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기호에도 계급이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


평소에 음식을 먹으면서, 특히 외식을 할 경우에 더욱, 혹시 내 입맛은 남들보다 세련되지 못한 것 아닌가 자격지심을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아니면 인정하고싶진 않아서 흥, 음식 맛이야 자기 입맛에 맞는게 최고지 뭐 별거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내 입맛은 누구보다 좀 뒤떨어진게 아닌가, 약간의 열등감을 느끼며 나날을 보내시는 분은 안계신가요?

저는 좀 그렇습니다. 어제 극장에 가서 보고싶은 영화를 두편 연이어 보느라고 중간에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다가 든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라면 햄버거를 선호하는 밥과술인데, 샌드위치를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새삼 떠올리면서 옛날에 느꼈던 컴플렉스같았던 추억이 되살아 난거지요.

꽤 오래된 얘긴데, 미국에 있을 때 프로젝트가 바빠서 한 열흘동안 매일 점심을 시켜다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 열명 남짓한 멤버가 시간이 흘러 밥 때가 되면 자, 뭐먹지? 하고 의견을 모읍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가지를 정해서 전화로 시켜놓고 한 삼십분 지나서 제일 서열이 낮은 인턴이 차를 타고 픽업을 다녀오는 식이었습니다. 시켜먹다보니 피자 한번, 중국음식 한번 뻬고는 대개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시켜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샌드위치를 더 많이 시켜먹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치즈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버거가 그리 좋을 수 없는데 미국인 파트너는 샌드위치를 시켜먹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머리좋고 말잘하는 유태계인 그녀는 모든 사람의 뜻을 존중하는 듯 하면서도 결론을 자신이 원하는 바로 유도해가는 탁월한 조정능력과, 그녀의 선택이 멋있어 보이게 하는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여자였습니다. 샌드위치를 더 많이 시킨건, 제가 그 파트너보다 최소 동등하거나 권력서열상 더 높은 위치에 있었으니까 파워에서 밀린게 아니라, 입맛에서 온 자격지심에 밀린 탓이었습니다.

사실 햄버거는 메뉴에서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게에 따라 세분화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끽해야 햄버거냐 치즈버거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빵만 해도 화이트냐 브라운이냐 홀휫이냐 사워도냐 아님 바게트냐에서부터 샐러미, 로스트비프, 터키, 튜나 등 내용물도 다양하고 치즈를 넣어도 별의별 종류가 다 있습니다. 마요네즈 머스터드마저 여러종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 햄버거를 먼저 시켜놓고, 나중에 누군가가 샌드위치를 시키며 수십가지 주문사항을 줄줄이 엮어대는 걸 듣고 있노라면 '난 치즈버거에 프라이' 이렇게 시켜놓은 자신이 참 미개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밥과술의 의견을 따라 햄버거를 시킨 날에는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보던 말단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는 걸 표정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 날씬하고 출세하고 돈많은 쪽은 샌드위치고 사회경험이 없거나 말단은 햄버거란 말이냐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점심 때 간단한 레스토랑엘 가도 두손에 케찹묻혀가며 입을 딱벌려 버거를 먹는 나보다는, 먹기좋게 썰어놓은 클럽하우스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는 상대방이 뭔가 더 세련되어 보였지요.

물론 이런 밥과술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냥 저의 혼자 생각일 뿐이지요. 그러나 많은 컴플렉스라는게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 놓은 열등의식의 덫에 빠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세월의 풍상에 갈리고 닦인 덕에 샌드위치파를 우러러보는 햄버거파의 컴플렉스에서 많이 벗어나긴 했지만...웰빙바람이후 아직도 샌드위치를 더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좀 쿨한 것 같고 그렇습니다.

우리 음식에서 비슷한 예로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매콤달콤한 비빔냉면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고향이 평안도인 대학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월남한 집안 어르신들은 모이면 '야, 냉멘이 뭐야 그거이 다 낭중에 생긴 말이디. 우린 거저 다 국수라했디'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시원한 육수맛에 먹는게 '냉면'이고 다대기인지 뭔지를 넣고 비벼먹는건 거의 냉면이라는 우리민족 고유의 훌륭한 메뉴에 대한 테러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갔습니다.

그리고 장충동 수정약국부근, 필동, 압구정동 안세병원 뒷골목등을 찾아다니는 그들과 함께 물냉면을 먹었습니다. 처음엔 되게 닝닝해서 아무리 봐도 *래옥 이런데보다 육수가 맛이 없는 것 같았는데, 이게 다 내 입맛이 저렴해서 그래 이렇게 생각하며 물냉면쪽으로 전향을 결심하였습니다. 대접을 들고 마알간 육수를 한모금 쭈욱 들이키고는 '야, 역시 이맛이지. 육수 죽인다' 이렇게 감탄하는 친구들에게 '그러냐, 난 암만해도 좀 싱거운거 같은데' 이렇게 말을 못하고 자꾸 먹다보니 이제는 나름 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빔냉면도 좋아하고, 진한 육수도 좋아하는 밥과술이니 냉면에 있어서는 아직도 '하층민'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김치찌개를 워낙 좋아하는 저는 된장찌개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좀 쎄보입니다. 어린이 입맛에는 김치찌개가 더 맞고, 된장찌개는 좀 더 어른스러운 맛이라고 혼자 마구 생각하고는 높이 우러러봅니다. 그위에 더 높은 사람은 청국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저는 아직도 청국장을 무슨 맛인지 잘 모릅니다. 

빈대떡과 파전을 놓고는 파전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세련된 것 같고요. 대학들어가 파전안주해서 술 잘먹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여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빈대떡과 파전은 8대2로 빈대떡파입니다. 

짜장면과 짬뽕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완벽에 가깝게 수평관계이니까 어느 쪽을 선택하는냐에 따라 입맛의 세련됨에 우열이 없다고 보는데, 하나 있습니다. 한국식 중국집에서 요리 다 먹고나서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라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지요. 그 때 대개가 짜장, 짬뽕 아니면 볶음밥을 시키는데 간혹 '나는 기스면' 하고 시키는 사람들이 있지요. 자극이 없고 국물이 말갛고 국수양도 좀 적은 기스면을 시키는 사람은 좀 세련돼 보입니다. 하지만 밥과술은 꿋꿋이 짜장 또는 짬뽕을 '식사량'으로 시켜먹습니다.

일식으로 가봅니다. 일식 우동과 소바의 선택에선, 전 거의 소바를 시켜먹습니다. 그리고 우동을 더 좋아하는 사람보다 혼자서 은근히 우월감을 즐깁니다. 아무 이유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맛있는 소바를 놔두고 우동을 먹다니, 하고 가여워 할 뿐이지요. 돈카츠를 먹을때 부드러운 히레(안심)을 좋아하는 저는 기름기가 많아 더 고소한 로스(등심)을 선호하는 사람은 괜히 고기맛을 더 잘 아는 사람같아서 높이 삽니다. 어린 아이들은 대개 다 저와같은 히레파인 것 같습니다.

파스타를 먹을 때, 토마토맛을 더 좋아하는 저는 올리브기름이나 와인을 베이스로 한 파스타를 시키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입니다. 양식먹으면서 샐러드먹을 때는 싸우전아일랜드나 프렌치, 랜치 드레싱등 헤비한 맛을 좋아하는 저는, 발사미코나 폰즈, 와후(和風)등 가벼운 드레싱을 쳐서(그것도 살짝) 먹는 사람앞에선 괜히 기가 좀 죽는 것 같습니다.

드레싱을 살짝 친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밥과술이 제일 기가 죽는게 설렁탕에 소금 거의 안넣거나 넣는둥 마는둥하고 먹는 사람앞에서 소금칠 때 입니다. 소금간 안하고 도대체 어떻게 먹을까 싶은데, 물어보면 맛있답니다. 저는 파값이 비싸면 설렁탕집 망할 정도로 파반 국물반으로 듬뿍넣고 후추도 남들 두배정도 넣고, 소금은 알맞게(밥과술 기준으로) 넣어 먹습니다. 웰빙웰빙하는 세상에 혈압도 신경써야 한다니 소금섭취량을 올해부턴 좀 줄여볼까 합니다.

양념이야기 하나 더하고 넘어가지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고기집에서는 양념안한 고기를 구워먹는게 당연한 습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꽃등심, 생갈비, 안심, 안창, 제비추리 등등 부위별 이름을 정해놓고 구워서 소금기름에 찍어먹거나 상추에 파버무림이나 양파등과 쌈싸 먹습니다. 저는 여기엔 고기를 많이 팔려는 업자들의 음모(?)가 있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집의 메뉴를 보면 양념갈비는 값이 좀 저렴합니다. 좋은 부위를 안쓴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러니까 맛도 덜할 것이겠구요. 불고기는 훨씬 저렴하여 좀 고급집에 가서 메뉴를 보면 저~ 밑에 셋방살이처럼 붙어있는게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고유의 참기름과 마늘, 간장이 혼합된 양념이 밴 불고기와 갈비가 대접을 예전처럼 못받는 것 같아서 서럽습니다.

양념된 갈비나 불고기를 먹는게 생갈비, 생등심을 먹는 것에 비해 저렴한 입맛의 '하층민'이 되어버린 이 풍토를 저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갈아엎어버리는 '민란'을 일으킬 용의도 있습니다.

쓰다보니 궁시렁 궁시렁 저렴한 입맛, 세련된 입맛 마치 뭔가 정답이라도 있는 것 같이 늘어놓았는데, 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잠깐 눈 깜빡하는 사이에 벌써 2012년도 한달이 다 지나갔네요. 정말이지 쏘아버린 화살마냥 너무나 빨리 지나갑니다. 남은 며칠 잘 마무리하시고 보람찬 2월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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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동안 마신 술,술,술 살아가는 이야기



제목에서 보이듯이 오늘은 술이야기입니다. 19금 되겠습니다. 그리고 술 안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순전히 밥과술 개인적인 얘기입니다. 블로그란게 일기처럼 쓰는 사람, 널리널리 공유하자는 사람, 참으로 다양해서,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이야긴지 참 애매~합니다잉! 자,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재미없어도 책임안집니다잉!^^;

2011년 한해동안 먹고 마신 밥과 술이 얼마나 되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동안 찍어두기만 했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거창하게 말해봐야 실상은 지극히 원시적인 분류^^;) 을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휴를 맞아 밖에 안나가고 방콕모드로 느긋하게 딩구니까 이런 여유도 생기네요.

지금 이포스팅도 자리에 누워서 아이패드로 하고 있습니다. 밥과술의 처음으로 해보는 '이불속 포스팅' 되겠습니다. 옆에 누가 있어서 귤이라도 까서 앙!할때마다 입에다 넣어주면, 오물거리면서 똑딱똑딱 두엄지만으로 글을 쓰는 맛이 더욱 재미날텐데... 아니면 누군가 '아이, 자기야~ 그만하구 나랑 놀아줘~' 아님 'またアイパッドやってんの?あんたなんか大嫌い!' 혹은 '你真讨厌,有了iPad就不要我,气死!' 또는 'I'll count three, and if you don't stop doing that f*&@ing tablet...now, one! two!...' 뭐 이렇게 방해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국적불문 하고 환영, 歓迎, 欢迎, welcome, 하겠건만(새해부터 꿈도 야무집니다, 그려)... 고요합니다. 평화롭습니다.

살살 졸다가 팔에 힘이 스르륵 빠져 10.5인치짜리 첨단기기가 흉기가 되어 안면을 강타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이나 해야겠습니다. 언젠가 누워서 아이패드하다가 졸지는 않았지만 손이 미끄러져서 얼굴에 떨어진 적이있는데, 정말 눈물이 나도록 아팠습니다. 챙피해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있다가 이제사 첨으로 고백합니다. 씰데읎는 얘기는 그만하고 술마신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위의 사진이 작년 한해 밥먹으면서 찍은 사진 가운데 나온 술사진의 일부입니다. 참 모아놓고 보니 다양하게도 마셨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식사와 함께 마시는 술을 좋아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밥먹고나서 2차로 '술을 위주로 마시는' 술자리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몇달에 한두번은 그런 자리가 있습니다.

거기서 마시는 술은 희한하게도 똑 같은 술인데도 맛이 없습니다. 목에도 걸려서 잘안넘어 갑니다. 수십년 내공(?)으로 주는 술은 받아마시고, 위하여!할때 위하여하고, 완샷할때 완샷은 하지만, 뒤끝이 안좋을 때가 많습니다. 다음날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거지요. 작년엔 술마신 다음날 고생고생하여서 아, 다시는 술마시지 말아야지 하고 후회한게 기억으로 두번 밖에 없으니, 선방한 한 해였던것 같습니다.

맥주 78
와인 50
소주 49
고량주 30
사케 25
막걸리 6
위스키/브랜디 5
칵테일 3
기타 3

이상이 작년 한해 밥과술이 술을 마신 횟수입니다. 와인이나 소주나, 여러병을 마시건 몇잔을 마시건 한끼에 마신 횟수를 한번으로 쳤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맥주를 마신 횟수가 참 많습니다. 누락된 걸 생각하면 평균 사흘에 한번씩은 입에 댄 것 같습니다. 아마 맥주는 다른 술을 마시기 전에 우선 시원하게 한잔, 이런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소주나 사케를 마시기 전에 마시는 경우가 많고, 맥주로 시작해서 맥주로 끝난 경우는 치킨집 호프집 간 날 아니면 피자먹은날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평소 이미지보다 가까이 있는 술이었구나싶은게 좀 뜻밖이었습니다. 국산으론 맥*가 그나마 괜찮은 것 같은데, 빨리 산*리 프리미엄 몰츠 수준의 맥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다음이 와인입니다. 연 50회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와인을 마신 건데, 이것도 횟수가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아마도 출장중에 손님들과 마실 경우가 많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요즈음은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같은데선, 좀 점잖은 자리다 싶으면 독한 빠이지우 대신에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소주는 막상 사진에 찍힌게 49회라는게 너무 적어서 놀랐습니다. 김치찌개를 먹건, 불고기 갈비를 먹건 거의 반드시 소주를 최소 반병은 마시는데 아마 거의 물같이 가까운 존재라 사진찍는 걸 잊지 않았나 싶습니다. 누락횟수를 핸디로 잡아주면 2,30회 늘어나 맥주와 빈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집에서 밥을 먹을때도 소주는 늘 곁에두는 동반자니까요.

소주는 가장 다양성이 적은, 거꾸로 말해서 브랜드 로얄티가 높은 주종입니다. 부산에서 C1 마신거하고, 어디선가 한라산 마신거 말고는 전부 참*슬 아니면 처*처럼입니다. 제 친한 친구가 참*슬 계통에 있어서 제가 시킬 땐 이걸 우선합니다. 친한 선배가 처*처럼 계통에 있어서 누가 시키면 순순히 따라 갑니다.

고량주라고 표현한건 중국의 도수높은 빠이지우(白酒)의 총칭입니다. 고급으론 마오타이,우량예 등 전통 고급주부터 수정방, 지우꾸이등 신흥 브랜드도 있지요. 저는 값이 저렴한 얼궈터우도 좋아합니다. 작년에는 중국에 머무른 시간이 꽤 되어서였는지 30회나 되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빠이지우는 대만산 금문고량주입니다. 고량주는 요즘 각브랜드에서 38도, 42도짜리 저도수 제품도 나오는데 역시 50도 이상이라야 제맛이 납니다. 다만 많이 마시고 자면 다음날 식도와 위장이 쓰립니다. 건강을 위해 과음을 삼갑시다!

사케라고 분류한데에는 우리나라 청주도 들어가있습니다. 요즘에 나오는 차례용 청주는 옛날보다 참 맛있어져서 설, 추석, 기제사, 시제 등에 참례하고나서 음복이 즐겁습니다. 화랑도 일본 사케 못지않게 참 맛있는데 파는 집이 적어 유감입니다. 25회에서 제사, 차례 5회정도빼면 다 일본 청주인 사케입니다. 데워마셔도 좋고, 차게 마셔도 좋고 솔직히 일본의 청주문화는 좀 부럽습니다.

막걸리가 6회! 반성했습니다. 한때 막걸리 전도사를 자처하던 밥과술이었는데... 2010년까진 제법 마셨는데 작년에 어쩐일인지 확 줄었네요. 금년엔 다른 주종을 줄이고 좀더 애정을 가지고 가까이 해볼까 합니다.

위스키가 식사때 마신게 5회인건 이해가 갑니다. 솔직히 저는 위스키는 식사와는 잘 안어울리는 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와인이 보급되면서, 소주대신 고급이라고위스키로 반주하던 풍조가 줄어든건 제겐 참 좋습니다. 위스키는 그대신 한국 고유의 '밤술문화'의 주역이지요. 밥과술이 별로 안좋아해서 이래저래 위스키와는 거리가 멀어졌네요.

칵테일 3회, 세번 다 멕시코 요리 먹으면서 마신 마르가리타 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옛날엔 참 이런저런 칵테일 많이마셨는데...역시 칵테일은 청춘의 술인가 봅니다. 모히토, 대커리, 싱가폴슬링, 테킬라선라이즈, 맨하탄, 드라이마티니...모두 기억의 장농서랍에 들어가버렸고,요즘은 어쩌다 바에 가도 싱글몰트나 보드카를 언더락으로 마시는게 고작입니다.

기타는 마이너한 술입니다. 싸오씽지우(소흥주)도 참 좋은 술인데 요즈음은 와인에 밀렸는지 중국에서도 옛날만큼 안마시는 것 같습니다. 복분자주도 저만 그런건지 예전보단 시들한 것 같구요.

이상이 밥과술이 2011년에 마신 술이야기였습니다. 서두에 밝힌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었습니다. 술에 이어 '일년동안 먹은 밥밥밥'도 쓸까 했는데...잘 판단이 안서네요^^;; 다음엔 오랫만에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쓸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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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먹으면 금단현상이 오는 음식 살아가는 이야기


누구에게나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메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한동안 안먹으면 생각이 나고, 그 때 먹어주지 않으면 몸이 계속 원해서 점점 그 음식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는 그런거요.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떡국을 먹을 때가 돌아온 걸 실감했습니다. 몸으로요.
 
너무 진하지 않게 낸 육수에, 푹삶지 않아 매끈쫄깃한 떡의 식감, 정성스레 결따라 찢은 소고기와 색깔도 고운 지단으로 얹은 고명, 초록빛이 돌도록 바싹 구워 향기가 좋은 김을 많이 얹고, 후추도 좀 남들 보기에는 많다싶게 넉넉히 쳐서 먹는 떡국의 맛.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김치를 듬뿍 베어물어 사각사각 먹어가며 숟가락으로 후루룩 후루룩 먹는 떡국의 맛. 떡을 다먹어간다 싶으면 밥을 반공기 정도 말아서 매운 김치나 가자미 식혜, 젓갈 반찬해서 마무리하는 떡국의 맛.

머리속으로 한그릇을 먹고나니 설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어린애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왜 난 이 맛있는 떡국을 자주 안먹는거지? 하는 의문이 갔습니다. 그리고 되짚어보니 설명절 전후가 아니더라도 일년에 몇번은 집에서 만들어 먹고 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떡국을 좋아해서 외식을 할 때 여러번 떡국이나 떡만두국을 시켜 먹곤 하는데, 대개 조미료로 낸 국물맛과 성의 없이 빚은 만두에 실망해서 머리속에서 떡국은 집에서 해먹는, 그러니까 설에나 먹는 음식으로 각인된 것 뿐이라고요. 밖에서 사먹는 경우를 까맣게 잊게 할 만큼, 집에서 해먹는 떡국의 맛이 유별난 경우이겠지요.

연이어 생각해보니 밥과술에게도 오래 안먹으면 너무 먹고 싶어서져 반드시 먹어줘야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 음식이 꽤 있더라구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다 그런 음식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포스팅은 누구에게나 있는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야기입니다. 

한동안 안먹으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하는 생리현상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물리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겁니다. 우리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양은 적지만 반드시 취해야할 각종 미네랄이나 비타민등을 균형있게 취하기 위하여 부족한 것을 식욕으로 땡기도록 진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게 오늘 포스팅의 주제가 아니므로, 영양학, 미각생리학 어쩌구 등 공부같은 대목은 넘어가기로 합니다.

밥과술도 그렇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그렇고, 아마 제일 많이 먹는게 이런 저런 반찬이 곁들여진 쌀밥이 아닐까 합니다. 집에서 먹는 보통 식사지요. 이것도 외국에 오래나가서 만약 못먹으면 정말 그리워지는 메뉴인데 그런 상황에 놓여지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드무니까 빼겠습니다.

저는 생각해보니 가장 인터벌이 잦은 음식, 그러니까 안먹으면 금단현상이 빨리오는게 김치찌개 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참 물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치찌개는 집에서도 자주 먹지만, 중앙일보사 건너편, 서대문, 세종문화회관 옆, 프리마호텔옆, 신사동 등 맛있다는 데를 열심히 찾아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치찌개는 조미료를 많이 넣었건, 설탕을 넣어서 너무 달건, 너무 맵건 웬만하면 용서를 해줍니다. 그러니까 김치찌개에 대해서는 좀 너그럽다고나 할까요.

제가 아는 후배는 된장찌개가 그렇다고 합니다. 일년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왠지 된장찌개가 그립다, 금단현상이 온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점심에 외식하며 어쩌다 먹고, 고기먹으러 가서 마지막에 누룽지와 나오는 거 먹고, 어쩌다 가끔 집에서 먹고 그러는 걸로 갈증나지 않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치찌개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단단히 맛을 들여 중독성은 그 이상 강한게 있습니다. 그래서 출장갔다 오면 제일먼저 찾는게 그건데, 바로 김치찜입니다. 아주 폭익은 신김치를 돼지고기와 함께 푹삶아 내오는 김치찜을 먹게된지 몇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푹 빠졌습니다. 저희 회사부근에 김치찜이 맛있는 집이 있어 행복합니다. 동료들도 의례 제가 오랫만에 돌아오면 김치찜 먹으러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오랫만에 돌아오면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서대문 한*집으로 직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집이 김치찌개도 맛있었거든요. 

그다음으로 정기적으로 먹게 되는게 설렁탕인 것 같습니다. 맑은 국물의 곰탕도 좋아하는데 잘 하는 집이 별로 없으니 이건 같은 카테고리에 넣습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전날 술을 많이 마셨거나 하면 더욱 당기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포스팅에서 썼는데 요즈음 설렁탕집은 김치,깍두기, 그리고 국물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데 밥은 정작 맛이 없는 곳이 많아서 좀 불만입니다.육계장도 참 좋아하는데, 상가집에 문상갈 일이 늘 있어서 따로 시켜먹지 않아도 금단현상이 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역시 빼놓을 수 없는게 냉면입니다. 맛있는 집에 가서는 물냉면, 대충 그렇고 그런 집에 가서는 비빔냉면을 먹는 걸 방침으로 세운지 벌써 꽤 오래 된 것 같군요. 역시 한참 안먹으면 금단현상이 옵니다. 같은 국수종류이지만 여름에 집중적으로 먹게 되는 냉모밀, 추억의 쫄면과 비빔국수, 콩국수 그리고 철에 관계없이 칼국수와 동치미국수등은 일년에 몇번만 먹으면 괜찮은 정도인 것 같습니다.

설렁탕 다음으로 중독성이 강하여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게 짜장면, 짬뽕인 것 같습니다. 이건 확실하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중국에 오래있다보면 한국의 짜장면 짬뽕이 생각납니다. 탕수육을 반찬삼아 복스럽게(조금 게걸스럽게) 후루룩쩝쩝 먹어대는 짜장면과 짬뽕의 맛은 참 별미입니다. 당구치면서 먹는 짜장면이 하두 맛있어보여서, 대학교 들어가서 당구도 잘못치면서 짜장면 시켜먹으러 당구장을 드나들었던 적도 있었네요.

짜장면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게 라면입니다. 일본라멘말구 우리가 늘먹는 한국 인스턴트라면이요. 몸에 안좋다 뭐다 말이 많은 식품이지만, 한참 크던 학창시절 학교앞 분식센터에서, 시험공부할 때 집에서 야식으로, 숱하게 먹어서 그런지 완전히 컴퍼트푸드에 반열을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어쩌다 분식센터에서 김밥곁들여 사먹을 때도 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라면은 누가 끓여주는 라면이 아니라, 내가 직접 끓여먹는 라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물주가 남녀구분을 하여 완력은 남자에게, 섬세함은 여자에게, 논리적 사고는 남자에게, 미적 감성은 여자에게 좀 더 주었다고 한다면, 라면끓이는 재주는 틀림없이 남자에게 더 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바닷가 출신인 저는 생선을 참 좋아합니다.특히 생선구이를 반드시 정기적으로 먹어야하는데, 이 메뉴는 쌀밥과 함께 먹는 반찬에 속하므로 그냥 넘어갑니다. 고등어, 꽁치, 가자미, 연어가 집에서 구워먹는 4대천왕입니다. 

드디어 외래식품으로 넘어갑니다. 햄버거 피자...이것도 안먹으면 많이 당기는 메뉴지요. 일년에 몇번이나 먹는지 시간날 때 한번 찍어놓은 사진을 봐야겠습니다. 뜻밖에 그다지 금단현상을 느끼지 못한게 프라이드 치킨이네요. 아마 당기기전에 치맥으로 먹을 기회가 있어서 그런지 이것도 사진조사 대상.

그리고 일본음식인데 안먹으면 금단현상이 오는게, 돈카츠 카레 소바 스시 입니다. 옛날에는 라멘도 반드시 들어갔는데 지난 몇년 덜 먹었더니 해독이 되었는지 리해빌리에 성공을 한 건지 요즈음은 그냥 없이 지낼만 합니다. 앞에 나온 네가지 음식도 빈도수를 조사해 봐야 겠네요.

그러고보니 불고기, 갈비, 스테이크 등 육류가 빠졌습니다. 아마 평소에 술을 먹으면서 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고, 또 평소에 찌개나 반찬 등으로 약간의 육류를 자주 섭취하니까 절실함이 덜하다는 얘기같습니다. 고기가 먹고싶어 못참겠는 금단현상을 느껴본 적이 기억에 없군요. 얼마나 고기를 멀리하면 금단현상이 올까, 이참에 한번 채식위주로 돌아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참아야겠죠. 평범한게 좋은거니까.

쓰다보니 생각이 난게, 나이먹어도 주책맞게 햄,소시지 좋아하던 어린이 입맛이 요즈음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덜 땡깁니다. 철이 들은 건지, 아니면 몸에서 식품첨가물에 이골이 나서 은근히 거부반응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몸에 덜 좋다는 걸 별로 안찾게 되는 건 좋은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육류제품에 대한 금단현상을 느끼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니 그만큼 행복한 식생활이라 여기고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아울러 미안한 마음으로 지구상에 배를 곯는 사람들이 없는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이상이 밥과술의 정기적으로 먹어줘야하는 음식리스트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음식을 오래 거르면 금단현상이 오는지 의견주세요~

덧: 위에 말한 음식들 사진을 골라서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지난번 포스팅에 올렸던 사진을 재탕으로 사용합니다.
덧2: 블로그 카테고리 정리를 하였습니다. 어제그제 올린 영화포스팅은 날짜를 밀어 과거로 보냈습니다. 음식관련이 아닌 포스팅은 공개포스팅 카테고리에서 찾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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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먹고 맴맴. 중국의 명절색깔 살아가는 이야기

중국에서 그야말로 민족의 대이동이 천만단위가 아니라 수억명단위로 일어난다는 춘지에(春節), 그러니까 우리나라 설명절에 해당하는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간도 일주일 이상되는 이 연휴에, 도회지에 나와 돈을 벌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중국사람들의 귀성전쟁은 그 치열하고 절실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그것을 훨씬 능가합니다.

돈있는 사람은 비싼 선물을 사겠지만, 별로 없는 사람도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게와 수퍼에는 각종 선물세트가 한창 대목을 맞아 잘 팔리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평범한 수퍼인데 고급 술, 로얄젤리, 인삼제품 이런 코너 옆에 쵸콜릿등 각종 과자를 쌓아놓고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참 붉은 색을 좋아합니다. 길상한 색깔이라 좋은 일에는 반드시 붉은 색을 사용합니다. 옛날에 혼자 생각해본 건데 중국의 빨간 염료 사용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조사하면 다 나올텐데, 방법이 없네요. 모든 인쇄를 할 때 빨강, 노랑, 파랑 이 삼원색 잉크로 각종 칼라를 냅니다(4도 인쇄에는 검은색이 들어가고, 5도 6도 인쇄도 있지만 기본은 3색배합입니다). 근데 중국은 붉은 색 간판도 많고 포스터도 많고 하니 빨간 잉크, 빨간 도료를 많이 쓸 것 같은 거지요.

모든 건물은 춘지에 명절을 앞두고 각종 치장을 하는데, 주로 빨간 색을 씁니다. 맨 위의 사진은 현대식 고급 오피스 빌딩에 놓인 건데, 관상용 미니귤나무를 놓고 거기에 붉은 색으로 주렁주렁 신년축하와 돈 많이 들어오라는 문구들이 걸려 있습니다. 미니 귤은 많이 열리는 데 색깔이 황금색이라, 재물과 다산 그리고 번영을 기원하는 뜻에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서양의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전파된 습관인듯 빌딩입구에 전구를 매달은 춘지에트리(?)를 장식하고 저녁엔 불을 꺼서 오히려 더 입구가 더 어두워진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 아래 사진은 빨간 색 꽃으로 모양을 내다보니 동양의 복사꽃과 서양의 포인세티아가 합체한 하이브리드 트리도 눈에 띄었습니다.  

맨 위의 사진을 보아주세요.
아래 사진은 완전 붉은 색이 아니라 핑크라서 좀 보는 저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옆에 놓인 귤나무도 아담했구요. 좀 고급 빌딩이었습니다... 그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에스컬레이터 옆, 복도 돌아가는 모퉁이, 눈길가는 곳에는 빠뜨리지 않고 붉은 색 화분이나 장식등이 놓여있습니다.

자, 오늘의 메인, 먹는 이야기입니다. 어저께 미팅이 있어서 방문한 회사사람들과 점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안내한 식당으로 가니, 거기도 이미 붉은색 치장이 되어있었지요. 천정에 매달린 홍등이 명절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두툼한 메뉴가 나오자 저를 초대한 상대방이 메뉴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 밥선생님께서 디앤차이(요리주문)을 해주시죠. 잘 아시니까 " 저는 겸손하게 " 아이 무슨 말씀을, 전 다 잘먹으니까 시켜주세요" 두어번 서로 사양을 하다가 저를 초대한 쪽에서 이것 저것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얻어먹고 이런 얘기하면 좀 실례인데, 웨이터한테 시키는 걸 들으며 속으로는 '아 내가 시킬 걸 그랬나' 살짝 후회도 들었지만, 잘 참아서 예의를 지겼습니다. 그 분하고는 몇 번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 사이인데, 썩 만족한 주문은 아니었던게 기억이 났습니다.

첫번째 요리가 나왔습니다. 일종의 애피타이저인 냉채인데 우리나라로 말하면 오향장육쯤 되겠습니다. 근데 빨간 고추가 들어있었습니다. 고추간이 배어서 고기를 몇점 먹었더니 입안에 알싸하게 자극이 왔습니다. 음, 이정도면 맛있어...

두번째 요리가 나왔는데, 선시앤지(神仙鷄)라고 닭과 돼지고기를 함께 넣고 요리한 건데, 사진보다는 붉은 빛을 띄었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세번째 요리가 메인스러웠는데...새빨간 색이었습니다. 쓰촨스타일인데 끓는 기름에 주재료를 넣고, 고추와 산초를 못먹어서 웬수진 사람들을 위한 메뉴처럼 고추와 산초가 듬뿍 들어간 요리입니다. 세수대야만한 그릇에 새빨간 고추와 산초가 그득하게 담긴채로 테이블에 옵니다. 그리고 국자로 고추와 산초를 건져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사진이 건져낸 매운 고추와 산초입니다. 남아있는 고기와 기름에 고추와 산초의 매운 맛이 쏙 빠져나온 듯, 정말 맵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에 별로 잘 안먹어서 힘들어 하는게 산초의 매운 맛입니다. 처음에는 화~한것 같다가 어느 순간에 입과 혀, 나아가 입몸 입술까지 마비를 시킵니다. 어쨌거나 허허거리며 맛있게 먹고나니 국수가 나왔습니다. 점심이니까 제가 국수나 한그릇 간단하게 먹자고 했거든요.

무슨 국수를 시켰나했더니 전화 잠깐 받는 사이에, 마라썅미앤(麻辣香麵)을 시켜놓은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매운건데 입안이 마비되어 이정도는 부드럽게 느껴...아니, 역시 매웠습니다.

입안을 좀 중화를 시켜야겠다 싶어서, 뭐 더 주문할 거 없냐고 하길래, 물만두나 좀 먹을까요 그랬지요. 그랬더니 당장 시켜주더군요. 화장실에 갔다 왔습니다. 이미 머리카락사이로 땀이 꽤 났습니다.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물만두가 와있었는데...새빨갰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나서, 오후내내 일을 보는 동안 혹시나 했는데 별 탈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만난 다른 파트너에게 점심먹었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기껏 얻어먹고 뒷담화한다고 오해사고 그럴만한 사이가 아니라, 빨강 언퍼레이드 점심에 대해 허물없이 웃으며 얘기했지요.

사진을 다보고,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그 파트너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밥선생, 점심때 그 대접한 분이 일부러 그렇게 시킨 것 같습니까?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그 분이 좀 음식시키는게 편향된 경향이 있는 것 같습디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그랬더니 저녁의 파트너가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밥선생, 춘지에를 앞에 두고 그렇게 한끼에 새빨간 요리만 계속해서 먹기도 쉽지 않지요. 의도한게 아니라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니 큰 복입니다. 좋은 얘기에는 귀가 솔깃해지는 밥과술이라 들으며 기분이 좋았습니다. 약간 쌀쌀하게 쓰린 것 같았던 위장도 멀쩡해 진 것 같았고요. 팔랑귀...내일부터 당분간 오무라이스, 스크램블드에그에 케첩 잔뜩쳐먹고, 토마토 쥬스 많이 마시고, 에, 또, 방울토마토, 비즈, 살사에 디저트는 스트로베리 타르트를 찾아 먹어야겠다, 그러고보니 당근도 붉은색이로구나, 얼쑤 좋~고 이렇게 머리를 굴리는 단순하기 이를데 없는 밥과술이었습니다.

아, 서울 돌아가면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도 빨간색, 김치도 빨간색, 깍두기도 빨간색...됐네! 아, 근데 빨간색 약발은 중국에서만 듣는건가? 그럼 금년부턴 중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까부다, 이렇게 생각하는 속편한 밥과술이기도 했습니다.

이상으로 베이징발 밥과술늬우스를 마칩니다. 부록으로 새해 부적올립니다. 다운받으셔서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까시라고^^

오복이 골고루 집안으로 들어오라는 무난한 축원, 오복임문

 크게 길하고 크게 이롭자는 대길대리

작년에 좀 안좋았으니, 금년엔 좀 쎈 복이 필요하신분. 횡재하시라고 횡재취수...

아예, 인생은 한방이다. 못먹어도 고, 통크게 놀자, 이럴 때는 본전 일원으로 만원을 벌자는 일본만리...쎕니다. 부작용은 책임못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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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감각을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 살아가는 이야기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 흐뭇함, 행복한 기분, 이런걸 표현하기란 참 쉽지가 않지요. 영화나 TV드라마같은 데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재현하는 것도 마음대로 잘 안되고, 짧은 CF로 맛있게 먹는 걸 표현해야하는 경우엔 더욱 그래서 라면광고 한번 찍으려면 모델이 라면을 수십그릇 먹는 건 예사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람이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런데, 하물며 만화로 그걸 묘사하려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일본이나 한국에서 간행된 숱한 음식관련 만화를 보아도, 작가가 맛있는 음식을 그리는데 들이는 정성이 여러군데 나타나지만, 그 음식들을 먹고 맛있어하는 출연인물의 표정과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선 노력과 정성을 넘어 고뇌마저 엿보입니다. 

요즈음 연재되고 있는 웹툰 만화 코알랄라에서는 귀여운 코알라 캐릭터의 주인공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콧노래같은 선율이 나오면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표현을 씁니다. 위의 그림이 그것입니다. 아,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라는 얘기구나...이해가 가네. 뭐 이렇게 보면서 독자들은 공감을 합니다. 귀엽습니다. 건전합니다.  

맛있는 것 먹는데, 웬 건전하네 마네냐구요? 그 반대의 만화도 있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게 오늘의 포스팅입니다. 일본의 유명잡지사인 다카라지마에서 해마다 연말이면 그해의 주목할만한 인기만화를 선정해서 무크형식으로 '이 만화가 대단해!(このマンガがすごい!)'라는 책을 냅니다. 해마다 남자만화 여자만화 두쟝르로 나누어 각 한편씩 선정합니다. 

최근 몇년동안의 수상작을 보니,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 우미노 치가의 허니와 클로버, 와카스기 기미노리의 디트로이트 메탈씨티, 나카무라 히카루의 세인트 영멘, 오바 츠구미의 바쿠만, 이사야마 하지메의 진격의 거인, 야마시타 도모코의 HER 등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지난 달에 발표된 2012년 판에 선정된 만화는 남자편이 미야자키 마사루의 '블랙잭 탄생비화'이고 여자편이 구스미 마사유키(久住昌之)의 '하나짱의 적당대충 끼니(花のズボラ飯)' 였습니다. '하나노 즈보라메시'라는 제목을 잠깐 설명하자면, 하나는 주인공 여자의 이름인데 하나의, 이렇게 옮기면 사람이름 같지 않고, 즈보라라는 말은 귀차니즘 적당히 게으름뱅이 등의 말이 들어있는데 딱 떨어지는 번역어가 없습니다. 메시라는 말도 밥, 식사 다 어울리지않아, 그야말로 적당대충 '하나짱의 적당대충 끼니'라고 옮겨보았습니다. 누군가가 나중에 센스있는 번역타이틀을 생각해 내겠죠.

어쨌거나 음식만화가 이 상에 선정되었다고 해서, 흥미도 생기고 해서 검색해 보았더니, 이 만화에 소개된 요리와 레시피집이 여성잡지사에서 별도로 출판도 되고해서 나름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모 일간신문 집계 2011년 베스트셀러 만화부문에도 순위를 올렸다고 하네요.

그런데 얼핏보니 작가 이름이 낯익습니다. 네, 아시는 분들은 아는 '고독한 미식가'의 구스미 마사유키가 이 만화의 원작자입니다. 작가도 아는 사람이고 해서, 어디 한번 하고 구입해서 본게 작년 연말입니다. 언라인 e-book으로요. 세상 참 돈쓰기는 편한 세상이긴 합니다. 각설하고, 읽고 나서 바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까 마음먹었는데 연말 연시에 올리기는 좀 뭐한 것 같아서 미루다가 오늘 올리는 겁니다. 우선 아래 그림을 봐주세요.


이 만화 속표지에 컬러로 소개된, 주인공 하나(花)의 거실 풍경입니다. 빨래는 널었다가 개지도 않고 그대로 들여놓아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고, 귤은 상자채 열어놓고 까먹어서 껍질은 여기저기, 클리넥스는 다 쓰고 없어서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우선 급한대로 가져다 쓰고, 휴지통은 비우지 않아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고, 싱크대에 가져다 놓지않아 테이블위에 그냥 놓여진 머그잔, 라면사발, 과자봉지 등등이 널려있는데 온갖 잡지와 책위에 누에가 허물벗듯 벗어놓은 옷가지가 산만합니다.

그래도 내다 버리려고 묶어놓은 잡지꾸러미하고 바깥에 나와있는 진공청소기가, 나도 맘먹으면 한다구요하는 이방 주인의 의사를 대변하는 듯이 눈에 띄는데, 내일 입고 나갈 옷인지, 코디까지 해서 옷걸이에 단정하게 걸어놓은 모습과 가구위에 놓인 페브리즈가 집밖에만 나서면 누가 설마 이런 혼돈의 동굴에서 나왔으랴 전혀 의심받지 않는 깔끔한 모습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리라는 걸 짐작케 해 줍니다.

그렇습니다. 주인공 하나는 30세 주부입니다. 남편은 후쿠오카로 단신부임하여 집에 없고, 혼자서 동네 책방에 아르바이트로 나가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이름이 '고로'인 것이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과 우연인지 아닌지 일치합니다. 아무튼 남편없이 혼자 집을 지키는 젊은 주부는 군기가 빠져서(?) 집구석은 엉망이고, 주로 팬티한장 걸치고 시도때도 없이 엉덩이도 벅벅 긁어대며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이 만화는 그러면서, 집안의 가장인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이런 저런 요리를 하는 주부가 아니라 대충 책보다가 소파에서도 디비져 자고, 배고프면 일어나서 냉장고 열어보고 대충 얼렁뚱당 즉흥적으로 이런 저런 메뉴를 만들어 먹는게 한회 한회의 메인 테마입니다. 기발한 발상으로 희한한 조합으로 만들어 낸 즉흥 레시피가 맛있어서 따로 책으로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니까요.

그러나 이 만화에 숨어있는 많은 의도는 마지막에 주인공 하나가 맛있는 것을 먹고 난 뒤의 표정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우선 ㅎㅋㄷㅈ 아이스크림을 먹고 만족해하는 표정을 보세요. 아, 내가 녹을 것 같애~하는 대사와 함께 눈은 게슴츠레 감기면서, 양쪽 볼에는 홍조를 띄고, 입은 적당히 벌어지며 행복해 합니다.




다음 장면은 밤을 먹으면서 으응하고 신음소리까지 내며 크리미~하고 감탄을 합니다.



고기를 먹으면서는 육질의 부드러움과 맛있는 육즙에 감탄하면서, 쥬~시 하면서 땀까지 송글송글 맺힙니다.



바나나의 향기, 달콤함...산미와 쵸콜렛의 쓴 맛이 합쳐져서...하면서 이번엔 아예 다른 차원으로 이동을 합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을 때는 매운 맛에 헉헉거리며 눈물까지 흘립니다. 



이 만화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장치에서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의도적으로 묘하게 다른 쪽으로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만화에는 주인공의 남편이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전화로만 통화를 하는 모습이 가끔 나올 뿐입니다. 그래서 속옷차림으로 집안을 왔다갔다하는 주인공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음식뿐입니다.

밥과술은 스스로가 그렇게 고루하거나 완고한 아저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만화는 읽으면서 일본만화의 잘못된 상업성에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만화에는 아래와 같이 주인공이 샤워를 하는 모습도 몇번 나옵니다.  



이 만화의 원작자는 구스미 마사유키, 그림은 미즈사와 에츠코라고 되어있는데 위키를 찾아보니 미즈사와는 우사쿤의 다른 이름인 것 같다고 되어있고, 이 우사쿤은 성인만화에서는 나름 유명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까 얘기했듯이 이만화에서 잘못된 상업성이란 선정적인 표현이나 노출, 뭐 이런게 아닙니다. 

관련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보았는지 이 만화는 도쿄도의 조례에 의거해서 아마존에서 성인만화로 지정되었다는 기사가 검색되더군요. 저는 이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밥과술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성적인 것으로 치환하려는 의도를 말하는 겁니다. 식욕이나 성욕이나 다 인간의 본능이야, 그걸 채우려는 욕망은 다 마찬가지야, 이렇게 말하면 얼른보면 그럴 듯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궤변이고 언어의 폭력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다른지는 조금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 만화의 그림은 참 예쁘고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작품은 좋은 글을 쓰는 작가와 좋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잘못된 만남으로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먹는 것 가지고 만화를 그리다 그리다 나중에는 별 희한한 만화가 다 나오네...하는게 한번 읽고난 뒤의 소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코알랄라가 더욱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먹는 걸 색다르게 다루었다 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올린 포스팅이, 괜히 만화 선전해 준게 아닌가 싶어 약간 걱정도 되는 포스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을 읽고 이 만화를 저와는 달리 좋아하시거나 해도 무방합니다~ 호불호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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