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이야기(4): 이런저런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메밀꽃 필무렵>
중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배우는 한국문학사에 나오는 '메밀꽃 필무렵'에서 메밀과 관련한 대목은 이 한문장입니다.  
저도 하얀 메밀꽃이 넓게 핀 메밀밭을 낮에 자동차로 지나가며 한두번 보았을 뿐이라, 깜깜한 밤에 환한 달빛에 비친 메밀밭의 정경은 상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기야 요즘같이 밤에도 사방천지가 환한 한국에서 달빛이 밝은 걸 알기가 쉽지 않지요. 어린시절 겨울방학에 고향에 내려가, 눈밭위로 보름달이 떠서 세상이 대낮같이 밝았던 걸 보았던 기억이 새삼 아련합니다.

소설의 무대는 강원도 봉평입니다. 장돌뱅이 주인공이 잊지못할 과거의 사랑의 추억이 담긴 곳인데, 그 상대의 여인일지도 모르는 아낙은 지금 멀리 제천에 가서 살고있더라, 그런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이 글을 쓰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제천IC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가다가 장평IC에서 내리면 제천에서 봉평은 두시간 남짓에 간다고 친절하게 루트와 시간까지 알려주는군요. 직선거리로는 백킬로가 안되는 곳이 고향을 등지겠다고 멀리 멀리 떠나간 곳이던 시절이야기입니다.

아, 오늘은 메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는 포스팅입니다. 메밀에 대한 단상과 잡학 포스팅이라고나 할까요. 위의 그림은 조선말 풍속화가로 당시의 생활상을 많이 그려 훗날 사료로도 중요한 작품을 남긴 기산(箕山) 김준근의 작품으로 제목은 '국수누르는 모양'입니다.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그위에 얹은 국수틀에 반죽을 넣고 국수를 뽑아내는 장면입니다.

요즈음 같은 유압식 기계를 동원하지 않으면, 눌러뽑는 그러니까 '압출형' 제면방식은 힘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국수틀에 장정이 자신의 체중을 실어 뽑았던 것 같습니다. 밥과술도 어려서 겨울이면 동네사람들이 마을에서 공동관리하는 국수틀을 이집저집 돌아가며 걸어서 야식으로 메밀국수를 눌러먹은 기억이 있다고 지난 포스팅에 잠깐 밝힌 적이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타이어 갈때 자동차 들어올리는 '자키'같이 한쪽으로만 경사가 진 쇠톱니장치가 반죽을 넣는 실린더 위에 있어서 거기에 아주 긴 나무자루를 끼운 모양새였던 것 같습니다. 미리 사람수에 맞추어 그릇을 준비하고, 소박하지만 고명을 준비하고, 반죽을 둥글고 길게 잘라내어 놓은 뒤, 가마솥에 물이 설설 끓으면 누를 때가 된겁니다. 그러면 이건 역시하면서 제일 힘이 센 장정에게 사람들의 눈길이 갑니다. 오늘의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은 사람은 자랑스럽게 부엌에 둘러선 여인네들이 보는 가운데 불끈불끈 근육에 힘을 주어 국수를 누릅니다. 여름이면 웃통을 벗어 제껴 꿈틀대는 온몸의 근육을 보여줄텐데 겨울이라 팔뚝에선 핏줄만 보여주는게 아쉽습니다. 

국수발이 시원하게 주르륵 내려와 끓는 물에 들어가면 긴 막대기로 한두어번 저었나 싶으면 얼른 꺼내어 찬물에 헹구는데 어릴적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일분이 채 안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국수를 그릇에 담으면 금방 퍼내온 동치미 국물을 큰 국자로 부어서 어른들부터 후루룩 후루룩 먹기 시작합니다. 메밀국수는 기다렸다 다같이 먹는게 아니라 누르는대로 얼른 얼른 먹는걸 모두가 당연한 걸로 여겼습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위의 그림을 기산이 어디에서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누르고 있는 것이 밀가루 국수가 아니라 메밀국수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게 몇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메밀은 생육기간이 두달 반 정도로 짧아서, 키우는데 반년 걸리는 벼나 그 이상 걸리는 밀보다 재배하기가 쉽고 토질이 안좋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자라서 구황식물로 재배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미국도 18세기 19세기에는 많이 재배하는 흔한 작물이었는데, 질소비료가 도입된 뒤로는 모두 옥수수나 밀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1918년 4천평방킬로미터였던 재배면적이 요즈음엔 200평방킬로로 줄었다는 통계가 있네요.

이 메밀을 미국에 들여온 것도 토양이 척박하고 추운 주로 폴란드 헝가리쪽의 이민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비료가 있어서 더 영양가가 높은 작물을 심을 수가 있다면 메밀을 심지 않았겠지요. 당시의 영양가가 높다는 것은 칼로리가 높다는 것으로, 요즈음의 기준처럼 칼로리보다는 필수 아미노산, 각종 미네랄, 비타민등이 많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제로 메밀에는 비타민 B1이 많아서, 일본 에도시절에 유행한 각기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위해 메밀을 많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메밀이 가지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밀이나 보리에 포함된 글루텐이 없다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글루텐이란 곡류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인데 반죽을 만드는데 찰기, 그러니까 점성을 주지요.
 
이 글루텐 성분의 함량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누어 빵같은 건 강력분으로, 케잌은 박력분으로 등등 나누어 사용하는데 일본식당에서 뎀푸라를 튀길 때 보면 튀김옷을 만드는 밀가루를 묽게 갠 그릇을 얼음물에 띄워놓은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 글루텐 성분을 누르느라 차갑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이 글루텐 성분이 없어서 메밀은 끈기있는 면발을 뽑아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메밀 8에 밀가루 2의 비율로 넣어 반죽을 하기 쉽게 한 니하치(二八)소바라는게 있습니다. 순메밀로만 만든게 쥬와리소바, 그러니까 십할소바라는 것인데 집집마다 만드는 노우하우가 다르다고 합니다. 찾아보니까 메밀의 전분을 따로 '호화'하여, 그러니까 끈기있는 풀성분으로 만들어 반죽에 섞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메밀로 만드는 소바는 거의 전부 반죽을 한뒤 칼로 썰어 면발을 냅니다. 그러니까 끈기가 없으면 면발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겠지요.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이제사 위의 그림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끓는 물에다 직접 압출을 하면 반죽에서 모자라는 끈기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나오자마자 곧바로 익어버리니까요. 우리나라도 밀가루로는 칼국수를 만들어 먹지요. 압출하지 않아도 쉽게 반죽하여 칼로 썰어 면발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귀한 밀보다는 값도 싼 메밀을 국수로 만들어 먹느라고 위와 같은 국수틀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겁니다. 참고로 여름이면 웃통을 벗었을 수도 있을 텐데 땀흘리는 모습도 없고 해서...어디까지나 밥과술의 상상입니다만.

덧붙이자면 메밀은 엄밀하게 곡류가 아니라고 하네요. 먹는 소비자야 그게 생물학적 분류로 곡류냐 아니냐가 아무 상관없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쌀, 보리, 밀, 수수, 잡곡 등 우리가 아는 모든 곡류(cereal)는 외떡잎 식물인데, 메밀만 쌍떡잎 식물로 분류상 '아곡류(pseudocereal)'라고 한답니다. 그냥 잡학입니다.

이 메밀로 만든 음식이 한국의 냉면, 메밀국수, 메밀묵, 그리고 일본의 소바말고도 중국, 내몽고, 네팔 등에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유럽에도 나라마다 음식들이 있는데 역시 먹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먹어본 거라고는 프랑스의 메밀로 만든 크레프같은 음식으로 갈레트(Galette)라는 겁니다. 이태리에 메밀로 만든 피쪼케리(pizzoccheri)라는 파스타가 있다는데 먹어보진 못했고, 사진으로 보니 역시 짧게 잘라놓은게 역시 메밀반죽은 어렵구나, 므흣 하고 넘어갔습니다. 이거나 다른 메밀음식 여행하다 드셔보신 분 덧글 주세요~ 아래 사진은 갈레트하고 피쪼케리, 위키에서 퍼온 겁니다.


이 메밀을 생산량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이 연간 백만톤 수준에서 일이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일본은 연간 3만톤 정도인데 이게 국내 소비량의 20퍼센트가 안된다고 합니다. 역산해보면 소비량이 15만톤정도이고, 약 12만톤 정도를 수입한다는 얘긴데, 미국도 있고 러시아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생산량은 위키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3천톤 정도라고 합니다.  

자, 여기서 소박한 의문 몇가지가 듭니다. 연간 백만톤씩 생산하는 러시아 중국은 메밀로 뭘해서 먹나? 프랑스 폴란드도 10만톤 이상 생산하더군요. 그런 나라들 음식도 궁금합니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건, 역시 우선 우리나라는 연간 소비량은 몇톤이고, 수입량은 몇톤이나 되나?

삼천톤이면 삼백만킬로그램입니다. 국민 일인당 연간 60그램에 해당합니다. 국산 메밀로는 일년에 한그릇도 못만드는 양입니다. 나머지는 수입산일텐데 아마도 전문점이 아닌 식당의 메밀국수나 냉면의 메밀 함량이 엄청 떨어져서 일본만큼 수입량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아예 규정으로 메밀함량이 30퍼센트 이상이라야 '소바'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수퍼에서 파는 건면의 경우이고 보통 식당에서 파는 소바는 함량이 최소 50퍼센트 이상입니다.

아무튼 인구비례로 보자면 우리가 일본만큼 메밀을 먹는다면 연간 6만톤 정도는 소비해야 한다는 주먹구구가 나옵니다. 그런데 맛있는 소바를 먹는 일본의 예를 봐도 알듯이 메밀이 수입산이라 맛이 없는게 아닙니다. 좋은 품종을 사서, 보관과 유통을 잘하고, 도정을 신선하게 하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늘 주장하듯이 소비자의 입맛입니다. 소비자가 좋은 걸 알고 찾으면 장사하여 돈버는 사람은 언제나 요구에 맞춥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수입을 한 메밀이라도 반죽에 섞는 함량을 높이고, 맛있게 만들어서 맛있는 메밀이 다시 부흥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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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이야기(3): 일본 소바 살아가는 이야기


일본에 가면 소바집이 참 많습니다. 거의 모든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앞에는 서서먹는 조그만 소바집이 있어서 출근길에 간단하게, 주머니사정이 가벼울 때 점심으로, 저녁에 간단하게 등등 회사원이나 학생들이 부담없이 들립니다. 그런가 하면 지방은 어딜가나 큰 길가에 주차장을 확보한 소바집이 눈에 띄고, 전국 유명한 관광지나 심지어는 그윽한 산골에 들어가도 빠짐없이 있는 곳이 그 동네 명물 소바집입니다.

위의 사진은 일본식당 어느 집에 들어가도 메뉴에 있는 자루소바(ざるそば)입니다. 보통 어느 집에를 들어가도 대나무 발에 얹어 김을 살짝 얹은 자루소바, 그리고 김만 뺀것 같은 모리소바, 더운 소바로는 가케소바, 유부를 조려넣은 기츠네소바, 튀김옷을 넣은 다누키소바, 계란을 풀어넣은 쯔키미소바, 소바집에서 제일비싼 뎀푸라소바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고기를 넣은 가모남반, 카레를 얹은 카레소바, 마를 갈아넣은 도로로소바, 청어 한토막이 들어있어 처음에 보면 헐~ 소리가 나옴직한 니신소바 등 다양한 종류의 소바가 식당에 따라 메뉴에 들어있습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맛있는 걸 워낙 좋아해서 젊은시절 이나라 저나라 살면서 참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고 흐뭇해하던 밥과술이 일본으로 가서 푹 빠져버린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이 소바입니다. 어디나 학교앞 식당은 양이 많습니다. 카레라이스도 수북, 카츠동도 듬직, 햄버거도 묵직, 이런데 값은 싸고 맛까지 좋으니 매끼 식사가 즐겁기만 했던 시절이었지요. 

일본 신학기는 4월에 시작합니다. 입학해서 한 두달 지나니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일본친구들이 입맛도 없으니 소바나 먹자고 해서 간 곳이 학교부근 소바집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꽤나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자루소바를 먹었는데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땐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려서 먹던 메밀의 맛을 서울에서 한참 잊고 살다가 다시 느끼게 되어 더욱 좋아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여름내내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 물리기는 커녕 찬바람이 불면서 쯔유에 찍어먹는 차가운 소바에서 따뜻한 국물소바로 메뉴전환을 해서 기츠네, 가키아게, 뎀푸라 등등 돌려가며 열심히 먹었지요. 웬만한 사람이면 우동과 소바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먹을 텐데, 그 때부터 저는 소바95 우동5의 비율로 거의 소바만 먹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제가 소바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또 소바로 맛있다는 집을 데려가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도쿄 아자부쥬반에 있는 나가사카 사라시나(更科) 소바집 본점입니다. 아자부쥬반은 한국대사관 영사관이 있는 곳이라 주변에 한국음식점도 있고 해서 심심찮게 가던 곳이었습니다. 이집에서 소바가 나왔는데 하얀 빛깔의 소바가 나와서 첨엔 좀 놀랐습니다. 회색빛을 띄고 때로는 검은 점이 박혀있는게 소바인 줄 알았다가, 메밀을 탈 때 맨 안쪽 부분만으로 가루를 내어 만든게 사라시나 소바의 특징이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도쿄 아와지쵸에 있는 간다 야부소바(藪蕎麦) 본점입니다. 창업 백수십년을 자랑하는 노포인데, 쌀로 말하면 현미처럼 속껍질을 함께 타서 면발에서 약간 연두빛이 나는게 야부소바의 특징이라 하는데 색깔까지는 잘은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데려간 사람이 소바쯔유를 찍을 때는 끝에만 살짝 찍어야 소바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쯔유를 찍지않고 물에 찍어먹는 '쯔으(通:달인)'도 있다, 등등의 소바에 관한 지식과 잡학을 가르쳐 주던 곳이라 기억이 납니다. 


아래사진은 도쿄 도모에쵸(巴町)에 있는 스나바(砂場)소바 본점입니다. 지하철역으로는 도라노몽에 가까운 곳인데 도쿄사는 사람도 도모에쵸가 어디냐 그러면 잘 모릅니다. 도라노몽, 아타고 그러면 찾기 쉬운 곳입니다. 이곳을 처음 데려가 준 사람은 저하고 친한 교포분이신데, 여기서 처음으로 계란말이, 가마보코 이런 거 간단하게 시켜서 따끈한 사케 한잔하고 후루룩 먹는 소바도 각별한 맛이 있다는 걸 배웠지요. 


이외에도 맛있다고, 오래된 전통으로, 특별한 고명으로, 유별난 서비스방식으로 등등 유명한 소바집들이 많은데 위에 소개한 세군데가 도쿄를 대표하는 3대 소바로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일본 각지방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명물'소바가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진짜 기회되면 꼭 먹어볼만한 진짜 명물도 많이 있지만, 각 지방자치제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고안해낸, 그러니까 급조된(그래도 수십년은 되었지만) 명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각지방의 명물소바가 얼마나 많은지 위키피디어를 참고로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하나하나 읽으실 필요없이 넘어가도 된다고 글씨색을 바꿨습니다. 그냥 대충 보시고, 참 많구나 하시면 됩니다. 바쁘신 분들은 아래 사진 다음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사진은 소바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나가노현 신슈소바 입니다.  

우선 홋카이도. 소바를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 도시별로 지역별로 참 많기도 많습니다. 幌加内そば, 江丹別そば, 北厳そば, 音威子府そば, 多度志そば(深川市), 合鴨そば(滝川市), 雨竜暑寒そば(雨竜町), 浦臼そば(浦臼町), 石狩そば(石狩市), 千軒蕎麦(福島町), ニシンそば(江差町), 知床そば(網走市), オホーツク蕎麦(網走市), 美幌そば, 秀峰そば(清里町),  新得そば(新得町), 鹿追そば(鹿追町), 幕別そば(幕別町), 摩周そば(弟子屈町), 茶そば(釧路市), 中標津夢見そば 등입니다.

그다음에 아오모리현의 津軽そば, 夏井田そば, 白神ソバ, 이와테현의 완코소바(わんこそば: 언젠가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키타현의 石川ソバ(八峰町), 西馬音内そば(羽後町), 야마가타현의 板そば, 紅花そば(村山地方), 冷たい肉そば,(河北町), 山形そば(山形市), 天童そば(天童市), 裁ちそば(南会津地方), 磐梯そば(磐梯町・猪苗代町), 山都そば(喜多方市山都地区), 高遠そば(南会津郡下郷町大内宿), 桧枝岐そば(桧枝岐村), 

북쪽에서 내려와 관동지방으로 오면 이바라기현의  金砂郷そば(常陸太田市), 도치기현의 今市そば・日光そば(日光市), 出流そば(栃木市), 仙波そば(佐野市仙波), 군마현의 岡屋敷そば(伊勢崎市), 사이타마현의 秩父そば(埼玉県秩父地方), 지바현의 甚兵衛そば(千葉県印旛沼周辺), 가나가와현의 秦野のそば(秦野市) 등이 있고, 도쿄의 명물로는 深大寺そば(東京都調布市・三鷹市), とろろ蕎麦(東京都八王子市高尾山), あられそば 등이 소개되어 있네요.
중부지방으로 가면 니이가타현의 へぎそば・布海苔そば・十日町そば(十日町市・小千谷市), しらうお(素魚・白魚)そば(佐渡島),

大崎そば(佐渡島), 도야마현의 利賀そば(南砺市), 이시카와현의 門前そば(輪島市), 鳥越そば(白山市), 후쿠이현의 越前そば, おろしそば(福井県), 今庄そば(南越前町), 大野そば(大野市), 美山そば(福井市) 등이 있습니다.

소바의 중심이라고 자부심이 강한 나가노현으로 가면 명물 소바가 정말 많습니다. 우선 신슈소바(信州そば)라고 해서 위의 사진으로도 소개하였는데 오늘날 먹는 일본소바의 원형이 신슈소바라고 소개되어 있는 문헌이 많습니다. 신슈소바이외에도 戶隠そば(長野市戸隠), 凍りそば(北信地方), 行者そば(長野市戸隠), 富倉そば(北信地方), 開田そば(木曽町開田高原), 霧下そば(北信地方), 善光寺そば(長野市), 高遠そば(長野県伊那市), 本山そば(塩尻市), とうじそば(松本市奈川地区) 등이 있습니다.

기후현에는 荘川そば(岐阜県・飛騨地方), 白川そば(岐阜県・白川郷)이 있고 야마나시현에는 御岳そば(甲府市昇仙), 차의 명산지 시즈오카현에는 녹차를 집어넣은 茶そば(静岡県中部・西部地区)와 天竜そば(浜松市佐久間町)등이 자기고장 명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긴키지방의 명물로는 あつもり(熱盛り・敦盛)そば(大阪府・京都府京都市・兵庫県\神戸市)가 널리 퍼져있고 지방별로는 시가현의 日吉そば(大津市), 箱館そば・今津そば(高島市), 교토의 犬甘野そば(亀岡市), 筒川そば(伊根町) 효고현의 出石そば(豊岡市出石), 永沢寺そば(三田市), えきそば(姫路市,加古川市), 나라현의 荒神の里そば・笠そば(桜井市), 와카야마현의 高野そば(橋本市・伊都郡) 등이 있네요.

쥬고쿠지방으로 가면 오카야마현의 蒜山そば(真庭市), 히로시마현의 豊平そば(北広島町), 시마네현의 出雲そば(出雲地方), 割子そば(出雲地方), 釜揚げそば(出雲地方), 三瓶そば, 隠岐そば(隠岐地方), 야마구치현의 瓦そば(豊浦町) 등이 있으며 시코쿠지방의 명물로는 도쿠시마현의 祖谷そば(旧西祖谷山村など), 고치현의  立川そば(大豊町)가 소개되어 있네요.

규슈지방의 명물소바로는 우리에게는 라멘으로 잘알려진 후쿠오카현의 弁城そば(福智町), 사가현의 三瀬そば(佐賀市), 구마모토현의 阿蘇そば(阿蘇市), 미야자키현의 新富そば(新富町), 椎葉そば(宮崎県椎葉村), 가고시마현의 小薄そば(鹿屋市), 薩摩そば(鹿児島市) 등이 있다고 합니다.


휴~ 이거 몇줄 안되는거 위키에서 퍼다가 정리하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설명은 빼고 이름만 붙여넣는 작업을 하는게 만만찮았습니다. 덕분에 밥과술은 편집노동 해가면서 일본의 명물소바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으니 나름 의미있는 포스팅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잠깐 여담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이웃나라 명물소바를 소개를 하였나하면, 좀 부럽기도 하고, 또 은근히 약도 오르고 해서 였습니다. 메밀이 척박한 땅에서 잘자라고, 벼나 밀같은 곡식에 비해서 재배기간도 짧고 해서 구황식물로 한반도나 일본열도에 소개된 건 비슷한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 왜 일본에는 이렇듯 메밀을 원료로 한 소바가 다양하게 발전하여 고유의 식문화에 크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할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에 이름만 소개하고 내용은 생략했지만, 메밀의 품종이 달라서, 메밀에 섞는 다른 재료가 달라서, 얹는 고명이 달라서, 찍어먹는 쯔유가 달라서 등등의 차이로 모두가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상상력을 발휘해 말하자면 양양에서 송이를 넣어만든 송이막국수, 고성에서 봄에만 난다는 두룹 막국수, 원통 고유의 더덕비빔 메밀국수, 햇감자 전분을 십퍼센트 섞어넣은 감자메밀국수, 인제에서 수확한 옥수수 전분으로 찰기를 낸 인제막국수, 가평 명물 잣가루로 맛을 낸....뭐 이런 식이랄까요.

그리고 또 부러운건 오랜 세월 끊임없이 외적의 침입을 받았고, 전국 강산이 전쟁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는 전통가옥, 전통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바집은 이런 전통 가옥의 형태를 갖춘 곳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래된 전통의 소바집도 있고, 새로 내는 소바가게도 옛날 정취를 살리고자 애를 씁니다.

위의 사진4장은 일본 지방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바집 가운데 비교적 큰 집들에 속합니다. 실제로 오래된 곳도 있고, 최근에 지은 곳도 있는데 그냥 무작위로 몇장 찾아서 올린 겁니다. 그리고 네번째 사진은  내부입니다. 주로 목재를 사용하였고 검은 칠을 하여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실제로 오래되어 이런 곳도 적지않구요.

우리도 메밀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메밀국수를 옛정취 그윽한 곳에서 먹을 수 있다면 더욱 별미겠지요. 정취까지 바라지는 않으니 우선 맛이라도 제대로 된 메밀국수를 내는 식당이 좀 많아졌으면 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메밀을 먹는 나라의 갖가지 음식, 메밀 생산량 등을 다루고 어떻게하면 우리도 메밀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상 베개도 메밀속 채워넣은 베개라야 잠을 잘자는 밥과술의 메밀이야기(3) 이었습니다.

덧: 오늘 사진은 전부 위키등에서 퍼온 겁니다. 이렇게 블로그 할 줄 알았으면, 그 때 다 사진으로 찍어놓았을텐데(필름카메라 시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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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이야기(2):막국수 냉면 소바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은 메밀이야기입니다. 어쩌다보니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시간도 없고 해서 새로운 포스팅이 없는 게 마음에 좀 걸렸고, 그래서 성묘갔다가 막국수 먹은 이야기를, 잠시 짬을 내어 진짜 후루룩 뚝딱 막국수 한그릇 비우듯 얼른 하나 써서 올린게 지난주 포스팅이었습니다. 그런데 덧글을 달아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하나 더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일이 답글로 이야기하기에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요.

메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제거법'으로 냉면을 이야기할 때 늘 나오는 육수이야기와 '쫄깃한 면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냉면은 겨울이 제철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냉장고가 생겨나기 전에는 여름철에 차가운 국물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겠지요. 상온이 더운 여름철에 상온보다 낮은 온도의 국물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웠던 과거에 가능했던 건, 겨울철 따스한 방안에서 밖에서 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이나 때로는 살짝 얼린 육수국물을 들여다가 국수를 말아먹는 별식이었을 겁니다.

요즈음 냉면의 육수로 쓰이는 재료는 고기국물이나 동치미 국물 또는 이 둘을 입맛에 맞추어 배합해낸 것들입니다. 담백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보다는 진한 감칠 맛의 고깃국물을 선호하는 대중들에 입맛에 맞추다보니 진한 육수가 유행을 하고, 또 이 진한 육수는 인공조미료로도 쉽게 비슷한 맛을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웬만한 고깃집 심지어는 분식집에서도 냉면을 메뉴에 넣을 수가 있는 거지요.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정말 고기와 각종 야채로 육수를 열심히 잘 우려내도 인공조미료로 낸 맛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외식을 하면서 조미료맛 운운하는데 그건 너무 많이 써서 느끼한 겁니다. 인공조미료를 살짝 정말 잘쓰면 감쪽같이 천연 스톡이나 부이용 맛에 접근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여러번 실험해 봤습니다. 밥과술이 식당을 안하기를 다행입니다^^;;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동치미 국물로 만든 육수(고깃국물이 아니라 막국수나 냉면의 국물이라는 뜻에서 육수입니다. )는 제대로 만든 것은 정말 시원하고 달고 감칠 맛이 납니다. 여기서 시원하다는 것은 잘 발효한 무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젖산의 맛이자 약간의 탄산성분입니다. 달다는 것은 설탕넣은 것 처럼 달다는 게 아니라 천연으로 생성된 아주 미량의 당분의 미묘한 맛이라는 뜻입니다. 감칠 맛이 난다는 것도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약간의 아미노산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편견을 배제하지 않은 밥과술 독단의 관능검사로 말하자면 시원한 맛 7 단맛 1 감칠맛 1 설명불능 1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 이것은 겨울철에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담근다는 전제하에서 입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계절에 따라, 그리고 지방에 따라 발효에 작용하는 미생물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옛날 겨울철 강원도 산간에서 먹던 동치미 국수의 맛을 사시사철 대처에서 먹기란 아예 불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그나마 비슷한 걸 찾아야 하는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현실인데 그나마 근접한게 속초의 몇몇 막국수 집이라고 지난번 블로그에 얘기한 거지요.

'쫄깃한 면발'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옛날 블로그에 텍스쳐, 그러니까 식감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소화기능이 약하고 이빨이 다 나오지 않은 어릴 때에는, 당연히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며 이것은 본능입니다. 잡곡보다는 흰밥을, 고기도 스테이크보다는 다진 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빵도 딱딱한 것 보다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야채도 섬유질이 많은 것을 싫어하다보니 초록색 야채를 잘 안먹으려 하는데, 편식하지 말라고 조그만 애한테 마구 먹이려는 어른들을 보면 부모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가끔 개구리 올챙이 적을 잊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식생활을 더욱 즐기게 될 수록 맛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식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갑니다. 고기도 씹는 맛이라고 하면서 질긴부분 꼬들꼬들한 부분을 좋아하게 됩니다. 아이때는 부드러운 살코기만 좋아하다가 어른이 되어가며 갈비뼈에 붙은 쫄깃한 부분을 앞이빨로 벗겨내서 꼬득꼬득 씹는 걸 좋아하는게 바로 그런 거지요. 양이니 대창이니 하여 질긴 내장부위를 구워먹는다거나 곰탕에도 고기뿐이 아니라 '내포'라고 해서 각종 내장부위를 넣는 게 같은 이치입니다. 까끌까끌한 부위, 쫄깃쫄깃한 부위를 다양하게 즐기자는 겁니다.

야채를 먹어도 어릴 때는 무슨 맛인지 몰랐던 걸 알면서 점차 수용의 폭이 넓어집니다. 토란의 미끈미끈한 질감, 연근의 사각사각한 질감, 융모같이 미세한 털이 입안을 간지르는 산채, 세로로 길다란 실이 다발로 들어간 것 같은 샐러리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요. 고유의 맛 이외에 텍스쳐가 한몫을 차지하는 식재료가 이렇게 많은 겁니다.

중국의 비싼 요리도 고급으로 갈수록 알고보면 텍스처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어지느러미 요리도 좋은 예입니다. 상어지느러미는 아무맛도 없는 겁니다. 젤라틴의 절묘한 식감을 즐기자는 요리입니다. 잘 손질한 상어지느러미를 진화훠투이(金華火腿)라고 하는 중국의 햄을 비롯한 여러 고급 식자재를 넣어 끓인 상탕이 스며들게 해서 맛은 스며든 스프에서, 그러나 진정한 즐거움은 젤라틴의 식감에서 얻는게 이요리의 본질입니다.

제비집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나무속으로 만든 요리도 그렇고, 해삼이나 전복을 이용한 요리도 말렸다가 다시 불리면서 얼마나 식감을 잘 살렸느냐에 요리사의 실력이 평가됩니다. 싸게는 해파리 냉채에 들어가는 해파리도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기자는 것이고, 전분으로 만들어 매끄럽고 쫄깃한 양장피의 그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중국요리등을 예로든 건 '쫄깃한 면발'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의 냉면은 어느샌가 원형에서 많이 변해서 전분으로 만든 국수의 질기고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음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장동 함흥냉면등 비빔냉면은 말할 것도 없고 평양냉면이라고 하면서 파는 곳도 전분을 주요성분으로 써서 가늘고 질긴 면발을 내는 곳이 많습니다. 전분을 하도 많이 써서 면발이 아예 투명한 냉면집도 여럿 보았습니다. 

정말로 가위로 자르지 않으면 이빨로 자를 수가 없을 정도로 질긴 면발을 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그걸 원해서 그리 가는 것이고, 또 음식은 꾸준히 변화하는 것이니까 2012년 한국 냉면의 현주소가 거기에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다. 쫄깃한 면발의 식감을 즐기는 궁극의 작품이 오래전에 나왔으니 바로 이름조차 쫄깃한 '쫄면'입니다. 전국 중고교 학교앞 분식센터가 원산지라고 보이는 이 쫄면의 정체는 간단합니다. 전분으로 만들어낸 질긴 식감에 고추장으로 쉽게 만들수 있는 매운 다대기를 넣어 완성한 레시피를 소화력 왕성한 청소년들이 집에선 맛보기 힘든 텍스처와 자극적인 맛에 끌린 식품이라 하겠습니다. 

이렇듯, 이쁘게 표현해서 '쫄깃한'이 되는 질긴 식감을 즐기는 것도 오늘날 한국 식문화의 한부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정도로 정리하고 메밀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제 고향은 강원도 속초입니다. 어려서 진짜 메밀의 맛을 알고 자랄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밀의 식감은 맥없이 끊어지는 부드러운 데에 그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분할 때 들어가는 속껍질 덕에 약간 사각사각한데에도 있지요. 그러나 식감을 넘어서 메밀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고유한 맛과 그윽한 메밀향기에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이걸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쌀에도 묵은 쌀과 햅쌀의 맛이 다르고 잘지은 밥과 잘 못지은 밥의 맛에 천양지차가 있듯이 좋은 메밀을 잘 반죽해서 눌러 뽑아야 맛있고 향기로운 메밀국수가 되고, 이걸 또 많이 많이 먹어봐야 그 맛과 향을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건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젊은 이들이 갓구운 빵맛을 알게되고 잘 끓인 라면맛을 아는데는 도사가 되었듯이, 메밀도 맛있는 걸 자주 먹어봐야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메밀이 전혀 안들어간 냉면도 많고, 들어가도 함량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메밀과 밀 또는 메밀과 다른 전분의 알맞은 배합분량이 정해진 레시피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메밀 소비량이나 전체 소비량가운데 중국이나 미국산 수입메밀과 국내에서 재배한 메밀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밥과술이 경험한 바로는 강원도 유명한 막국수집 주방옆에도 중국산 메밀푸대가 당당히 쌓여있는 걸 여러번 목격하였으니 국내산 메밀이 많지 않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햇메밀이나, 좋은 품종의 맛있는 메밀을 써봐야 소비자가 몰라주는데야 비싸서 타산 안맞는 메밀농사보단 수입해서 쓰는게 더 낫다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 맛있는 메밀을 어떻게하면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옆나라 일본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쓰다보니 길어져서 '메밀이야기: 막국수, 냉면, 소바'는 (3), (4)로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저녁약속이 있어 나갑니다. 지금 중국에 와있는데 잘아는 회교도 친구가 진짜 '끝내주는' 양고기 훠궈집(엄밀하게 얘기하면 쓰촨지방의 훠궈와 베이징의 쏸양러우涮羊肉는 다르지만 편의상 훠궈라고 썼습니다)을 소개하겠답니다. 혼자만 맛있는 거 먹어서 죄송합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사진은 순서대로 속초 막국수, 순 메밀로 만들었다는 ㅂㅍㅇ의 순면, 일본의 뜨거운 기츠네소바, 차가운 모리소바 입니다. 설명하나 못하고 올리게 되네요.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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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막국수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동치미 국물입니다. 얼음이 얼 정도로 차게 한 동치미 국물을 떠먹으면 이가 시릴 정도인게,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저는 며칠전 베이징에서 갑자기 더워져서 며칠동안 30도가 넘는 날씨를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봄날도 맞이하기전에 여름이 왔나하구요. 그러다가 서울로 돌아오니 다시 봄날이어서 안심했습니다.

베이징에서 더울 때, 제일 생각난게 맛있는 냉면이었습니다. 가끔 ㅇㄹ ㄱ 등 북한식당에가서 '랭면'을 먹기도 하는데, 솔직히 분단의 저편에 갈라선 같은 민족, 한겨레가 자랑하는 음식이라는 점,  남쪽에서도 평양 함흥 등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냉면의 '원조'가 북쪽이라는 점등을 고려한 '센티멘탈' 가산점을 넣지않으면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참 감격스럽게 먹었던 북한사람이 경영하는 북한랭면이 시들해 진 것은, 아까 얘기한 센티멘탈 가산점 이외에 실제로 요즈음 맛이 옛날보다 덜해진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원했던 김치는 확실히 매워지고, 조미료 맛이 더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고객인 한국손님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복무원의 변명아닌 변명도 들었구요. 제발 랭면이라도 소박하지만 담백한 옛맛을 유지하고 면발도 옛날식 레시피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사실 북한식당에서 랭면한그릇 25위안 30위안 받아봐야 수지가 안맞을 겁니다. 그래서 예쁜 복무원 동무들이 고기, 고급 해산물 등의 값비싼 메뉴를 많이 권하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식당이 확실히 더 맛있는 메뉴는 안시키고 기껏해야 빈대떡, 감자전에 통김치 그리고 랭면이나 먹고 옵니다. 남북경제교류를 위해서는 좋은 고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오늘의 본론으로 돌아가 막국수 이야기입니다. 밥과술은 고향이 강원도 속초입니다. 그래서 가장 맛있는 냉면의 원형이 막국수에 남아 있다고 믿으며, 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원형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먹는 냉면의 '원조'가 아니라 '메밀로 만든 차가운 국수'로서 냉면의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은 겁니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면발은 순메밀, 국물은 동치미 국물입니다. 메밀은 옛날부터 고냉지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서 구황식물로 키웠다고 합니다.

쌀이 자라는 지방에서는 쌀을 심고, 쌀이 안되면 밀이나 보리를, 그것도 안자라는 곳에서 메밀을 재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강원도 정선 봉평 부근도 산간지대입니다. 그리고 육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기국물 그러니까 동물성 단백질을 우려낸 국물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먹기 쉽지않은 레시피였을 겁니다. 가을에 무를 잔뜩 수확하여 소금에 절여 담근 동치미를 몇항아리씩 묻는 것은 거기에 비해 쉬운 일이 었을 겁니다. 

그리고 겨울 농한기에 사냥을 가던 덫을 놓던 해서 잡은 꿩이라도 있으면 만두도 해먹고, 국물을 내거나 해서 꿩고기 육수를 만들어먹는 사치도 가끔은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려서 겨울이면 속초에서 집집마다 돌아가며 메밀국수 추렴을 해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수틀을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며, 오늘은 누구네 집이다 그러면 틀을 걸고 일찌감치 저녁을 먹어 출출해진 한 밤중에 물을 설설끓여 메밀국수를 눌러 먹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다시넣어 방이 워낙 뜨겁다보니 문을 다 열어놓아도 더워서, 얼음이 낀 동치미국물에 만 국수가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메밀로만 반죽해서 눌러 만든 국수는 국물을 부어도 금세 '자리를 잡아서' 풀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후루룩 먹어야 합니다. 아마 식당에서 파는 냉면에 메밀함량이 적어진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강원도 산간지방에 남아있던 동치미 메밀국수가, 언제부터 냉면에 치여서 '막'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막국수라는 이름으로 다운그레이드가 된 걸 좀 섭섭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러다가 요즈음 막국수라는 이름이라도 점차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걸 보며 흐믓해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형님과 속초 선산에 성묘를 다녀오던 길에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위의 사진과 아래사진은 거기서 찍은 겁니다. 맛이 참 좋았습니다. 늘 가던 ㅅㄹㅇ 막국수가 요즈음 워낙 장사가 잘되어서 맛이 옛날만 못하다는 형님의 판단에 따라 새로 다니기 시작한 시내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면, 국물 다 그만하면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양이 참 풍성하게 많았습니다.  
   
풀어서 동치미국물을 잔뜩 부어 물 막국수로 먹다가 절반 이상 먹은 다음 다대기 양념을 풀고 참기름을 넣어서 비빕으로도 먹었습니다.


행복한 점심이었습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약간 불만이 있어 한마디 붙입니다.
설탕 넣으면 맛없습니다. 가능한한 동치미 물국수에는 설탕 넣지 말고, 넣더라도 비빔에 살짝만 넣으세요.
비빔에는 겨자 식초 넣지마세요. 고추장, 고추가루로 만든 다대기와 충돌하여 맛이 없어집니다.
춘천에도 막국수가 있지만 역시 막국수의 World Capital 은 속초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자천 막국수 전도사 밥과술의 속초 막국수 이야기였습니다.
맛있는 속초 막국수집 찾고 싶으신 분, 늘 그렇듯이 맛집소개는 안하는 블로그라,  덧글 주시면 따로 알려드릴께요. 
 

벌써 목요일 저녁입니다. 하루 더 일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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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비빔밥 살아가는 이야기

백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두 비빔밥을 먹습니다. 뜨거운 돌솥에 담겨나온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썩썩 비비는 사람, 숟가락에 듬뿍 얹힌 비빔밥을  연신 후후 불어가며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 뜨겁고 매워서 얼얼해진 입안을 스트로로 쪽쪽 빨아올린 콜라로 달래가며 다음 숟갈을 뜨는 사람,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참 보고 있자니 장관입니다.

여기는 베이징입니다. 한식으로 성공하여 자리를 잡은 ㅎㄹㅅ 식당이 이곳 저곳에 비빔밥 전문점을 낸 모양입니다. 영화를 보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규모가 큰 것에, 그리고 가격대가 만만찮은 데에도 젊은 손님들이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한끼에 삼십위안에서 삼십오위안이면 우리돈 6천원에서 7천원 정도인데 중국의 다른 식사보다는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중국손님들의 비빔밥을 먹는 모습이 우리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는 외국사람들을 보면 먹는 모습을 보면 뭔가 다릅니다. 반찬을 집는 모습, 입안에 가져가는 한 술의 양, 국물을 떠서 먹을 때의 자세 등등 많은게 다르지요. 젓가락 사용하는 게 서툴어서 그런 것 만은 아닙니다. 그 예로 일본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본사람들도 뭔가 우리와는 그 모습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여기가 한국일까 중국일까 싶을 정도로 참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비빔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숟가락은 중국에 없는데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한류의 힘이로구나 싶었습니다. 인기있는 한국영화, TV 드라마에 숱하게 나오는 식사장면을 눈여겨 보아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익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물어보지 않아서 알수가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진은 밥과술이 시킨 비빔밥입니다. 나메코버섯(우리말로 뭔지 몰라요. 가르쳐 주세요)을 볶아서 넣은게 좀 익숙치 않았지만, 비빔밥이야 이거 저거 아무거나 넣어도 되는 융통성이 허용되는 음식이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고...맛은 괜찮았습니다.

깍두기는 참 맛있었습니다. 서울의 식당에서도 이정도가 나오면 칭찬 받을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아래사진은 판매주종목은 아니지만 메뉴에 뚝불하고 김치찌개도 있길래 같이 간 사람에게 먹어보라고 권해서(강압적으로?) 나온 건데, 맛을 보니 뚝불은 서울과 비슷했고, 김치찌개는 서울의 맛있는 집보다는 못했습니다만 비빔밥과 깍두기에서 받은 좋은 인상으로 괜찮은 편이라고 후한 평가를 했습니다.
   

음식이 해외로 소개되는데에는 단독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함께 연동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한 끼였습니다.

여러가지로 바빠서 한동안 블로그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대신하여 간단하게 포스팅하나 올립니다.

이제 저는 투표하러 갑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출장나갑니다. 소식 자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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