 하는 집인데 블루보틀 창업자가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번 소개한 커피숍이야. 
존: 아, 그래? 몰랐는데 듣고보니 이상하지는 않네. 정말 맛있거든.
밥: 넌 우연히 찾았다고 하는 집이 블루보틀의 원조격인 집이다. 네 입맛 끝내 준다.
존: 내가 석사를 유니버시티 오브 워싱턴에서 하느라고 시애틀에서도 몇 년 살았던 얘기 했던가?
밥: 그랬구나. 스타벅스 많이 갔겠네. 
존: 그 때 내 여자친구가 캐피톨힐에 있는 2호점에서 일했단다. 초창기였지. 전세계에 스타벅스가 두 개 밖에 없던 시절. 진짜 옛날 얘기다.



저도 옛날에 시애틀을 여러번 드나들 기회가 있었는데, 7년전에는 일이 있어서 약 6개월 정도 머물기도 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초창기 스타벅스 바리스타였던 사람과는 현장성, 역사성에서 내공이 현저히 떨어집니다만 나름 시애틀의 맛있다는 커피를 열심히 마시기는 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7년전 시애틀에 머물던 시절 파이크 플레이스에 있던 스타벅스 1호점을 찍은 겁니다. 일 때문에 이곳 광장을 자주 찾았는데 딱 한 번 들어가 마셔보았습니다. 그것도 기념삼아 들어가 본거지, 솔직히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스타벅스의 쓴 맛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옆에 있는 러시아 만두집 '피로시키 피로시키'는 틈만 나면 들렀습니다. 그 때 쓰던 미국 폰이 모토롤라 드로이드라고 슬라이드형 키보드를 장착하고 야심차게 아이폰에 도전장을 던진 모델이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와 보니 화질에서는 요새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나네요.


아무튼 우리는 'Tully's'니 '에스프레소 비바체'니 '시애틀즈 베스트커피'니 하며 시애틀 커피숍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가 소위 'The Third Wave', 커피업계에 도래했다는 '제3의 물결' 이야기로 화제가 이어졌습니다. 사실 이 '제3의 물결'이란게 명명하기 나름이어서 어느 분야에서든 대개 3번째라고 이야기하기 전의 제1의 물결, 제2의 물결을 인식하는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커피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두번의 웨이브가 왔다 갔었나 두리번 거릴 때 세번째 물결이 왔다고 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커피업계에 관한 한 미국의 제3의 물결과 일본의 제3의 물결은 서로 그 역사와 내용이 다르고, 미국내에서도 제3의 물결이 무얼 지칭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커다란 변화가 온 것은 사실입니다. 크게 뭉뚱그려 이야기하자면 좋은 원두를 잘 로스팅하여 기존의 커피와 차별화된 고급(비싼) 커피를 내는 트렌드를 칭한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한국의 커피계에 제3의 물결이 왔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1의 물결은 한국인이 발명하였고 지금도 엄청 팔리는' 인스턴트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조제한 방식'의 '커피믹스' 붐이요,  제2의 물결은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등 대기업이 퍼뜨린 에스프레소머신 추출 커피 프랜차이즈의 확산입니다. 그리고 제3의 물결은 스페셜티 원두를 가지고 내는 고급 카페와 빽다방, 편의점 커피 등 저가형 원두커피 프랜차이즈의 양립화 현상이 보이는 요즈음이라 하겠습니다. 커다란 변화의 시기가 왔습니다. 전국민이 수준높은 커피를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밥: 요 몇년사이 시애틀에서 남쪽으로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리스까지 미국 서해안을 중심으로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늘은 것 같애.
존: 미국의 트렌드는 모두 보스턴, 뉴욕 같은 동해안 아니면 서해안 대도시에서 일어나니까. 음식에 관해서는 아시아와 가까운 태평양쪽 서해안이 더 빠르게 변화하지.
밥: 얼마전에 가보니 일본에서는 블루보틀이 화제더라. 
존: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건 마케팅 탓 일거야. 네가 얘기한 것 처럼 일본에는 그정도 맛있는 커피를 내는 집은 아주 많으니까. 
밥: 하긴 나도 스타벅스 커피가 맛으로만 세계를 석권한 건 아니라고 보니까. 쿨한 공간과 그곳에서 머무는 문화를 파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존: 미국에선 스타벅스 커피가 나오며 커피맛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
밥: 그러고 보니 난 다음주에 미국 출장인데 오랫만에 샌프란시스코도 일정에 있어. 
존: 시간나면 블루보틀 들러봐라. 

일주일 뒤. 얘기는 태평양을 건너 뛰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로 갑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부근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숙소가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데 바로 부근에 시어즈 파인 푸드라는 집이 있습니다. 옛날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추억찾기 삼아 들어갔는데 앞에 개업 78년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입구에는 이 집을 다녀간 명사들의 사진과 싸인이 걸려 있습니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의 스타 토니 베넷의 그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집은 스웨덴 팬케잌이라고 부르는 미니 팬케잌이 유명한데 저는 미국식 아침을 시켰습니다. 커피가 맛이 좋아서 세잔이나 마셨습니다. 아침에는 이런 식당에서 내주는 '걸죽하다'고 표현하고 싶은 검은 커피가 투명한 호박색의 산미강한 고급 드립커피보다 음식과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시지도 맛있고, 계란도 맛있고, 감자, 잼, 토스트가 모두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찌개나 탕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곁들여 나온 반찬 하나하나가 다 정성스럽고 맛있어서 수지맞은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벌써 해가 높이 떠서 눈이 부신데 바로 앞으로 명물 전차가 땡땡 소리를 내며  파월스트리트를 지나갑니다.   


걸어서 한 오분 거리에 블루보틀이 있었습니다. 마켓스트리트를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듯이 글씨로 쓴 간판이 따로 없습니다. 파란색 병 모습을 한 로고를 조그맣게 붙여놓은게 전부 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들린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거기서 시켜먹은 커피가 아래 사진입니다. 


바로 밖에 시간없는 사람들을 위한 테이크 아웃 전용 카트가 있었는데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출근시간이 지났는지 한산했습니다. 들어갈 때 보니 벅적거렸는데. 가격은 점포안보다 1불 정도 싼 것 같았습니다. 


오전 일정을 끝내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 미팅까지 시간이 남아서 산보삼아 부두로 갔습니다. 페리 터미널 빌딩에 가니 블루보틀이 또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 간 겁니다. 어차피 커피를 마실 건데 또 한번 가보자 싶어서요. 밖에서 보면 이런 외관입니다. 


들어가보니 가게들이 많은데 블루보틀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습니다. 원두를 사가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가게를 하려면 이런 걸 해야하는데.. 하고 누가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테이크 아웃용 종이컵에 받아서 부두쪽으로 나왔습니다. 오클랜드로 이어지는 베이브릿지가 보입니다. 저와 청춘시대를 같이한 모든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졸업'과 거기에 나오는 사이먼 가펑클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영화 종반이 가까워지며 더스틴 호프만이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쟁취하고자 버클리에 다니는 캐서린로스를 찾아서 이 베이브릿지를 질주합니다. 배경음악으로는 "Mrs Robinson"이 경쾌하게 흘러나옵니다. 커피를 마시며 영화장면을 마음속으로 되새겼습니다. 당장 검색을 하면 아이튠즈나 멜론으로 그 노래를 들을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바로 그 장면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상상으로만 찾아가는 추억이 더 아련하고 소중하니까요. 


베이브릿지를 바라보며 영화 '졸업'을 그리워하고, 거기에 덧붙어서 줄줄이 묻어나오는 단성사 건너편 사르비아 다방, 의정부 중앙극장, 명륜동 에이펙스, 사간동 라면집에 얽힌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옛날을 음미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팅시간이 임박해 있었습니다. 걸음을 재촉해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약속장소에 가니 사람들이 이미 다 모여있었습니다. 회의실은 높은 층 전망이 좋은 코너에 있어서 샌프란시스코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습니다. 누군가가 상냥하게 물었습니다. 커피 마시겠냐고. 저는 이미 그 때까지 여섯잔을 마신 터이라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거절의 뜻이 완강하여 커피를 못마시고 차만 마시는 아시아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보니 여행기가 되었네요. 다음 번에  블루보틀에 얽힌 이야기, 긴자의 킷사텐(커피숍) 이야기, 시애틀 카페 이야기로 계속 이어집니다. 보람찬 한주일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덧글

  • 2017/07/02 22: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7/07/20 16:14 #

    반갑습니다. 이렇게 덧글로라도 만나니 좋네요. 종종 들러주시구요. 안부주세요~
  • 이요 2017/07/03 11:41 # 답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샌프란 또 가고 싶어지네요. 제가 갔을 때는 블루보틀 없던 때라...^^;;
  • 밥과술 2017/07/20 16:16 #

    샌프란시스코는 커피 말고도 이런저런 매력이 많은 곳이죠. 미국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뉴욕같은 대도시의 매력과 캘리포니아의 좋은 점이 합쳐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나파밸리가 가까운 것도 큰 매력이구요 ㅎㅎㅎ
  • PennyLane 2017/07/03 12:44 # 답글

    스타벅스의 그 쓴 커피는 콘센트와 와이파이값이라 칩니다. 요즘은 가까운 일본 블루보틀에서 커피 마시고 원두 사오는 게 나름 유행이 됐나봐요. 긴자야 블루보틀말고도 맛있는 집이 워낙 많으니....얘네는 다도에도 목숨걸더니(?) 커피 내릴때마저도 장인정신의 끝을 추구한다 싶었어요. 오래되어 보이는 커피점에서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블렌드를 외치는데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 밥과술 2017/07/20 16:17 #

    콘센트와 와이파이값... 일리가 갑니다. 말씀대로 진짜 커피에도 목숨을 걸고 끝장을 보듯 달려든 것 같습니다. 수십년 전부터요. 그에 관한 새글 올렸습니다~
  • 2017/07/03 22: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7/07/20 16:21 #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계량화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수년전부터 제 블로그에 이와 관련한 글도 실었구요. 기업의 레시피와 가정의 레시피가 달라야한다고 생각하지요.

    좋은 덧글인데 복사하여 내용은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 2017/07/20 16: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밥과술 2017/07/20 16:51 #

    비공개 덧글님의 덧글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서 허락받고 공개합니다. //

    아래 요시노야 이야기도 그렇고 커피를 봐도,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The Geography of Thought)]를 보면, 여기에는 계급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신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면 존경을 하는 일본사회 특유의 문화가 작용했다는 분석을 하더군요. (반면, 미국은 땅이 넓고 역사가 짧아서 계층이동과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손쉬웠기에 가업이 발달하기 어려웠고, '완벽함'은 신의 영역이라는 사고방식이라 QC에 대한 관심이 약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장인정신이 좋은 점도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을 거부하거나 직원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봅니다.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에서 장인정신을 전쟁무기에도 적용하다 실패한 일본군부 사례가 나오더군요.

    그래도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자부심을 갖고, 기록을 남겨서 공유하는 습관은 부럽습니다. 비행기 추락을 할 때도 일본 탑승객은 마지막 순간까지 수첩에 기록을 했다고 할 정도인 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습득한 기술이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더군요.

    하나만 더 부연하자면,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계량화가 필수라고 봅니다. 좋게 말해서 '손맛'이지, 이건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자기고백이거든요.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 데, 한국 제조업의 문제가 공장직원이 매뉴얼을 중시하지 않고, 융통성(?)을 너무 자주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외식문화수준이 경제력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도, 레시피를 지키지 않는 적당주의가 문제라고 봅니다. 최적화된 맛을 추구하는 요시노야의 자세를 한국 외식업계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빛의제일 2017/07/03 22:26 # 답글

    저는 '블루보틀'을 인터넷마실 다니다가 처음 들었을 때, 편의점 병커피처럼 파란 병에 커피 담아주나 생각했습니다.
    제 막입에 커피가 맛있었던 곳은, 대전법원 길 건너 '데일리 로스팅 카페(커피?)'의 핸드드립, 망원동 대루커피, 다들 아실 것 같은 이태원 헬카페입니다.
    직장 근처에서 커피 사마실 곳이 편의점gs커피, 롯데리아, 뚜레주르, 개인카페 두 곳인데, 확실하게 개인카페 한 곳이 맛이 가장 좋습니다만, 공간이 좁고 카페 사장님이 예전 고객인지라 길게 쉬지는 못합니다. :(
    혹시 교카기 https://www.facebook.com/kyotocafe00 아시는지요? 여기의 트윗연동을 자주 보다가, 교토에 커피 마시러 가야겠다 생각 중입니다. ^^;;
  • 밥과술 2017/07/20 16:26 #

    빛의 제일님, 늘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막입 아니실겁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곳이군요. 트위터로 저도 펄로우넣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교토 가본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교토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동으로 교토, 서로 고베 일정짜서 일주일 다녀오시면 좋을 겁니다. 체중 한 2,3킬로 늘 거 각오하시구요 ㅋㅋㅋ
  • elizabeth 2017/07/04 14:47 # 답글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밥과술 2017/07/20 16:27 #

    감사합니다~~
  • 카피올라니 2017/07/04 22:57 # 답글

    광화문 근처에는 '커피투어' 커피맛이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공방 로스팅보다 커피투어 로스팅이 더 맘에 듭니다. ^^
  • 밥과술 2017/07/20 16:28 #

    읽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만, 이 덧글 보고 바로 그 다음날인지 다음다음날인지 커피투어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친구말이 그 부근에 '테라로사'라는 곳도 좋아서 자주 간다고 하네요.
  • 카피올라니 2017/07/22 21:41 #

    테라로사는 강릉 라인인데.. ^^ 거기 원두 사다가 커피 내리는 집이 집근처에도 있어요. 스템티쉬라고... 그 앞에 에스프레소도 유명하죠. 에스프레소는 워낙 유명하니 아실테고... 문템으로 더더 유명해져서 (예전에 하루에도 세 번 다녀가신 적도 있다고...) 종로경찰서 건너 감고당 길에 '카페 이드라' 라고 있는데 핸드드립 커피로 유명한 곳이에요. 나이드신 주인 아저씨가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 콩을 직접 갈기 시작하십니다. 커피나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죠.
  • puchiko 2017/07/07 13:27 # 삭제 답글

    정말 부럽습니다!! ㅋㅋ일본에 가면 커피집들을 찾아다녀야겠어요...
    일본에서도 맨날 스타벅스나 툴리스만 댕겼다는 ... ㅠ ㅠ
  • 밥과술 2017/07/20 16:29 #

    부러워하시라고 쓴 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일본엔 맛있는 커피숍 참 많긴 많지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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