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길냥이는 죄가 없기를...계란 이야기(3)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 점심에 동료들하고 회사 가까운 중국집에 갔는데, 볶음밥을 시킨 동료하나는 '죄송합니다. 계란이 떨어져서 볶음밥은 안되는데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걸 시켜야 했습니다. 계란파동이 난 걸 피부로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계란 귀한 걸 모르고 흥청망청 먹을 수 있었던 그동안의 세월이 아득한 옛날처럼 여겨졌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해 8월에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입니다. 술집에서 서비스라고 내어온 안주입니다. 그 땐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이런 대접을 받으려면 정말 VIP고객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썼던 포스팅은 '계란이 없으니 모든게 다 귀찮아졌다'라는 제목으로 집에 와서 뭘해먹으려 했는데 냉장고에 계란이 없었고 그러니까 막상 해먹을게 없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계란 소중한 걸 느끼게 된 마당에 기왕이면 하고 하나 더 썼는데 그게 '달걀이 정말 중요한거구나: 계란이야기(2)'였지요. 이걸 쓴 건 9월 24일이었으니 지금 이런 파동이 나기 시작한지 불과 2개월전입니다. 안읽어보신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링크 걸어놓았습니다. 그 땐 5천만마리를 살처분하는 이런 사태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계란이 부족하니까, 수입을 한다 당분간 과세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상적인 수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말이 많습니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해서 방역태세에 헛점이 있다는 반성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나라가 어지러우니 애꿏은 닭들이 수난을 당합니다...빨리 정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것말고 아주 옛날에 실었던 계란이야기를 부분적으로 꺼내어 다시 올립니다. 이런 제품들도 수입이 되나 싶어서요. 대량으로 소비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가공제품이나 전란액을 수입하여 안정적인 공급을 받을 수 있고, 개인 소비자들은 신선한 날계란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아래 사진을 보아주세요. 일본의 백화점 지하식품부에서 파는 마카로니 계란 샐러드 사진이랍니다.  


이 삶은 계란을 자르려면 아래와 같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위쪽 두개와 아래 왼쪽은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있는 도구들입니다. 오른쪽 아래는 밥과술이 삶은 계란 자를 때 쓰는 최첨단 정밀도구입니다. 사진을 인터넷에서 퍼오다 보니 그렇지, 저는 실제로는 민트향이 없는 unwaxed를 선호합니다.  

다시 위의 일본 백화점 상품으로 나온 샐러드 사진은 제가 찍은게 아니라 일본의 '계란박물관(たまご博物館)'이라는 싸이트에서 퍼온겁니다. 오늘 블로그 앞으로 나올 사진 전부 거기에서 퍼왔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위의 단어 복사해서 구글하면 나오니까 들어가 보세요. 

아무튼 위의 계란샐러드는 아래와 같이 나온 제품을 사용한 겁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다 썰어 나온 겁니다. 일본말로는 '롱에그'라고 한답니다. 식당같은데서 효율적으로 같은 크기의 삶은 계란 조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고 합니다.  


썰어도 썰어도 늘 삶은 계란의 가운데 부분만 나오도록 만들어낸 나름 기발한 상품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이 사진을 보고부터... 삶은 계란으로 만든 샐러드를 좀 안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기계를 만든 덴마크 회사에서 '롱에그'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뒤에 보이는 파이프에서 굵은게 흰자액을 흘려넣는 것이고 가는게 가운데 노른자액을 흘려넣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삶은 계란에 소금간하고 기타 조미료를 넣어서 잘게 다져서 빵사이에 집어넣는 계란샌드위치에 필요한 '삶은계란 필링'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아래 사진은 삶은 계란을 잘게 자르는 기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래사진은 조각난 계란을 넣고 비비거나 버무리는 기계입니다. 가마솥같은 거대한 용기가 지금 세척을 마치고 옆으로 있는데 작업을 할때는 바로 서서 엄청난 양의 계란을 버무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래 기계에서 양에 맞춰 용기에 담아서, 그 아래 사진처럼 출하를 하면 식당, 제과 제빵점 체인, 편의점 도시락 납품업자등 대형 구매자들이 받아다 메뉴에 맞추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음식도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상품이 되어버린 오늘날, 이런 제조업체들은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쓰겠지요. 어디 한군데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대규모 불량이 나서 금전적인 손해가 막심하니까요. 그러니까 위의 '롱에그'를 비롯해서 나머지 사진들도 자랑스럽게 공개를 한 사진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위생적인 시설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라구요. 

그런데 저는 '요리'가 아니라 '제품'으로 만들어진 이런 '상품'에 아직은 약간의 저항이 가는 아날로그적 인간입니다. 이미 이런 대량생산된 식자재를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살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모순이라는 걸 저도 잘 압니다. 여튼간에 '롱에그'는 정서에 아닌 것 같은데 어쩌겠습니까.

어쩌다 지방에 갈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리면 자주 사먹는 호도과자가 있지요. 저는 철커덕 철커덕 거리며 달궈진 틀이 뒤집어지고, 거기에 밀가루 반죽이 쭉쭉 들어가고, 동글동글한 팥앙금이 떨어지고 하는 과정을 보면 아직도 재밌어서 들여다보는게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거부감도 없구요.

로봇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이 계란말이 기계도 만들어서 아래처럼 대량으로 만드는 사진도 있습니다.

기계가 철판에 기름바르고 란액을 흘려넣으면 알맞는 온도에서 계란이 익어가고, 그러면 롤러가 돌돌 말아가는 과정이지요.

아래 사진은 일본 스시집에서 먹는 계란입니다. 지금은 일본도 많은 스시집이 이미 다 사다가 쓰지 집에서 만들지를 않지요.
아래가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아예 불도장까지 찍힌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사진입니다.


이렇게 계란만을 사용한 각종 업체뿐만이 아니라 제과업체, 제빵업체, 빙과업체 등 계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참 많습니다. 특히 마요네즈 공장 같은데는 계란 흰자를 매일 매일 대량으로 필요로 합니다.  그러면 여기에 또 대량으로 '란액'으로 불리는 계란액을 만들어 파는 업체가 있습니다. 흰자노른자를 다 섞은 전란액, 흰자액, 노른자액 등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제품을 공급하지요.

이것도 자동화로 만들어 냅니다. 아까 롱에그를 만드는 기계를 생산한 덴마크회사 제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계란이 세척과정을 거쳐 자동화 기계에 실리면 삼단으로 만들어진 기계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일단에 껍질이 남고, 이단에 노른자가, 삼단에 흰자가 걸러진다고 합니다. 기계한대가 하루에 수십만개를 처리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만들어진 란액은 아래같이 용기에 담겨 소비자를 찾아갑니다.

아래 사진은 마요네즈 공장 등 대형구매처에 란액을 나르는 탱크로리입니다. 저 탱크가 계란깨서 모은 걸로 꽉찼다는게 상상이 가십니까? 우리가 길에서 보는 이런 트럭은 기름이나 화학물질만 실어 나르는게 아닙니다. 술, 우유, 그리고 계란도 나릅니다. 
 

에키란(液卵), 우리말로 '란액'이라고 씌여있고 밑에 적재량이 11톤 770킬로그램으로 씌여있습니다. 껍질을 깐 계란의 무게가 60그램이라고 치면 20만개 분량을 한번에 나르는 셈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운송 그리고 대량유통을 통해서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이 옛날보다는 훨씬 개선된 위생조건에서 생산된 음식을 값싸게 먹게 된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채택한 효율적인 생산방식과 원가를 절감하는 각종 시스템은,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한 제품을 요구하는 데에 맞추려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웰빙과 이윤추구라는 두개의 명제가 서로 다른 방향에 놓여있을 때, 후자를 우선한다고 해서 기업을 탓할 것도 없습니다.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는 그런겁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각성하고 깨어있어야 그만큼 대접을 받게 됩니다. 

*************************************

위의 글은 계란제품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올렸던 것인데, 오늘은 새로운 시각으로 들어오네요. 계란흔한 걸 고마운 줄모르고 살았구나...라고요.

AI 조류독감이 퍼져서 끔찍한 살처분을 해야하고, 또 수입을 해야하고 하는 지경에 이른 건 아마도 달걀과 닭고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브로일러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겠지요. 그렇다고 우리나라같이 땅이 좁은 나라에서 방목을 하여 키울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현실은 딱하기만 합니다. 이 참에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생산 원가가 좀 비싸지더라도 보다 나은 환경에서 항생제 이런거 덜쓰고 키우는 양계시스템을 고려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여 봅니다. 전문가가 아니니 뾰족한 답은 없고, 죽어나가는 닭이 애처럽고 계란이 부족하다니 안타깝고, 철새 비둘기 길냥이마저도 원망의 대상이 되어 그쪽으로도 불똥이 튀어 피해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글

  • ㅡㅡ 2017/01/05 20:25 # 삭제 답글

    마지막 문단대로 업계에 전제 적용하면 이전 시세보다는 비싸게 계란 사셔야 합니다 감성에 적신 글이네요
  • 밥과술 2017/01/11 22:02 #

    우리는 옷이나 신발 이런데 참 많은 돈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이런 브랜드를 노브랜드로 사면 엄청 쌀텐데요. 옷도 조금만 이름있는 브랜드는 참 비쌉니다. 학생들이 노스페이스 패딩 이런거 입지요. 한국의 등산복 시장이 세계에서도 아주 큰 시장이라 하지요. 그러면서 몸에 들어가는 식료품은 왜 그렇게 싼 것만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기꺼이 계란은 품질이 좋으면 돈을 더낼 생각이 있습니다. 대신 전 브랜드에 돈 안씁니다.
  • Mirabell 2017/01/05 22:27 # 답글

    첫번째 사진을 보니 밥 두세공기는 가볍게 비울 수 있을것 같네요. 꿀맛의 계란후라이에 스팸.. 야밤에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계란 한판이 만원이 넘어가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한 지금.... 저때 가격으로 저만큼의 사치(?)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지 궁금해집니다.

    청주 시골집에서는 꼬순이(암닭)을 방생해서 키우다보니 자급자족(?)하며 지내고 있는편이라 아직까지는 계란의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판계란 가격을 보고 헐 ~ 하고 놀래기도 하고 살처분이라는 단어가 어떤건지 잘 아는지라 많은 생명들이 그대로 흙속에 파뭍히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_-;

    문제가 많은 현재의 방역시스템보다도 예방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는 시스템을 어서 들였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렇게 될런지...
  • 밥과술 2017/01/11 22:03 #

    시골집에서 놓아 키우는 계란을 드실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현재의 브로일러 생산방식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우는 생선이 항생제나 소독제로 유독물질이 들어가는걸 어쩔 수가 없듯이요 ㅠㅠ
  • 푸른별출장자 2017/01/05 23:30 # 답글

    대만에서도 브로일러 알은 한개 약 5-7NT ( 190 - 250 원 정도 ) 하지만 운동장 닭의 알 은 12NT-15NT, 방목계는 20NT까지 올라갑니다.

    운동장 닭은 조명이라도 켜 주지만 방목계는 조명으로 산란 조절을 하지 않아서 엄청나게 비싼 대신 산란계가 살아 있는 기간이 브로일러 닭보다 약 2배 정도라고 합니다.

    저도 서민인지라 (?) 주로 운동장 닭알만 먹습니다.
  • 코토네 2017/01/06 00:44 #

    저희 식당의 경우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메뉴는 별로 없습니다만, 근처 텃밭에 설치한 닭장에서 닭을 대략 10마리 정도 키우고 있습니다. 그 닭들이 나은 알들을 가끔 후라이 등에 쓰기는 합니다. 완전 방목은 아니고 닭장 안을 왔다 갔다 돌아다니는 사육방식입니다.
  • 밥과술 2017/01/11 22:05 #

    푸른별님// 방목계, 운동장 닭 등 가격차이가 뚜렷한 걸 보니 소비자들이 맛으로 구별을 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사람들 먹는거 우리보다 훨씬 신경쓰니까요.
  • 밥과술 2017/01/11 22:06 #

    코토네님// 완전 방목이 아니더라도 말씀하신 정도의 사육방식이라도 닭고기맛과 계란맛이 크게 다릅니다. 부럽습니다.
  • 코토네 2017/01/06 00:47 # 답글

    계란말이까지 기계로 가능하다니 매우 놀랍네요. 하지만 저런 식으로 계란의 대량공급이 가능하려면 닭들의 대량사육도 필요해지고 그렇게 되면 조류 인플루엔자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있으니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는 필요악이라고 해야 할려나요.
  • 밥과술 2017/01/11 22:07 #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병에도 취약한게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호르몬, 항생제 이런걸 많이 쓴다는 거지요. 필요악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우리 인류가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
  • Semilla 2017/01/06 03:47 # 답글

    저희 집은 계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계란 구하기 어려워지면 정말 힘들겠네요... 저희 집에도 삶은 계란 자르는 도구가 있어서 샐러드에 자주 애용합니다.
    저는 계란 제품이 대량 생산될 때 계란 껍질이 어떻게 란액에 안 들어가는지 그게 제일 궁금해요.
  • 밥과술 2017/01/11 22:08 #

    계란을 샐러드에 많이 사용하시는 군요. 껍질은 위에 소개한 기계처럼 분리를 하기도 하고 그물같은데를 거쳐 걸러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 2017/01/06 07: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과술 2017/01/11 22:16 #

    皮蛋이라고 쓰고 피딴이라고 읽습니다. 영어로는 preserved egg, 또는 hundred year egg, thousand year old egg라고도 하지요. 조식으로 제일 유명한 건 皮蛋瘦肉粥 입니다. 영어로 congee with minced pork, preserved egg 라고도 합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 2017/01/12 00: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나녹 2017/01/11 08:30 # 답글

    롱에그랑 계란말이머신 처음 봤습니다; 근사하군요. 미국은 cage-free 계란이 보통 12개들이에 3-4달러 정도 하네요.
  • 밥과술 2017/01/11 22:17 #

    케이지프리가 그렇게 쌉니까? 좋네요.
  • 빛의제일 2017/01/14 20:17 # 답글

    롱에그 예전에 여기서 본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이 지리산에서 방목 어쩌구 동물복지 어쩌구로 키운 계란을 먹었는데, 정말 생으로 꿀렁 마셔도 맛있었습니다.
  • 밥과술 2017/01/21 17:01 #

    계란파동이 나서 옛글을 다시 올린 겁니다.

    놓아키운 닭의 알은 진짜 맛있지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