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으 음식일기(15): 나의 사랑 나의 감자 나의 반백년 음식일기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는 감자밥을 자주 해먹었다. 여름에 햇감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서울에서도 고향에서 올려보낸 감자를 가지고 거의 매끼 감자밥을 해먹었고 시골에 내려가면 물론 감자가 밥에 들어있지 않은 끼니는 거의 없었다. 감자밥이란게 다른게 아니다. 감자를 깎아서 밥을 할 때 같이 안친다. 밥이 다되어 주걱으로 밥을 저어 펴줄 때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깨서 밥과 섞어주면 되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흰쌀이 귀해서 잡곡을 섞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자를 섞었겠지만 서울에서는 맛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도 좋아하시고 형, 누나 모두 감자가 들어간 밥을 대단히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 나는 어려서 감자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잡곡밥에서 제일 싫어했던게 보리밥과 강낭콩밥이었고 그다음으로 완두콩밥을 싫어했다. 팥밥은 많이 좋아했고 검정콩밥은 싫어하지 않는 정도였었던 것 같다. 어린시절 내게 감자밥은 완두콩밥과 검정콩밥의 사이쯤에 걸쳐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어려서는 조밥도 가끔 해먹었고, 수수밥도 맛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쩌다 먹었던 건 기억속에 남아있다. 나이를 먹으며 어느 순간부터 모든 잡곡밥이 맛있어졌는데 그 시점이 언제였는지, 또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매끼 그렇게 하려고 해도 현실이 바쳐주지 않으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리, 갖가지 콩, 조, 팥, 감자 등을 번갈아가며 넣어서 밥을 해먹고 산다는게 참으로 행복한 식생활이었다는 걸 그때는 입이 매우 짧은 아이였던 내가 알리가 없었다. 그저 어머니가 잡곡이나 감자를 피해서 미리 이팝으로 한그릇 내몫을 푼 뒤에 골고루 섞어 식구들 밥을 푸시는 걸 보면서 내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었으니까.

얼마전 베이징으로 오랜 친구 빌이 나를 찾아왔다. 빌은 나와 친하게 지낸지 벌써 26년이 넘은 친구인데 못본지 2년이 된 터였다. 그는 이곳저곳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친구다. 늘 이메일과 SNS로 연락은 주고 받지만 만나기가 쉽지않았었는데 막상 만나자마자 그간의 공백은 휙하고 날라가고 만나자마자 우리는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았던 것 처럼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빌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출신인데 성인이 된 후 거의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 할아버지때 미국으로 온 헝가리 이민과 앵글로색슨을 조부모로 둔 이민 3세이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그는 물려받은 성씨말고는 헝가리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씨티보이의 모습이다. 보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 지금은 배가 살짝 나온 중후한 중년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와 나는 통하는 데가 많았다. 물론 그러니까 친한 친구가 되는 건데, 가끔씩 같지 않아도 될 것까지 같으면 더욱 친밀감이 드는게 사람의 관계아닌가. 남달리 감자를 좋아한다는게 그 가운데 한가지다. 그가 베이징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식사를 같이 하며 우리는 변하지 않는 식성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부페 자리에 앉아, 접시에 담아온 음식을 서로 들여다보고는 우리는 한참이나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와 내가 이것저것 선택해온 요리접시에서 삶은 감자가 유독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많이 달랐다. 사실 그냥 감자 삶아놓은 것을 요리라고 할 수 있냐는데 약간의 의문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서 더욱 우리는 감자가 반가웠다. 갖가지 정성들여 만든 갖가지 요리사이에 버젓이 자리를 잡은 삶은 감자를 최소한 우리 둘은 당당히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감자에 대한 몇가지 추억을 공유하며 감자예찬론을 꺼내었고 그래서 더욱 유쾌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아래 사진이 내가 집어온 감자다. 나중에 한번 더 가져다 먹었다)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아시아의 호텔부페는 대개 동서양의 음식을 다 갖추어놓아서 선택의 여지가 서양보다 훨씬 많다. 주문을 받아 오믈렛을 만들어주고 로스트비프 같은 걸 잘라주는 곳이 있고 베이컨, 소지지, 계란같은 뜨거운 음식에 콜드컷, 샐러드 그리고 빵과 페이스츄리, 시리얼 등이 서양의 호텔과 비슷한 차림이다. 중국계 호텔은 여기에 면을 만들어주는 곳과 딤섬, 죽, 두유,  볶음야채, 볶음국수 코너가 추가된다. 혹시 일본고객이라도 많이 드나드는 호텔이라면 여기에 또 일본식 흰 밥, 미소시루, 생선구이, 절임야채도 또 추가되고 아침부터 스시를 내어놓는 곳도 있다. 한국사람이 자주 묵는 호텔이면 여기에 더하여 김치도 겻들여진다. 늘 이게 남으면 다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면 먹곤 한다. 이렇게 많은 요리가 있는 부페에서 우리는 위장의 절반이상을 삶은 감자로 채우며 만족해 했다.  

'옛날에 나랑 랜디랑 앨리스랑 셋이서 이스라엘에 갔을 때 지방 키부츠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지. 거기 아침부페가 정말 종류가 많았어. 거기는 집단농장이라서 모든 음식을 만들어 자급을 하잖아. 야채도 맛있고, 치즈 버터 요구르트 모두 농장에서 직접 만든거야. 미국수퍼에서 사다먹는 거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얼마나 종류가 많았는지 우리 셋이 아침에 접시에 담은 음식을 보면 같은게 하나도 없었단다. 식성도 그만큼 달랐던 거고...' 빌의 얘기를 들으며 참 그러고 보니 랜디, 앨리스 만난지 십년도 넘었구나 깨달았다. 빌을 내게 소개해준게 앨리스인데. 머리속은 빌과 처음 만났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세월은 정말 총알과 같이 빨리 지나갔다.

우리는 알게 되자마자 죽이 잘맞아서 금세 일도 같이하고 킬킬거리며 놀러도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나를 선셋의 몬드리안호텔, 하우스오브 블루스, 베벌리힐즈의 체이슨, 라보엠, 아이비즈, 산타모니카의 차야, 시누와 등 당시에 뜬다는 식당 클럽으로 데리고 다녔고 또 이런저런 재미난 친구도 소개해 주었다. 우리의 행동반경은 베니스, 헌팅턴비치, 라구나비치 등 점점 넓어져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처럼 드레스코드에 신경을 좀더 쓰고 다녔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도 든다. 패션에 둔감했던 나는 당시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는 늘 깔끔하거나 힙하게 옷을 입었다. 일 때문에 낮부터 같이 있는 날, 저녁에 함께 나갈 때는 늘 그가 옷을 다시 갈아입었던게 생각난다.     

그런 그가 가끔씩 세련된 도시청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골출신이 가지는 정겨움이 드러날 때가 있었으니 바로 어려서 먹던 음식 이야기를 할 때였다. 특히 감자가 그랬다. 헝가리 이민 가정이 다 그런건지는 몰라도 그는 어려서 많이먹었다며 감자를 매우 좋아했다. 감자바위, 강원도 출신라는데 자부심을 가지는 나 역시 감자사랑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않았으니 그런것도 우리는 비슷하다고 낄낄 거리고 좋아했다.  

그가 도착한 날 저녁에 우리는 독일식 맥주집에를 갔다. 지금 베이징이야 국제도시답게 맛있는 곳도 숱하게 많지만 20년전에는 외국사람들이 맘놓고 가서 먹을만한 식당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맛있는 중국음식도 하루이틀이지하고 물려하던 외국에서 온 주재원 상사원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니 독일식 브로이하우스가 생긴 것이다. 루프트한자항공 등 독일계 자본이 들어와서 켐핀스키호텔을 열면서 독일식 수제맥주와 직접 만든 소지지류를 파는 곳이 오픈을 했다. 그 때는 북경주재 외국인들이 자주 다녀서 얘기는 나눈적이 없어도 손님끼리 서로 낯익은 얼굴도 생기고 그랬다. 이젠 외국인들이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지만 대신 중국손님들에게 인기가 있어 여전히 성업중인데 옛생각이 나서 다시 찾았던 것이다.  

우선 소시지모듬과 맥주를 시켰다. 소시지 모듬은 으깬 감자와 사워크라프트 위에 얹혀져 나온다. 하지만 내가 따로 감자와 사워크라프트를 시켰다. 빌이 웃었다. '감자를 추가로 시킨 걸 보니 너 답다. 사워크라프트를 시킨 것도. 말하자면 독일 김치잖아. 자, 우선 건배!' 그가 잔을 들고 독일어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중에 알아 들은 건 아인, 즈바이말고는 하나도 없었는데 흥겨운 노래였다. 물어보니 '남자들이 하나, 둘, 잔을 들고...' 하는 권주가라고 했다.  

맥주를 마시며 그는 헝가리에도 사워크라프트같은 음식이 있어서 어릴때 집에서 먹었는데 어린아이 입맛에 안맞았는지 전혀 좋아지지가 않아서 그 때 이후로 아직도 별로 손이 안간다고 했다. 우리는 진작에 합의를 본 사실을 기억속에서 꺼집어 내었다. 감자는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사진: 소시지 모듬 밑에도 감자가 있고 따로 시킨 감자가 나온 모습)

우리는 좋아하는 감자로 만든 음식을 번갈아 이름을 대어가며 천천히 아침을 즐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또 맛있는 음식이야기를 나누니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문득 생각이 나서 빌에게 보고삼아 이야기를 했다.

밥: 야, 네가 잘만들어서 나한테 가르쳐준 베이크포테이토 말이야. 얼마전에 비슷한거 먹어봤어.
빌: 어디서?
밥: 애틀란타에서 아주 유명한 스테이크집이라는데. 더 본즈라고.
빌: 맛있드나?
밥: 응, 어마어마하게 큰 통감자를 소금발라 구워서 사워크림하고 버터를 얹은거야
빌: 다 먹었니?
밥: 그걸 어떻게 다 먹어? 포터하우스 컷으로 시킨 고기도 그냥 남기고, 감자도 많이 남겼어. 워낙 양이 많아서.

빌이 옛날에 자기네 집의 레시피라며 감자를 맛있게 굽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감자를 씻어서 껍질이 있는 채로 포크로 구멍을 여러군데 낸다. 그리고 버터를 바른 뒤 굵은 소금을 잔뜩 발라 알미늄 포일로 싼 뒤에 오븐에 굽는다. 익으면 갈라서 사워크림이나 버터를(또!) 취향에 따라 얹어서 먹거나 그냥 먹으면 된다. 당시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고 캔음료도 안마시던 그에게 알미늄포일은 왜 쓰냐고 짖궂게 따졌더니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 맛은 수십년뒤 알츠하이머의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 나는 그가 집에서 해주는 이 감자요리를 두어번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달여전에 스테이크집에서 비슷한 요리를 만나서 반가웠는데 워낙 덩치가 큰 놈이 나와서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남긴게 대단히 아까웠다. 데려간 친구가 고기가 나오기 전에 샴페인에 새우칵테일, 게살칵테일 이런 걸 시켰으니 배가 금세 부를 수 밖에. (아래가 그 감자의 웅장한 모습이다. 접시 가득히 담길 정도로 컸다. 이 감자를 남기게한 다른 요리들이다)


위의 사진처럼 미국의 고급식당에서도 통감자가 인기라는게 즐거웠다. 웨이터한테 물어보았더니 자랑스럽게 많은 손님들이 좋아하고 또 찾는다는 대답이 되돌아 왔다. 특히 아침식사는 어디에서라도 감자가 푸짐하게 나오면 기분이 좋다. 남들은 몰라도 최소한 내 접시에서는 오믈렛도, 베이컨도 감자가 있어야 밤사이의 단식을 깨고 하루를 여는 식사가 완성된다. 요새는 같이 만나 식사를 하는 사람중에 탄수화물을 멀리하겠다고 감자대신 과일이나 샐러드를 찾거나 요거트를 주문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괜히 마음에 안든다, 마이나스 일점. 계란도 흰자로만 오믈릿을 해달라 그러면 마이나스 이점. 하지만 그들이 옳은거겠지. 그런 사람들이 대개 나보다 운동도 훨씬 열심히 하니까...  



남의 집에 초대를 받아가서 좋은 술에 맛있는 음식이 코스로 나와서 음미하며 먹고 있는데 소박한 감자요리가 나왔던게 내게는 최고의 정점이었던 적도 있었다. 


좀 바보같은 생각인데, 난 가끔 외국에 나가서 감자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감자요리를 보면 강원도 감자가 여기까지 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당연히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반가워서 자꾸 그런 마음이 든다. 어려서 이부자리를 펴면 베개를 모아서 기둥을 세우고 이불을 덮어씌워놓고 요새다, 비밀기지다, 잠수함이다 이러고 놀았던 적이 있지않은가. 상상의 세계로 푹빠져들어 있을 때 식구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면 아, 거긴 안돼 물이야 밟지마 이러기도 하고. 감자를 대하는 것도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어려서 먹었던 감자가 무슨 품종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동안 많은 개량이 있어서 요새 감자가 더 맛있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마치 옛날 강원도 감자가 세상 모든 감자의 원조인양 일부러 착각을 하고는, 외국에 나가 감자를 만나면 괜히 대견해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그런다. 가난한 고향에서 어렵게 고생을 하다가 상경해서, 또 외국으로 이민가서 남부럽지 않게 성공을 한 동향사람을 만난듯이 '출세한' 감자에 긍지를 느낀다. 나는 이렇게 가끔씩 강원도 감자를 정점에 올려놓는 유희를 즐긴다.  

한국 식당에 가서도 감자조림이 반찬에 들어있으면 그 집은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가 콩나물 무침, 두부조림이고. 


감자는 물론 이렇게 해서 먹어도 맛있고


이렇게 해서 나온 것도 맛있고


물론, 이렇게 더불어 나온 것도 맛있다. 나는 솔직히 햄버거는 버거킹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감자튀김이 더 맛있어서 맥도날드를 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있는 그대로의 맛으로도 빼어난 감자지만 때로는 놀라운 변신을 하여서 새로운 모습과 맛을 보여주기도 하는게 감자의 마력인 것 같다. 간고기와 섞여서 고롯케가 되면 독립체가 되어 당당하게 메인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감자가 제일 우아하게 변신을 한게 비시스와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게 가장 정겹게 다가오는 감자는 역시 원형을 유지한 통감자다. 사진도 없고 시간이 없어 그림도 못그리는데, 옛날 화롯불에 넣어 구워먹던 감자의 맛은 아직도 혀끝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단게 좋던 어린시절에는 구워 먹을 경우엔 고구마가 감자보다 맛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머리속에선 구운 감자가 더 맛있게 다가온다. 햇감자가 맛있게 나오는 계절에 식구들과 함께 강원도로 가서 감자를 잔뜩 쪄놓고 둘러앉아 먹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지금은 아주 멀리멀리 떨어진 곳에 와있다. 어제도 감자를 두 번이나 먹었다. 맛있었다. 집생각이 났다. 돌아가고 싶다. 


국수이야기(18): 두그릇을 먹었다, 란주라면(5) 마지막 이야기 국수이야기


어제는 토요일, 조신하게 쉴 수있는 날입니다. 요즘 한중관계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서 머리속이야 사실 이런저런 일로 복잡하지만 혼자 애끓여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인생살이 경험으로 압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잘먹고 쉬면서 다음주를 대비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집에서 쉬고있는 동료를 점심에 맛있는거 사준다고 꼬여서 불러냈습니다. 베이징 주재 몇년이 지난 그는 중국어도 대단히 유창하고 주변에 친한 중국친구도 많이 있는 사람입니다. 평소부터 입이 좀 짧은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란주라면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살짝 놀랐습니다. 그가 사는 동네인 싼리툰에도 동팡궁(东方宫)란주라면 지점이 있어서 그 가게가 들어있는 싼리툰SOHO에서 점심시간 맞추어 만났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사진입니다. 싼리툰(三里屯)은 원래 외교공관이 많은 곳이라 서울로 얘기하면 강남번화가와 이태원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 입니다. 커다란 애플스토어와 고급부티크 몰도 많고 힙한 카페와 클럽이 많아서 베이징에 주재하거나 여행온 외국인들도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맛이 다른데와 비교해서 어떨지 좀 궁금해하던 차였지요.  


들어가서 일단 돈을 지불하고 냉채와 계란 소고기등은 트레이에 받고 라면은 전표를 받아 면코너로 가서 내밀고 면의 종류나 고추기름, 고명의 호불호를 이야기하면 맞춰줍니다.


역시 싼리툰이다 싶은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썅차이와 파를 따로 분리해 놓고 기호에 따라 넣어주었습니다. 외국인들 가운데 고수를 못먹는 사람이 많을테니까요. 아래 사진이 초록고명을 담아 놓은 걸 찍은 겁니다. 왼쪽으로 고수가 있는데 다른 가게에 비해 그 양이 퍽 적은 것 같았습니다. 왼쪽으로 좀 짙은 녹색이 썅차이를 썰어놓은 것 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날 그날 다른건지 아니면 이 가게가 원래 그런건지, 한번 가본거라 확신은 안서는데 푹삶은 무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도 탕국물에 무가 많이 떠있는게 보입니다. 소고기무국도 좋아하고 갈비탕도 무가 많이 들어간걸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이 집의 라면이 더욱 좋았습니다.   


둘이서 세트메뉴를 시켜서 식탁위에 놓은 모습입니다. 


소고기가 다른 가게에 비해 모습이 좀 더 단정한 것 같습니다. 무가 넉넉한 걸 보았기에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것도 다 좋아보이나 봅니다. 으깬 오이도 샐러리유부 냉채도 다 맛이 좋았습니다.   


둘이서 시켜먹은 국수의 비주얼입니다. 면코너에서 받은 그대로의 모습과 고명넣고 면발을 살짝 드러내고 찍은 모습입니다. 



동료에게 국물이 섞이기전에 맑은 국물을 한숫갈 떠먹어 맛을 보라고 권했습니다. 아, 맛있네요 제 입맛에 딱맞아요가 첫 감상이었습니다. 일단 성공입니다. 고수를 아예 못먹는 동료는 파(나중에 설명)만 잔뜩넣어서 먹었는데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첨엔 양이 너무 많다 그랬던 말이 무색하게 잘먹었습니다. 제가 한 3분의 2정도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한그릇 더 시키려 한다고 하자 그가 먹다말고 눈을 크게 뜨고 질린 표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설명했지요. 지금 먹다 남은 건 그대로 남기고 다른 면발의 새국수를 시켜서 반만 먹으려 한다. 이건 공부다, 동시에 먹어봐야 식감이 다른게 구별이 잘되고 기억에도 남는다,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제가 블로그를 하는 걸 모릅니다. 

그리고 주문하여 받아온게 메밀모양을 했다고 챠오마이렁(荞麦棱)이라는 이름이 붙은 면발의 라면입니다. 맨 위의 사진으로 실은게 그건데 아래에 다시 싣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다른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동안 보니까 보통 란저우라면집에서는 특별히 말이 없으면 2밀리짜리 씨미앤(细面)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쁜데 주는대로 먹지, 괜히 복잡한거 만들어 달라그러면 민폐가 아닐까 살짝 생각했는데 눈으로 보니 전혀 기우였습니다. 넙적면도, 아주 가는 면도, 메밀모양을 한 챠오마이렁도 모두 똑같은 속도로 눈앞에서 쓱쓱 잡아 뽑아 만들어내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새로 먹어보는 거라 그런지 식감도 좋고 맛도 좋았습니다. 반그릇만 먹겠다 마음 먹었는데 3분의 2이상을 먹었으니 합해서 3분의 4이상, 약 한그릇반 정도를 먹은 셈입니다. 둘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구석에 있는 사입한 야채를 보았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이 생겼습니다. 


얼른 보기에 대파지요. 그런데 뿌리에서 멀어지면서 초록부분으로 가면 우리가 아는 대파처럼 둥근 모양이 아니라 부추처럼 납작해 집니다. 이게 중국어로는 쏸먀오(蒜苗)라고 불리는 겁니다. 우리말로는 풋마늘잎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편의상 파라고 불렀는데 사실은 파가 아니라 풋마늘잎이었던 거지요. 가게에 따라서는 부추도 쓰고 그런다고 하네요. 란주라면 이야기는 이걸로 맺겠습니다. 쓰다보니 포스팅이 다섯개나 되었네요. 맛도 좋지만 워낙 서민적인 음식이라 더욱 애정이 간 것 같습니다. 물가 비싼 베이징에서도 우리돈 3천원 안되는 금액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요.   

동료가 말했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혼자 와서도 먹을 것 같애요, 집에서도 가깝고. 저는 마치 내가 만들어 먹이기라도 한 것 처럼, 거봐 내 뭐랬어 가리지말고 먹으라 그랬지, 약간 목에 힘을 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말 점심, 또 한사람을 란주라면의 길로 전도한 밥과술은 뿌듯한 마음을 안고 발걸음도 가볍게 옆에 있는 카페를 향했습니다. 


국수이야기(17): 라면의 원류, 란주라면(4) 국수이야기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에는 잘익은 깍두기나 김치가 어울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신 맛이 날 정도로 익은 것도 맛있습니다. 그런데 칼국수를 먹을 때에는 좀 덜 익은 김치가 어울립니다. 거의 안익은 겉절이가 신김치보다 차라리 나은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왠지 삼계탕에는 김치보다는 깍두기가 잘 맞습니다. 보리밥에는 열무김치, 막걸리 한사발에는 총각김치가 있어야 제 격인 것 같고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는데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평소에 콜라를 안마시지만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때는 맛있게 마십니다. 

미국사람들은 햄버거를 먹을 때 콜라대신 밀크셰이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먹고 자랐답니다. 셱셱버거가 들어왔으니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인이 배기는 고객층이 생겨날 지도 모르겠네요.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라서 먹는 것도 한번 몸에 배면 자꾸 그렇게 찾게 되는 모양입니다. 비오는 날 파전이나 빈대떡에 술한잔이 생각나는 것도 그런 것이겠지요. 물론 위에 예를 든 조합도 아마 업자와 소비자가 부지불식간에 시도한 숱한 선택끝에 선택받아 살아남은 조합일테니 습관만은 아니고 맛에서 궁합이 잘맞기는 하는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란주라면의 고명이야기입니다. 위의 사진 두장을 보아주세요. 둘다 같은 란주라면집에서 받은 라면입니다. 위는 며칠전에 먹은 것이고 아래는 어제 점심에 먹은 겁니다. 모양이 거의 비슷합니다만 초록색을 자세히 보면 좀 다릅니다. 위는 파만 들어있는 것이고 아래는 파와 썅차이가 섞여있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싫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싫은 고수가 들어있습니다. 

따로 나온 소고기를 넣고 젓가락으로 면발이 보이게 좀 꺼내놓고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됩니다. 먹음직스럽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어제는 다행히도(이 블로그를 위해) 썅차이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분이 함께 식사를 해서 한그릇은 초록은 빼고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 좀 쓸쓸하기는 하지만 그덕에 맑은 국물도 잘보이고 붉은 라유의 아름다운 모습도 선명해서 좋습니다.


란주라면을 좋아하는 중국사람에게는 손으로 뽑은 국수를 담고 그위에 푹 삶아진 무가 들어간 맑은 소고기 국물을 부은뒤 그위에 라유와 초록채소를 더하고 삶은 소고기를 얹어야 비로소 완성입니다. 어느거 하나라도 빠지면 뭔가 모자라는 것 같지요. 일본사람들이 라멘을 먹을 때 최소한 멘마와 차슈(중국 차슈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파가 들어가야 기본 완성이 된다고 여기는 것과 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어제 그 손님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참 맛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라유가 국수와 잘 어울리고 맛도 좋다고 하데요. 그래서 썅차이 빼고 파만 넣을 수 있었으면 정말 더 좋아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습니다. 이 집은 파와 썅차이를 썰어서 섞어놓았거든요. 우리말로 고추기름이라고 하는 이 라유라는게 중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레시피로 나옵니다. 지방마다 맛도 다양하구요. 오늘은 란주라면의 원조 마즈루(马子禄)에서 공개한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특별히 라유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인당 고추소비량은 세계 일위입니다. 저는 기왕에 그렇게 고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니만큼 더욱 다른 나라의 고추나 고추양념, 고추가 들어간 요리도 다양하게 맛보고 그래야 우리 음식도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몇년전 일본에서 라유(ラー油)붐이 엄청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수퍼마다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반찬으로 먹는 라유', '매운듯 안매운 라유', 뭐 별별 상품이 다나왔지요. 매운 것을 우리만큼 잘 못먹는 일본사람들이 라유에 꽂힌게 좀 신기하기도 했지만 속으로 살짝 그만큼 다양성을 추구하는 식문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란주라면을 좀 좋아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어구가 있습니다. '일청,이백,삼홍,사록,오황(이칭얼바이산홍쓰뤼우황;一清,二白,三红,四绿,五黄)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청'은 푸르다는 뜻과 발음은 같지만 글자가 달라 맑다는 뜻입니다. 즉, 첫째 국물을 맑아야 하고, 둘째 하얀 무가 들어가야하고, 셋째 고추기름은 붉어야 하며, 넷째 초록색 야채고명이 들어가고 다섯째로 국수는 노란 색을  띈다, 이걸 숫자와 색으로 맞추어 만들어 낸 말 같습니다. 

'흰머리가 휘날리기를 삼천자(白髮三千丈)'요, '내리꽃히는 폭포는 삼천척(飛流直下三千呎)'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한자문화는 먹을 것을 표현하는데도 대단히 문학적입니다. 란주라면을 일컬어 '탕국물은 거울같이 맑고, 고기는 부드럽고 향기롭되, 면은 고우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汤镜者清, 肉烂者香, 面细者精)'고 하니 글만 보아도 식욕이 당기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가는 라유의 중요성에 대해서 풀어놓습니다. 중국어 가능하시고 흥미있으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원문 인용합니다.

'란주 우육면의 고추역시 대단히 깊고 오묘하다. 국물을 맑게 유지하려면 직접 면에 고추를 넣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국물이 붉게 물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고추는 반드시 참깨 등 각종향료와 함께 기름을 일정 온도로 올려서 붉은 라유로 만들어 내야 한다. 불의 온도가 낮으면 기름에 매운 맛이 배지가 않고, 불의 온도가 지나치면 고추가 타서 검게 변해버리고 만다. 붉은 기름과 붉은 고추가 들어있는 라유를 면그릇에 부으면 고추와 기름이 탕위에 떠있고 국물과 섞이지않아야 한다. 탕은 여전히 맑아서 젓가락으로 면가닥을 들어올렸을 때 비로소 라유가 면발에 붙어서 붉은 빛으로 반짝일 때 사람들의 식욕을 돋구는 것이다.'

(兰州牛肉拉面的辣椒也是很有讲究的。要保持汤清,就不能直接放入辣椒面,否则会将汤染红。辣椒必须佐以芝麻和几种香料,先用温油炸到一定火候,炸成红油红辣椒混合成的东西。火候不到,油没有辣味;火候过了,辣椒糊了,容易变成黑色。红油红辣椒放到碗里,辣椒和红油漂在汤上,不与汤相混合,汤依然是清的,用筷子挑起面条时,辣椒油附在面条上,红光闪闪,十分馋人) 

자, 그럼 라유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기름을 50리터 붓고 200도로 끓인다고 합니다. 이건 가게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니 집에서 만들어볼 때는 분량을 비례대로 줄이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대파 1킬로, 양파, 생강 등을 넣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끓인 뒤에 대파, 양파, 생강등을 건져내고는 160도가 될 때까지 식힌다고 합니다. 160도가 되면 볶지않은 참깨를 500그램 넣고 130도가 될 때까지 또 기다립니다. 


130도가 되면 고추가루 5킬로그램을 넣고 잘 저은뒤 상온이 되도록 기다리면 완성이랍니다. 


저도 기회있을 때 한번 소량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란주지방에서는 특히 깐수성의 깐구(甘谷)지방에서 나는 씨앤(綫)이라 불리는 가늘고 긴 고추품종을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란주라면을 세트로 시키면 소고기와 삶은 계란, 그리고 반찬같은 냉채 몇가지를 곁들여 줍니다. 


여기는 날씨가 선선해 졌습니다. 혼자서 시원한 것 같아서 폭염에 시달리는 동료 친구 가족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입니다. 한국도 빨리 서늘해지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한 번정도 더 쓰고 란주라면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국수이야기(16): 라면의 원류, 란주라면(3) 국수이야기


원래는 다른 나라에 뿌리를 둔 외래음식이지만 그 어떤 토종음식 못지않게 변함없이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 짜장면, 짬뽕이 있습니다. 이 음식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맛은 세월이 흘러가며 많이 변했습니다. 짜장소스를 볶을때 쓰던 돼지기름, 그러니까 라드가 사라지고 식물성유가 그자리를 차고 들어앉은 것도 하나의 이유고, 누렇고 구수하던 짬뽕이 옛날보다 빨개지고 많이 매워진 것도 변화의 하나로 들수 있겠습니다. 라드는 동물성이라 몸에 나쁘고 식물성이 좋다는 '신화'가 대세이던 시절에 밀려나 버렸고, 짬뽕은 사회전반적으로 자극이 강한 맛을 선호하는 풍토의 영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의 짜장면과 짬뽕의 맛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수타면, 그러니까 손으로 뽑는 면 대신에 기계로 뽑아낸 면이 대세가 되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이제 수타면의 시절로 되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손으로 밀가루 반죽에서 국수를 뽑아내는 건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옛날에 짜장면은 화교들이 하던 중국음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분식센터에서도 팔고, 학교식당, 고속도로 휴게실에서도 사먹을 수 있으며 군대에서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다 기계로 뽑아내는 면을 사용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계로 뽑은 면보다 수타면이 더 맛있기는 한 거냐고요. 한국에서 화교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들이 경영하는 중국음식점이 사라지기 시작한게 이미 70년대말이니까 80년대이후에 태어나신 분들이면, 특히 90년대생 분들은 손으로 뽑아낸 수타면을 드셔보셨을 확율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미 짜장면 짬뽕에서 기대하는 입맛은 기계면발의 그것으로 고정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자면 불행하게도 수타면이 더 맛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기계면이 애초에 수타면을 기계로 대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고 그 지향점이 수타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기계로 면을 뽑자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레시피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계에 달라붙지 않도록 다른 성분이 들어간다던가 말이죠. 그리고 표면이 매끈하게 나오기 때문에 우둘두둘한 수타면에 비해 짜장소스가 잘 달라붙지 않는 것도 흠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수타면에 비해 기계면이 뒤떨어지는 것은 식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디서 먹든 대부분의 면이 요새는 질기고 딱딱하고 또 너무 매끈합니다. 이건 기계면의 태생적 한계에 더하여 소비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쫄깃함'을 선호해서 질겨진 탓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식감의 문제는 개인적인 선호일 뿐 제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마음은 없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이 기계면이 먹고나면 속도 더부룩하고 소화도 잘안되는 것 같아서 어쩌다 수타면을 파는 곳이 있으면 즐겁게 먹는데 요즈음은 참으로 쉽지가 않은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래는 한국출신 화교가 외국에 나가서 경영하는 중국집에서 찾아 먹은 짜장면과 짬뽕입니다. 사진을 잘 살펴보시면 수타면의 특징으로 면발의 굵기가 조금씩 다른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신논현역 부근, 릿츠칼튼 호텔 건너편 큰길가에 있던 옛날 짜장집에서 먹었던 수타 짜장과 수타 짬뽕입니다. 이집은 탕수육도 맛있게 하고 영업도 24시간이어서 그런대로 생각나면 찾아가곤 했는데 어느날 보니 없어졌습니다. 혹시 어디로 옮겨서 영업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 계시면 덧글 부탁합니다(겸해서 2호선 삼성에서 사당사이에 수타짜장 잘하는 집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란주라면인데 갑자기 짜장면 이야기가 나온건 수타면이 없어진게 섭섭하고 맛이 퇴행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맨위에 올린 사진을 다시 한번 싣습니다. 


이게 얼마전 제가 시켜먹은 란주라면의 면발입니다. 균일하기가 기계로 뽑은 소면같습니다. 란주라면은 손님이 주문하는 데 맞추어 면발의 종류와 굵기를 조정해 줍니다. 위의 면발은 마오씨(毛细)라고 해서 아주 가는 면입니다. 우리말 발음으로 읽으면 모세입니다. 바로 모세관할때 모세이지요. 털같이 가늘다는 뜻입니다. 이보다도 더 가는 면발도 있습니다만 그건 안하는 가게도 많아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금세 퍼져서 맛이 덜하다 합니다. 저 역시 평소에는 그냥 적당히 가는 씨미앤(细面)을 선호합니다만 이 블로그에 올리려고 일부러 시켜본 겁니다. 아래가 평소에 먹는 씨미앤 입니다.


이번에 제가 나름 열심히 세번이나 먹은 곳은 란주라면(1)에서 이야기한 '동팡궁(东方宫)'이라는 체인점입니다. 깨끗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이곳에는 면을 주문하여 받는곳에 아래와 같은 면에 대한 설명이 사진으로 붙어있습니다. 


잘 안보이니까 이 집 홈피에 들어가 퍼온 사진을 게재합니다. 

가는 순서대로 하면 둥근 면으로는 마오씨(毛细)가 직경 1밀리, 씨미앤(细面)이 2밀리, 싼씨(三细;3세)가 2.5밀리, 얼씨(二细;2세)가 3밀리 입니다. 가장 보편적인게 씨미앤하고 좀 굵은 얼씨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납작한 면으로는 폭 5밀리의 지우이에(韭叶; 부추잎이라는 뜻), 15밀리 폭의 콴미앤(宽面), 더넓은 다콴미앤(大宽)등이 있습니다. 넙적면은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들이 좋아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특이하게 단면이 메밀모양을 하고있다해서 챠오마이렁(荞麦棱)이라 불리는 세모꼴 면발도 있습니다. 이런 면을 주문을 받으면 그자리에서 다 뽑아줍니다. 숙련된 면사부가 일인분을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초입니다.  

이렇게 란주라면은 국물뿐이 아니라 면에서도 그 뛰어남을 자랑합니다. 이 면을 만드는 법을 간단히 소개해 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란주의 원조 마즈루(马子禄)에서는 자기네들이 가장 맛이 좋다고 여기는 깐수성 용난(永南)지방의 밀가루를 쓴다고 합니다. 동팡궁은 일조시간이 길고 생육조건이 뛰어난 허란산(贺兰山)지방에서 자란 밀을 원료로 한 닝쌰(宁夏)지방의 싸이베이쉬에미앤펀(塞北雪面粉)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맞느냐는 차치하고 그냥 백퍼센트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에 밀가루는 밀가루인가 보다 하고 그 이상 따지지 않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허미앤지(和面剂;우리말로 제면제)를 넣습니다. 이게 면발에 탄성과 점성을 주는 성분인데 알칼리 성분입니다. 우리말로 간수라고도 하는데 탄산칼륨, 탄산나트륨 다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통 란주라면에는 고비사막에서 생장하는 펑펑초(蓬蓬草)라는 식물을 태운 재에서 뽑은 성분인 펑후이(蓬灰)를 넣는다고 합니다. 이 천연재로 만든 성분은 다른 불순물이 들어가 있어 건강에 안좋을 수 있다고 공업용 알칼리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많은 란주라면 애호가들은 몸에 안좋은지는 몰라도 전통 펑후이가 들어간 라면이라야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란주시에서도 끊임없이 개량을 하여 더욱 정제된 펑후이 제품이 나온다고 하네요. 


아무튼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하고 도중에 펑후이를 넣는데, 물의 온도도 중요해서 겨울엔 따듯한 물, 여름엔 찬 물을 넣어서 30도를 유지하며 반죽을 하는데 아래 사진처럼 다섯 손가락을 벌려 물과 밀가루가 한군데 몰리지 않고 골고루 섞이도록 반죽을 시작하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3수3회구구팔십일(三遍水三遍灰九九八十一)'이라고 해서 물세번 더하고 펑회 세번 더하고 여든한번 주무른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시범을 보이는 것이고 실제로 요즈음에 반죽은 큰 가게의 경우 거의 기계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반죽 모양이 되면 위의 사진처럼 잡아 뜯어내어 앞으로 밀어내는데 '천'이라고 발음하는 이 동작은 표준 북경어로도 없어서 방송에서도 로마자 표기를 하였네요. 


그리고 면을 뽑아낼 때까지 반죽을 숙성시키고, 치대고, 때리고, 늘이고, 배배 꼬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걸 중국어로 다오(捣), 러우(揉), 천(抻), 쏴이(摔) 등 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다 동작이므로 모두 손수변(扌)이 들어간 한자인데 수타면을 표현하는데 나와서 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준비가 된 반죽을 잡아늘여 면발을 뽑는 '라(拉)면' 동작이 시작됩니다. 반죽을 하나 크기가 20센티정도의 네모크기로 나누어 놓는데 이걸 미앤지에(面节;면절)이라고 부른다네요. 하나로 일인분씩 뽑는데 꽤 양이 넉넉합니다. 아까 잠깐 얘기했듯이 일인분에 10초, 눈깜짝 할 사이에 뽑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인데 뽑기전의 과정을 이렇게 어디엔가 반죽을 걸어놓고 하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아래는 그리고 면을 뽑는 장면인데 셧터타이밍이 시원찮아서 잘 안나왔습니다.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마냥 있을 수 없어 좋은 사진은 포기하였습니다. 가운데 왼쪽 젊은 사부가 면을 뽑아 끓는 물에 던져넣으면 맨 왼쪽 젊은 사부가 시간을 재어 젓가락으로 건져낸 뒤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은뒤 고명을 얹어 손님에게 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한그릇의 맛있는 란주라면이 완성 됩니다. 면에 대한 설명은 저도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본 건데 볼수록 깊어지고 끝이 없어서 그냥 적당히 여기서 마감하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고추기름과 야채, 소고기 등 란주라면 고유의 고명에 대하여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수이야기(15): 라면의 원류, 란주라면(2) 국수이야기


사람들이 국수를 한사발씩 들고나와 앉아서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좀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막을 알고 본다면 실로 부러운 광경이 아닐수 없다 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바이두에서 '兰州拉面(란저우라미앤)'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가게 란주라면이 맛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가게안은 꽉찼으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밖에 나와 먹겠다는 손님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난해서 이런 거 아닙니다. 잘 아시겠지만 중국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얼마전 서울에 뉴욕의 명물 셱셱버거가 오픈했을 때 몇시간씩 늘어선 행렬이 보도되었지요. 나같으면 안먹고 만다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그 행렬을 보고 뭐라 비난하는 사람은 적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잘한다는 김치찌개집 가운데 몇집은 바쁜 시간에 가게에서 말없이 합석을 시킵니다. 손님들도 그러려니 하고 따릅니다. 일종의 묵계같은 것일테지요. 도쿄에 있는 오야코동의 명가 다마히데 역시 길게 줄서고 무조건 합석입니다. 그리고 손님들은 10분정도 안에 훌훌 먹고 일어서 나갑니다. 엘에이 헐리웃에 있는 인앤아웃버거점은 바쁜 시간이면 가게안도 꽉차고 밖에 있는 테이블도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문을 열어놓고 차안에서 먹기도하고 몇명이 모여 주차장내 땅바닥에 펼쳐놓고 먹기도 합니다. 자동차 후드위로 올라가 먹는 것도 보았습니다. 특징은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그걸 즐기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위에 든 예의 공통점은 모두가 가격이 만만하지만 맛이 좋은, 그러니까 가성비가 뛰어난 가게라는 거지요. 대개 이런 가게들의 공통점으로 좀 서비스에 있어 불친절한 경우가 왕왕 있다는 걸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걸 알고 갑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건 이거대로 즐거움이 있다고나 할까요. 이런 가게에 가서 비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서비스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두세시간 내내 일어나서 소리지르고 껑충껑충 뛰는 엑소콘서트나 빅뱅콘서트에 가서 '거, 뒤에 사람 안보이니 앞에 좀 앉으시오, 매너없게'라고 투덜대는 것과 같은 격이라 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라면 이야기로 되돌아 갑니다. 중국의 란저우라면은 대단히 서민적인 음식입니다. 홍콩의 완탄면도 그렇고 쓰촨의 딴딴면, 싼시의 도삭면 다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다른 것들은 일품으로 그것만 먹는게 아니라 요리를 시켜먹고 마지막에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요리먹고 짜장 짬뽕 시켜먹듯이) 시켜먹는 경우도 많지만, 란저우라면은 독립성이 강합니다. 맛도 좋지만 양도 푸짐해서 한끼 식사로 자체 완성도가 높은 음식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중국전역에 퍼져 번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숱한 라멘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멘 한그릇만 먹고 나가는 손님들이 많지요. 그게 아쉬우면 끽해야 교자한접시 더하는 정도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까 제가 부럽다고 한게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맛은 주방에서만 만드는게 아니라 그걸 많이 좋아하고 먹어주는 손님들이 함께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서울 압구정동에 제가 좋아하는 보쌈집이 있는데 이집 반찬이 부추김치, 미역무침, 김치 딱 이렇게 세가지만 내는데 변하지가 않습니다. 주인분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18년 동안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손님들이 좋아하셔서 남김없이 잘 드셔주시니까요.'

아래 사진들은 모두 '란주라면집(兰州拉面馆)' 바이두 검색해서 찾은 이미지입니다.

바글바글 줄을 서서 먹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일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바쁜 시간에는 힘든 걸 잊지 않을까 싶네요. 누군가가 내가 만든걸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파김치가 되겠지만요...


아래는 마찬가지로 란주라면집으로 검색하여 나온 첫페이지부터 3번째 페이지를 가공없이 그대로 캡쳐한 것입니다. 


이렇게 중국 각처에 퍼져있는 란주라면을 보면서, 일본에서는 어떤가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의 대표포털 야후저팬에 란주라면을 검색해 보았더니 7만8천건의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란주라면 전문점이 이곳저곳에 제법 있더군요. 


물론 외식업으로서의 라멘사업에 비하면 아주아주 작은 비중이겠지만, 오리지널 원류를 찾아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일본사람들의 탐구심과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야후저팬에 '라멘'이라고 검색어를 넣었더니 일억오천만건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라멘가게'라고 넣었더니 3천9백만건의 내용이 있다고 나옵니다. 이러니 일본의 라멘이 맛이 없을수가 없는 거라고 봅니다. 맛은 손님의 입맛이 함께 지키고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여기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라멘가게'의 이미지 검색만 백오십만건이 넘는 군요. 

일본이야기를 꺼내고 내친 김에 또 한번 검색을 하여 보았습니다. 아마존저팬에 '라멘 책'이라고 검색을 하여보았습니다. 7천7백건의 서적이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검색결과 뒤쪽으로 가면 절판된 것도 많을테고 또 라멘과 직접 관계가 없는 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만 잡아도 4천권 가까이 됩니다. 이런 두툼한 기초위에서 발달하는게 일본의 '라멘 산업' 입니다. 아래 아마존 첫페이지를 잠깐 들여다 보면 이렇네요.

올해 8월 1일날 신간이 나왔습니다. '라멘 기술교본'이라는 책입니다. '인기 가게에서 배우는 국물, 자가제면, 토핑'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가격은 우리돈으로 삼만원 가까이 됩니다. 두번째는 올해 3월에 나온 '매니어가 납득하는 도쿄 라멘 맛집 100'이라는 가이드 북입니다. 저도 라멘 관련책이 한 스무권 되는데 이런건 손에 들면 가격은 싸지만 자꾸 또 사게돼서 골치입니다. 사진이 너무 좋은게 쥐약입니다. 세번째는 5년전에 나온 책인데 국물의 베이스인 '다레'의 노하우 책입니다. 상위권에 올라온 걸보니 롱셀러인가 봅니다. 가격은 4만원 가까이 됩니다. 

일본 라멘으로 이야기가 잠시 빠져버렸습니다. 연구하고 들이파는 일본의 풍토가 잠시 부러워서 그랬나 봅니다. 란저우라면으로 이야기를 되돌립니다.  오늘날 이 란저우라면의 레시피를 확립시키고 그 전통을 지켜온 곳은 바로 아래 '마즈루(马子禄)우육면'이라는 가게입니다. 백년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집인데 저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집은 '비전의 레시피' 뭐 이런 걸로 감추는게 없이 만드는 내용을 다 공개합니다. 그런데도 그 맛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니 하나하나의 공정과 손길에서 특별한 맛이 생겨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는 '마즈루 라면'이라고 검색하여 나온 사진의 몇장을 퍼온겁니다. 다른 가게에서 사먹는 것과 모양이 매우 흡사합니다. 그만큼 란주라면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란저우라면을 구성하는 4대요소인 면, 국물, 고명, 고추기름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일본 라멘은 면을 받아다 쓰기 때문에 가게마다 국물내기에 치중을 하지요. 란주라면은 국물만큼이나 면도 대단히 특이하고 비중이 큽니다. 면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우선 국물내기 입니다. 다행히도 란주라면의 만들기는 마즈루를 취재한 프로그램도 많고 해서 동영상도 많습니다. 그런 자료와 동영상을 참고로 소개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兰州拉面, 马子禄 넣고 유튜브 검색하시면 이거저거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말 모르셔도 그냥 보기만해도 재밌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국물의 베이스는 소고기입니다. 지난 번에 란주에서는 마오니우(牦牛;모우)를 쓴다고 했는데 푸른별출장자님께서 그게 다름아닌 야크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제로는 야크뿐만이 아니라 교배종도 많이 쓰고, 또 그곳에서 기르는 다른 소도 맛이 좋다고 하네요. 그리고 베이징같이 다른 도시에서는 일반소를 쓰기도 한답니다. 아무튼 마즈루에서는 야크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육수를 냅니다.   

아래가 모우고기인데 이걸 우선 삶습니다. 

고기를 맑은 물에 넣고 두시간 삶는답니다. 

그리고 건져내고 육수를 계속 끓입니다. 

식혀서 깍둑 썰거나 편육처럼 썹니다.

거기에 양념을 하여 다시 조리를 합니다.

한편 육수는 계속 끓여서 졸이는데 끊임없이 거품을 걷어냅니다. 동영상으로 보니 정성이 지극합니다.

그리고 맑은 육수에 조미를 합니다. 나중에 무를 잔뜩 넣으니까 그냥 끓이면 우리나라 맛있게 만든 소고기 무국과 비슷한 맛일텐데 이 조미에서 맛이 중국적인 것으로 변합니다. 생강, 계피, 화쟈오(중국산초), 팔각(스타아니즈), 클로브, 그리고 산나이라는 허브를 넣네요.

그리고 납작 썰은 무를 잔뜩 넣는데 해설이 반갑습니다. '무는 넣고 오래 끓일수록 맛이 배고 또 좋아져서 좋습니다' 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무국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우선 국물이야기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지고 약속이 있어서 그만 나가봅니다. 다음번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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