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젓, 다라코,멘타이코, 일본의 음주문화:심야식당(재1) 일본이야기

오늘 점심을 먹다가 일본의 다라코하고 멘타이코가 어떻게 다른거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일본어를 아시는 분들이 '다라'가 대구의 일본말이니 대구알이고 '멘타이코'는 명란젓이라고 했다고 첨언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틀린 얘기입니다. 하지만 무리도 아닙니다. 일본사람들도 잘 모르고 쓰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잠깐 시간을 내어 과거 비공개 포스팅 가운데 이를 설명하는 포스팅을 다시 올립니다. 예전에 올린 포스팅에 덧글 주신분들이 계셔서 그것도 함께 공개로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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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에 '심야식당'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사서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고 만화에 나오는 음식들이 맛있을 것 같다고 하여서 궁금하기도 했구요. 재미있게 읽으면서 몇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이게 대단히 일본적인 만화인데, 우리나라에도 독자가 많다는 것은 역시 만화의 매력은 국경을 넘어서 전해지는 구나 하는 점이었구요. 또 한국에 알게 모르게 일본문화가 전파되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건 과거 식민지 시절 원치않은 강압에 의한 문화교류가 아니라, 요즈음 대등한 관계에서의 문화교류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글루 음식밸리에 일본 음식에 대한 블로깅이 참 많이 올라오는구나하고 평소에 느끼고 있었는데, 대등한 위치에서 그냥 다양한 외국문화 가운데 하나로 일본문화를 수용하는 글이 대부분이라 좋았습니다. 아니, 그게 뭥? 하시는 젊은 분 계시면, 그냥 넘어가세요...좋다는 얘깁니다.

深夜食堂을 읽으면서(출장가서 읽었습니다) 이런건 번역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던게 여러군데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명란젓 이야기 입니다. 이건 일본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거라 혼돈이 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서요. 명란젓은 우리가 다 잘알다시피 명태의 알로 담근 젓갈입니다. 


근데 이 명태가 원래부터 일본에서는 흔한 생선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식민지 시대에 한반도에 와서 알게된 생선이지요. 일본말로는 '스케소우다라'라고 해서 다라(대구)의 친척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라는 아주 흔한 생선으로 일본사람들은 겨울에 나베요리를 많이 해먹습니다. 맑은 탕국으로 우리가 매운탕과 구별해 '지리'라고 하는 거지요. 

참고로 대구는 세계에 널리 분포하여 영국사람들이 없으면 굶어죽을 것같은 'fish and chips' 의 재료이기도 하고, 미국맥도날드햄버거의 fillet o' fish도 대구로 만듭니다. 지방분이 적고 담백해서, 일본에서 만드는 어묵(가마보꼬)에 가장 많이쓰이는 생선이자 우리가 잘먹는 '게살' '맛살'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담백함의 특징이 바로 여러가지로 변형, 가공하기 쉽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 대구는 명태보다 큽니다. 큰 놈은 20킬로까지 나가니까 훨씬 크지요.난소(알)는 훨씬커서, 껍질(막)도 두껍고 질기며, 알 하나하나의 입자도 굵어서, 젓갈로 담가보아도 명란젓같은 맛이 나지 않습니다. 색깔도 짙고 어두워서 연한 살색이나 핑크에 가까운 명태알과는 미관상도 비교가 안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명태알 염장한 것을 '다라코'라고 부릅니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다라코'라는게 바로 그것이지요. 만화에 나오는 여자는 '미디엄레어'로 시켜먹습니다. 이게 우리가 먹는 명란젓과는 다른 겁니다. 주로 소금으로만 절여 만든 겁니다. 우리가 먹는 명란젓같은 것은 '멘타이코(明太子)'라고 합니다. 고추가루가 들어가 빨간 색갈이 납니다. 매운맛이 나서 '가라시 멘타이코'라고도 하지요. 처음엔 우리나라 교포들이 만들어 보급한 거라 후쿠오카지방의 '하카타(博多) 멘타이코'가 유명합니다. 


기회가 되면 일본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대구알과 명태알(명태라는 생선을 잘 모르므로)을 구별못합니다. 그래서 대구알을 그냥 담그면 다라코, 고추가루 넣으면 멘타이코 이렇게 되는 거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요. 멘타이라는, 즉 한국의 '명태'라는 생선의 존재를 모르는 거지요. (슬픈 소식은 이 훌륭한 생선을, 우리는 옛날에 치어상태의 명태를 '노가리'라고 해서 남획으로 씨를 말려버렸습니다. 지금은 거의 전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다라코를 미디엄레어로 구워서 밥위에 얹어먹으면 맛있는 이유가 바로 그 적당한 염도에서 오는 겁니다. 진하게 소금간을 하지않은 다라코를 사서 구워먹으면 맛있습니다. 물론 그냥먹기엔 그래도 짜니까 흰밥위에 얹어서요. 우리나라에서 파는 명란젓을 구워서 밥위에 얹어먹으면 아마 짜다못해 쓰기까지 할 겁니다. 워낙 짜게 간이 되어 있어서요.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을 보면 '다라코'와 '멘타이코' 두가지가 따로 있습니다. 암튼 명란젓 원조의 나라 한국에서 맛있는 '저염명란젓'을 개발해서(아니, 옛날로 되돌아가서, 그러니까 옛맛을 회복해서) 우리가 행복하게 실컷먹고, 먹다먹다 남으면 일본에도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명란젓 얘기는 기회가 닿으면 나중에 따로 쓰겠습니다. (일본여행가시는 분들 하카타 라멘집에서 멘타이코 넣어주는데 너무 많이드시지 마세요. 싸구려 알에다가 완전 식용색소로 범벅하고 각종 첨가물로 비벼낸 겁니다)    
 
심야식당얘기를 하지요. 이 만화는 사실 '식당'이야기가 아니라 엄밀하게 얘기하면 '술집'이야기 입니다. 다시말해서 '深夜食堂'이란  이름의, 아니 '메시야' 그러니까 '밥집'이라는 이름의 술집 이야기지요. 출출한 사람들이 술 안주로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출신불명의 주인이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어 내며 거기에 오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거기에 오는 사람들끼리 교류를 하게 장을 펼쳐준다하는 이야기 이지요. 

만화의 중간중간에 나오지만 이 식당은 도쿄 신쥬큐(新宿)의 번화가 가부키쵸 부근에 있습니다. 유흥업소가 많아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라 밤늦게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들리는 사람들이 주고객입니다. 호스테스, 마담,호스트, 야쿠자, 취객 등등이 그들이죠. 이 심야식당같은 곳이 일본에는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많은 이런 '밥집'문화가 성립된데에는 한일간에 다음과 같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네가지만 얘기하지요. 

첫째, 일본에는 혼자 술마시러, 혼자 밥먹으러 가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식당이 바처럼 카운터식으로 되어있는게 그런 이유입니다. 카운터에 앉아 음식과 술을 서브하는 마스터, 점장, 마담 등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밥을 먹고 가거나 술한잔 걸치고 가는 사람이 많지요. 일본은 여자가 나오는 술집(크라부<클럽>, 스나쿠)도 혼자 가서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일본 전국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동네마다 마담혼자서 알바 아가씨 한명두고 술팔고 하는 '스나쿠(스낵. 가볍게 한잔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참 걸맞는 네이밍입니다)'가 널렸습니다. 외로운(우리나라 사람이 볼 때) 샐러리맨, 자영업자들이 혼자 들러 가라오케에 맞춰 노래하고 술마시고 그러는 데 입니다. 노래를 불러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골고루 사이좋게 돌아가며 부릅니다. 마이크 한번 잡으면 놓지않는 그런 사람 별로 없지요.

둘째, 일본사람은 술을 아주 천천히 마십니다.그리고 약하게(우리보다) 마십니다.


일본 사케는 알콜도수가 약 16도 전후입니다. 그걸 데우거나 해서 돗쿠리라는 한홉(180cc) 또는 두홉(360cc)짜리 병에 담아서 '오쵸코'라는 작은 잔에 담아서 홀짝 홀짝 마시지요.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그렇게 마셔도 계속 마시면 꽤 취한답니다. 소주도 물에다 타서 연하게 해서 먹습니다. 일본여행 가신분들 가운데 식당이나 술집에서 우리나라 진로 이런걸 매직으로 이름써서 '보틀킵'해놓은 거 보고 놀라신 분 많을겁니다. 소주는 '오유와리'라고 해서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먹기도 합니다. 사케 데워먹는 습관에서 나온 거겠지요. 위스키는 크라브, 스나쿠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종인데 얼음과 물로 연하게 해서 '미즈와리'로 마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셔보면 싱겁기가 닝닝할 정도이지요. 맥주는 물론 사케보다 약한 술이니까 그냥 마시지만... 

이렇게 혼자 가서, 천천히 한 두시간에 걸쳐 술을 마셔가며 밥(안주)을 먹으니까  점장하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옆에 앉은 사람들하고도 교류를 하고 이런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외로워야 합니다) 

세번째 이런 식당이 유지가 되는 사회적 풍습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전 찬별님이 심야식당 관련해 블로깅을 해주셔서 읽었는데 음식값이 얼마인지 궁금하다고 하셨더군요. 예리한 지적입니다. 일본의 고급 스시집은 정가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메뉴가 없는 곳도 적지않구요. '갓포우(割烹)'라고하는 일본정식집도 정가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스나쿠'라는 술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단골손님으로 유지되는 조그만 술집, 밥집은 손님들도 그 집이 망하지 않기를 바라니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형성됩니다. 손님들이 알아서, 주로 먹은 양보다는 앉아있었던 시간에 비례해서, 적당히 내고 가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또 다라코가 맛있으면, 신선한 가지,호박이 들어왔으면 그만큼 원재료 사입에 돈이 들었을테니 하고 다른 가게보다 더 내고 갑니다. (참고로 호스테스, 마담, 호스트, 의사, 야쿠자 등 다 심야에 와서는 돈 잘쓰는 사람들입니다)

네째, 이런식당 운영하려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야망이 없어야 합니다. 


신쥬쿠 땅값 아주 비싼 곳입니다. 재개발하자고 은행 부동산개발업자 숱하게 찾아 왔을 겁니다. 변화와 개발을 거부하고 옛날대로 살겠다는 고집스러운 일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심야식당의 주인공도 그런 사람이겠지요. 매달 임대료 내가면서는 그런 식당 유지가 않됩니다. 자기 건물이거나, 아니면 고집스런 건물주가 놀리느니 차라리 하고, 인심좋게 빌려주었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돈벌어서 크게 확장해야지, 유명해져서 프랜차이즈 내야지 하는 맘먹으면 그런 식당 유지가 않되지요.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나 출세에 대한 야망이 적습니다. '분수를 안다'고나 할까요. 그게 전반적으로 사회가 안정되고 자민당이 50년이상 집권을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생 직장있어서 세끼 밥먹고, 퇴근 길에 맥주한잔 하고, 프로야구 볼 수 있는 인생이면 만족했던 사람들입니다. 그게 흔들리고 깨져서 최근에야 정권도 바뀐겁니다. 

얘기가 길어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한마디만 덧붙이고 정리하겠습니다. 
사실 이 '심야식당'같은 밥집(술집)이 이미 일본에서도 점점 화석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형체인업체의 이자카야, 화미레스(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밀려나고 있어서 유지가 힘들어지구요. 음식 하나 하나에 성의를 들인 걸 알아주는 손님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 만화에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다 일본사람들에겐 comfort food 입니다. 그런데 요시노야 규동, 맥도날드 빅맥을 comfort food로 알고 사는 젊은(가엾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요. 

그래서 잘 보세요. '심야식당'에 나오는 단골손님이 대개 나이가 든 사람들입니다. 고향의 맛을 알고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세대이지요.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의 음식을 그리워 하는 세대이기도 하구요. 손님들 중에 젊은 사람들은 대개가 시골출신입니다. 이바라기, 이와테, 아오모리 등등.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 있고 소박하고 토속적인 음식을 추억으로 간직한 사람이려면 시골사람이라야 더욱 어울리니까요. 

이 만화가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라져가는 또 하나의 '문화'가 노스탈지어(향수)와 리트로스펙티브(회고)로 화석화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잡고 있으려는 아쉬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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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술잔을 든 손이 참 예뻐서 올린 사진입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아가씨였습니다.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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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삼계탕; 어느 프랑스인과의 대화 우리나라 이야기



기체가 많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류가 불안정한 곳을 통과하고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기내방송이 나오며 화장실 사용금지 붉은등이 켜졌습니다. 비행기를 타다보면 늘상 겪는 일이라 그러려니 할텐데 우크라이나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탔던 탓인지 그날은 평소와는 달리 흔들림이 그다지 좋지않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다가 우연히 서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같은 순간에 그도 저를 쳐다본거지요. 우리는 함께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떡이며 서로를 안심시켰습니다. 

인간관계가 건조해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잦은 출장으로 비행기를 타게되면 옆자리 승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습니다. 피차간에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니 후딱 밥먹고 각자 노트북을 열어 서류를 검토하거나, 채널을 돌려가며 영화를 고르거나 하지요. 그것도 아니면 아예 기내식도 안먹겠다 얘기하고 담요덮고 모자란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서로 눈이 마주치고 우린 괜찮을거야 안심하라구 같은 무언의 메시지를 교환하면서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사선을 함께 넘는 전우까지는 아니지만, 요동치는 비행기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나마 의지할 누군가를 찾고서 다시 모르는 척하기는 좀 어색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됩니다. 출장이니? 여행이니? 우선 간단하게 목적을 묻고 서로 지금 사는 근거지와 국적 등을 얘기한 뒤, 손을 내밀며 난 누구야하고 이름을 대는게, 아마도 가장 흔하고 간소화된 기내 통성명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저는 난기류가 맺어준 인연으로 알랭을 알게 되었고 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나서 자란 프랑스인인데 이름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브랜드의 동유럽지역 책임자입니다. 그전에 중국, 한국에서 3년씩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계속 요동을 치는지 다시 잠잠해졌는지는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밥과술: 한국에 친구를 보러가는 길이라구?

알랭: 응, 삼년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참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지. 그 뒤에 중국에서도 몇년 있었는데 한국에서 좋았던 기억이 많았고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은 한국에 많아.

밥: 한국에 살았으면 서래마을?

알: 아니, 난 가능하면 프랑스인 커뮤니티를 멀리하고 싶어서 이태원에 살았지.

밥: (이거 날라리 아니야?) 많이 놀았겠구나...

알: 이태원은 참 묘한 매력이 있어. 소방서 바로 건너편에 살았는데 여러나라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난 그래서 강남스타일보다는 이태원 프리덤이란 노래를 더 좋아해. 많이 공감하니까.

밥: 여자친구도 많이 사귀었겠네...(왜 자꾸 이런걸 유도해서 물어보는 걸까)

알: 아니, 난 이미 한국에 갈때 그전에 동유럽에서 만나 사귄 지금의 아내랑 함께 갔었지. 아내도 한국을 참 좋아했어. 우린 거기서 아들도 낳았고.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잘 생긴 아들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얘가 한살때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인형같다고 너무들 이뻐했지 흐흐

밥: (제이슨 시겔 닮은 얼굴이랑, 인기꽤나 있을 법한 용모인데 다행히도 먹튀거나 누굴 울리거나 하진 않았군. 급 호감을 느끼며) 한국생활이 즐거웠다고?

알: 응, 내가 부임했을땐 한국내 오퍼레이션이 성적이 안좋아서 모두 의기소침해 있었지. 어려운 근무지였어. 근데 우리는 단결해서 해냈지. 첨엔 새파랗게 젊은 친구가 전무님 이라고 해서  거부감도 있었대요. 한국은 타이틀 사회잖아. 사장님은 60이 다 된 분이었지. 그래서 타이틀 잊고 함께 일하자고 같이 쏘주 많이 마시면서 단결했어. 

밥: 소주가 괜찮드나?

알: 한국가기전에 3년동안 동유럽에서 보드카로 단련된 몸이잖아. ㅎㅎ

알랭은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열린 마음의 프랑스인인 것 같았습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간간이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단어를 구사하였읍니다. 칭찬을 해주자 자기 부인은 6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자기는 거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곳에 가서 개척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긍정적으로 사는 그는 젊은 나이에 승진도 빨리 한 것 같더군요. 

그는 서래마을에 안간 이유는 프랑스사람들은 모이면 불평만 늘어놓는게 싫어서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파리출신이면서도 외국에 나와 살기전까지는 파리가 그다지 좋은 곳인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파리사람들은 모이면 파리에 대한 불만만 얘기하는 것 같다면서요. 나와보니 파리가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고, 그래서 지금 훨씬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밥: 한국음식은 뭘 좋아하니?

알: 당연히 김치! 아내도 좋아하고. 지금 부임지에서도 너무 김치가 먹고 싶어서 이번에 돌아갈 때 사가려고 해. 그쪽 문화도 발효야채가 이런저런게 있어서 문화적으로는 비슷한데 김치가 맛있지. 삼겹살은 회식하느라 참 많이 먹었는데 솔직히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집사람은 불고기를 아주 좋아하고, 난 삼계탕을 좋아하지. 한번 교외로 나갔다가 허름한 집에서 삼계탕을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수가 없어. 먹어본 삼계탕 가운데 최고인데, 장소는 어디인지 모르겠어.   

밥: 프랑스 음식은 뭘 좋아하니?

알: (크게 웃으며) 당신은 지금 질문을 잘못한거야. 프랑스사람한테 어떤 프랑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다니. (속사포를 쏘아대듯, 숨도 쉬지않고) 그거야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기분에 따라, 예산에 따라, 그리고 누구와 먹냐에 따라 다르지. 난 며칠도 얘기할 수 있을거 같애.

우문현답이 나왔습니다. 가볍게 물어본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이 돌아오며, 밥과술은 이 날의 대화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공유하고 싶어서 이 포스팅을 올리기로 합니다.

알: 나는 프랑스빵과 버터와 와인만 있으면 언제든 맛있고 행복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이건 나말고도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공감할 껄. 단 조건이 있지. 올바른 빵과, 올바른 버터와, 올바른 와인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아래서. 아, 그리고 치즈가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고. 

여기서 올바르다는 표현은 제대로 된, 바른이라는 뜻이지 결코 비싼, 최고급의, 이런 뜻이 아닙니다. 그의 얘기는 계속 됩니다. 

알: 예를 들어 난 참 새우를 좋아하는데, 때가 되면 노르망디의 도빌이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는데 거기로 새우를 먹으러 가지. 거기 바다가 다르고 염도가 다른 건지, 새우의 짠 맛이 다른 데와는 다르단다. 셸부르쪽의 오마르 랍스터가 맛이 다른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이겠지. 아무튼 도빌의 새우는 내겐 최고의 맛이야. 

밥: 도빌이라는 마을은 영화제가 있어서 한국에서도 영화팬들은 들어본 이름일거야. 

알: 버터도 마찬가지야, 제대로 짜야지 버터지. 사람들이 건강 어쩌구 해서 소금 안넣은 버터를 찾는 건 맛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 사용용도가 다르면 모를까, 빵에 발라먹는거라면 말이야. 

밥: 그렇구나. (알고있는 몇가지 버터 브랜드가 언급되길 희망하며) 그럼 맛있는 버터를 먹으려면 뭘 사야하지?

알: (빙그레 웃으며) 불행하게도, 맛있는 버터는 유명한 브랜드가 없단다. 다들 조금씩 만들어 파는 것 들이니까. 그냥 노르망디쪽에서 나오는 우유나 버터는 맛있는게 많아.  

밥: 그럼 우리같은 외국인은 못사먹겠네.  

알: 파리에도 그런걸 취급하는 가게들이 있지. 파리갈 일 있으면 연락해. (명함뒤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이게 파리사는 내 여동생 연락처야. 이메일로 당신 소개를 해놓을께. 맛있는 버터파는 집을 안내해 줄거야. 걔는 물론 맛있는 치즈파는 집, 빵 집 다 알테니까.

밥: 빵은 맛있는 집이 프랑스에선 동네마다 있다고는 들었지. 근데 넌 동유럽에선 맛있는 빵을 어떻게 사먹니?

알: 다행히도 거기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하는 친구를 알아서, 거기서 구워 나오는 빵을 받아다 먹고 있어.

밥: 얼마나 자주?

알: 사실 자주 갈수록 좋은데 그렇게 못하지. 바게뜨는 하루지나면 벌써 맛이 변하니까. 깡빠뉴 같은 것도 이틀지나면 조금씩 변하고. 검은 빵 있지? 그건 한 일주일 가지. 

밥: 서울에선 빵은 어떻게 사먹었어? 

알: 이태원에 아주 커다란 빵집 하나가 있는데 그 집 바게뜨가 한국에서 살 수있는 거로는 그런대로 맛있는 편이었어. 근데 값으로 치면 아마 세계에서 제일 비싼 바게뜨 아니었을까? ㅋㅋ

밥: 와인은 대충 얼마짜리를 마시니? 

알: 한국은 세금이 붙어서 엄청 비싸지. 그런데 또 한국에 돈있는 사람들은 비싼 것만 찾더라. 우린 그렇게 비싼 것 안찾아. 아주 특별한 경우아니면. 그대신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데 꼭 필요한게 있지.

밥: 뭐야?

알: 수다.

밥: 수다?

알: 응, 친구들하고 떠드는 거. 여럿이 모여 즐거운 얘기도 하고, 뜨겁게 논쟁을 하기도 하고, 국가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도 하고 그러면서 몇시간이고 먹고 마시면 최고지. 거기에 옳은 빵과 옳은 버터 옳은 와인 그리고 옳은 치즈만 있으면 더 바랠게 없지. 그래서 프랑스에선 값싼 비스트로든 어디든 다 시끄러워. 수다떠는 걸 행복해 하니까. 

저는 여기까지 얘기를 나누고선 속으로 아, 하고 신음을 내었습니다. 한국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서였지요. 그가 한식에 관해서는 김치 삼겹살 삼계탕 이런 식으로 삼년 산 만큼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랑하지만 어려서부터 평생 먹고 자란 프랑스음식에 관해서는 올바른 빵, 올바른 버터 이렇게 엄정하고 까다롭게 잣대를 들이댈 만큼 입맛도 발달하고 자부심도 크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프랑스 음식하면 아는대로 몇가지, 이태리 음식하면 또 아는대로 여러가지를 좋아한다고 들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국음식 그러면 올바른 김치, 올바른 고추장, 올바른 젓갈 이렇게 엄정한 잣대로 찾아먹고 또 그럴만한 입맛이 있으며, 무엇보다 그런 입맛과 요구에 부응하여 음식을 만들어 내고 파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 겁니다.

우선 이런 생각을 하게해준 그의 대화를 마무리하는 뜻으로 사진을 몇장 올리고 우리 음식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아래는 스크롤 하시지 말라고 맨 위의 사진을 다시 올린 겁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불어로 노르망디 버터를 찾아본 그림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관심있는 이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브랜드도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아래는 프랑스 빵을 같은 방식으로 검색해본 이미지입니다. 

   

아래는 프랑스 치즈로 검색한 그림입니다. 



아래는 프랑스 와인으로 검색한 이미지구요. 



아래는 프렌치 비스트로, 사람들, 로 찾아본 그림입니다. 


우리가 갓지은 따끈따끈한 밥한그릇에 올바른 김치 한가지, 올바른 젓갈하나면 맛있게 한끼를 먹을 수 있어라고 요새도 말할수 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갓 수확한 녹두를 갈아 돼지기름에 맛있게 부친 녹두전이나, 햇감자를 곱게 갈았거나 아니면 오랫동안 물을 갈아대며 전분을 내어 들기름에 부쳐낸 감자전에 정말 제대로 담근 막걸리를 마시면 다른게 필요없지, 이렇게 얘기하며 살고있나 되돌아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장이 맛있기로 유명한 집의 장을 조그만 단지로 얻어다 귀하게 모시며 조금씩 먹고, 묵은 간장, 햇간장을 여러가지로 보관해가며 국끓일때 나물무칠때 구별하여 사용하는 풍습은 다 사라져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서 소개한 알랭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프랑스 버터를 먹으며 에쉬레가 맛있어요, 뭐가 좋아요하는 건 프랑스사람이 한국의 김치를 좋아하며 한국김치는 종갓집이 맛있어요, 풀무원이 맛있어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외국사람에겐, 아니면 대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프랑스사람들에게도 유명 브랜드에서 맛있다고 이름난 걸 사다먹는 정도가 가능한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제대로된 입맛을 지켜내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그래도 고유의 음식이 많이, 그리고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동네 빵집이 전국 구석구석에서 영업을 하는 건 그 맛을 알고 찾는 프랑스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고, 그게 사라져간다면 그만큼 사람들이 덜찾는 식생활을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집에서 만들어 먹던 된장, 고추장을 사먹어야하고 김치도 점차 사먹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음식을 청정원 풀무원 종갓집 순창 농협 등등의 브랜드에게 맡겨서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에 우선 순위를 둔 맛에 우리를 내맡겨야 하나 새삼 걱정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대형브랜드의 출현은 불가피하고, 또 그자체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같이 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하는 문화속에서 쉽진않겠지만, 오랜 전통의 음식의 훌륭한 맛이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새삼 간절해졌습니다. 

여러가지 김치, 장아찌, 젓갈, 고추장, 된장 등에 정말 맛있는 노브랜드 소형브랜드들이 전국각지에서 출현하여 번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에 올랐다가 젓가락도 안닿고 버려지는 전시용 밑반찬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정성이 들어가 진정한 밥도둑이 되는 반찬이 많은 식당에서 제공되는 문화가 생겨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차피 매일 한식을 그것도 집에서 정성스레 먹고 살 수 있는 생활패턴은 거의 모든 한국인에게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제대로 먹을 때만큼은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따져서 먹어야 하는게 한식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흔들리는 기체에서 나누었던 그와의 대화는, 한국의 전통식사를 나트륨함량, 탄수화물 과다 이런 영양학의 잣대로 재기만 해서 죄많은 음식인양 다룰게 아니라, 가끔씩은 진짜 맛있는 한식의 원점은 어디에 있나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느끼게 했던 만남이었습니다. 글을 끝맺으려니 그동안 먹었던 정말 맛있었던 깻잎, 콩자반, 간장게장, 어리굴젓...그리고 명란젓 등등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와 입에 침이 고입니다~^^

덧: 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알랭은 가명입니다. 
덧2: 카테고리는 외국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이야기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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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그 아련한 기억..음식이야기:카테고리 정리기념 살아가는 이야기

엊저녁에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아침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일찍이라 그래봐야 오전 8시지만, 10시넘어서 일어나 느긋하게 아점을 먹고... 이런 계획대로 가기에는 시간이 남습니다. 잠시 뭘할까 망설였습니다. 주방에 맛이 간 형광등 한개를 갈까? 아 아직 가게가 안열었겠구나. 지난번에 떼어놓은 옛날 컴퓨터 하드 정리를 할까? 아냐, 그건 일단 손대면 한두시간에 끝날 일이 아니지. 여행가방 정리를 할까? 아냐, 짐쌀때 하면 되니까...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블로그 카테고리 정리를 하자. 카테고리 정리를 안하고 전부 '살아가는 이야기'로 내버려둔지 3년이 되니 이참에 간단하게나마 보기 쉽도록 정리를 하자. 그리고 옛날 비공개포스팅은 전부 하나로 몰고 틈날때 하나씩 다시 올리는 거야.    

그래서 일요일아침 늘 맘에 걸리던 블로그 카테고리 정리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미국, 다른 외국, 밥과술네 집밥 그리고 몇개 다른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한시간도 안걸리면 되는걸 왜 그리 게을렀는지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정리기념으로 옛날 포스팅을 하나 다시 올립니다. 앞으로 가끔 오래된 비공개를 하나씩 공개로 돌리려고 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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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의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십니까? 달콤한...황홀한...아뜩해지는...씁슬한...지우고 싶은...아, 음식이야기 입니다. 낚시처럼 될까봐 오해없도록 제목에도 음식이야기라고 달았습니다. 제가 오늘 과천에 있는 서울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새만금을 갈 일이 있었는데, 계획이 바뀌어 오후에 잠깐 서울랜드에 가게 되었습니다. 

우유가 서울에 와서 롯데월드는 몇번 갔는데 서울랜드는 한번도 못가봐서 함께 놀러 간겁니다. 물론 밥과술도 처음입니다. 당시 6살, 취학전이었는데 재미있는 라이드는 신장제한(125였던가?)에 걸려 못탄게 많았습니다. 신발안에 휴지를 말아넣고 해도 키가 모자라서 안타깝게 발을 돌린 경우가 나올 때마다 우유가 섭섭해하더니 급기야 이제 그만 가자는 아빠의 말에 삐져서 집에 올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골라보면 몇개 더 탈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그냥 귀찮아져서 집에 가자고 몰고온 비정한 아빠였습니다. 미안하다 우유야... (이 문단 2014.7.13 추가)   

가서 이것 저것 타는 놀이기구나 볼거리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 마실것 이런 메뉴를 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우선 모든 식당과 매점의 위생상태가 옛날에 비하여 일취월장 진보하여 지금은 세계수준(놀이공원 음식의)에 닿아있는 것은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디즈니랜드를 노골적으로 카피한(그것도 조잡하게) 캐릭터나 데코레이션에 대한 씁쓸한 웃음도 깔끔한 음식 판매상황으로 중화되어, 뭐 세계 모든 놀이공원이 디즈니 카피 안한 곳이 있나...이렇게 너그럽게 봐주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참 놀랐던 것은, 식당에선 비빔밥, 설렁탕 등 한식 말고 스파게티도 팔고, 프라이드 치킨 햄버거도 파는데 간이 매점에서는 케밥도 팔고 가래떡 구운 것도 팔고 있었습니다. 한식의 개량과 외국음식의 종류의 다양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나 하고 놀랐던 거지요.

소시지를 막대기를 꿰어 밀가루반죽을 입혀 튀겨낸 뒤 케첩을 지그재그로 뿌린 '핫독'과 어묵을 꼬치에 꿰어 소시지 모양으로 만들어 튀겨낸 '어묵바'를 한집에서 동시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머리를 번개같이 스쳐지나간 생각이 있었습니다. 맞아, 나는 요새 핫독 그러면 핫독전용 빵을 반으로 벌리고 거기에 굽거나 삶은 소시지를 넣고, 양파나 오이로 만든 렐리쉬를 얹은 다음 케첩과 머스타드를 뿌리거나 칠리를 듬뿍 끼얹어 먹는 음식,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옛날의 핫독은 바로 오늘 본 이런 모양의 음식이었다는 걸 상기해냈습니다. 

그러자 뒤이어 그럼 내 생애 최초로 먹어본 핫독은 언제 어디서였나 궁금해졌습니다....그런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핫독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고등학교 2학년때 장충풀장에 수영가서 친구와 먹었던 것인데 감동이 없었던 걸로 봐서 처음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그리고는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모든 음식의 첫경험을 기억해 내는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재밌더군요. 눈물도 핑도는 대목도 있고, 잊었던 그리운 사람도 생각나고...

수영장하니까 생각나는데, 순두부는 중학교 2학년 여름 서울운동장에 있던 풀장에 갔다가 집에가는 길에, 리어카에 이불로 둘둘말은 항아리를 얹고 거기서 냄비에  순두부를 한국자 푹퍼서 담고, 참기름 약간, 간장 약간, 파 깨 고추가루조금씩 솔솔 뿌려 주던 걸 먹은게 처음이었습니다. 지금같이 새빨간 찌개가 아니라 흰 순두부였는데 황홀했습니다. 옆에서 팔던 알감자 구운 것도 맛있었습니다. 그 때 저를 수영하고나서 허기졌을 때 먹는 순두부와 기름에 굴리며 구워낸 알감자의 황홀한 세계로 인도했던 친구는 다른 동창들보다 출세를 빨리해서 그런지 혼자 나이를 곱절로 먹은듯, 지금은 듬성듬성한 흰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빗어넘긴 노년의 모습도 살짝 비치는 중년의 신사가 되었습니다.  

밥을 언제 처음 먹었는지, 김치를 언제 처음 먹었는지는 당연히 생각이 안납니다. 오이지는 생각이 납니다. 네살 많은 누나가 오이지 오이지 타령을 하였는데, 여름에 뜨거운 밥을 찬 물에 말아서 오이지 반찬해서 먹는 걸 따라 먹었지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였습니다. 

탕수육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였습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 황홀한 게 이런거구나...하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흑설탕과 전분으로 걸죽하게 만든 소스에 묻힌 돼지고기 튀김과, 사각사각한 오이, 시원한 물이 나오는 배추를 달콤한 소스가 감싸고 있는 그 맛....그 때는 누가 물었으면 당연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탕수육이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더운 여름 날이었는데 그날 함께 먹었던 식구들, 가게안에 날아다니던 파리, 천장에서 게으르게 돌아가던 선풍기, 벽 한쪽에 걸려있던 손문과 장개석(나중에 누군지 알았지만)의 초상, 치파오를 입은 섹시한(그땐 몰랐지만) 중국 미인이 걸려있던 벽, 그 옆에 화장지로 쓰곤 하던 얇은 종이에 인쇄한 일력, 그러고 같이 시킨 짜장면....모두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때 먹었던 탕수육의 맛에 요즈음 먹어도 가장 가까운 게, 인천살던 산동화교가 도쿄 신쥬쿠에서 경영하는 '용문(龍門)'의 탕수육인데 위의 사진입니다.

짜장면 하니까 생각나는건 초등학교 6학년 여름입니다. 짜장면을 언제 처음 먹어보았는지는 기억이 없는데 6학년 여름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혼자서 어머니가 주신 돈을 가지고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 한그릇을 시켜 남기지 않고 다먹은 날입니다. 그 때까지는 늘 짜장면은 누군가와 나눠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양이 작은 어린아이였으니까요. 그 날 짜장면을 한그릇 혼자서 다 먹고서 셈을 치르고 나오는데 저는 마치 제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날이 제게는 진정한 짜장면 첫경험 데이인 것 같습니다. 보무도 당당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짜장면 사진도 올렸습니다. 역시 화상이 경영하는 집의 수타짜장 사진입니다.

한식은 워낙 친근한 음식이라 첫경험의 생각이 잘 안나는데, 그런 가운데에서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육개장입니다. 6살 때 집에서 도배를 하였는데, 어머니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디선가 음식을 시켜왔습니다. 늦은 봄 햇살이 나른할 때 동네 골목마다 장담그는 냄새가 진동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여섯살난 어린아이한테는 메주냄새, 장 다리는 냄새가 그다지 유쾌한 냄새가 아니라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국물에 밥이 들어 있고, 콩나물이 잔뜩 들어 있는 뚝배기를 앞에 놓고 퍼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그 뒤 맨날 엄마한테 '빨간 콩나물국' 해달라고 졸랐는데 못알아들으시는 엄마도 답답하고...늘 다른 음식이 나왔습니다. 20년이 훨씬 지나서야 그게 육개장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중간에 육개장을 여러번 먹었겠지만 어린시절의 그 '빨간 콩나물국'과는 매치가 안되었던 거지요. 

육개장이 저하고 잘 맞는 음식인지, 지금도 상가집에 가는 날이면 '아, 오늘은 육개장 먹는 날이다' 이렇게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제가 평생 가장 맛있게 먹었던 육개장하면 대학교 4학년때 전라남도 해남에서 먹은 것하고 한참 뒤에 미국 보스턴에서 먹었던 것 두 개가 생각나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설렁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사골국'이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만든 걸 연짱 사흘을 먹었는데, 나름 이 음식이 계속 끓이면서 매일 맛이 변하는 걸 느끼고 그걸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부터 형과 누나가 놀랄 정도로 파듬뿍 고추가루 듬뿍의 레시피를 좋아 했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 사먹었던 걸로는 대학교때 연대앞 미선옥이라는 곳의 설렁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설렁탕집의 매력은 설렁탕이 아니라 김치와 깍두기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던 집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신촌역 앞길 신김치를 내어주던 기사식당, 날 계란을 넣어주던 강릉 역전앞 식당, 깍두기로 유명한 한밭식당 등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설렁탕 집 들입니다. 뉴욕 32번가의 ㄱㅁㅇ도 오랜 비행과 시차를 극복하기에 딱 좋은 설렁탕 집이었는데 바글바글하던 집이 이번에 가보니 한산했습니다. 먹고 나오다보니 세상에! 위생점수가 B도 아니고 C였습니다. 미국의 한식집이 웬만하면 A를 받고 어쩌다 B인데 C를 받은 집은 처음 보았습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각성하여 다음 심사때 등급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이문단 2014.7.13 추가)

피자는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지하에서 처음 먹어본 게 고등학교 3학년 때 였는데, 이게 무슨 맛이야 하고 멀리 하다가 미국에 가서 처음 먹어보고 아, 내가 속아 살았구나하고 피자세계에 개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피자를 처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미국의 그 집은 우연히도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도 유명한 피자집이었습니다. 미국식 두툼한 피자가 아닌 얇은 피자는 언제 처음 경험했는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충격이 크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은 얼마전에 다시 찾았던 바로 그 미국의 피자집에서 찍은 겁니다. 제일 큰 놈을 시켰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그사이 이집은 가게도 커지고 주차장도 넓직해지고 가게안에는 클린턴 대통령, 스포츠 스타들이 왔다간 사진이 걸려있고해서 많이 번창했다는 걸 알 수가 있었습니다. 셋이 가서 맛있다를 연신하며 먹었지만 결국 반도 못먹고 나머지는 싸왔는데, 식은 뒤 먹으니 짠 맛이 강렬했습니다. 맛있는 외식이 기름과 소금양이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문단과 아래사진은 2014.7.13 추가) 
 
 
햄버거는 동두천에 있는 2사단 캠프케이시에 들어갈 기회가 있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먹어보았는데, 야외바베큐식으로 차콜위에 구운 패디로 만든 햄버거는 하도 맛이 좋아서, 만일 그 때 몇 번만 더 먹었으면 골수 친미주의자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뻔 했습니다. 맥도날드 이런거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친미사대주의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최초의 '진짜(유지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학교 일학년 때 우리반에서 제일 잘사는 집(권력층이었음) 친구집에 놀러가서 밥을 얻어 먹은 뒤에 후식으로 '퍼모스트' 딸기 아이스크림이 나왔습니다. 자기집은 미군부대 피엑스에서 쇼핑을 한다는 친구의 설명에 헤, 그런 세상도 있구나 처음 알았는데 아이스크림이 차갑기만 한게 아니라 부드럽고 관능적인(그 땐 뭔지 몰랐지만) 맛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던 딸기씨의 촉감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미국에 망명할 뻔한 시기를 잘 넘겼습니다.

스시, 유부초밥, 장어구이, 타코스, 토르티야, 딤섬 등은 모두 한참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 먹어본 것 들이고, 마음의 준비도 어느정도 되어있어서 기억은 잘 나는데 충격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아, 참 맛있다, 즐겁다...이런 경험들이었지요.

스파게티는 대학교 때, 아마 재일교포가 하던 경양식집이 아니었나 싶은데 처음 먹어보고 역시 황홀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일본 커피숍의 단골메뉴 '나폴리탄'이었습니다. 빨간 스파게티위에 치즈가루를 잔뜩 뿌려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선회는 대학교 2학년 봄에,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 저와 제친구를 데리고 남대문시장에 가서 사주셔서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민어회였는데 초고추장 찍은 회를 깻잎에 싸서 먹으며 소주를 마셨습니다. 술맛은 모를 때라 억지로 넘긴 것 같은데, 회 맛은 생생하게 입안에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 지하 상가였는데 지금도 횟집들이 남아있나 모르겠습니다.

술하니까 생각납니다. 술은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학교에 나와서 선배들하고 진로를 사다가 5분만에 한병씩 먹고 취해 교무실앞에 토하고, 숙직선생님한테 들켜 다음날 직싸게 두들겨 맞고, 정학(아님 퇴학?)을 면했던 게 첫경험입니다. 술에 대한 첫경험은 주종별로, 괴로움별로, 추태별로 가지가지 워낙 많아 생략합니다~~^^;;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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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나라이야기:서서먹는 고급요리 일본이야기


위의 사진은 샥스핀입니다. 중국요리가운데에서도 가장 고급에 속하는 상어지느러미 요리인데 그것도 실낱같이 풀어진 걸 스프에 넣고 끓인게 아니라 지느러미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 통찜입니다. 이 요리를 이야기하자면 우선 두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하나는 이게 상어지느러미의 성분이 대부분 젤라틴이어서 고유의 맛은 별로 없고 식감에 비중이 커서, 금화햄을 위시한 고급 부재료로 스프를 내어 그 성분이 배어들게 하여 먹는 요리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이 젤라틴 성분의 상어지느러미는 가짜가 워낙 많아서 풀어진 모습으로 요리에 들어간 그것은 아주 낮은 품질이거나, 그것조차도 아니고 상당수가 가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고급중국요리의 간판스타로는 전복요리가 있지요. 아래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그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해산물을 말려서 건어물로 만든 뒤 다시 불려 조리를 하는 중국의 요리법에는 보관과 운송뿐 아니라 아미노산의 증강등 여러가지 화학작용으로 그 맛도 좋아지는 오랜 세월의 지혜가 들어있지요. 



  아래는 새우대신 랍스터를 가지고 칠리소스 볶음을 만들어낸 모습입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사진입니다.
 


아래는 새우요리입니다. 위에 소개한 세가지보다 고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분들에게 새우는 언제나 옳지요. 

 

이상은 몇주전 일본에서 오픈하여 조용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한 중국집 체인의 메뉴들 입니다. 사진도 모두 그 집에서 식사를 하고 찍어 올린 것들을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하여 퍼 온 것 입니다. 오늘의 사진, 모두 동일합니다.

맨위의 사진같은 통찜을 우리나라에서 먹자면 적어도 십만원 이상 주어야 할 겁니다. 고급 호텔은 대개 시가(時價)라는 살떨리는 표현으로 적혀있어 모르겠고 강남에 '샥스핀전문점'이라고 내건 집의 메뉴를 보니 비슷한 요리가 십만얼마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위의 요리는 1,290엔,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만삼천원입니다. 다른 요리 역시 다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에서 이만원 사이에 먹을 수 있는 요리들입니다. 그렇다고 저기 어디 한적한 시골에서 무명의 아저씨가 만드는 요리가 아닙니다. 이 음식점은 도쿄의 중심지 긴자에 있고 주방장은 고급체인인 콘래드 호텔의 주방장 출신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서서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두시간내에 먹고 나가야 합니다. 이게 바로 오늘 소개하는 새로운 컨셉 '서서 먹는고급요리' 입니다.

이 개념을 도입하여 화제를 모은 이는 사카모토 다카시라는 사람으로 대형 중고서점 체인으로 큰 돈을 벌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유명세를 탄 사람인데 오늘의 이야기와는 무관하므로 생략하고 음식점 이야기만 하기로 합니다. 그는 몇년전 '오레노주식회사(俺の株式会社)'라는 홀딩컴퍼니를 만든 뒤 '오레노(俺の)...'시리즈로 화제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레(俺)라는 말은 '나'라는 뜻의 좀 거친표현입니다. 정중한 표현으로 나를 와타시(私)라고 하고 남성의 경우 보쿠(僕)라고도 하는데 이 각각의 어감과 쓰임새의 차이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테니 설명이 필요없고 모르시는 분에게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제 능력이 부쳐서 그냥 넘어갑니다 ㅠㅠ

어쨌거나 이 사카모토라는 이가 착안한 점은 이렇습니다. 고급 프랑스 요리를 먹고 싶어도 일반 서민들은 평소에 너무 비싸서 못먹는다. 레스토랑쪽에서 보자면 비싼 임대료를 내고 많은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고 한번 손님 받으면 세네시간 이상 가니까 테이블 당 한번 돌아가기도 힘들다. 그리고 뭘 시킬지도 모르니 메뉴에 있는 요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재료를 준비해야하니 원가압박과 경우에 따라서는 낭비도 크다. 그리고 이게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으니 비싼거다. 그렇다면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인건비도 줄이고 무엇보다 회전율를 높인다면? 그렇다, 고급재료로 맛있게 만든 고급요리를 아주 싼 가격에 내고, 대신 서서 후딱 먹고 가게 하면 어떨까?  

그래서 최초로 만든게 '오레노(俺の)프렌치'라는 가게입니다. 결과는 밑의 사진에서 보듯이 대성공입니다 긴자의 일호점에 이어서 이곳 저곳에 속속 분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고급 와규를 사용한 고기요리에 큼직한 프와그라랑 트뤼플을 얹은 요리입니다. 대단히 인기가 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아래는 랍스터요리, 고기요리 등 입니다. 


이런 고급요리를 서서 먹으면 아주 값싸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한 매력으로 작용을 하였습니다. 그다음에 생긴게 '오레노(俺の)이탤리언'입니다.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물론 긴자 일호점에 뒤이어서 속속 점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리즈로 생겨난 음식점들입니다. 그들의 홈피에서 퍼왔습니다. 프렌치, 이탤리언에 이어 혼합형, 일식, 야키도리, 야키니쿠, 소바, 오뎅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겨난게 몇주일전에 오픈했다는 중국요리 체인점입니다. 

홈피의 채용정보를 들어가보니 주방장, 소믈리에 등을 상시 모집하고 있더군요. 월급은 기본급이 5백에서 6백, 플러스 연 4회 실적에 따른 보너스 배분입니다. 창업자의 인터뷰를 보았더니 유명호텔, 고급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밑에서 2인자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을 많이 헌팅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요리사의 인터뷰를 보면, 요리사가 점포를 책임지고 요리를 만들며 아낌없이 식재료를 쓰고 많은 손님들이 즐겁게 먹는 걸 보는게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보람이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실제로 2인자 뿐만이 아니라 유명점포의 총주방장가 온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관련기사를 보니 하루에 점심까지 해서 네회전 다섯회전을 풀로 하여서 대단히 성공한 케이스라고 하네요. 그리고 새로 내는 점포는 약간의 테이블도 마련하여 예약만 하면 제한된 시간이지만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이 옆나라 일본의 약간 희한하기도 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두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이런 모습의 레스토랑이 일본말고는 당분간 생겨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양의 경우 파인다이닝 외식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연인, 커플, 가족, 친구 등 어떤 관계이던 최소한 둘 이상이 가서 음식과 함께 대화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래서 미슐랭이던 자가트이건 레스토랑 가이드에 보면 인테리어, 그러니까 가게의 분위기와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가 음식맛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평가기준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전통을 고수해서인지 엉덩이를 붙이기도 힘든 조그만 의자를 몇개놓고 초밥을 빚어주는 스시집도 맛이 있다고 하면 가서 기꺼이 비싼 돈 내고 얻어먹습니다. 네, 오래된 가게의 경우 얻어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 언젠가 소개한 스키야바시지로도 그런 집의 하나입니다. 아마 그래서인지 맛만 좋다면 서서 먹어도 좋다는 생각이 저항없이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퇴근길의 소바, 우동, 야키도리, 카레, 라멘 등 서서먹는 가게가 많은 풍토도 있구요.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고객이 맛있는 음식을 내면 그만큼 알아주고, 또 그 맛을 알고 먹어주는 고객층이 상당히 두텁다는 것도 일본만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TV에서 요리프로그램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고 또 전세계 요리배틀, 미식프로그램의 붐이 일어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요리프로그램의 원조 '요리의 철인'도 일본에서 나온 겁니다.

그리고 얼마전 후쿠시마 방사능문제를 다루고 연재가 중단될때까지 단행본만 수억권을 판 '오이심보(맛의 달인)'라는 만화를 비롯해서 수백종의 음식만화가 발간되는 나라도 일본입니다. 우리나라 홍대앞이나 가로수길을 가보면 요즈음 일본식 이자카야나 라멘집을 비롯해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식당이 많이 보입니다. 인테리어는 일본을 떠다 놓은 것 같고, 일본에서 오래 살았다는 저도 들으면 민망할 정도로 일본식의 '이랏샤이마세', '아리가토우'. 같은 고함이 오가는데 막상 튀김은 눅눅하고 볶음요리는 물기가 흥건하고 생선은 좀 그렇고 그런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술밥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요. 유독 우리나라 식문화만 단숨에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시간이 걸리며 위생도 좋아지고 맛도 좋아지고 그런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런 발전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는 있습니다. 오덕후라도 좋고 비평가라도 좋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많은 분들이 비평을 아끼지 않고, 맛있는 곳을 찾아가고 맛없는 곳을 멀리하고 이러면 우리도 더 손쉽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걸 먹고 살 날이 더 빨리 가까이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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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이야기(13): 일본의 각종 면류 국수이야기


너구리의 영향인지 창문을 열어도 후덥지근한 저녁입니다. 올해 들어 에어컨은 아직 한번도 켜지않았는데 에어컨없이 버티는 것도 슬슬 임계점에 달하는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날씨도 덥고하니 일에 집중은 안되고, 오랫만에 국수이야기나 할까하고 임시저장을 열어보니 오늘은 일본면 이야기를 할 차례네요. 

일본의 국수음식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네, 그렇습니다. 우동과 소바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우동과 소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일본 식문화의 적응력과 응용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어 쓰는 포스팅입니다. 우선 위의 사진을 보아주세요. 연초에 일본에 갔을때 서점에서 집어온 책입니다. '오토나노 슈마츠(성인의 주말)'라는 잡지사에서 단행본으로 낸 이름난 국수집 소개책입니다. 

일본은 그 어느나라보다도 이런 카탈로그식 출판물을 잘 만들어내고 또 그 시장이 확고한 나라입니다. 일본의 이런저런 문화를 접하다보면 참 꼼꼼하고 체계있게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민족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신상품을 소개하는 '트렌디'라는 잡지의 매월 기획특집을 보면 별 희한한 내용이 다 있습니다. 알뜰 소비자를 위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완전 오덕후 십덕후를 넘어 백덕후쯤 되어서 순전히 자기가 즐거워 들이파고 연구한 것 같은 내용도 많습니다.

신상품, 식당, 팻션, 여행 등 모든 분야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카탈로그식의 출판물은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폐간이 되었지만 영화정보지 피아(ぴあ)도 구석구석의 마이너한 각종영화와 공연정보를 깨알같이 실어서 저도 오랫동안 빠지지않고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인덱스, 비블리오그라피 이런거 정확하게 다는데는 일본사람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해외 유명작가나 영화감독들이 일본에 와서 자신의 작품연보나 필모그래피 소개를 보고는 혀를 내두르고, 자국의 그것과 다를 때에 질문을 받으면, 아마 일본에서 정리한게 맞겠지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의 꼼꼼한 정리문화에 대한 언급은 이정도로 하고, 오늘의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위의 책은 '최강의 면 219' 라는 책입니다. 그러니까 위의 잡지 출판사에서 매월 취재를 하며 모아놓은 맛있는 국수집가운데 219개 식당을 골라 보강취재하여 단행본으로 낸 것이지요. 이런 류의 책은 많습니다. 오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 편집을 보고 새삼 느낀 바가 있어서 입니다. 

책을 크게 4분류하여 놓았더군요. 우동, 소바, 라멘, 파스타... 그렇습니다. 최소한 이 책에서 파스타는 우동과 같은 반열에 오른 일본음식인 거지요. 그리고 일본사람들은 이런 분류가 아마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참 먹는 음식도 국적, 오리진 이런거 안따지고 실용적으로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아래는 우동집을 소개한 섹션을 펼쳐 찍은 사진입니다.



해당집의 명물 메뉴에 대한 사진과 소개를 싣고, 밑에는 그 식당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와 평가, 그리고 전화번호 약도 주소 영업시간 휴일 등이 기재되어 있고 이에 더해 좌석수, 흡연금연석 유무여부(일본에선 아직 흡연가능한 식당이 많습니다), 예약가능여부, 카드사용가능여부(일본에선 아직도 카드를 거부하는 식당이 꽤 있습니다. 아주 비싼 고급식당도 그렇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안내, 기타 특이사항 등이 적혀있습니다. 

아래는 소바집을 소개한 섹션을 무작위로 펼쳐 찍은 사진입니다. 아, 참 상호를 읽는 법도 히라가나로 달아놓았습니다. 일본은 한자를 쓰기때문에 어떤 상호는 히라가나를 달아놓지 않으면 일본사람도 못읽는 경우가 왕왕있습니다. 



아래가 라멘을 소개한 페이지를 펼쳐 찍은 사진입니다. 일본의 라멘은 불과 이삼십년전까지만 해도 퇴근길에 한잔걸치고 집에 가다 출출하면 길거리 야타이(우리나라 포장마차 비슷)나 라멘만 파는 간이식당에서 후루룩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이걸 인스턴트화한 봉지면과 컵면은 공부하는 학생들 간식의 대명사가 되었구요. 이름도 라멘말고 쥬카(中華)소바, 시나(支那)소바 등 중국국수라는 이름이 병용되었지요. 전형적인 중국식 이름인 라이라이켄(來來軒)은 우리나라 전주식당 서울식당처럼 흔하게 전국에 퍼져있구요. 무슨무슨 켄(軒), 무슨무슨 테이(亭)가 많은 것도 중국식이지요. 

얘기가 좀 곁으로 샙니다만 앞에 나온 헌(軒), 정(亭) 이런 글자는 다 건물을 뜻하는 말입니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규모가 좀 작은 건축물에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중국집에 흔히 붙는 루(樓) 각(閣) 이런 건 큰 건물을 의미합니다. 궁(宮)은 말그대로 궁전입니다. 어디선가 테이블 몇개놓은 짜장면집이 이름에 궁자가 들어간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이미 우리 국민대부분이 한글세대라 규모에 걸맞지 않게 이름만 크게 붙였다고 시비걸 일도 없고, 도리어 우리가 참 스케일은 큰 민족이로구나 싶었습니다. 

돈 잘벌어서 무슨무슨 팰리스, 캐슬 이런 이름붙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외국사람한테 주소가르쳐주면 어마어마한데 사는 줄 안다구요. 그래서 얘기해 주었습니다. 너 어마어마한데서 사는 거 맞아, 라고요. 우리는 영어로 붙이고, 미국사람은 또 건물 지어놓고 샤또, 팔라쪼 이렇게 유럽어를 같다붙이니 돌고도는 세상입니다.

국수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의 음식으로 여겨지던 '라멘'이 한 이십년전부터 일본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혼(魂)'을 담아 국물을 내는, 라멘에 목숨을 건듯한(목숨은 안걸어도 청춘은 확실히 건) 젊은 라멘장인들이 전국에 나타나기 시작한 거지요. '라멘격전지'라고 부르는 경쟁지구가 전국에 출현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앞에 고객들은 기꺼이 행렬을 이루어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라멘명가를 망라하는 정보지를 손에 쥐고 라멘맛집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크게는 간장맛, 된장맛, 뼈국물맛, 소금맛, 네가지로 구분되고 그 사이에 혼합형 퓨전형 국물로 승부하는 집이 생겨나는 가운데 독자적인 발전을 한 일본의 라멘은 드디어 중국으로 역수출 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대만, 그리고 홍콩을 거점으로 일본라멘 체인점들이 생겨나더니 지금은 중국대륙에도 대도시에는 어디에나 일본 라멘집들이 보입니다. '아지센라멘(味千拉麵)'이라는 체인점은 벌써 중국에만 600점포 가까이 있는데 미국 대도시에도 슬슬 점포를 내는 것 같더군요.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여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일본사람들의 능력은 배울만 하다고 봅니다. 최근 뉴욕에서 일본라멘이 흥한다고 이웃블로거 迪倫님께서 말씀하신적이 있는데 '뉴욕의 라멘이야기' 시간나실때 한번 들려주세요~  

자, 그러면 오늘 이 포스팅을 하게된 동기인 파스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태리음식하면 뭔가 파인다이닝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피자는 배달시켜 먹는 음식으로 굳어졌고, 파스타는 코스요리의 하나인 것 같은 인상이 짙습니다. 그러다보니 파스타 한그릇만 시켜먹는게 뭔가 촌스럽게 느껴지고 식당측에서는 객단가가 안맞아서 울상을 짓게 되는 상황인거지요.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 이상합니다. 우리가 중국집에 여럿이 가서 이런저런 요리도 시켜먹고 마지막에 짜장면 짬뽕을 먹는 것도 한국적인 풍습이요, 점심때 간단히 짜장면 짬뽕만 먹어도 이상한게 아닌 것도 우리가 중국음식을 대하는 풍습입니다. 이태리나 미국의 숱한 피짜리아에서는 아무것도 안먹고 피자 한조각만 먹고 나오듯이, 파스타집에서 파스타 한그릇만 맛있게 먹고 나올 수 있는 식당이 흔하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거지요. 

냉면 한그릇, 콩국수 한그릇, 칼국수 한그릇 먹고 나오듯이 맛있는 파스타 한그릇 먹고 나올 수 있는 파스타전문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차에, 오늘 소개한 책을 보니 일본에서는 이미 파스타가 우동 소바 라멘과 함께 단품 면식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제가 업무차 일본에 온 미국사람들을 데리고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습니다. 장소는 도쿄 시부야였는데 '서양국수집(洋麵屋)'이라는 이름에 아주 일본스러운 이름을 더한 스파게티 전문점이었습니다. 저는 명란젓, 시소잎 등을 사용한 일본식 스파게티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짬짜면 먹듯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가 좋아서 자주가던 집이었지요. 각종 스파게티를 일본식 그릇에 담아서 젓가락으로 먹도록한 것도 특징인 집이어서 신기해 할 것 같아 데려갔는데 대단히 호평이었습니다. 누구라고 하면 알만한 사람인데 두고두고 '평생 먹어본 파스타중에 도쿄에서 젓가락으로 먹은 그집 것이 제일 맛있었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참고로 그집은 그 뒤로 번성하여 일본안에만 300점포 이상으로 세를 불리더니 얼마전 서울 강남에도 진출했다는 것을 이웃블로거님의 포스팅을 보고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옷에다 몸을 맞추듯 격식에 맞추려 하지말고, 맛있는 파스타를 얼마든지 값싸게 단품으로 즐길 수 있는 전문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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