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정말 중요한 거구나: 계란 이야기 (2) 밥과술네 집이야기


요즈음 무심코 밥을 먹다가도 문득문득 먹는 요리나 반찬에 계란이 들어있나를 의식하고 보게 됩니다. 얼마전 '계란이 없으니 모든게 귀찮아졌다' 는 포스팅을 하고부터 생긴 습관입니다. 시간이 났을 때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에서 대충 계란이 들어간 음식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날짜를 거슬러 멀리 갈것도 없이 금방 수십장을 모았습니다. 새삼 계란에 신세많이 지고 있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쉽게 아는 음식이지만 재미삼아 하나씩 짚어봅니다. 위에서부터 좌우로 가고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 순서입니다. 

전, 하면 계란이지요. 명절이나 제사때 전을 부치고 고명만들고 하려면 계란을 평소보다 많이 삽니다. 수퍼에서 카트에 계란을 수십개 담으면 마음이 넉넉해 집니다. 큰 돈 안들이고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는게 이런거 아닐까 합니다.

그냥 회사부근 흔한 밥집에서 점심을 먹을 때 계란말이가 맛있고 인심이 후한 집에 정이 갑니다. 맵거나 짠 찌개백반 같은 것을 먹을 때는 중간중간 계란말이를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지는 것 같고 뱃속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한두번 리필을 하게 됩니다.

어딘가 고기집에서 후식으로 나온 냉면입니다. 냉면전문점이 아닌 집에 가면 실패할까 두려워 대개 비빔냉면을 시켜먹게 되는데 이집은 삶은 계란 반개가 아닌 지단이 나와서 색달랐습니다. 고기가 어땠는지는 인상에 남지 않았는데 지단고명이 기억에 남네요. 

도시락에 들어있는 계란입니다. 색깔이 짙은 건 중국사무실에서 시켜먹은 거라서 '茶葉蛋(차예딴)'이라고 불리는 중국식 삶은달걀입니다. 일본에는 '味付け玉子(아지쯔케 다마고)'라는게 있는데, 라멘에 많이 들어가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달걀음식입니다. 이와 비슷한게 한국에는 장조림 양념으로 만든게 있습니다. 이것도 대단히 맛이 좋은데 점점 보기가 쉽지않네요.

비빔국수인데 비벼놓아서 계란이 안보입니다. 긴설명 필요없이 비빔국수에 달걀은 머스트입니다. 

그 옆의 사진은 약간 설명이 필요합니다. '姜汁炖蛋(쟝즈뚠딴)'이라는 요리인데 생강즙으로 계란을 풀어 중탕으로 익혀낸 겁니다. 우리나라에 없는 요리방식으로 계란과 토마토를 섞은게 중국에는 대단히 흔한데 이건 그래도 중국집을 잘 찾으면 여기저기서 맛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강의 쏘는 맛과 계란이 어우러진 이 음식은 우리에게는 참 생소합니다. 설탕을 넣어서 단 맛도 나는데 이 생강맛이 살아있는 계란요리는 기회가 되시면 한 번 드셔보시라 추천합니다. 입안에서 화하게 퍼지는 맛은 색다르면서도 먹고나면 뭔가 건강식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언제 그거 먹으러 중국가겠냐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생강즙을 냅니다. 계란을 풀어서 생강즙과 물을 부어 계란의 양이 1.5에서2배가 되도록 양을 맞춥니다. 생강즙은 기호에 따라 가감하여 몇번 해보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비율이 나옵니다. 설탕도 마찬가지로 기호에 따라 적당량을 넣습니다. 물을 덜넣고 그만큼 우유를 넣어도 좋습니다. 그래서 냄비안에 물붓고 중탕하면 끝입니다.  

전주콩나물국밥입니다. 회사부근 나름 콩나물국밥 전문점인데 국밥을 시키면 종지에 익힌 계란반숙이 나옵니다. 벽에다 크게 써놓았습니다. 계란은 국밥에 넣어드시지 말고 국물을 한두숟갈 부어서 따로 드시면 더 맛있다구요. 저는 한번도 그 지시를 따라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국밥에 넣어 먹어야 제격인 것 같아서요. 

라볶이에 들어있는 삶은 계란은 두명이상이 시켰을 때는 갑자기 그 몸값이 올라갑니다. 나가기 귀찮으면 가끔씩 사무실에서 동료들이랑 점심에 스쿨푸드 이런데서 갖가지 분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가 있는데 이럴때 꼭 빠지지 않는게 라볶이입니다. 그럼 라볶이의 계란은 누가 먹느냐가 이슈가 됩니다. 이게 둘로 자르면 그런대로 먹지만 그이상 나누면 노른자도 흐트러지고 흰자도 먹은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 양보의 미덕을 보이다가 두사람이 먹게됩니다. 저는 늘 그 가운데 낍니다. 나이먹은게 좋을 때도 있다는 걸 실감하는 현장입니다.

가츠동입니다. 파삭파삭한 돈카츠가 쯔유가 배어들어 눅눅해지고 계란이 얹혀지면 더욱 부드러워 집니다. 돈카츠를 먹으러가서 위장이 두개면 가츠동도 먹을텐데 하고 쓸데없는 식탐을 유발할 만큼 매력있는 음식이지요.

어디에선가 하이티를 했을때 사진입니다. 상단의 마카롱, 중단의 샌드에도 계란이 들어갔습니다. 하단의 스콘에는 안들어갔지만 계란이 들어간 페이스츄리를 내는 집도 있습니다.

돈카츠와 새우튀김 입니다. 돼지고기와 새우가 주역이지만 튀김옷을 만들때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타르타르소스에도 들어가야 하니 많은 요리에 소리없이 공헌을 하는게 계란입니다. 

싱가폴비푼(星洲米粉)이라고 불리는 음식입니다. 버미셀리라고 불리는 가는 쌀국수를 이용한 이 음식도 그렇고 동남아의 볶음국수에는 계란이 많이 들어갑니다.  

목이버섯과 계란을 한데 볶은 중국요리입니다. 이게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짜지않고 입에 감겨서 한번 젓가락을 대면 쉴 새 없이 먹게 됩니다. 서민적인 음식이면서 물리지 않는 요리입니다.

피단(皮蛋)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달걀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계란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오리알을 쓰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흰자부분은 젤라틴 성분이 되어 투명하게 비치고, 노른자는 가운데가 꿀같은 점액질의 액체상태이며 바깥으로 가면서 황록색이 짙어지다가 겉은 굳어있어 달모양을 한 걸 고급으로 칩니다. 이걸 먹어보면 계란을 너무 삶아 황성분이 작용하여 겉에 녹색이 도는 걸 지적하는게 참 허망하구나 느끼게 됩니다. 맛이 너무 좋아서 이런 색깔에도 끌리게 되니까요.   

햄버그 스테이크 위에 계란을 올리는 건 일본에서 유행한 거지 싶습니다. 잘 익은 반숙을 터뜨려 흘러내리는 노른자와 햄버그가 섞이면 그 식감과 맛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케잌도 계란없이 홀로 서기가 힘든 품목입니다.

일본식 아침에 빠질 수 없는게 계란말이(다마고마키)이지요. 우리나라의 그것이 잘게 썰은 파와 소금간으로 짭짤고소하다면 일본 것은 미링과 다시 그리고 설탕으로 달콤고소한게 모양은 비슷해도 맛의 차이라고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튀김입니다. 일본어로는 덴푸라. 계란이 들어가야 재료와 튀김옷이 잘 달라붙고 또 식감에도 공헌을 합니다. 

어딘가의 공항에서 사먹은 크로와상 햄에그 샌드위치입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느라 시간도 놓치고 식욕도 없을 때 햄에그 샌드위치는 위장을 놀래키지않고 늘 만만하게 먹을수 있는 음식입니다. 

사이드가 아니라 주역으로 나서는 게 미국식 아침이지요. 아침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나 다이너에는 대개 메뉴에 eggs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거기에 각종 요리법을 선택하고 베이컨, 햄, 감자, 토스트를 선택으로 추가하게 되어있지요. 계란이 원톱 주연입니다. 

스크램블드 에그입니다. 중국에서는 계란볶음밥으로 요리사의 재주를 가늠하듯이 서양에서는 스크램블드 에그를 가지고 셰프의 솜씨를 본다고도 하지요. 사진은 꽤 고급식당이었는데 별로 맛이 없어서 인상에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수란이 있다면 서양에는 포치드에그가 있습니다. 잘만든 수란은 정말 맛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까지 잘 사귀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기름으로 부친걸 더 좋아하는데 꼽자면 버터, 들기름, 참기름 순으로 좋아합니다.  

저희집 쥬스의 창작요리입니다. 두부를 손으로 으깬 뒤 낫토, 선드라이 토마토, 올리브 다진걸 올리브오일로 섞어 놓고 위에 계란 노른자를 생으로 얹어 비벼먹습니다. 꽤 맛이 좋아서 가끔 해달라고 합니다. 

마카롱입니다. 계란흰자로 만든 머랭이 들어간 음식중에 최근 들어 한국에서 초대박 흥행을 한게 마카롱 아닌가 싶습니다. 맛은 좋은데 솔직히 아직 너무 비싼 것 같아서 돈내고 사먹기는 좀 아깝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디저트들입니다. 계란이 없이 성립이 안되는 커스타드 크림으로 만든 푸딩과 또 케잌들입니다. 푸딩 푸딩 에클레어 아, 맛있는데 뱃살은 어찌할지 고민하시는 분들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본의 코미디언 키타노 다케시가 한 말이 있습니다. '빨간 신호도 다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계란찜입니다. 비주얼을 보니 신사동 김북순할머니 김치찌개집에서 먹은게 아닌가 싶네요. 풍풍 퍼먹으면 매운 김치찌개하고 궁합이 잘맞습니다. 

계란부침을 얹은 국수입니다. 흔하게 보는 건 아닌데 먹어보니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군요. 생각해보니 만들기도 쉬운 메뉴같습니다.

한국인의 서민스러운 안주의 대명사 파전입니다. 대학들어가 신입생때 부터 먹기 시작해서 이날까지 한번도 물려본 적이 없습니다. 이래저래 먹을 기회는 자꾸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만. 

어느 항공사인지 생각이 안나는데 키슈비슷한 식감의 오믈렛이 나왔었습니다. 다른 건 손을 안대었는데 계란요리는 절반이상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회전초밥집은 언제 들어가도 동심으로 돌아가 기대를 부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큰 기대를 안하니까 오히려 맛있는게 나오면 그 즐거움이 두배로 커집니다. 위의 계란도 맛이 상당히 본격적으로 좋아서 수지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계란으로 두부처럼 요리를 한 산시성 요리입니다. 보드라운 식감에 고소한 맛은 가게되면 빼놓지 않고 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계란은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식품입니다. 가격이 싸져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건 좋은데, 너무 싸져서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 성장호르몬이 잔류했다든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맛이 덜해졌다든지 하는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틀림없는 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는 것 같습니다. 며칠전 중동지역의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야채, 계란 이런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우리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공감도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옛날에 먹던 계란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와 시골에서 놓아키우는 닭이 낳은 계란을 부모님이 가지고 오면 그 때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디나 사람사는 세상은 비슷하게 변하는구나 싶어 좀 아쉽기도 했던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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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크 2016/09/24 23:00 # 답글

    지금와서는 흔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도 막상 없으면 어, 이게 여기에도 쓰였나 싶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수많은 음식들이 달걀하고 엮이는데 세상에 가금류들이 없어지면 과연 얼마나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사라지게 될까요?

    좀 다른 얘긴데 현재 흔한 바나나와 70년대?쯤 귀했던 바나나가 종이 다른데, 현재는 보기 힘든 70년대 바나나쪽이 훨씬 더 맛있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네요. 세상이 발전하면서 더 나아진 점도 있겠지만, 좀 더 환경이 나았던 예전의 동식물로 만든 음식들과 지금의 음식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차이가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밥과술 2016/10/09 17:23 #

    저도 의식하지 못했는데 살펴보니 정말 닭은 위대하고 소중하네요. 계란이 너무 흔해서 평소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것 같습니다.

    바나나 이야기 감사합니다. 기사를 보니 바나나가 획일화 되어 전멸의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ㅠㅠ
  • 글좋네요 2016/09/25 02:20 # 삭제 답글

    댓글은 달지않고 눈으로만 읽던 독자입니다

    전주콩나물국밥..저는 전주한옥마을에 사는데..계란이야기에 마을에 있는
    음식점이야기 나오니 반가운 마음이에요

    글을 읽다보니 속이 따듯해지는 느낌이군요

    어렸을때 팔팔 끓인 달고 진하게 탄 따듯한 밀크커피위에
    계란을 깨서 올리고 덮개를 씌운후 반숙이 된 상태의 커피를
    즐겨 마셨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 밥과술 2016/10/09 17:25 #

    콩나물국밥 너무 좋아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전주가서 콩나물국밥 먹었던게 대학생때입니다. 여름에 기차타고 오밤중에 내려 역전에서 먹었는데 빈 속에 뜨거운걸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그만 탈이 났지요. 다음날 아침 멀쩡하게 나아서 또 먹었습니다.

    커피에 계란넣어 먹으신 경험이 있으시다니 어느정도 연배가 ㅎㅎ . 반갑습니다~
  • 고양이씨 2016/09/25 03:34 # 답글

    뭔가 야채만 들어가는 요리가 아니라면 어디에든 다 들어가는 것 같은게 계란같아요 ..!
  • 밥과술 2016/10/09 17:26 #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는 오이와 계란, 토마토와 계란, 피망과 계란 참 다양하게 계란을 사용합니다.
  • Semilla 2016/09/25 04:00 # 답글

    계란 요리가 참 다양하군요...!
    파머스마켓에서 사온 계란이 아직 남았는데 생강즙 달걀찜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저탄수화물식을 하면서 외식 옵션이 많이 줄다보니까 계란의 존재감이 더 부상하더라구요. 햄버거나 샌드위치에서 빵 대신 양상추로 감싸서 주는 집이 많이 늘었는데 안에 끼우는 재료로 계란 후라이나 삶은 계란 썬 게 있으면 꼭 추가합니다. 사실 국수 대용으로 달걀 지단도 꽤 괜찮더라구요.
  • 밥과술 2016/10/09 17:28 #

    달걀찜은 해보셨나요?

    미국에도 빵대신 양상추를 사용하는 집이 생겼군요. 중국의 유명한 페킹덕 오리집도 밀전병대신 상추로 대신하는 집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배웠다고 해서 한번 더 놀랐구요.
  • Semilla 2016/10/11 03:40 #

    네 해봤어요! 참 든든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상추쌈이나 찐 양배추쌈이 참 좋더라구요... 지난 주말에도 캔자스 시티에서 아주 맛있는 햄버거를 양상추쌈으로 맛있게 먹었어요. 페킹덕도 그렇게 먹고 싶네요!
  • 비로그인 2016/09/25 13:10 # 삭제 답글

    요새 홈베이킹을 자주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계란 소모가 많은 게 확 체감되더라고요. 특히 케이크류는 계란 없이는 성립이 안되죠....
  • 밥과술 2016/10/09 17:32 #

    그렇습니다. 많이 쓰게 되지요. 저희집 쥬스양이 오븐을 새로 사자고 하는데, 사게되면 또 많이 사용하고, 그러면 시간도 많이 쓸 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 2016/10/04 20: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0/09 17: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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