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갈비, 양념불고기, 양념 돼지갈비 퍼레이드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 한국은 날씨가 화창한 봄날이어서 좋았다고 하는데, 베이징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비오는 날씨를 싫어하지 않고 또 봄비는 봄비만의 운치가 있어서 이른 오후에 일을 끝내고 그런대로 혼자 센티멘탈한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요즈음 들어 더욱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4월도 3분의 2가 지나갔는데 남북정상회담같은 큰 행사가 있으니 4월의 남은 시간은 더욱 빨리 지나갈 것 같습니다. 올해는 류현진이 잘 던지니 그가 던지는 시합 몇 번보다 보면 러시아 월드컵이 있을 것이고, 지방선거에 북미정상회담에 정치쪽으로 정해진 것만 해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큰 행사가 많은데 하반기에 들어서 커다란 변화가 생기면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 같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시간이 한시간 반 정도 생겨서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잠들기 전에 생각해보니 올 3, 4월에 유난히 양념 갈비, 불고기를 많이 먹은 것 같아서 사진 폴더를 들여다보니 열 몇번이나 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유달리 외국에서 손님이 많이 온 게 그 이유였습니다. 저는 원래 고기집에 가면 꽃등심, 생등심 이런걸 구워먹거나 하는 것 보다는 옛날식으로 양념한 갈비나 불고기를 먹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오신 손님을 맞이 할 때 좋습니다. 억지로 내가 싫은 걸 손님때문에 먹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한달 반 사이에 열 몇 번을 가니까 솔직히 좀 다른 걸 먹고 싶기도 하더라구요. 

오늘은 그냥 갈비 불고기 먹었다는 이야기를 출첵삼아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우선 아래는 광화문에 있는 송추가마골이라는 곳에서 먹은 갈비와 육회입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과 함께 자리를 했는데 육회를 못드셔서 제가 잔뜩 먹었습니다. 그래서 냉면은 맛보기 사이즈로 먹었지요. 


아래는 사간동에 있는 비나리라는 곳에서 먹은 갈비입니다. 처음 가본 곳인데 낯설지 않다 싶더니 알고보니 돈카츠 바이린 건물 2층에 있었습니다. 양념갈비를 먹고 돌솥밥에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함께 간 일본손님이 치아가 안좋다고 고기를 많이 못드셔서 제가 또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는 이미 배가 불렀지요. 그래도 꿋꿋하게 다 먹었습니다. 


외국에 있다보면 늘 얻어먹는게 아니라 내가 호스트를 해야할 때도 있어서 한국음식점에 갈 때도 있습니다. 아래는 3월에 도쿄에 갔을 때인데 모시고 간 손님이 일본화 된 한국식 요리를 드셔보고 싶다고 해서 야키니쿠 집을 갔을 때 사진입니다. 일본의 야키니쿠 집은 한국보다 소혀구이가 보편화 되어있고 또 맛있지요. 시원한 생맥주와 먹으면 아주 그만입니다. 


한 때 광우병과 식중독 소동으로 한국식 야키니쿠 업계가 커다란 피해를 입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금지되었던 육회도 다시 메뉴에 등장하였습니다. 그 아래는 각종 부위를 골고루 담은 모듬입니다. 오징어와 가리비도 구워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구탕(テグタン)이라는게 있어서 호기심 삼아 시켰더니 북어로 만들었더라구요. 대구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만든 창작메뉴인가 싶었습니다. 일본은 아무데나 가도 밥은 웬만하면 맛있게 지은 곳이 많아서 증거삼아 찍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한국이 옛날엔 밥이 일본만 못하던 시절이 있었단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요.  


아래는 학동에 있는 남포면옥에서 먹은 갈비 사진입니다. 이 날은 외국 손님이 아니라 좋아하는 후배들과 먹었습니다. 늘 그 집에 가면 어복쟁반이나 곱창전골을 먹곤 해서 그날은 좀 변화를 주고자 제가 '오늘은 갈비먹자'고 제안해서 정해진 메뉴입니다. 앞으로도 줄줄이 외국손님이 오리라는 걸 잊고서 말이지요. 갈비 멀쩡히 먹고 후배들은 맛보기 냉면을 먹었는데 저는 갈비탕을 먹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식탐은 끝이 없습니다...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회의가 늦게 끝나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서 호텔 주변의 식당이 다 문닫을 시간이었습니다. 심야까지 한다고 간판을 내건 못보던 식당이 있어 들어갔더니 메뉴가 완전히 한국식입니다. '한국식당'이라고 전혀 내세우지 않고 싸오러우(烧肉)라고 내건 식당인데 메뉴를 보면 상추쌈에 김치 깍두기가 나오고 식사로는 된장찌개(大酱汤) 두부찌개 이런게 있었습니다. 참이슬에 맥주를 시키고 고기를 시켰습니다. 솔직히 맛이 없어서 후회했습니다... 고기도 그런데 된장찌개 마저 좀 그랬습니다. 앞으로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진정한 한류의 토착화를 보았다고 마음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베이징 출장에서 돌아와서 맛없는 고기와 찌개에 분이 안풀렸는지  저는 오밤중에 갑자기 맛있는 냉면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쥬스는 고기가 급 땡긴다고 했습니다. 검색을 하여보니 강남 세브란스 병원 부근에 냉면과 고기를 24시간 하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평도 괜찮은 것 같아서 12시 가까운 시각에 차를 몰아 청담옥이라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숯불부터 내공이 있다 싶더니 다 맛이 좋았습니다. 돼지갈비는 맛이 봉피양 계열 같았습니다. 누가 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이 좋았고 반찬도 정갈하였습니다. 냉면도 본격적인 맛이라 부녀가 아주 만족하게 먹었습니다. 운전하느라 술을 못마신게 좀 억울했지만요.  


양념 갈비는 아니지만 사당동 부추삼겹살 집에 간 사진이 있어서 의리상 올립니다. 부추가 좀 덜 달면 참 좋을텐데 하는 마음은 이날도 들었습니다. 사진은 두번에 걸쳐 간 겁니다. 한 번은 방학이라고 들어왔던 우유와 커피여사에게 소개하려고 간 겁니다. 두사람 다 삼겹살을 좋아해서요.



좋은 가게를 발견하면 꼭 동참을 시키고 싶어서 얼마전에 갔던 청담옥을 네식구가 함께 갔습니다. 커피여사가 운전을 해주니까 마음놓고 술을 마셨습니다. ㄹ고기가 훨씬 더 맛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냉면을 먹었는데 우유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갈비탕을 시켰더니 작은 문어가 한마리 들어있었습니다. 갈비탕 맛은 우리식구 입맛에는 좀 아닌 것 같았지만 다른게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본에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선배분이 오셨는데 이분도 요즈음 치과 다니느라 질기고 딱딱한 걸 잘못드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얇게 썬 불고기. 후배도 한명 조인하여 세명이 사리원이라는 곳으로 가서 불고기를 6인분이나 시켜 먹었는데 아주 호평이었습니다. 선배님께서 화장실 가시는 줄 알았는데 미리 계산을 하셨습니다. 제가 모신다고 했는데... 감사합니다 선배님 엉엉


미국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인터컨티넨탈에 묵는다고 해서 부근의 고기집을 찾아보았더니 광양불고기라는 집이 있더군요.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다 제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손님도 아주 맛있게 드셨습니다. 이날은 소주를 엄청 마셨습니다. 김치전도 시켜먹고 소고기찌개를 시켜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가 마지막에 밥을 시켜 먹었습니다. 저만요... 일행은 넷이었는데. 왜 마지막에 밥을 먹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지 궁금합니다. 


며칠전에는 터키에서 손님들이 왔습니다. 제가 터키 갔을 때 워낙 잘해주던 사람들이라 저도 벼르고 잘해주고 싶었는데 Galbi 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갈비집에 갔습니다. 한국에서 며칠 묵더니 두손으로 술따르기, 남의 잔 비워두지 않기, 폭탄주 말기 등등 다 제대로 배웠더군요. 기분좋게 먹고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캐비어를 선물로 가지고. 갈비 아닌 것 먹고 싶다고 해서 압구정동 설매네에 보쌈을 먹으러 갔습니다. 회의가 늦게 끝나서 8시가 다 되어 갔더니 글쎄 보쌈이 떨어졌다지 뭡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매운 갈비찜과 낙지볶음을 대신 시키고 늘 시켜먹는 녹두전, 탕평채, 만두전골을 시켰습니다 5명이 가서 아주 맛있게 먹고 마셨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 덧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블로그에 하나 올리려고 썼는데 쓰고보니 사진만 잔뜩 올리고 내용은 없네요...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남의 평양냉면, 북의 평양랭면, 그리고 막국수 살아가는 이야기


지난 목요일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일이 있어 간 거지만 따스한 봄날에 교외로 나가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길가에 핀 개나리 벚꽃에, 푸른 순이 돋아나는 나무를 보니 옛날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 났습니다. 3월 개학을 해서 등교를 해보면 겨울에 놓았던 난로는 다 치워졌는데 날씨가 쌀쌀해 교실안이 을씨년스럽곤 했습니다. 해마다 3월에 꼭 며칠은 꽃샘추위라고 해서 기온이 영하가까이 떨어지는 날도 있고 눈이 내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덜덜 떨며 차가운 도시락을 먹던 점심시간도 생각납니다. 4월이 되어야 진짜 봄이 온 것 같았고 햇빛을 받으며 체육시간에 한참 뛰어야 이마에 땀도 송글송글 맺히고 그랬습니다.

지난 목요일 춘천에 간 날도 그랬습니다. 모처럼 예년의 봄날씨를 되찾아서 20몇도를 넘어선 따스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없어서 그런대로 하늘도 맑았습니다. 옛날에 중학교 다닐 때 시험기간에 일찍 하교를 하면 은행문이 열려있는게 신기했습니다. 늘 은행문이 열리기전에 등교를 하여 닫힌뒤에 하교를 하니 학생들은 은행 우체국은 셔터를 내린 모습만 보고 다녔습니다. 어쩌다 조퇴를 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 대낮에 학교를 빠져나온 날은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교복차림의 학생들의 모습이 안보이는 세상을 혼자 나다니는 묘한 쾌감도 있었구요. 

평일에 춘천을 가니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뭔가 일상을 벗어나서 땡땡이를 치는 느낌이 싫지가 않았습니다.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특별히 예쁜 길도 아니고 그저 소양강변을 따라 난 평범한 길인데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도착한 곳은 샘밭막국수. 서울에도 교대역 부근에 있어 가끔 가는 곳의 '원조'인 셈입니다. 가까이에만 있으면 일주일에 세 번이상은 갈 것 같은 집입니다. 그만큼 맛이 좋습니다. 


이날 주차장에는 놀랍게도 관광버스가 서있었습니다. 아니, 여기까지 한류붐이? 이 가게가 잘되나보다 하는 반가운 마음과 이제 여기도 변하겠네 하는 섭섭한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가게에 들어가보니, 아래 사진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한류관광객은 아니고 아마도 강원도 어딘가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일행인 것 같았습니다. 


달랑 막국수만 시키기 아쉬워서 녹두전도 시켰는데 사실 이집에서는 막국수만 시켜먹어도 충분합니다. 동치미 육수도 좋지만 메밀향이 가득한 부드러운 면이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속초 '실로암 메밀국수'를 아주 좋아하는데 굳이 점수를 매기라면 동치미 국물은 실로암이 조금 더 앞서고 막국수의 면발은 샘밭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웬만한데는 B이상을 주지않는 박한 성적에서 A+이냐 A냐의 세계입니다. 
 


맛있게 먹고나와서 주차장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별거 아닌 풍경인데 유달리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풍경에 방해가 되는 성가신 존재 같아서 수채화를 그릴 때 걷어내곤 하는 전신주도 그대로 좋았습니다. 평소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옛날엔 전봇대라고 하다고 나중에 전신주라고 부르게 된 유래도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봇대(電報臺)는 한자 그대로 전보, 그러니까 텔레그램을 송수신하기 위한 통신선을 연결하기 위한 기둥입니다. 행정과 통치를 위하여 통신시설을 까는게 중요했으므로 전기를 공급하기 이전에 더 먼저 설치한 것이겠지요. 전신주(電信柱) 역시 말 그대로 입니다. 전기와 통신, 두개의 목적을 다 담고 있는 의미의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전봇대 뒤에 생겨난 말이겠지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막국수를 맛있게 먹고나니 전신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나더라 그런 얘기입니다. 


일을 다 마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경춘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경계에 접어드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 오면서 내내 생각한게 있었으니 평양냉면 입니다. 얼마전 남북교류의 일환으로 한국의 가수들이 평양에 공연을 하러 갔다왔지요. 백지영, 레드벨벳 등 우리 가수들이 그 유명하다는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모습이 TV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옥류관의 복무원들이 평양랭면 맛있게 먹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다대기를 넉넉히 넣고, 겨자를 치고 하는 모습에 한국의 SNS에는 작은 소요가 일기도 했습니다. 여태까지 남한에서 평양냉면 전문가들이 얘기한거 하고 먹는 법이 다르지 않냐고. 정통 평양식당에서 저렇게 먹는다니 그동안 '아무것도 안넣고 슴슴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론은 무엇이었냐고. 

저는 그동안 북한식 랭면을 수십번 이상 먹었습니다. 평양의 옥류관에서 직접 사람을 파견해 운영한다는 베이징의 '옥류궁'도 여러번 갔구요. 그 전에 미리 진출했던 '해당화'도 우리 정부에서 출입을 삼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는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남북교류가 제법 왕성하던 시절 저도 마음 먹으면 관련 단체들의 방북일행에 끼어서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몇번 있었지만 좀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 가지 하고 미루다가  그 뒤 단절의 10년이 지나 버렸습니다. 저와 함께 중국의 북한식당을 간 손님들 가운데 평양의 옥류관도 가 본 사람들이 여럿있어서 그 때마다 물었습니다. 베이징의 평양랭면이 평양의 그것과 맛이 차이가 나냐구요. 같다거나 거의 같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래가 그 사진입니다.



제가 내린 잠정 결론은 이렇습니다. 한국의 평양냉면이 북한의 평양랭면보다 전혀 못하지 않습니다. 굳이 맛의 품평을 하자면 저는 한국의 평양냉면에 점수를 조금 더 주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면발에 있습니다. 북한의 랭면은 전분이 들어가 면발이 매끄럽고 쫄깃합니다. 메밀의 맛과 향보다는 메밀, 전분, 밀가루의 배합에서 오는 특유의 식감을 개성으로 내세우는 듯 합니다. 저는 언젠가 많은 한국사람들이 평양에 가서 옥류관 랭면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저도 가서 먹으면서 아 내가 틀렸구나 한국과는 다르게 정말 맛이 좋구나,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면서요. 

베이징의 북한식당을 자주 간 이유는 랭면이 아니라 김치가 맛있어서 였습니다. 맵지않고 시원하게 담근 북쪽지방식 배추김치는 그냥 그것만 집어먹어도 최고의 맥주 안주입니다. 저는 늘 혼자서 한 접시 이상을 먹습니다. 백김치도 잘 발효되어 마시 좋구요.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복무원들은 다 평양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서빙도 하고 때가 되면 돌아가면서 춤도 추고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하는 재능있는 사람들입니다. 메뉴에는 비싼 갈비, 등심에 해산물 요리도 다양한데 수십번 갔으면서도 한 번도 시킨 적이 없습니다. 늘 배추김치에 랭면 말고는 녹두전, 감자전 정도를 시키고 기껏해야 도라지나물, 북어포 무침 등이나 시키니 가게에서 볼 때 우수고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북의 랭면이냐 남의 냉면이냐를 놓고 자웅을 겨룬다면 저는 제3의 선택이 있으니 다투지 마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강원도에 제가 사랑하는 막국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속초 실로암 메밀국수 비주얼입니다. 여기도 훌륭합니다.



아래는 김포공항 부근 화곡동에 있는 '고성막국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기도 맛이 좋습니다.
 


아래는 한국의 실향민, 평양냉면 전문가들의 자존심 평양면옥, 필동면옥 등의 비주얼 입니다. 



아래는 봉피양에서 내는 냉면입니다.



아래는 불고기와 함께 냉면에서도 명성이 높은 우래옥의 냉면입니다. 


저는 심심하고 담백한 평양면옥 계열, 국물이 조금 진한 봉피양 우래옥 계열 다 좋아합니다. 한국식 냉면과는 접근방식이 면, 육수에서 조금씩 다른 북한식 랭면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평생 한종류만 먹어야 한다는 가정아래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강원도의 막국수를 고르겠습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메밀함량 가득한 부드러운 면발은 정말 훌륭한 음식입니다.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막국수집을 해볼까 잠시 생각해 본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덧글 1. 이글루스 대표블로그에 선정이 되었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번 망설였습니다. 블로그를 닫을까 하구요. 소통을 목적으로 열었던 블로그인데 덧글 달리는 숫자도 예전같지 않고 그래서요. 그런데 추천해 주신 분들의 글을 보니 고맙게도 여전히 잘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싶어서 일단은 그냥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방문해 주시는 분들 감사드리구요.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덧글 2. 오늘은 4월 16일 입니다. 4년전 오늘 저는 대학에서 강의가 있었는데 가는 길에 '전원구조'라는 뉴스를 보고 안도하며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강의를 끝내고 나와서 보니 오보였습니다. 학생들하고 학식을 먹으면서도 구조가 될 줄 알았습니다... 유족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대표선수 1, 하까우(蝦餃): 딤섬이야기(2) 중국이야기


철수와 영희, 짜장면과 짬뽕, 수호랑과 반다비, 맥주와 치킨... 우리 주변에서 늘 바늘과 실처럼 함께 연상되는 콤비를 몇개 찾아봤습니다. 딤섬에 있어 하까우와 씨우마이가 그런 사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둘은 많고 많은 딤섬종류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또 여러면에서 대표격인 메뉴입니다. 중화권을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딤섬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면 외국사람들은 맨처음 이걸 시키는 걸 잊지 않지요. 

하까우(蝦餃)는 한자표기 그대로 '새우교자'라는 뜻입니다. 광동 지방을 대표하는 맛있는 음식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전세계적으로 새우 양식이 보편화 되어서 그렇게까지 귀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는 예전같지 않지만 홍콩에서도 이게 귀한 미식 가운데 하나였다고 합니다. 1980년으로 잠깐 돌아갑니다. 제가 홍콩에 있었는데 그해 최고의 히트곡은 침사쪼이 수지(尖沙咀 Susie)라는 노래였습니다. 일세를 풍미하던 싱어송 라이터 아샘(許冠傑:허관걸)의 작품입니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노래였는데 '침사쪼이 수지'란 '홍대앞 영미' 아니면 '이태원 은정' 뭐 이런 뉘앙스입니다. 수지는 유행에 민감하고 잘 놀고 옷도 잘입는데... 그렇게 놀다보면 청춘은 후딱 가버린다, 이런 약간 계몽주의적인 가사로 맺는데 마지막의 반전같은 가사 한구절보다는 앞의 신나는 내용에 대중들이 열광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日日喫幾籠 蝦餃當食晏 思想開放 好識嘆
尖沙咀Susie 駛乜憂兩餐 佢老竇勤力慣 響街市賣鴨蛋" 
평소 못보던 한자가 많이 보이는 건 주로 광동어 표기에만 쓰이는 글자들이 들어있어 그렇습니다. 
"매일 식사로는 하까우를 몇 접시(바구니)씩 먹지. 생각도 개방적이고.
침사쪼이 수지는 하루 세끼(두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니까. 거리에서 오리알을 판다구"   

그러니까 식사로 매일 하까우를 먹을 수 있고 그것도 한 번에 몇 접시씩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사치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것이죠. 요즈음의 잣대로 전체 가사를 잘못 해석하면 여성을 희화화하네 마네 시빗거리도 보일락 말락하지만 그 때는 그런 의식 전혀 없이 어딜 가도 이 노래가 흘러 넘쳤습니다. 템플 스트릿(廟街), 위먼 스트릿(女人街), 코스웨이베이, 나이트 마켓, 차찬텡 어디든 이 노래를 피해 다닐 수 없을 정도였지요. 기왕에 소개한 김에 노래 링크걸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뮤비에 하까우를 쌓아놓고 먹는 장면이 나오네요. 오리지널 가수도 얼굴을 비추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아서 모두가 낙천적이었던 시절의 풍경입니다.  




세월은 그 뒤로 4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얌차(딤섬)문화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하까우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고 부동입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중국의 허스황 딤섬 명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승으로서의 자세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옛 것을 전수하되 수구적이지 않고, 새것을 창조해 내면서도 근본을 잊지않는게 중요하다. 나의 스승역시 대사부의 호칭을 받은 분인데 그분께서는 아랫사람에게든 누구에게든 모르는 걸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또 한편으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남들과 공유하는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으셨다. 이렇듯 에고가 없는 것이 스승의 자세일 것이다. 내 나이 83세인데(작년) 지금 현역에서 활동하는 80세 이상의 사부들도 열몇분이 계시다. 나역시 그렇지만 그들도 다 SNS를 통해 후배들과 소통하며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전수와 창조(传承和创新)'의 조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산설비는 물론이고 원재료의 조달 등도 옛날에 비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작업공간도 전해 비해 넓어졌고. 하지만 셰프는 무엇보다 직업윤리가 중요하다. 자신이 만든 딤섬을 먹고 자기가 만족할 수 있어야한다. 몸에 안좋은 걸 사용하고 본인은 먹으려 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倒扇羅幃蟬透衣, 嫣紅淺笑半含痴 
細嚐頓感流香液, 不枉嶺南獨一枝
부채를 펼친 모습에 매미날개처럼 비치는 안으로
발그레한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
가볍게 베어물면 향기로운 육즙이 흘러넘치니
단연코 영남지방의 으뜸가는 특색이라 하리라

이 사람을 언급한 것은 그가 하까우에 관해서 쓴 위의 시한편을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였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분인데 그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자세히 소개하지요. 하까우의 관능적인 모양과 맛을 칭송하면서 미인을 묘사하듯 썼군요. 중국에서 추앙받는 딤섬의 대사부로 나이가 90을 바라보는 현역입니다. 중국의 문학에는 오래전부터 수려한 경관이나 아름다운 것을 미인과 연결하여 묘사한 표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먹을 것을 여성과 연계했다는 잣대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까우는 이렇듯 본바닥 광동에서도 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음식입니다. 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구요. 이게 요즈음 중국 전역과 세계적으로 퍼지다 보니 제대로 맛을 내는 걸 만나는 것도 또한 쉽지 않습니다. 

홍콩의 미식가들이 얘기하는 하까우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까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광저우의 오봉촌이라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음식이다. 그곳은 여러 강물이 만나는 곳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했다. 
* 처음에 사용한 것은 민물 새우였다. 민물새우가 당연히 더 맛이 좋은데, 이점은 상해 사람들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위의 사진이 지금도 유명한 상하이의 민물새우요리 입니다. 시간이 없어 폴더에서 못찾았는데 초록색 찻잎과 함께 볶아낸 요리로 '롱징(龙井)새우' 메뉴도 유명합니다. 

* 요즈음은 거의가 바다새우로 만드는데 커다란 새우 한마리를 사용하여 만드는 하까우도 있다. 이렇게 만들면 맛은 떨어진다. 바다 새우로 만들더라도 작은 것을 여러마리 사용하는게 옳다. 
* 크기는 호도만 한게 좋은데 우선 피가 얇고 투명해서 속이 비칠 듯 말 듯 하여야 한다. 껍질이 탁하면 식욕이 떨어진다. 주름은 13번을 접는게 이상이다라고 하는 설도 있지만, 몇겹으로 접느냐 보다는 얇고 맛있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 밀가루 전분을 사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피를 만들때 반죽에는 라드를 넣어야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식물성 기름을 넣는 곳이 있는데 이는 기본을 모르고 하는 일이다.
* 속은 새우를 잘 씻은 뒤에 살짝 으깬 뒤에 개성에 따라 홍당무나 공차이등이 야채를 가늘게 썰어 살짝 첨가하기도 한다. 라드도 넣는다. 잘 섞어 냉동실에 넣어서 지방이 응고하여 빚기 좋게 되면 빚는다.
* 찌는 시간은 불의 세기나 탕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분이 알맞다.

맨 위의 씨우마이와 하까우 사진은 요즈음 훌륭한 가성비와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팀호완'에서 찍은 겁니다. 모양이 위에서 이야기한 최상급은 아닙니다. 그래도 맛은 좋으니 추천을 합니다. 

이렇듯 하까우 하나만 놓고도 홍콩, 광동 사람들은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많습니다. 


위는 홍콩이나 중국이 아니라 일전에 미국의 중국식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장 커다란 차이가 찜그릇의 모양입니다. 홍콩에서는 나무로 된 찜그릇을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합니다. 이게 편의상 그런 것인지 미국 위생당국의 기준에 나무 찜그릇이 걸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긴 몇년전 뉴욕에서 맨 손으로 음식을 주무르는게 위생상 좋지 않다고 해서 스시집에서 스시셰프가 모두 고무장갑을 끼고 스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엉뚱한 조례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스시를 먹는 고객층은 사회적으로 상류층이 많은데 그들의 반대도 맹렬해서였는지  그 뒤 우야무야 된 것 같습니다.  나무와 대나무로 짜서 만든 찜그릇이 식탁에 놓이고, 뚜껑을 열면 핑크빛 하까우가 따끈따끈한 모습을 드러낼 때 얌차를 간 사람들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위 사진은 어제 베이징에서 동료가 데려가준 딤섬 부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홍콩보다는 못하겠지 기대치를 낮추고 가서 그랬는지 맛이 괜찮았습니다. 하까우는 씨우마이와 함께 딤섬의 대표라서 좀 길게 다루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안올리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이정도에서 출첵대신 올립니다. 딤섬씨리즈는 앞으로도 몇 회 계속 됩니다. 

지금 제가 머무는 베이징은 완연한 봄 날 입니다. 어제 토요일 오후 딤섬부페를 먹고나서 간만에 베이징 시내에 있는 '바다'라고 이름붙은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오랫만에 벌써 피기 시작한 벚꽃도 보고 물이 오르는 수양버들도 보고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지나가는 관광객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장하다 한국라면! 돈카츠도 훌륭하다. 그리고 짜장 쌀국수...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 일요일 늦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궁리를 하는데 딱하니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번역 알바를 하느라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던 쥬스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아, 편의점에서 사다놓은 쌀국수 먹어요. 저도 점심으로 먹기에는 무난한 것 같아 동의를 합니다. 사실 맛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어제밤 쥬스하고 상가에 조문을 갔다오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편의점을 들렀을 때 쥬스가 신상품을 발견하였습니다. 

쥬: 아빠, 이런게 나왔어요.
술: 어, 그거 사보자. 사진으로 봤어. 맛있단다.
쥬: 누가 먹어 봤대요?
술: 편의점식품 리뷰계의 킹왕짱이. 강추라더라.  

트윗에서 채다인님이 소개한 사진을 보고 얼마 안되어 편의점에서 실물을 대하니 괜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어제밤 세 개를 샀는데 오늘 벌써 두 개를 소비합니다. 아래가 그 모습입니다. 


상대성 이론을 여기에 갖다 붙이는 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겠지만, 제겐 저만의 '컵라면 시간의 상대성이론'이 있습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3분이 십분이상으로 길게 느껴 집니다. 정확하게 3분을 맞추겠다고 스마트폰 타이머를 작동해놓고 이제 되었나 들여다 보면 1분도 안지난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튼 기나긴 3분을 보내고 뚜껑을 열고 시식을 하여 보았습니다.



감상을 말하자면 쥬스는 '참 맛있다'였고 저는 '그냥 그랬다'였습니다. 두사람의 차이는 기대치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먹었더니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참 맛있다'가 된 것이고, 대단히 맛있을 거야라고 기대를 하고 먹은 사람에게는 '그냥 그랬다'가 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술먹은 다음날 해장으로 먹으면 쌀국수라서 위장에 부담도 안가고 맑은 국물이 숙취해소에도 좋을 것 같아서 몇 개 더 사다 놓으려고 합니다. 

어제 낮에는 팔도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평소에도 짜파구리 짜파게티를 좋아하는 쥬스가 사다 놓은 것입니다. 저는 짜장소스가 레토르트라는게 어쩐지 식당 짜장면에 다가가려다 즉석면으로 멈춘게 아닌가 해서 여태껏 한번도 먹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쥬스가 야식으로 이걸 끓여서 하도 맛있게 먹길래(그 때는 자려고 이도 닦은 뒤라서 한 입 얻어먹는 걸 포기하였지요) 어제 낮에 먹은 겁니다.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맛있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새삼 깨달은 게 라면의 위대함이었습니다. 여기서 라면이라함은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을 말합니다. 열흘에 걸친 독일 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게 28일 낮입니다. 그날 저녁엔 평창에서 수고한 친구를 위로하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해 주는 조그만 모임이 있어서 회사 들렀다 집에 들어와 짐 풀고 곧바로 나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엔 인심좋은 친구가 좋은 와인을 쏘겠다고 미리 예고해서 맛있는 음식에 좋은 와인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맹렬하게 땡기는게 있었으니 바로 라면입니다. 

열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동안 기내에서 푹 자느라고 식사를 거른터라 배가 출출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곧 저녁식사를 할 터인데도 유독 라면이 당겨서 참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래, 가서 배가 불러 맛있는 요리를 못먹더라도 일단 먹고 싶은 걸 먹자, 이렇게 결단을 내리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정량의 물을 붓고, 마늘 다진 걸 한 티스푼 넣고 파 썰은 걸 듬뿍 넣고( 양파도 쥬스가 쓰다 남은게 조금 남아서 같이 넣고) 라면을 끓이다가 3분쯤 되었을 때 계란을 넣었습니다. 꺼내기 직전에 저어서 계란을 풀어 익혔지요. 


이야기가 착착 맞아가려니 전기 밥솥에는 지은지 36시간이 넘은 밥이 남아있었습니다.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김치가 불그레한 색을 띄고 랩을 씌워놓은 그릇에 뽄때 없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완벽해, 우아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기 직전에 먹으려면 이렇게 먹다 남은 김치와 오래 된 밥이 제격이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갓 지어낸 밥이나 금방 꺼내어 썰은 김치는 당연히 맛이 좋습니다. 영화에서 보듯이 패잔병을 긁어모아 새로 조직한 특공대가 무적의 적을 섬멸하듯 이런 언더독의 조합으로 맛있는 한 끼를 만든다는데 오히려 약간 마음이 설렐 정도였습니다.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먹으며 시큼해 진 김치를 곁들이다가 면이 거의 없어질 때 쯤 밥을 말았습니다. 저는 늘 면이 사분의 일쯤 남았을 때 밥을 맙니다. 그러면 숟가락으로 떠올리는 밥에 조금씩 얹히는 면 가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 안남은 면발이 소중한 고명 노릇을 해주니까요. 그리하여 정말 맛있게 그릇을 다 싹싹 비우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배불러 못먹을 지도 모르겠다는 예상과는 달리 저녁도 맛있게 잘먹었고 와인도 잘 마시고 들어왔습니다.  

이야기는 오늘, 일요일로 돌아옵니다. 곰곰히 생각하여 보니 우리나라 라면의 위대함은 롤 모델이 없는데 있었습니다! 일본의 즉석 인스턴트 라멘은 '라멘(ラーメン)’이 모델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식당에서 만들어 파는 라멘을 집에서 재현해서 먹겠다고 인스턴트를 사먹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인스턴트가 맛이 좋아도 라멘집이나 중화식당에서 파는 라멘이 더 맛있다는 관념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온 세이멘(正麺)이라는 브랜드도 그렇고 라오(ラ王)처럼 공전의 히트를 친 사발면 제품도 결국엔 라멘전문점의 그것에 가까이 갔기에 성공을 한 게 아닌가 합니다.

오늘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고 기대만 못했다고 느낀 건 식당에서 파는 쌀국수의 맛을 기억해내며 그것에 얼마나 근접한 맛을 재현하였느냐를 의식했기 때문이었을 것 입니다. 짜장라면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국집에서 파는 맛있는 짜장면이 목표점에 위치하고 그곳으로 얼마나 가까이 갔느냐가 인스턴트 식품의 완성도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팔도 짜장면을 맛있게 먹은 건 요즈음 하도 맛이 없는 짜장면을 내는 식당이 많아서 실망의 나날을 보낸 경험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라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향해야할 목표가 없이 그 자체가 완성된 식품입니다.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이름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듯 생겨나 반세기 이상을 독자적인 발전을 하여왔으니까요. 얼큰하게 매운 맛을 강조하거나, 산뜻한 국물이 아니라 밥과도 어울리는 두툼한 맛의 국물은 한국인의 입맛이 만들어 낸 고유의 세계라 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숱한 나라의 인스턴트 라면을 먹어보았는데 계란을 풀거나 밥을 말아서 어울리는 건 한국라면 뿐이었습니다. 물론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므로 제가 무조건 옳다는 주장은 유보하겠습니다만.

그러다가 생각이 일본의 돈카츠로 옮겨갔습니다. 돈카츠도 일본의 독자적인 메뉴로 완성도를 높인 요리라고 하겠습니다. 그것의 원조는 유럽의 슈니첼이나 그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합니다만 일본의 돈카츠는 그와는 다른 길을 걸어서 하나의 일가를 이룬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번에 독일 출장을 가서 바쁘게 업무를 보다가 주말 이틀 시간이 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저가 항공사로 표를 알아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왕복 15만원이 안되었습니다. 오프시즌이라 그런지 괜찮은 호텔도 대단히 저렴하였습니다. 목적은 평소에 늘 가보고 싶었던 미술사 박물관에 가는 것이었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중에 하나인 브뤼겔의 그림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물을 눈앞에 대하니 감동의 연속이었고, 보너스로 알버티나 미술관에서 피카소, 뭉크, 모딜리아니, 샤갈, 루벤스 등의 작품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어디선가 보고 맘에 끌리던 폴 델보의 작품이 이곳에 있어서 그림에 듬뿍 취했습니다. 미술관 앞에 있는 핫독 스탠드에서 파는 소시지와 핫독도 대단히 맛이 좋았습니다.  



아,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데로 흘렀네요. 돈카츠 이야기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스트리아의 명물 요리로 유명한 슈니첼을 여러번 먹었습니다. 출장가서 커피여사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술: 여기 비엔나 잘 도착하였어요. 
커: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자허 토르테 먹었고?
술: 응, 맛있었어요. 자허호텔 건 다른데서 먹는 것 보다 안달아. 맛있어. 나중에 같이 옵시다. 
커: 문화생활은? 오페라라도 하나 보고 오지 그래요?
술: 헨델의 아리오단테라는데 잘 모르는 작품인데다가 비싼 자리밖에 안남아서 좀 그래요. '마적'같은거 했으면 볼텐데. 이것저것 먹은 것도 문화생활이니까 됐어 ㅎㅎㅎ
커: 슈니첼은 어때요? 맛있어요?
술: 음...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돈카츠의 위대함을 재발견했다고나 할까?
커: 관광객용 식당가서 먹어서 그런거 아닌가?
술: 아니야, 기본 구조가 어딜가서 먹어도 돈카츠만 못할 것 같은 느낌? 옛날에 밀라노 갔을 때 먹었던 게 훨씬 더 맛있었어요. 

슈니첼은 원래는 송아지 고기로 만드는 요리인데 돼지나 닭으로 만드는 것도 팝니다. 오리지널도 먹어보고 돈카츠와 비교해 보느라 돼지 슈니첼도 먹어보았습니다. 돼지고기를 얇게 펴서 밀가루를 입히고 계란푼 것을 씌워 빵가루를 발라 기름에 튀기는 것은 돈카츠와 똑 같습니다. 그런데 먹을 때 마다 우리가 즐겨먹는 돈카츠, 그러니까 일본에서 유행하는 돈카츠 생각이 났습니다. 비교를 안하려고 해도 자꾸 연상이 되는 것은 그만큼 슈니첼에서 돈카츠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하였습니다. 여러 해전에 밀라노에 갔을 때 이와 비슷한 요리인 '꼬똘레따 밀라네제'를 먹고서는 다른 맛을 찾아내어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버터로 튀겨서 그 풍미가 달랐던게 좋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은 이번에 먹은 슈니첼 사진 가운데 하나이고, 그 밑은 스마트폰 폴더에서 찾은 돈카츠 사진입니다.


제가 가끔씩 쓰는 '청출어람이나 청어람(승어람)'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파랑은 쪽빛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옛말처럼 일본의 돈카츠는 도톰하게 썰어 튀긴 카츠렛에 얇게 채썬 양배추를 곁들이고 흰 밥과 미소시루가 가세하여 고도의 완성도를 이룬 요리가 되어 슈니첼을 넘어섰습니다. 어딜 가서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저는 고급 안심의 가격이 삼겹살의 삼분의 일도 안하는 우리나라의 기현상의 덕을 보아 가끔씩 이렇게 싸도 되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심을 사다가 집에서도 가끔 돈카츠를 해먹습니다. 양배추 채칼을 사서 본격적으로 해먹어 볼까 마음을 먹다가도 건강을 생각해서 멈추곤 합니다.


유럽에서 들어와 유럽의 그것보다 맛있게 발전한게 일본의 돈카츠라면, 일본에서 들어와 일본의 그것보다 다양하고 맛있게 발전한게 한국의 라면이라고 하겠습니다. 훌륭한 아버지를 둔 자식은 아무리 노력해야 아버지를 넘어설 수 없다는 현실에 힘들어하고 좌절의 나날을 보내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습니다. 반면에 자수성가를 한 사람은 역경을 넘어서는 노력도 해야했지만, 주변에서 압박하는 롤 모델이 없어 주눅들지 않고 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는 잇점이 있어서 좋았을 겁니다. '라멘'이라는 원형이 없는 나라에서 마음껏 발전한 '한국 라면'은 그런 면에서 축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의점 쌀국수를 먹다가 새삼 한국라면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실감한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출장 중에 기내에서, 라운지에서, '딤섬 시리즈'를 몇 개 써놓았는데 어깨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자꾸 평론가가 전문적으로 쓴 것 같이 흘러가서, 쉽게 친구하고 잡담하듯 다시 쓰려고 합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새로운 한 주를 즐겁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새참과 점심과 얌차 : 딤섬 이야기(1) 중국이야기

구룡반도에서 바라본 건너편 풍경입니다. 빅토리아 해협을 건너 시원하게 홍콩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게 몇 년전인가 출장가서 묵었던 호텔방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제가 찍은게 아닙니다. 제가 방에서 찍은 사진은 아래 세장입니다. 

그랬더니 어느날 자세한 질문은 생각이 안나는데 스마트폰이 갑자기 파노라마를 만들겠느냐 어쩌겠느냐 물어와서 엉겁결에 예스를 눌렀더니 맨 위의 사진을 만들어서 보여주더군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나마 찍는 사이에 가운데 있는 배가 움직여서 합성에서 두 척으로 나온게 약간은 위안이 됩니다. 그것마저 말끔하게 처리했으면 겁이나서 스마트폰을 버리고 스튜피드폰으로 바꿨을지도 모릅니다. 

아래 파노라마는 진짜로 제가 찍은 겁니다. 위의 것은 좀 이른 시각에 들어가서 손님이 별로 없을 때였고, 아래는 얼마안지나 손님이 들어 찼을 때의 모습입니다. 먹다보니 꽉 들어찼는데 인물 얼굴이 너무 생생해 사진은 생략합니다. 


이곳은 홍콩섬 지하철 역으로 Admiralty, 한자로는 金鐘(깜쫑)이라는 곳에 있는 United Centre (统一中心) 4층에 자리잡은 Metropol Restaurant (名都酒楼) 입니다. 이곳은 매일 얌차를 합니다. 교통도 편하고 가격도 만만합니다. 얌차 레스토랑은 이렇게 넓고 커서 사이사이로 딤섬수레가 왔다갔다 하는게 운치가 있는데 요새는 이런 곳이 점점 줄어드니까, 얌차를 먹는 기분을 즐긴다는 의미에서도 추천할만 곳입니다.  

스마트폰 파일을 보니 창펀을 아무 소도 넣지않고 돌돌말아 지진 쥐쵱판(猪场粉)을 시켰고 죽(瘦肉皮蛋粥)도 시켜 먹었네요.


맨위의 파노라마 사진을 올린 이유는 홍콩의 저 많고 많은 빌딩안에, 그 옆에, 그 뒤에 정말 음식점이 많고도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홍콩은 과장없이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가히 천국이라 하겠습니다. 중국 각지의 명물 요리를 다 맛볼 수 있게 지역별 레스토랑도 골고루 다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맛있는 광동음식의 본바닥이기도 하구요. 

중국의 옛말에 "生在蘇州 住在杭州 食在廣州 死在柳州"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나기는 소주(수쩌우)에서 나는게 좋고, 살기는 항주(항저우)에서 사는게 좋고, 먹는 건 광주(광저우)가 좋고 죽는건 류주(류저우)가 좋다"라는 뜻이지요. 살기 좋은 고장은 아름답고, 풍경이 좋고 등의 이유이고 류주에서 죽는게 좋다고 하는 건 그곳에서 나오는 관이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여러버전이 있어서 입을 옷은 소주가 좋다, 항주가 좋다, 놀기에는 항주가 좋다 등 여러가지로 지역이름과 내용이 바뀝니다. 그런데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은 '식재광주(食在廣州)' 즉 먹는 건 광주다, 라는 대목입니다. 지금 중국 광둥성의 성도는 광주(广州:광저우)인데 여기서 광주는 그 도시를 포함한 광동지방 전체를 말합니다. 위에 소개한 옛말은 아마도 食, 그러니까 먹는거,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광동이다, 이걸 강조하려고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은 광동지방의 끝자락에 붙어서 영국의 식민지로 백년을 지내며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돈이 넘치고 백만장자들이 모여들고 하니 광동지방에서도 특히 더 먹는게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갖추어 진 곳 입니다. 기후가 덥고 비도 많이 내려서 농산물은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데다가 바다에 면하여 해산물도 풍부합니다. 식민지의 속성상 권력은 가질 수가 없습니다. 돈은 많습니다. 그러면 더욱 맛있는 걸 찾게 되는게 인지상정아닌가 여겨집니다. 

광동지방의 중심인 광저우시 역시 역사와 전통에 힘입어 그 이름값을 하며 홍콩에 뒤지지 않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회주의 체제하에 문화혁명등을 거치며 음식의 발전에서 홍콩에 비해 주춤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광저우의 음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홍콩에 집중합니다.     

몇번에 걸쳐 다룰 딤섬이야기를 우선 '딤섬'이라는 말에서 시작해 봅니다. 한국에 딤섬이 소개된 것은 아마도 미국을 통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홍콩을 여행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살거나 유학을 하고 또 여행을 한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에서 먹어보고 한국으로 소개를 한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베트남 쌀국수의 경우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추측하는 그 근거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합니다.

딤섬은 영어로 Dim Sum 이라고 씁니다. 이게 원래 광동사람들이 자기네 말인 광동어를 표기하는 습관에 따라 쓴 로마자입니다. 우리귀에 들리는 발음은 '딤쌈'입니다. 우리말의 '아'에 가까운 발음인데 그네들은 U자를 쓴 것 입니다. 한자로는 點心(점심)이구요. 요즘 간체자로는 点心이라고 표기하고 북경어로는 '디앤씬'이라고 발음합니다. 이젠 이 dimsum이라는 말은 영어단어로도 호적을 얻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점심'은 우리가 먹는 점심과 같은 어원입니다. 옛부터 한자문화권에서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간식같은 걸 점심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두끼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먹을 수 있을 때에 말이죠. 세계 여러 문화를 들여다보면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에서 이와 비슷한 경향이 보이는데 일단 그냥 넘어갑니다. 아무튼 두끼를 먹었기에 '조석때'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어렸을 때에도 자주 듣던 말입니다.

방과후에 한참 아이들과 놀다가 식사때를 놓치고 늦게 들어가면 '놀다가도 조석때가 되면 제때 제때 들어와야지, 그렇게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꾸지람을 어른들로 부터 듣곤 했습니다. 누군가네의 살림이나 형편을 걱정할 때도 '조석은 챙겨 먹는지'라는 표현을 썼지요. 여기서 조석은 조식(朝食)과 석식(夕食), 그러니까 아침과 저녁 끼니를 말하는 겁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저녁에 죽을 먹는다'는 말인데 사전을 찾아보니 어려운 살림살이라고 되어있는데, 옛날엔 이게 당연하였던게 아닌가 합니다. 모자라는 양식을 가지고 끼니를 때우려는데 논밭에 나가 힘든 노동을 하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하고, 저녁엔 허기를 메우고 잠자리에 들면 되니까 죽을 먹었던 것이 겠지요. 보릿고개라는 말도 있고 초근목피라는 말도 있으니 '조반석죽'이라도 할 수 있으면 특히 어려운 살림살이는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들어온게 '점심'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마음에 점을 찍는다'라는데서 나온 표현이라는데 이건 틀린 해석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있을때 설명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아무튼 식사사이에 끼어든 간식거리를 점심이라 표현하였는데 이게 우리말에서는 하루세끼의 중간식사를 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농사지을때 '새참'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사이에 나오는 참'을 말하는 것이고 참이라는 말은 제가 추측컨대 '찬(饌)'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찬'은 '반찬'할 때의 찬인데 지금은 반찬 그래야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을 말하지요. 원래는 '찬'이 요새 말의 '반찬'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밥과 찬, 을 합해서 반찬이라 한 거지요. 제가 어렸을 때에도 '찬은 별로 없지만 밥은 많이 드시라'는 표현을 자주 들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합해서 '수저'라고 하는데 요새는 젓가락만 가리켜서 수저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찬(饌)'은 아주 옛날에는 반찬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뜻으로 썼습니다만 이것도 넘어갑니다.

다시 홍콩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식사사이에 먹는 음식을 '점심, 디앤씬, 딤쌈'이라 하였는데 이걸 차와 함께 즐기는 문화가 광동지방에서 발달하였으니 바로 '얌차(飮茶)'입니다. 그래서 '우리 얌차하러 가자' '내일 얌차할까요' 이런 표현이 광동어에 자리잡았습니다. 쓰다보니 시작도 못하고 첫번째 이야기는 어원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다 갔네요. 말나온 김에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지방을 한글자로 표기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광동지방은 粤(윗)라고 씁니다. 북경어로는 '위에'라고 읽고 우리말 독음은 '월'입니다(다른 지방은 나중에 모아서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니까 '粤菜'라고 쓴 식당을 보시면 광동요리로구나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뱅쿠버, 토론토, 뉴욕, 로스앤젤리스, 런던, 파리, 시드니, 멜버른, 오클랜드 등 전세계로 얌차문화를 퍼뜨린 원산지 홍콩으로 건너가 볼까요.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춥니다.

크고 작은 섬들이 구름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가 싶으면 이내 촘촘히 들어선 건물이 보입니다. 

빌딩사이로 아슬아슬 내려앉는 것 같던 옛날 카이닥공항의 스릴은 없어졌지만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홍콩의 풍광은 언제보아도 반갑습니다. 
 
작년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 1월에는 야간에 도착을 하였는데 자느라고 사진을 못찍었습니다. 자, 그러면 홍콩에 내려서 골목골목을 뒤지며 맛있는 딤섬에 대하여 몇번에 걸쳐 소개를 하고 괜찮은 식당도 생각나는대로 추천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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