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야채로 만들어 낸 음식공예 혼자보기 아까운 사진,그림


딸기타르트, 아니 자세히보면 스트로베리뿐만 아니라 각종 베리가 섞여있으니 베리타르트라해야 맞을라나요. 베리타르트 두개에 페달 안장 핸들을 더해서 자전거를 만들었네요. 지인이 보내준 사진들인데 재미있어서 잠시 즐기시라고 블로그에 올립니다. 일반 자전거는 건강에 좋은데, 이 자전거는 맛은 좋겠지만 건강에는... 이라고 생각했더니 아래와 같이 건강에도 좋은 자전거가 있군요.


파프리카, 오이, 브로콜리...에 더해서 각종 야채가 부품으로 사용되었군요. 이 자전거는 전부해서 몇가지 야채를 사용하여 만든 것 일까요. 퀴즈를 내어도 좋을듯 합니다 ㅋ

자전거보다는 빠른 운송수단인 기차입니다. 이 정도라면 초등학생도 도전해 볼만한 수준일 듯도 한데, 칼을 다루는 건 늘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모님의 입회하에? 

 

음식공예를 들여다보면 동물이 빠지지 않지요. 아래는 키위 레몬 바나나가 더해져서 거북이로 거듭난 생크림 케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정도라면 생크림케익을 사다가 별로 시간 안들이고 만들수도 있을 법한데, 문제는 나이먹을만큼 먹고 아직도 음식갖고 장난하냐고 핀잔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어야 한다는거...




아래는 빵위에 크림치즈 바르고 훈제연어 얹어놓고 토마토와 올리브를 올린, 공예보다는 제대로 먹기위해 만든 음식같은데 모양이 예쁘네요. 무당벌레 부르스케타쯤으로 부르면 좋을 것 같군요. 오늘 사진가운데 실용도가 제일 높은 작품(?)입니다.




귀여운 토끼 모양입니다. 그냥 두고 보는게 나을 듯 합니다. 이걸 진짜로 먹으려면 해체한 뒤에 다시 깍던가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귀여우니까 합격. (언제 시험봐달랬나? 무슨 합격? ㅋㅋ)


만일 정말 이게 무슨 콘테스트라면 개인적으로 저는 아래를 우승으로 삼고 싶습니다. 자연의 상태를 가장 그대로 사용했으면서도 귀여운 동물을 만들어 내었네요. 눈하고 코를 붙인거 말고는 거의 가공없이 모양만 골라낸 것 같습니다. 


여기나온 사진들의 국적은 불명이지만 아래 사진은 일본일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도시락(벤토)에도 깜찍한 발상으로 많은 동물을 동원한 사진을 많이 보셨을 줄로 압니다. 기술이 엄청나진 않지만 일더하기 일은 귀요쥐, 입니다 ㅎㅎ 


딸기와 블루베리로 만든 열대어 같습니다. 이것도 성의만 있으면 실생활에서 사용할만도 한 수준의 난이도인데, 막상 제가 손님으로 가서 이런게 나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잠시 고민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야자잎사귀와 땅부터 자연스레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포크의 접근성이 용이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왜 자꾸 시키지도 않은 심사위원같은 멘트를? ㅠㅠ)



여기서부터는 장인의 세계입니다. 수박의 초록색껍질, 하얀 속껍질, 그리고 빨간 과육의 삼중레이어를 이용한 공예는 많지요. 모르긴 몰라도 이건 아마 미국은 아니지 싶습니다. 레드스킨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듯이 미국 원주민의 피부를 붉은 색이라고 불렀는데 요새는 피부색깔은 자칫 차별적 표현이 되기 쉬워 모두가 민감합니다.   


아래는 도구를 뭘 사용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또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누가 유튜브로 공개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두장은 싸이즈가 큽니다. 가정집이 아니라 무슨 연회장에 나온 디저트 메뉴같은데 도대체 먹으라는 건지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누가 해체를 시작하기 전에는 도저히 손을 못댈것 같습니다. 


아래 정도만 되면 그런대로 일번타자로 타석에 배트를 들고, 아니 포크를 들고 첫번째 시식자로 도전해 볼 만도 하네요.


아래는 자세히 보니 옆에 늘어선 병들도 그렇고, 아마 어떤 식품점에서 각종 야채, 과일, 곡물, 계란등을 사용해서 만들어 놓은 대형 디스플레이 같습니다. 보기에는 좋은데 이렇게 크게 만들려면 중앙부분부터 만들어서 가장자리로 나왔는지, 아니면 사다리같은 공구가 사용되었는지 알고싶...아니, 알고 싶지 않습니다. 


아래는 야채와 치즈 햄 샐러미 등으로 만든 부케인 것 같습니다. 요즈음 이런 부케를 받으면 제일 좋아할 것 같은 사람... 이국주...받아서, 먹~지~요~ 호로록! ㅋㅋ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덧: 사실 오늘 포스팅은 할래서 한게 아니고, 커피 포스팅을 할까 했는데 유튜브가 안올라 가서요. 올라간 것 같은데 미리보기로 해보면 그냥 공백으로 나오기만 하구요. 옛날엔 올렸는데 언제부턴가 잘 안올라가서 포기했습니다. 이글루스 블로그에 유튜브 올리는 법좀 덧글로 가르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스텝바이스텝으로 좀 자세하게 알려주시면 더욱 고맙구요. 그러면 유튜브가 들어있는 재미있는(혼자 생각에) 포스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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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기억을 담는 홀로그램: 커피이야기(3) 살아가는 이야기


옛날같으면 맛없다 그랬을, 그러나 참 맛있게 마신 커피 사진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이렇게 맛있는 걸...봉제인형같이 생긴 귀여운 팬더는 중국 사천지방에서만 삽니다.그리고 먹이로 특정 대나무와 의 잎과 어린 대나무줄기, 어린 죽순만 먹고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정부로 부터 팬더를 선물로 받은 외국의 동물원은 이 팬더를 키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하지요. 판다못지않게 귀여운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라는 나뭇잎만 먹고 산다고합니다. 오스트레일리에서도 타스마니아 지방에서만 살지요. 

코알라나 팬더가 특정 지방에서만 살 수밖에 없게 된건 그 먹이말고 다른 건 먹지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의 적응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동물의 예입니다. 이건 예전에도 소개했지만 음식관련하여 좋은 책을 여러권 낸 마이클 폴란이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쥐는 이것저것 먹는 잡식이니까 늘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하고 또 학습을 하며 살아왔다구요. 반면에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만 먹으면 되니까 고민이 없는대신 그만큼 뇌가 줄어들었고 유칼립투스가 자라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살게 되었는데, 사람과 쥐는 늘 먹어서 좋을 것 안되는 것 고민을 하며 살다보니 뇌의 용량이 늘었고, 대신에 어디서나 적응하여 살게 되었다구요. 

그러니까 그의 논리를 빌어서 이것도 먹어보고싶고 저것도 먹어보고 싶은 사람은 그저 해외를 가도 고추장 김치없이 못사는 그런사람보다 뇌의 활용도가 높은거다, 이렇게 농담같은 이야기가 성립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진짠데 언젠가 해외잡지에서 읽었는데 한번 정한 일정한 루트로만, 그러니까 매일 같은 길로만 귀가를 하고 사는 사람. 식당엘 가도 늘 시키는 것만 시켜서 먹는 사람이 정년퇴임후에 치매에 걸릴 확율이 높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왕성한 호기심을 잃지않고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 노화진행이 더디다는 이야기이겠지요.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먹어서 생존력이 강한 잡식동물은 대신 끝없이 그때마다 음식의 섭취 가불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니까, 먹어서 괜찮은 음식을 거울에 비춘 이미지처럼 뇌에다  새겨놓습니다. 그리고 같은 음식이 들어오면 새겨놓은 모양에 맞으니까 오케이 아니면 거부, 이렇게 효율적으로 식생활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기억하는 작업은 어릴 때에는 많이 열려있다가 커가면서 닫힌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외국에 나가 낯선 음식을 대하면서 뇌속에 새겨진 음식의 데이터 베이스에 맞추려니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태국의 똠얌꿍을 보고 얼큰한 육개장을 생각하고 한숟갈 뜨면... 시큼털털 먹을 게 못되는게 그런 이치이지요. 코리안다(실랜트로, 향채, 고수)가 들어간 동남아 국수나 멕시코 살사를 보고 깻잎이나 냉이맛을 기대한다면 그것 역시 못먹을 음식이구요.

한가지만 더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는 프렌치프라이, 우리말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먹습니다. 맛있지요. 그리고 오징어회는 초고추장에 찍어먹습니다. 맛있지요.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우연히 같은 상에 오른 탓에 감자튀김을 케첩인 줄 알고 무심코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면? 어이쿠 이게 뭐야 맵고 찝질해라 퉤퉤퉤...이렇게 되겠지요. 그러면 오징어회를 케첩에 찍어 입에 넣으면? 어이쿠 이게 뭐야 들큰해라 퉤퉤퉤...이렇게 됩니다. 뇌에서 기대한 맛과 달라서 순간 실망하는 겁니다. 미리 그러려니하고 머리속에 그 맛을 상상해본 뒤에 먹으면...둘다 먹을 만 합니다. 제가 옛날에 실험으로 해봤습니다.

이 맛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책이 또 하나 나왔길래 잠깐 소개합니다. 지난 번에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우리말 번역판도 나와서 많이 알려졌지요. 오늘소개하는 서적은 Gordon M. Shephard 라는 뇌과학자가 쓴 Neurogastronomy 라는 책입니다. 신조어라서 뭐라 번역해야 할지도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신경미식학'이라 그러기도 뭐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느끼고 즐기는 '맛'을 뇌의 역할과 관련하여 서술한 책입니다. 전문분야의 책치고는 문장도 쉽게 씌여진 책입니다. 저는 킨들로 사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기에서 커피가 쿠키와 잘 어울리는 이야기, 왜 우리는 뜨거운 커피를 선호하는가, 커피의 쓴 맛을 즐기게 된 이유 등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 재미있지만 위의 이야기와 관련해서 21장, 맛과 비만이라는 챕터에서 나온 '패스트푸드 효과'라는 이야기를 잠깐만 소개합니다. 풀어서 얘기하면, 햄버거는 한번에 빵 치즈 피클 소스 고기 케첩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 탄산음료가 더 자극을 주고 이는 감자튀김을 조건반사처럼 유인하고 그래서 입안의 감각수용체가 오버로드(과수용)되기에 더 많이 먹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게 되는 거구요. 실제로 프랑스의 어느 학자가 쥐를 가지고 실험을 했는데 한가지 먹이만 준 쥐는 체중의 변화가 없는데, 다양하게 먹이를 준 쥐는 체중이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뇌의 활용도가 높다고 농담을 던졌는데, 실험결과에 따르자면 다양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살이 찔 가능성은 높은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ㅠㅠ 참 그리고 영어로 flavor를 가끔씩 '풍미'라고 번역한 걸 보는데 그건 일본어를 그대로 따온 것이고, 이걸 뭐라 번역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향'은 아닙니다. 저는 웬만하면 '맛'이라고 하는데 taste와 구별하여 사용할때 좋은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요. 제글 보시는 분 가운데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는 이 책의 번역출간을 고려해 주십사 추천합니다~   

 
 

그럼 곁가지로 빠진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지난 번에 이어서 커피이야기를 계속 할까 합니다. 쓰다보니 쭉 내려와있어 다시 스크롤해서 올라가시지 말라고 맨앞의 사진을 다시 싣습니다. 



싱가폴에서 맛있게 마신 커피, 아니 kopi 입니다. 새해덕담이 붙어있는 아래 사진을 보니 아마 구정연휴가 지나고 얼마 되지않은 올해 2월초중순이 아닐까 합니다. 사귄지 오래되어 지금은 죽마고우가 된 싱가폴 친구에 이끌려 간 곳이 아래 東亞餐室, Tong Ah Eating House, 또는 Tong Ah Coffeeshop 영어이름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점심미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친구 '탄(Tan, 陳씨)'이 찾아왔습니다. 


탄: 오늘 커피마시러 갈 곳이 있단다.
밥: 어디? 특별한 곳이라도 생겼니?
탄: 차이나타운 근처에 네가 좋아하던 통야커피숍 생각나지?
밥: 그럼, 오래된 분위기가 좋아서 가끔 갔잖아. 한 백년되었나? 
탄: 우리가 다니던 그자리에서 70년 넘게하다가 얼마전 이사를 갔단다.
밥: 저런, 재개발인가? 아쉽구나.
탄: 아니, 건물을 유적지로 보전한단다. 그리고 이사는 바로 옆건물로 갔어. 
밥: 그집 카야토스트하고 계란반숙이 맛있었지.




우리는 주변의 새로 단장한 옛건물(옛건물처럼 꾸민 새건물; 싱가폴은 이런데가 많습니다)도 둘러볼 겸 멀찌감치 파킹을 하고 슬슬 걸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멀리 붉은 글씨 두자가 보이는데 그게 東亞라고 쓴 겁니다. 그위에 1939라고 붙어있는데 잘 보이지가 않네요. 오른쪽에 늘어선 건물은 동남아에서 자주 보이는 주랑(走廊)으로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걸어가면 이사간 커피숍이 나오지요. 그아래 사진에 뒷짐을 지고 천천히 주랑을 걷고 있는 이가 제 친구 탄이고 저는 사진을 찍느라 잠시 뒤쳐져서 위의 사진 두장을 기록했습니다. 

옛날엔 이랬다는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구글 이미지 검색을 했는데 잘 안나오네요. 몇년 안된 것 같은데 아래 사진이 그래도 옛날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시절의 사진이네요. 



코코넛밀크를 베이스로 해서 계란, 설탕등을 넣은 카야잼은 말레이반도 지역의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넣은 카야토스트를 커피숍에 해당하는 Kopi Tiam에서 아침에 많이들 먹는데, 빵이 얇고 바싹 구운게 이토스트의 특징이라 낮에 스낵감각으로 먹어도 맛있습니다. 배가 불러도 카야토스트는 언제든지 들어갑니다(나만 그런가?ㅠㅠ). 이날도 가볍게 시켜먹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이미지검색으로 대신합니다. 


아래는 올 봄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메단이라는 도시에 갔을때 마신 커피입니다. 역시 매우 진하고 달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젠 이 맛이 주변의 풍광과 어울립니다. 그쪽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할아버지가 네덜란드 상회에서 담배수출했었고, 외할아버지가 영국회사인지 무역상에서 일했었고 어머니쪽 누구는 중국에서 맨손으로 싱가폴에 왔다가 메단까지 오게되었고 등등 조상님들 이야기가 한반도에서 비슷비슷한 삶을 산 우리들에게는 참 흥미로운게 많습니다. 



메단시내를 지나면서 차안에서 찍은 사진인데 도시가 푸른 빛을 띱니다. 너무 밝아서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자동조절을 하다가 그렇게 된건지 자동차유라에 썬팅이 되어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 고색이 창연한 남국의 도시에서는 Kopi가 잘 어울립니다. 


아래는 베트남 커피입니다. 둘 다 하노이나 호치민의 카페가 아니라 베트남국수를 파는 캐나다와 미국식당에서 파는 커피였습니다. 저는 베트남을 많이 가보지 못했는데 갈 때마다 내 마음대로 못다녀서, 시장에서 파는 맛있는 포나 정통 베트남커피를 마셔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한번 꼭 잘하는 포도 먹어보고 찐한 커피도 마셔보고 싶군요.



아쉬운 김에 호치민과 하노이의 카페를 검색하여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사진들이 나왔는데 너무 현대적이라 기대하던 베트남의 운치가 좀 덜한 것도 같네요. 가서 찾아보면 있겠지만요. 베트남은 커피생산국에 이름조차 보이지않던 나라인데 요 일이십년사이에 갑자기 숫자가 계속 늘어서 십년전에 3대생산국에 들더니만 재작년 통계로는 브라질에 뒤이어 두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네요.  



이렇게 달고 쓴 열대지방의 커피를 마시다가 일본으로 가면 대단히 커피의 맛이 대단히 섬세해 집니다. 일본에는 '茶道'라는게 있지요. 우리말로 차도, 다도라고 읽듯이 일본어로도 사도우, 챠도우 이렇게 두가지로 읽습니다. 이런 전통의 영향을 받은건지 일본에는 거의 종교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진지하게 커피를 만들어 내는 커피숍이 적지않습니다. 물론 최근들어 젊은이들의 환영을 받는 스타벅스같은 대형 프랜차이즈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이런 문화는 점차 밀려났지만요. 아래 사진은 실제로 '맛챠'와 커피를 다 내는 커피숍의 사진입니다. 커피잔도 일본 고유의 그릇을 씁니다.


아래는 도쿄 신쥬쿠에 있는 한 커피숍입니다. 명물 본차이나에서 희귀한 도기제품까지 다양한 커피잔을 구비해놓고서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 가격은 다 몇백구십오엔이라서 늘 거스름돈으로 5엔짜리 동전을 줍니다. 5엔이 일본어로 '고엔(ごえん)'이라 '인연'이라는 단어와 동음어입니다. 가게는 손님과 늘 인연을 맺고 싶고, 손님은 함께 간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을 때 거스름돈 5엔짜리 동전에 행운을 걸겠다는 뜻이겠지요. 옛날에 신쥬쿠를 나가면 자주 들리던 곳이었는데 사진이 없어 검색해보니 아직 건재한 모양입니다. 



오늘 이렇게 제가 경험한 이곳저곳의 커피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의도한게 아니라, 그냥 커피생각을 하면 숱한 생각이 제멋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구 튀어나와서입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싱가폴 kopi가 맛있듯이 맛의 기준점을 바꾸면 참 많은게 맛있어 집니다.   

커피의 맛은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600종류가 넘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뜨거운 커피에서 솟아올라 코로 들어오는 aroma, 그리고 입안쪽에서 비강으로 올라가는 휘발성 맛인 flavor, 그리고 혀에서 느끼는 taste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오랜 세월 생활속의 체험과 기억이 그 맛속으로 들어가 홀로그램처럼 새겨졌기에 우리는 한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각자 이런저런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추억들을 되살려 내는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커피는 또 생활의 여유가 있을때 즐기는 음료이기에 아무래도 좋았던 기억들이 많은 것인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침 시절도 커피가 더욱 어울리는 깊은 가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커피이야기 몇번 더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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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커피는 많다: 커피이야기(2) 살아가는 이야기

커피는 저도 참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하루에 다섯잔 이상 마셔서 좀 과하다 싶으면 그 때부터 차를 마시는데 저녁에 차를 마시는 빈도를 보면 거의 매일 다섯잔은 마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는 그 가운데 얼마전 마신 두잔의 커피 사진을 찾아 올린 것 입니다. 좀 고급이라는 호텔에서 마신 커피인데 같은 이름을 쓰는 계열호텔인데 커피 맛이 너무나 달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오늘의 커피 이야기는 커피맛이 달라서 싫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가는 곳마다 커피맛이 달라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포스팅입니다. 뒤에 가서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저는 식생활에 있어서 이 커피의 다양함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커피를 통해서 맛있게 먹고 살려면 이래야 하는구나, 하고 눈을 번쩍 뜨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오늘은 밥과술의 커피연대기라고도 하겠습니다. 아래 두장 사진은 미국에서 먹은 아침 사진입니다.   


계란이 두개 아니면 세개에 베이컨 혹은 소시지, 토스트 아니면 팬케익 그리고 감자까지 엄청납니다. 그리고 이 맛있는, 그러나 기름진 음식들은 연신 커피를 목으로 넘겨가며 먹어야 더욱 맛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묵직한 아침식사를 하게 되면 대개 커피 세잔은 자연스레 마시게 됩니다. 커피인심좋은 미국이라 more coffee? 하며 쉬지않고 부어줍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듯이 진합니다. 이게 옛날과는 다릅니다. 미국 커피가 요즈음 들어 많이 진해진 거지요. gourmet 커피라고 해서 시애틀계의 검고 쓴 커피가 미국 전역에 보급된 것 같습니다. 시골 다이너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좀 힙하다는 곳이나 대도시 젊은이들이 찾는 곳은 다 진해졌습니다. 상전벽해라는 말을 빌려다 써도 될만큼 미국의 커피가 변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딜가나 이와 비슷한 커피맛을 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같은 체인점이 곳곳에 들어가 있기도 하구요. 

그럼 밥과술의 커피연대기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대기라해서 거창한 것 아닙니다. 재밌자고 붙여본 것 뿐입니다. 덧붙여서 한말씀을 드리자면, 제 블로그를 계속 읽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여러나라에서 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에도 업무상 이곳 저곳을 다닐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저는 이걸 운이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솔직히 좀 송구스럽기도 하고 해서 포스팅을 할 때마다 외국이야기는 좀 덜하려고 하는 편입니다만, 이런저런 편견없이 그저 편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초중고 시절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갑니다. 제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건 국민학교 3학년때인가로 기억합니다. 집에 맥스웰 인스턴트커피가 있었는데 손님이 오시면 타서 내놓고, 형하고 누나가 시험공부한다고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빠지지않고 저도 함께 마시곤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커피가루는 조금 넣고 설탕을 많이 넣은 어린이용(?) 커피가 아니었나 싶은데, 하얀 잔(당시는 머그라는게 없었고 집집마다 홍차잔 세트를 장만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에 담긴 예쁜 호박색의 액체와 거기서 솟아나는 그윽한 커피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위는 구글에서 나름 어렵게 찾은 이미지입니다. 딱 이 디자인이었는데 먹고나면 집집마다 김치나 깍두기를 담는 도시락 반찬통으로 썼습니다. 생각난 김에 찾은 건데, 오른쪽은 도시락 김치병으로 제일 흔했던 용기입니다. 저게 미국 아기들 먹는 이유식병이라는 것도 몰랐고, 내용물을 먹어본 사람은 더더욱 없었는데 최소한 서울에서는 어느 시장에서도 빈병을 팔았던 것 같습니다. 미군과 군속의 가족등을 통해서 나온 것이겠지요. 집집마다 빈병을 사다가 김치병으로 쓰곤했는데 저게 오래 쓰다보면 '고무 빠킹'이 헐거워져서 국물이 새는 사고가 빈발했지요. 교과서가 얼룩지고 버스안에서 김치냄새도 풍기고 그랬던 시절 이야기 입니다. 잠깐 옆으로 샜군요. 오늘은 이렇게 옆으로 많이 샐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중학교를 들어가서부터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셨습니다. 시험공부하는데 잠을 쫓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까요. 공부를 열심히 한 기억은 없는데 커피를 자주 마신 기억은 생생합니다. 그 때 공부를 좀 열심히 한다하는 아이들은 시험때가 되면 타이밍이라는 수상한 알약을 먹어가며 밤을 샜으니 아마 커피가 그것보단 낫겠지 싶어서 집에서도 말릴 생각을 안한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얼마있다가 커피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설탕과 함께 프림인지 뭔지를 넣기 시작한 거지요. 커피가루도 물에 스르륵 녹지만 이것도 물에 스르륵 잘녹는데 그냥 찍어먹어도 참 고소한 가루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집집마다 '인스턴트 커피 바리스타'가 탄생합니다. 가정마다 물과 커피 설탕 프림의 배합을 유독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누구네는 누구누구가 타는 커피가 맛있다, 뭐 그런 명예를 차지하는 구성원이 생긴겁니다. 그리고 그 '하우스 바리스타'는 할아버지는 커피하나 설탕셋 프림하나 엄마는 커피하나반 설탕둘 프림둘 이런 식으로 식구들의 조제배합율을 외울 뿐만 아니라 손님이 오셔도 성별 연령 등등을 바탕으로 감을 살려 최선을 다해 커피를 만들어 냅니다. 아무튼 밥과술은 고등학교때 커피는 집에서 일상음료처럼 마셨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대학교 시절

드디어 밥과술도 떳떳하게 술을 마셔도 되고 담배를 피워도 되는 대학생이 됩니다. 아니, 술을 마셔야하고 담배를 피워야하는 대학생이 되었다는게 당시의 상황에 더 접근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체질상 술이 안받는다는건 이해도 안되고 용납도 안되던 시절이었지요. 남자대학생이 옆에서 권하는 담배를 마다하면 왜? 아버님 목사셔? 이런 질문이 나올 정도로 별종취급을 받았습니다.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의 흡연문화는 좀 특이했습니다. 가령 네명이 함께 있으면 한갑만 꺼내서 그사람의 담배를 다 피우고나서야 다음 사람의 담배를 꺼내피우고 그랬습니다. 담배는 당연히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옛날 미국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겠습니다.미국에서 유학을 할 당시에도 한국유학생들과 일본유학생들이 모여있을때 두나라의 흡연문화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우선 일본은 여학생들도 당당히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입만 가지고 다니는' 흡연자는 없었습니다. 가령 커피숍에 일본학생 네명이 있으면 테이블위에 담배 네갑과 라이터 네개가 각자 앞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지요. 

한국학생과 일본학생이 섞여있을 때에는 자칫 긴장이 조성될 뻔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학생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담배를 무심하게 내것인 듯 꺼내 피웠고 일본학생은 싫어도 아무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은근히 불쾌한 감정을 나름 나타내어도 전혀 미안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못하는 한국학생의 레이더에는 그런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런 문화적차이를 이해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되는 일본 학생의 경우엔 이런 니꺼내꺼 없는 한국인의 넉넉함까지 받아들이곤 했지만 그럴 기회를 가지지 못했거나 그런 성격이 아닌 일본학생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였겠지요. 하여간 그 때는 한국인에게 담배는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건 함께 있는 모두의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시 한국으로 와서 대학생 시절로 돌아옵니다. 그 당시 대학생들은 정말 다방말고는 갈 데가 없었습니다. 남학생들에게는 술을 먹거나 당구를 치는게, 할 수 있는 몇안되는 즐거움이었는데, 그것도 늘 돈이 없어서 친구가운데 누군가가 가정교사 월급을 받거나 해야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잘노는 친구들은 어쩌다 돈이 생기면 나이트, 고고장이라 불리던 곳을 다니기도 했는데 평시에는 다방에 '죽치고' 앉아 성냥개비나 부러뜨리면서 엽차를 축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인터넷 SNS 이런 건 없던 시절이라 참새시리즈 이런 농담이나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일찍 전파하는 친구는 인기가 좋았지요. 정치적으로 대단히 암울하던 시절이라 유언비어가 유언비어가 아닌 경우가 많았고, 지금 생각하면 별거아닌 일로도 잡히면 10년이상 구형에 5년이상 선고가 흔하고 무기, 사형 언도를 받은 학생도 있었기에 독재정권에 항거하려는 조그마한 몸부림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랬던 시절 모든 대학교 앞에는 최소한 열군데 이상 있었고 정류장마다 반드시 몇군데 이상 있었던, 그 숱한 다방에서 내는 커피는 참 맛이 없었습니다. 손님들도 커피는 자릿세로 생각하고 시켰지, 대단한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율무차 쌍화차에 계란노른자를 풀어낸 희한한 메뉴도 있었고, 저는 아쉽게도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지만 커피에다가 계란 노른자를 풀어낸 '모닝커피'라는 다소 엽기적인 메뉴도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지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한국인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를 좀 진하게 풀고 거기에 프림과 설탕을 알맞게 탄 레시피로 고착이 되었고 다방에서는 맥심가루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넣고 손님앞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게 더 비싼 메뉴로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얼큰한 음식이나 뜨거운 라면같은 걸 먹고난 뒤에는 입에 잘 맞았습니다. 저역시 여기에 길들여져서 맛있는 커피의 맛은 이런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언젠가부터 명동에 고급 커피전문점이 생겨났습니다. 나중에 한글전용화 정책이 시행되어 가무, 시로 바뀌었지만 당시는 까뮈, 포엠 뭐 그랬습니다. 드립커피와 사이폰을 이용한 커피를 고급스런 잔에 내주었는데 그곳은 들어가면 점내에 커피향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반포와 경복궁에 있던 준, 이태원 동숭동에 있던 난다랑 등이 고급 커피숍이었는데 그런 곳들은 가루 프림대신 소꿉장같은 조그만 용기에 크림이라는 액체를 담아 내는게 신기했습니다. 맛있는 원두커피가 나와도 많은 손님들은 다 꿋꿋이 설탕과 프림/크림을 넉넉히 넣어 마셨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 걸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3) 미국

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한국에서 하던대로 설탕과 프림/우유를 넣어 마셨는데 아무리해도 한국에서 마시던 '고소한' 커피의 맛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참 미국커피 맛이 없어요, 라는게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한국사람들의 중론이었지요. 사람들은 그러다가 점차 물마시듯 마시는 아메리칸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면서 그 맛을 즐기게 됩니다. 그 때 미국커피의 가장 표준의 맛은 데니즈에서 쉴 새 없이 따라주는 25센트짜리 커피, 싸구려 모텔에도 어디나 방마다 커피메이커와 함께 두잔씩 비치되었던 공짜 원두커피가 가장 가까운게 아닌가 싶습니다.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호박색의 이 묽은 커피가 제겐 또 커피의 표준이 됩니다. 

4)동남아

그러다가 저는 다시 싱가폴에 가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남아를 여행할 기회도 가지게 되는데 열대지방에서 생활하면서 가지게 된 불만의 하나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그들은 차를 많이 마시는 만큼 커피를 별로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로컬 커피는 진하게 우려낸 커피에 설탕과 연유를 엄청넣어서, 강하게 달고 강하게 쓴 맛이 마시고 난 뒤에도 한참 입안에 남아있어서 물을 마셔서 헹궈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죽이 잘맞는 싱가폴친구들과 밤늦게 마실다니는 재미에 숱하게 쏘다니며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디카도 없던 시절이라 사진이 없으므로 구글 검색해서 다니던 곳과 비슷한 이미지 사진을 몇장 올려봅니다. 푸른테를 두른 사진들은 다 퍼온 것들입니다.   

        
                                   위 사진출처:  http://johorkaki.blogspot.sg/2011/12/hua-mui-coffee-shop.html 


적도 바로 밑에 있는 싱가폴도 그렇고 옆나라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 모두 열대지방의 다양한 과일이 풍성하고 또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가 있어서 커피에 대한 불만은 잊고 살았습니다.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기 힘들다는 불만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맛있는 음식도 많고 재미난 일도 많아서 그냥 즐겁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는 이런거다라는 표준은 아직 미국의 묽은 커피로 남아있었지요. 

5) 일본 

그리고 저는 여기저기를 거치게 되는데 커피와는 별 관계가 없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일본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일본에 가서 생활하게 되면서 깜짝 놀란 것 가운데 하나가 커피가 대단히 비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동시에 가게마다 커피를 참 정성스레 만들어 팔고 또 그 맛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게마다 '브렌도'라고하는 고유의 블렌드 커피가 있고 모카, 콜롬비아, 브라질 등 다양한 원두별 메뉴가 있었습니다. 제일 비싸다는 블루마운틴은 대부분의 가게에서 한잔에 천엔이 넘었습니다. 요즘엔 일본어를 한자음으로 그대로 읽어서 한글로도 '배전'이라는 단어가 가끔 보이는데, 원두를 로스트하는걸 바이센(焙煎)이라고 하고 이게 또 볶는 정도에 따라서 深煎り 浅煎り등으로 나뉘며 방법도 다양하여 숯불로 로스트한 '스미비바이센(炭火焙煎)'같이 좀 덕후스러운 커피를 특징으로 내세운 커피숍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저팬 애즈 넘버원'이라고 해서 일본이 모든 면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전세계 커피원두 생산량을 백으로 놓고 퀄리티순으로 늘어놓으면 최상위 5%는 몽땅 일본이 수입해가고 그뒤 상위 15%도 상당량을 일본이, 나머지는 유럽이 소량으로 가져갔으며 나머지 40%를 유럽 그리고 미국 등이 수입해갔고 남은 하위 40%는 인스턴트로 만든다, 이런 통계를 보면서 참 일본이 돈이 많기는 많구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 판도에도 당연히 커다란 변화가 왔겠지요.   

어쨌거나 저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커피의 표준이 일본의 원두커피로 옮겨가게 됩니다. 제게는 쓴맛보다는 산미가 강하고 단맛이 살짝 도는게 잘볶은 일본커피의 특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사를 다니며 살면서도 동네마다 원두를 볶아 파는 집이 있어서 며칠에 한 번씩 그날 볶은 콩을 50그램씩사다가 먹는 호사도 누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입맛은 간사한 것이어서 어쩌다 일로 미국엘 가면 커피가 향도 없고 싱거워서 이런걸 어떻게 커피라고 마시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6) 유레카!

일본의 여름은 정말 '찌는 듯한'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 들어맞습니다. 아주 습하고 더운 여름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안하던 운동을 하여서 땀을 좀 많이 흘린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같으면 비어가든에 가서 삶은콩에 생맥주를 마시거나, 집에 가서 샤워하고 에어컨이 시원한 거실에서 캔맥주를 하나 따서 마시는게 제 격이었을텐데 갑자기 싱가폴에서 마시던 커피가 생각났습니다. 생각이 나자 곧 맹렬하게 마시고 싶었습니다. 편의점에 들러 연유와 흑설탕을 사서 집에 돌아간 뒤에 커피를 아주 진하게 내려서 그 때 마시던 커피를 흉내내어 만들어 보았습니다. 

똑같지는 않아도 어느정도 욕구가 충족될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던 이 맛이 왜 그리 마시고 싶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진짜 유레카! 하고 충격처럼 정답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아주 연하게 내려서 미국에서 마시던 커피를 흉내내어 보았습니다. 짐작했던대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맛이 좋았습니다. 맛이 없어야 했던 그 싱거운 커피가 그립고 다정한 맛으로 다가온 것이죠.

그래, 내가 '커피'를 기대하며 'coffee'를 마시니 맛이 없는 것이고 'coffee'의 맛을 기대하며 'kopi'를 마시거나 '咖啡'를 마시니 맛이 없었던 거야, 그리고 내가 일본에 와서 마신 건 'コーヒー'였던 거였어, 이게 모두 다른 음료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다 맛이 있는거야. 번개를 맞은 것처럼 이 생각이 제게는 한 순간에 커다란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이 생각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예컨대 야구하면 메이저리그지 다른건 시시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MLB'와 '야구'는 다른 종목이라 생각하면 한국야구는 한국야구대로 재미있고 고교야구까지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먹는 야키니쿠를 한국의 불고기 갈비와 다른 음식이라 생각하면 둘 다 맛이 좋은 것과 같지요.

어쨌거나 저는 그 이후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너그러워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대할 때, 설레임은 그대로 있고 두려움은 적어졌다고나 할까요. 나중에 유럽을 가게 되었을 때도 마시는 음료가 커피나 coffee가 아니라 café, caffè, Kaffee, кофе 등 다 다른 음료라고 생각하고 마시니까 마음도 편하고 즐거움도 쉽게 찾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과학적으로도 그르지않았다는 건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이런저런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책이야기도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오늘은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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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쌀밥: 커피이야기(1) 살아가는 이야기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대충 훑어보는데 연합뉴스에 재밌는 기사가 떴더군요. 기사제목이 '쌀밥보다 자주 먹는 커피. 섭취열량 10년새 4배' 입니다. 내용을 들어가보나 질병관리본부에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발요했는데 한국인들이 일주일에 커피를 마시는 회수가 쌀밥먹는 횟수보다 많다는 내용입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커피는 하루에 몇잔도 마실 수 있는 기호음료이고 밥은 하루에 정해신 끼니만 먹을 수 있는 주식이니까요. 그것도 흰쌀밥과 잡곡밥을 구별해서 조사한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에 섭취회수는 잡곡밥과 쌀밥을 합하면 16.5회고 커피는 12.3회이니까 밥을 먹는 회수가 제일 많습니다. 호기심이 이는 것은 배추김치섭취 회수는 11.8회입니다. 밥을 먹는 16.5회에서 배추김치 섭취회수 11.8을 빼면 4.7회는 무엇일까 입니다. 깍두기랑 먹는 설렁탕 곰탕? 단무지랑 먹는 중국집 볶음밥? 일본정식? 음... 궁금합니다. 

 
지난 십몇년 사이에 성인 남녀가 쌀밥에서 얻는 에너지 45%대에서 35%대로 낮아졌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어느정도가 잡곡밥으로 옮겨간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커피에서 얻는 열량이 4배로 늘었다지만 전체 에너지섭취량에서 0.6%에서 2.3%로 오른건데 제목만 보면 한국인이 밥안먹고 커피의존도가 왕창 올라간듯한 묘사도 좀 아쉽습니다. 통계라는게 이렇게 과장하는데 사용되기 쉬운 거지만요. 기사는 여기 가시면 됩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자료는 여기 가시면 됩니다. 시간나실때 둘러보세요. 재미있네요.

아, 오늘 이야기는 뉴스가 제목을 잘못달았다 시비를 걸자는게 전혀 아닙니다. 인터넷시대가 되고 낚시성 제목이 나오는 건 충분히 이해하니까 그러려니 하면 되지요. 기사내용은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커피이야기를 하려고 써놓은 임시저장글이 있었는데 마침 이 기사를 읽고 꺼내서 씁니다. 커피이야기 가운데 커피를 통한 에너지 섭취량이 4배나 늘어난 것은 충분히 흥미로왔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커피믹스'의 종주국입니다. 동서식품의 브랜드명으로 고유명사였던게 지금은 거의 보통명사화가 된 상태이지요. 외국 메이커들도 따라하고 지금은 경쟁도 치열합니다. 재작년 통계인데 
이마트전국 126개 점포에서 가장 많이팔린 상품은 2,800여품목 가운데 1,400억원어치가 팔린 커피믹스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2위가 라면, 3위가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쌀(1,260억원)이라고 합니다. 기업에서 손님오면 손쉽게 내느라고 많이 사용하여 그런지, 이렇게 많이 팔리는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커피믹스는 등산가서나 마시면 맛있는 음료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등산을 가면 칼로리를 많이 소비해서 당분이 듬뿍들은 커피믹스 커피가, 특히 추운 겨울에는, 참 맛있지요. 그러나 쌀을 제치고, 라면을 제치고 판매금액 일위라는건 대단합니다. 아무리 도시형 대형할인마트인 이마트에 한정된 얘기라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나 여행갈 때 챙겨가는 품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을 갈 때도 챙겨가는 것은 외국에 커피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비를 절약하느라고 라면, 햇반 챙겨가듯 말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경비절약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의 맛'을 챙기느라 라면도, 커피믹스도 가져가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커피믹스는 자판기 커피와 같은 조제배합을 가진 상품입니다. 인스턴트 가루커피에다가 프림가루와 설탕가루를 넣은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요. 가루커피에 프림 넉넉히넣고 설탕 푸짐하게 넣은(마시다보면 알맞게 넣은) 자판기 커피를 학창시절부터 하루에도 몇잔씩 뽑아먹다 보니 그 맛에 인이 배긴 거라고나 할까요.

그 자판기 커피의 조제배합은 어디에서 왔냐하면 다방커피에서 왔습니다. '다방'이란 말이 지금은 거의 사어(死語)에가까운, 아련한 추억의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가 데이트하고, 친구 만나 얘기하고, 듣고 싶은 음악 신청하여 듣고, 결혼을 할 사람들은 선보고, 실업자는 출퇴근하고, 채권 채무자가 만나 돈주고 받고, 때로는 소리높여 싸우고 하던 곳이 바로 이 다방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다방'이 한국인의 문화생활, 사회생활, 경제생활의 토대가 되는데 큰 몫을 하였군요. 정치생활은 더욱 그렇구요. 모든 정치 지망생, 가난한 야당 정치인, 쫒기는 재야인사, 이권청탁을 시도하는 모사꾼 이 숱한 사람들이 모두 다방에서 야망을 키우고, 나라를 걱정하고 또 음모를 꾸미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다방의 커피맛은 어땠을까요? 참 가관이었지요. 미군부대PX에서 흘러나온 MJB, Maxwell등의 가루커피를 가지고 계속 끓이고 끓여서 내다보니 맛이 희한한 곳이 많았습니다. 바리스타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맛있게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적은 원료로 많이 뽑아내는 기술자가 대접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담배꽁초를 풀어서 진하고 쓰게 맛을 낸 이른바 '꽁피'사건이 사회를 떠들석하게도 했구요. 하긴 지금에 와서야 카페인이나 니코틴이나 다 중독성이 있긴 마찬가지네 하고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참 엽기적인 사건입니다. 

이런 다방 커피가 제 커피맛이 날리가 없지요. 설탕 듬뿍넣고 프림 팍팍넣어서 달고 고소한 맛으로 '이상하게 쓴 맛'을 감추어 먹는 음료가 '다방커피'였습니다. 그러다 보니새로 나온게 다방에서 파는 '맥심커피'라는 변종메뉴입니다. 가격은 커피보다 비싼데, 내용은 커피잔에 맥심 인스턴트 커피가루(동결건조라고 해서 입자가 굵은 것)와 프림 설탕을 넣어서 가져와 손님앞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겁니다. 악화(인스턴트)가 양화(원두)를 구축한 것이죠. 한번도 양화(원두)가 제 구실을 못한 나라에서 생겨난 기형적인 커피문화라고 하겠습니다. 

자판기 커피는 바로 이 다방에서 파는 인스턴트 커피의 맛을 재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커피 그러면 자판기커피, 커피믹스가 커피의 맛으로 먼저 정착을 하게 된 것 입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고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미국커피는 싱거워서', '숭늉같이 멀개서' 여행기간 내내 '한국커피'가 그립다고 얘기하며 미국 갈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꼭 커피 챙겨가라고 친절하게 충고해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긴 미국도 스타벅스 커피빈 등 요즘의 커피문화는 아주 최근의 일이지, 불과 20년전만해도 커피숍이 따로 없고 커피란 식당, 델리 등에서 물같이 주던 음료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나름 한국고유의 커피믹스는 수십년 내려온 전통인데 왜 갑자기 커피에서 섭취하는 에너지양이 지난 십년사이에 0.6%에서 2.3%로 네배나 늘어났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스타벅스, 커피빈같은 대형 체인점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 특히 젊은이들의 커피섭취 방식이 달라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슨무슨 치노, 마키아토 등 발음도 어려운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우유와 설탕을 많이 넣게되고 그걸 또 '아이스'로 주문하게 되면서 시럽을 많이 넣게 되어서 그런 것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옛날에는 가게든 직장이든 집이든 앉아서 먹는 걸로 알던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 마시게 된 것도 그만큼 커피가 더 가까와 졌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무튼 이 세계적인, 특히 그리고 한국에서의 커피문화의 급격스러운 변화는 살펴보면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몇번에 걸쳐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새로운 한주를 즐겁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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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걸 밝혀서 치러야 했던 댓가 밥과술네 집이야기


제대로 먹고 제대로 마시는게 잘사는 길이고 참 중요하다고 어떤 작자가 자신의 블로그 프로필에 떡하니 써놓고, 돌이켜보니 실제론 전혀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한 것 같아서 앞으로 반성과 참회의 나날을 보내기로 하였다 합니다. 네...말과 행동이 다른 블로거 밥과술 이야기입니다.

9월 초하루부터 조신하게 식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밥도 웬만하면 절반씩만 먹어서 탄수화물도 좀 줄이고, 염분섭취도 좀 줄이고, 알콜 섭취도 좀 줄이고 대신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출장가서도 나름 조신하게 굴었습니다.  

체중도 한 삼킬로 빠졌는가 싶어 내심 므흣, 즐거워하던 참이었지요. 사건은 일요일, 그러니까 어제 저녁에 일어났습니다. 쥬스는 친구만나서 저녁먹고 온다고 나갔고 밥과술은 꼭 3D로 보고싶었던 씬시티를 보러갔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려는 참에 쥬스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이태원에서 맛있는 군만두를 먹고 있는데 아빠 저녁으로 포장해 갈까요? 라구요. 그래서 저녁으로 뭘먹을까 싶었는데 마침 잘되었구나, 가볍게 먹도록 딱 일인분만 싸오너라 라고 대답하고 움직이는 실사만화 씬시티를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군만두였습니다. 맛있더군요. 군만두에는 역시 고량주지, 하고 선물받은 고량주를 땄습니다. 카~!하는 감탄사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고량주 홀짝, 만두 냠냠, 하다보니 순식간에 만두가 없어졌습니다. 중국에서 궈티에라고 부르는 군만두를 먹으면 한번에 수십개는 먹는게 보통이고, 일본서 야키교자는 대개 5개가 일인분이지만 다른 음식먹기전에 전채삼아 먹는 음식이지 한끼니로 홀로서기가 안되는 음식이지요. 


그냥 만두만 먹었으면 뇌하고 위장에서 이건 식사야하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요. 근데 군만두하고 고량주가 들어오니까 오, 맛있네여, 역시 잘 어울리는데여. 이렇게 반응하다가 다 먹고 가만있으니까 잠시 기다리는 것 같더니 금세, 이건 뭥미? 워째 식사는 안하삼? 방금 드신거 애피타이저 아녔씀? 이렇게 신호가 오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더없이 맹렬한 식욕이 쓰나미처럼 몸전체를 덮쳐왔습니다. 쥬스가 먹는거 동무해준다고 옆에 와 앉더니, 아빠 좀 모자라지? 오늘만 드세요. 가볍게... 너그러운 미소로 합리화의 길을 터줍니다. 좀, 오늘만, 가볍게 여기에 속아산지 어언 몇년인 걸 모르는바 아니건만 의지박약한 술은 주방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기왕에 먹는 김에 떡도 좀 넣고해서 맛있게 라면을 끓여내어 잘익은 김치와 함께 후루룩 얌냠 다 먹습니다. 그랬더니 배는 부르고 머리에서 내려오는 혈관을 타고 엔돌핀 도파민 이런게 주르르 흘러내려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듯한 지고의 행복감에 젖습니다. 


어차피 탄수화물로 잔치를 치른 저녁인데 까짓거 당분이다! 냉장고에서 거봉을 꺼냅니다. 알알이 굵직한 포도송이가 탐스럽기도 합니다. 옛날엔 포도가 향기롭기는 해도 이렇게 달지는 않았는데 이건 참 달구나 씨도 없어서 먹기도 편하고 음, 얌냠...맛있게 먹었습니다. 


자포자기는 절대 아니고, 문득 선물받은 쵸콜릿이 냉장고에 있는 걸 생각해 냅니다. 좋아하는 중국차와 함께 이쑤시개로 몇조각 찍어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입니다. 금방 자면 살찌니까 책이라도 보다 자야지하고 책고르러 가다가 체중계가 보여서 올라가 보았지요. 보름동안에 삼킬로 빠진게 어느새 도로아미타불이 되어있었습니다. 으악! 이 상태의 식생활을 고수한다면 나는 계속 수평으로 성장하는 인간이 될 것이고, 거기에 따르는 엄청난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두, 하면서 따라서 체중계에 올랐던 쥬스가 으악!!! 하고 제대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빠, 나 생애 최대체중이야. 어떻게 해? 한국올 때 48,49였는데 지금 5*킬로에요! 진짜 뭔가 큰 결단을 내야돼요! 쥬스는 저하고 살기 시작하면서 탄수화물의 참맛을 아는 '탄순이'가 되었고 양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애비 잘못만나서 쥬스가 시집도 못가고, 어린 우유는 성인병에 시달리는 비만아빠때문에 반항아가 되고,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오는 걸 막아야 겠다 결심을 하였습니다. 

사실 쥬스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라면도 제 손으로 끓여본 적이 없는 날씬하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와서 슬슬 요리에 눈을 뜨더니 요새는 이것저것 참 자주 합니다. 요리를 해서 남에게 먹이는 즐거움에도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다 하숙이다 해서 변변히 못먹는 친구들이 가엾다고 집에 데려다 자주 해먹이곤 합니다. 원래 주방아줌마는 숨만 쉬어도 살이 찌는 법입니다ㅋㅋ...

그리고 먹는 사진도 저보다 훨씬 잘 찍습니다. 똑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으로 같은 음식을 찍어도 이렇게 다릅니다. 얼마전 먹은 냉면사진을 보세요. 위는 밥과술, 아래는 밥과쥬스의 사진입니다.   


아래는 공항라운지에서 먹을 거를 가져다 놓고 찍은 겁니다. 위는 술, 아래는 쥬스 입니다. 거의 동시에 찍었는데 이렇게 다르게 나오는 군요...


쥬스가 해놓은 저녁을 술은 세번에 나누어 찍었는데 이렇게 빈약합니다.


쥬스는 요령있게 한장에 찍었는데 훨씬 먹음직스럽군요. 


아래 사진도 그럴듯 합니다만 그냥 있는 소스와 재료로 후다닥 만들어 먹은 저녁입니다. 쥬스는 한달에 한번정도 토마토베이스의 소스를 잔뜩 만들어, 일인분정도로 나누어 냉동해 놓고 여러번에 걸쳐 꺼내어 씁니다.


아래 사진은 제사 지내고 남은 식재료를 살린 것들 입니다. 남은 과일로 상그리아 만들고, 문어 남은 걸로 전채만들고, 선물들어온 복숭아로 파스타 만들고 그랬다고 합니다.  


오늘의 요점은 쥬스가 이렇게 요리를 잘해효, 가 아니라 체중이 왕창 불었다는 데 있습니다. 5킬로까지 쪘다가 다시 빠져서 3킬로수준에서 왔다갔다 했다는 것 까지만 확인했는데, 어제저녁의 비명은 뭘 뜻하는지 무서워서 묻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둘이는 굳게 맹세했습니다. 덜먹고 체중을 줄이기로요. 오늘 오후 주고 받은 카톡입니다. 얼마있다가 쥬스 생일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며칠전 '아빠 저 이번에 생일선물로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요'라고 하기에 뭐냐고 물었더니 르크루젠가 뭔가의 타원냄비하고 어쩌구를 사달라고 합니다. 명품어쩌구 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는구나 흐흐하고 검색하여 보았더니, 웬걸 평소에 그냥 동네 수퍼 알미늄 냄비사듯 살 물건이 아니더라구요. 

그건 그렇고 둘이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체중감량 식생활에 돌입하기로 하였습니다. 못난 부녀에게 성원을 보내주세여~
제대로 먹고 제대로 마시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의지박약한 자신을 묶어두기 위한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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