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반란; 우리나라 소고기 이야기 (7) 아르헨티나이야기


사진은 마블링의 무늬마저 아름다운 비싼 고기들입니다. 접대를 하여도 이런 걸 대접해야 제대로 모신게 되고, 손님으로 가서도 이런게 나와야 저쪽에서도 알아모시는구나, 인정을 해주는게 한우와 관련한 요즈음 풍토 아닌가 싶습니다. 집에서는 추석, 설 이럴 때 누군가가 큰맘먹고 선물해주면 고맙게 받아서 먹지 제 돈내고 먹기는 부담가는 가격의 상품들입니다.

위의 사진은 제 사진앨범에서 꺼낸 것들입니다. 날짜를 보니 다 오래 되었습니다. 작년 재작년부터는 빈도가 떨어집니다. 요즈음은 업무상 손님과 저녁을 할 때에도, 제가 살 때에는 손님들에게 붉은살 부위가 맛있는데 한번 드셔보시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대접을 받게 될 때도 저는 오히려 등급이 떨어지는 쪽이 좋습니다라고 의견을 얘기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이 기름기많은 소고기들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한점 먹으면 두점째는 느끼해서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게 되구요. 그러면서 어려서 먹었던 붉은 살코기에 양념을 잰 불고기, 외국나가서 먹었던 풀먹여 키운 소고기 생각이 나고 그랬습니다. 그러던차에 아르헨티나에 가게 되어 과연 맛이 진짜 좋은건지 의식을 하고 여러차례 먹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는 건 이 씨리즈 초반에 밝힌 것과 같습니다. 

예상에 빗나가지 않고 풀먹인 소고기는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관련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그랬지요. 그러다가 발견한게 우리나라에서 TV프로그램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상도 많이 받은 훌륭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전주MBC(유룡 기자)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인데 전국방송은 나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사정도 기자협회의 게시판에 뒷이야기로 나와있습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경위와 배경은 한국기자협회의 게시판의 설명에 잘 나와있습니다. 링크로 들어가시면 전문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 뒷이야기도 나와있습니다. 

프로그램 보시기 전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주요부부만 인용합니다.  

한국기자협회 게시판 공적설명서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전주MBC 유룡 기자


1. 취재 착수 및 보도제작 경위

2012년 벽두, 전북 순창에서 소 50마리를 굶겨 죽이는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동물학대다. 사료값 안정대책이 절실하다.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주장이 대두됐다. 하지만 출품자는 이런 피상적인 접근보다는 한국 농촌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해야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다. 축산의 판을 바꾸자는 거대한 담론이자 알권리를 위한 축산자본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출품자는 지난 8년 동안 전북의 농촌 경제 출입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농촌에 말 못할 비밀이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몸에 해로운 마블링을 앞세워 축산 경제가 비정상적인 성장을 해왔고 이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농민들이 계속해서 거짓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블링은 동물성 지방이다. 체내에 들어가면 중성지방을 축적시켜 온갖 성인병의 근원이 된다. 하지만 농촌은 좀 더 비싼 가격에 소를 팔기 위해 이런 진실을 호도해 왔다. 정부 역시 고급육 정책을 통해 이런 모순된 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농민들이 1++(투 플러스)를 양산하도록 축산물 등급제를 통해 농촌을 옴짝달싹 할 수 없도록 옭아매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제 곡물 수급을 볼 때 이런 마블링 중심의 생산구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단 1%의 옥수수도 자급하지 못하는 한국의 농촌은 해마다 10% 이상 사육두수를 늘려 320만 두라는 엄청난 짐을 짊어지고 있다. 농민들이 아무리 괴변을 늘어놓아도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는 날, 축산 경제는 퇴로를 찾지 못하고 파탄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국제 옥수수 수요가 크게 늘어 가격이 폭등하면서 마블링의 원조라는 미국에서도 송아지를 팔아치우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농촌은 지금 살얼음판을 걷는 도박을 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건강하게 살고 한국 농촌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마블링 권하는 세상은 서둘러 청산되어야 할 독이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2012년 연초 방송문화진흥회 제작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3천만 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아 이미 기획의 시의적절함과 시대적 요망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봄, 여름 6개월에 걸친 MBC파업이 끝난 뒤에야 한국과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 4개국을 취재할 수 있었고 12월 12일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와 <마블링 권하는 사회>라는 제목의 7꼭지의 기획뉴스를 전주MBC 채널을 통해 방송했다. (2,3 중략)

4. 사회에 끼친 영향
이 프로그램은 마블링이 많은 값비싼 고기보다 등급이 낮은 살코기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최초로 제시한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다. 방송 직후 한국인들이 왜 마블링을 좋은 고기의 기준으로 알고 있었는지, 이로 인해 누가 돈벌이를 하고 소비자는 어떻게 희생양이 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는 시청자들의 격려 메시지가 빗발치고 있다. i-CCOP 생협 등 여러 소비자 단체와 전주중앙여고 등 여러 학교에서 DVD를 받아가 단체 상영을 하고 건강한 쇠고기 소비를 위한 정보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북 지역 쇠고기 음식점마다 마블링 없는 고기를 제공하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개선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우협회와 농협, 정부 등 유관기관에서도 등급제 개선과 유통방식 개선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한우협회와 농협이 얼마의 돈을 들여서라도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의 전국 방송을 막기로 결의했다는 전북한우협회장 임용현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축산자본의 마블링의 음모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방송의 형편 상 제작비가 3천여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를 과감히 현지 취재하고 미국과 호주는 코디 없이 연출자가 직접 렌터카를 몰고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헌신한 점이 돋보인다. 취재원 대부분이 고발의 대상이어서 섭외와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밀도 있는 국내외 촬영과 정책 담당자 수준의 고급 인터뷰를 확보하는 등 충실한 구성도 괄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호주, 한국 등 4개국의 쇠고기 유통구조를 비교 분석해 시청자 스스로 바람직한 쇠고기에 대한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고기가 진정 건강에 좋으면서도 소비자의 가정 경제와 농촌 경제, 국가 경제에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을 돕는다. 마블링이 없지만 저렴한 2-3등급 쇠고기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소비자 인식 변화를 통해 너무 비싸 학교 급식에서도 제외되는 한우고기 소비를 진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현재 농촌에 적체된 320만 두의 한우를 신속히 소비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단순한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연착륙 방안과 쇠고기 산업의 미래 지향을 제시하는 공영방송의 임무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전주MBC의 유룡기자라는 분은 오랜기간 전북지방에서 출입기자를 하면서 농민들의 애환과 농업 축산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단순한 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산업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우리나라 농축산업의 장래를 위한 제언들을 내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방송대상을 받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아래 화면 링크가 원활하지 않을지도 몰라 아래에 주소를 따로 넣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Lfu6-8zW4



시간없으셔서 오늘은 그냥하고 넘어가시는 분들에게 잊지말고 나중에라도 한번 보시라고 예고편 대신해서 화면 캡쳐한 것 몇커트 올립니다~

위는 아르헨티나에서 아사도, 그러니까 고기굽는 장면입니다. 아래는 현지에서 취재한 목축업자입니다.

아래는 미국에서 취재한, 옥수수가 사료가 되어 소에게 전달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나온 미국산 소고기입니다. 

아래는 미국의 농장입니다. 규모가 엄청나지요. 사료를 주는 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래는 좀 참혹합니다. 전북지방에서 사료를 못주어서 소를 굶겨죽인 이가 동물학대로 고발을 당했는데, 이를 취재간 기자가 아직 살아남은 소들의 모습을 찍은 모양입니다. 쇠파이프를 핥고 있습니다. 

뒤로 쓰러진 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거저거 안따지고 그냥 단순하게 맛있는 소고기는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다가 풀을 먹인 소고기가 맛이 있었지. 여기에서 시작한 씨리즈였습니다. 그러다가 풀로 키운 소고기를 싸게 파는 나라도 있을텐데 우리는 왜 사료를 먹인 소고기만 수입하는 걸까, 진짜 맛있는 소고기가 기름기 좋아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입맛과 기호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럼 거기에 맞는 선택은 할 수가 있는 걸까? 혹시 이상한 선입견이나 그릇된 정보에 사로잡혀 마블링이 최고인 것 처럼 소비풍조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이런 프로그램도 보게 되었네요. 

오늘은 군더더기 필요없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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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 한점을 찾아서" (6) 아르헨티나이야기


오늘의 제목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이야기입니다. 딱 이런책이 있어서 소개하려는 겁니다. 위의 사진은 구글에서 steak 라고 치면 나오는 이미지 검색의 맨처음 화면을 그대로 캡쳐한 것입니다. 설 연휴에 머리도 식힐겸 이불속에서 딩굴딩굴하며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무심코 쳐본 단어에 걸린 이미지인데 와, 맛있겠다 싶은 그림들이라 공유하려고 캡쳐했지요. 

그러다가 그냥 호기심에 영어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라는 검색어를 넣었더니 아래의 책이 떴습니다. 제목이 검색어 그대로 입니다. "One Man's Search for the World's Tastiest Piece of Beef"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고기 한점을 찾아서' 쯤으로 번역해도 좋은 제목입니다. 요즈음은 참 위험한게, 아마존에 로그인하면 킨들버전에 'Buy now with 1 click'이라는 단추가 있어 진짜로 한번 딸각 누르면 그만입니다. 5초이내에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문자메시지로 뜹니다. 눈깜박할사이에 사버렸네요. 책방가면 펼쳐보고 좀 읽어보고 이러면서 구입하게 되는데 언라인에서는 구입과정이 너무 간단합니다. 과도한 누름을 조심해야 합니다.

아무튼 이 책을 사서 넓직해진 스마트폰으로 읽었습니다. 사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아래가 이미지와 목차입니다.




저자는 마크 샤츠커(Mark Schatzker)라고 하는 토론토출신 캐나다사람인데, 음식관련 기사도 여기저기 기고하는 저술가라고 합니다. 이 작가는 최고로 맛있는 소고기를 먹기위해서 4개대륙에 걸쳐 수만마일을 여행하며 미국, 일본, 스코틀랜드, 프랑스, 이태리, 아르헨티나 등을 포함하여 8개국을 취재하며 도합 50킬로그램에 가까운 소고기를 먹습니다. 

물론 소고기를 먹고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을 정도면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책 곳곳에는 맛있는 소고기를 찾아 헤메는데 거의 구도자와 같은 경건함이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소고기를 먹고 평가하는게 마치 와인품평가와도 비슷할 정도입니다. 그는 고기에서 간, 피의 맛을 느낄 뿐 아니라 목재, 오이, 크림, 밤 등과 같은 맛을 찾아냅니다. 물론 육질의 부드러운 정도나 텍스쳐를 평하고 묘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위의 목차 7장에서 보이는 '플로런스'라는 단어는 지방이름이 아니라 저자가 돌아와서 나중에 직접 키우기로 작성하고 입양한 송아지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 저것 먹여보면서 키워서 애정이 생겨나고, 나중에는...스포일러 방지로 생략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이책을 읽어보고 이 아르헨티나이야기 씨리즈에서 다루기로 한 것은, 세계의 이런저런 소고기를 다 먹어본 뒤에 내린 결론은 풀로 키운 소고기가 맛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먹어본 소고기 가운데 제일 맛있었다고 치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 앵거스 맥케이라는 이가 키운 소고기였습니다. 그의 묘사를 그대로 잠시 인용해 봅니다.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스테이크는 스코틀랜드 언강( river Earn) 지역에서 나온 것이었다. 마블은 거의 없었고, 날고기상태에서도 비단같이 결이 고왔는데 지방은 버터색깔을 띄고 있었다. 앵거스 맥케이의 하이랜드 립아이는 내가 먹어본 중에 가장 풍미로운 스테이크 였다. 가장 육즙이 풍부하고 가장 부드러운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걸 어떤 높은 점수나 뛰어난 테크닉 등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건 그냥 내가 그걸 먹고 느꼈던 기분이었다."

"차가 막혀서 답답할 때, 잠자리에서 잠이 들락말락할 때, 내 생각은 그 맛있었던 식사와 큰 뿔이 달린 털북숭이 소들이 초록빛 스코틀랜드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으로 뻗쳤다. 그러면 나는 영락없이 다시 배가 고팠다. 그 스테이크를 먹은 것은 나를 바꿔놓았다. 그걸 먹고 느꼈던 흥분은 나에게 15세때 첫키스의 추억처럼 생각할 때마다 다시 다가왔다..."

그래서 저자는 풀로 키운 소고기의 대명사 아르헨티나로 떠납니다. 물론 그전에 텍사스도 가보고 그 유명하다는 고베 와규도 먹어보고, 아주 짧지만 한우에 대한 묘사도 약간 나옵니다. 여기서 잠시 beef Scotland 라고 쳐서 나온 구글 이미지검색 첫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초원이 보이고 뿔이 긴 소들이 보입니다. 아래는 같은 조건으로 beef American 이라고 이미지검색한 첫페이지입니다. 수퍼에 놓인 상품만 보입니다. 사육장의 모습은 아무래도 보기가 좋지 않아서 검색에 잘 걸리지 않는가 봅니다.



이야기는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저자가 맛있는 고기를 먹으러 스코틀랜드로 가서 하이랜드 목축업자 리스트에서 그냥 이름만 가지고 앵거스 맥케이라는 사람을 찍어서 전화를 겁니다. 결과는 빙고였습니다. 조금 더 인용합니다.

"마크(저자): 하이랜드 소고기 파시나요?
맥케이: 그렇소만.
마: 혹시 스코틀랜드에서 팔리는 소고기가운데 선생님 소고기가 더 낫거나 뭔가 다르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맥: 내 생각엔 소고기도 한점한점이 싱글몰트 스카치처럼 어디서,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하오만(중략)"

맥케이라는 이가 소를 키우는 것은 수백마일을 다니며 좋은 놈을 찾는데 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트레일러로 싣고와서 언강의 영양이 풍부한 풀을 먹이며 키웁니다. 클로버 귀리잎 등을 먹는데 2년동안 살이 안붙는다고 합니다. 옥수수사료를 먹이면 5개월이면 되는 크기로 자란다고 하네요. 게다가 뼈와 내장이 크고 고기는 적다고 합니다. 그는 맛있는 스테이크의 비결은 시간에 있다고 믿습니다. 

소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고 거기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때가 되면 그는 자신이 도축장으로 데리고 간다고 합니다. 걱정을 덜 시키려는 뜻에서요. 불안감도 고기의 품질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나 마찬가지기에 금물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이렇게 키운 소에서 나온 소고기를 저자가 먹습니다.

'첫번째 조각을 입에 넣고 딱 두번 씹는 순간, 신음소리와 함께 '대박이다(phenomenal)'라는 탄성이 나옵니다. 세번 씹으니 입안에는 남는 게 없습니다. 그렇게 조그만 고체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액체가 담겨있을까, 불가능할만큼 육즙이 풍성합니다. 부드럽기는 포크 옆으로 자를 수가 있었기에 나이프는 치웠습니다. 마치 치즈케익을 먹을 때와 같았습니다...' 이정도에서 생략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저도 아르헨티나에서 스테이크를 먹었을 때 정말 유사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고기를 칼없이 잘라서 입에 넣고 두어번 씹으면 녹아 없어지듯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샤베트같다'고 했지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저자가 캐나다에 돌아와서 이 책이 나온뒤에도 집에서 스테이크를 해먹고 올린 후기들이 있더군요. 고기는 대개 풀을 먹인 소고기였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가 번역 출판을 하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검색을 하는 김에 똑같은 조건으로 구글 이미지검색을 해본 첫번째 페이지입니다. 아래는 beef New Zealand 입니다.

아래는 beef Australia 입니다. 근육사이에 낀 지방이 별로 안보이는 건 위의 뉴질랜드와 비슷합니다. 

아래는 beef Japanese 입니다. '시모후리(마블링)'이 짱짱합니다. 


아래는 역시 같은 조건에서 찾은 beef Korean 입니다. 영문 사이트에서 한국 소고기는 불고기 갈비가 우선하나 봅니다. 


아래는 beef Argentina 입니다. 역시 잘 익은 스테이크가 나오네요.


오늘은 풀먹인 소고기도, 옥수수로 키운 소고기만큼 맛있다(개인적으로는 더 맛있다고 느끼지만)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우연히 책에서 '원군(?)'을 발견하여 힘이 솟아 간단히 포스팅을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맛있는 저녁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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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때 먹고 또 먹은 그림... 혼자보기 아까운 사진,그림


선남선녀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제목은 잘 몰라도 눈에 익은 그림입니다. 인상파화가의 거장 르노와르의 작품으로 '뱃놀이 점심', '선상에서의 점심' 등으로 알려진 그림이지요.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 Le déjeuner des canotiers"가 원제입니다. 실제로 이 그림의 모델들은 르노와르의 부인될 사람을 포함해서 다 잘아는 지인들이라고 합니다. 세느강을 따라 파리서쪽으로 조금 가면 샤뚜라는 지역이 나오고 거기에 있었던 선상카페 메종후르네즈라는 곳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하네요. 

정정합니다. 르노와르의 그림이 아닙니다. 르노와르의 그림에 포토샵으로 손을 댄 패러디입니다. 다들 풍만하지요? 작년에 문득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세기의 명작들을 다 비만으로 만들어 볼까?'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런 불경스러운 짓을 하고 말았네요... 원작은 아래입니다.

  
첫번째 작품(이 아니라 유희)은 아래의 '절규'입니다. 그러고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뭉크전을 보고 시작했군요. 절규를 보면서 왜 절규를 할까...만일 살이 쪄서 그랬다면? 이라는 데에서 상상이 꼬리를 물었던 결과가 아래입니다. 


가려진 검은 부분을 벗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원작은 아래와 같이 처절한데 얼굴에 살을 붙이니 맛이 떨어집니다. 



설 연휴에 먹고 자고 또 먹고 또 자고 그래서 최소한 1킬로 이상 살이 찐 것 같습니다. 새해 벽두에 늘 하는 맹세이지만 올해는 조급하지 않게, 건강한 방법으로 서서히 체중을 줄여나가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새해 인사 드립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해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덧: 소고기 이야기를 쓰려고 보니 그다지 밝지 않은 이야기를 쓸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맞이 첫 포스팅은 좀 밝고 재밌는 걸로 하려고 골랐습니다.

덧2: 먹고 살찌는 그림이라 음식밸리로... 참, 저는 포토샵 이렇게 잘하지 못합니다. 포토샵 잘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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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시식기: 소고기(5) 아르헨티나이야기



빵에 야채에 피클에 소스에, 잘구운 고기패티... 햄버거는 웬만하면 맛이 없기가 힘든 음식입니다. 거기에 간편하기까지 해서 여러나라에 삽시간에 퍼졌고 그래서 지금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크푸드라고 부르며 패스트푸드를 무시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맥도날드 이런데 다니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여기에 얽힌 일화, 농담, 대처법 등 각종 유우머가 적지 않습니다.

저도 햄버거를 참 좋아합니다. 엄밀하게 얘기하여 치즈버거를 참 좋아합니다. 이글을 쓰느라고 돌이켜보니 치즈없는 햄버거만 먹어본게 기억에 가물가물합니다. 평생 먹은 걸 통계내보면 치즈가 안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경우가 아마도 1%가 안될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 많은 대형브랜드 가운데에서는 버>맥>롯 순으로 좋아합니다. 

집안에서도 취향이 엇갈려, 쥬스와 우유는 맥입니다. 같이 시킬때는 맥은 감튀가 맛있으니까..라고 저는 대개 그들의 선택을 따라갑니다. 커피여사는 버거류를 우리만큼 안좋아하는데 일본살때 후레쉬니스 버거, 모스버거 이런거를 선호했습니다. 버거류를 좋아하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그동네 맛있는 버거를 기회닿을 때마다 먹어보려고는 하는데 막상 마음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얘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옵니다. 이나라는 소고기가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 이지역 소고기로 만든 패스트푸드는 어떨까 궁금해서 먹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맛있다는 수제버거 한번, 제일 유명하다는 패스트푸드 한번, 이렇게 두번 먹기로 작정하였지요. 로컬 소고기로 만든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먹어보는게 더 비교하기에 좋겠지만, 셈을 해보니 남은 날짜동안 혼자 패스트푸드를 즐길 기회가 두 번이상 없을 것 같아서,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로컬 체인점을 찾았습니다.

Mostaza. 스페인어로 겨자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머스타드이지요. 먹고나서 호텔에 돌아와 찾아보니 맥도날드, 버거킹에 이어 세번째 큰 체인인데 전국에 70군데가 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인구가 5천만인걸로 보아서는 많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 이유로 두가지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첫째는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는 맥도날드같은 곳의 한끼 식사가격이 비싼 편에 속합니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값싸게 한끼 때우는 가격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많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버거, 콜라, 감자튀김 이렇게 한끼 먹을 돈이면 로컬 음식을 두끼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들이 적지않다는 얘기입니다. 둘째는 아르헨티나의 특징이 될 수도 있겠는데, 이런 저런 소고기요리가  워낙 맛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햄버거가 파고들 여지가 적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어쨌거나 생각은 뒤로 미루고 우선 눈 코와 입, 그리고 배를 즐겁게 하자는 뜻에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압도당한게 카운터위에 붙어있는 사진입니다. 두툼한 패티, 그것도 더블로... 사람을 현혹합니다. 

 
MEGA 라는 단어는 설명이 필요없고, CUARTO 라는 단어는 영어로 쿼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그동안 먹어오던 쿼터파운드 뭐 이런것보다 두툼해 보이더라구요. 더블은 사진에서 압도되어 싱글로 하나를 시켰습니다. 아래가 그 사진인데 위에서 잘못찍다 보니 패티가 안보이네요. 

가게의 내장은 나름 안정되고 고급스럽습니다. 

 
찍은 사진이 부실하여, 호텔에 돌아와 홈피로 들어가 퍼온 사진이 맨위의 것입니다. 올라가지 마시라고 아래에 다시 한번 싣습니다.


아래줄의 로모는 등심, 뽀쇼(뽀요)는 닭입니다. 아무래도 햄버거는 사진윗줄처럼 두툼한 소고기 패티에 잘 녹은 치즈입니다.. 버거를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쿼터파운드 패티인데 더 두툼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라구요. 소고기값도 싸겠다 엣다 인심쓰자, 이러고 더 양을 늘린게 아니라면 무얼까. 그러다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방성분이 적어서 그릴에 익히며 녹아서 빠져나오는 기름양이 적을테니 다른 지역의 패티에 비해 그만큼 줄어드는 양이 적은 모양이다, 라구요.

중요한 맛 이야기를 하지요.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와, 다른데서 먹던 것과 완전 다르네!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이런 곳의 개량되고 계량화된 레시피가 참 대단한거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날짜는 건너 뛰어 며칠 뒤 입니다. 묵고 있던 동네(라고 해야 시내한복판입니다)에서 유명하다는 수제버거집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동네에 커다란 IT회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많은지 출입증같은 목걸이를 단 젊은이들이 행렬을 이루어 바글거리는 집이었습니다. 하도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찍기가 뭐해서 전체 풍경은 없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주방을 들여다보니 위의 사진처럼 갈은 고기가 아니라 다진고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입자가 굵은 소고기패티가 불판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베이컨을 굽고 한쪽에서는 익은 패티위에 치즈를 얹습니다. 


그리고 치즈를 얹고 난뒤 벨같은 모양의 뚜껑을 잠시 덮어놓습니다. 뚜껑을 열면 치즈가 지르르 녹아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포장을 합니다. 그리고 바구니에 담기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감자튀김도 있지만 여기 젊은이들은 고구마 튀김도 많이 먹더라구요. 


맛있게 먹고난 사진이 아래 모습입니다. 콜라를 캔채로 줍니다. 음료는 콜라, 사이다 말고도 미네랄 워터, 맥주, 집에서 만든 레모네이드 등 다양합니다. 테이블마다 케첩말고 마요네즈, 겨자가 있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맛은...정말 좋았습니다. 패티에서 고기의 맛과 향을 느끼며 한입한입 먹으면서 맞아, 바로 이 맛이야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미국에도 프리미엄 버거라고 해서 좋은 부위의 고기를 주문받고 즉석에서 갈아서 만들어주는 집들이 큰도시에는 여럿있습니다. 최근에 우마미버거라고 LA지역에 여러군데 생겼고, 새로 완공된 국제공항 터미날에도 입점한 버거집인데 인기가 대단합니다. 가격은 10불이상 주어야합니다. 맛을 그집과 비교했을 때 이집은 고소하지만 느끼하지않다, 가 첫인상이었습니다. 빵, 레터스, 토마토, 치즈 이런데 가려서 개성이 없어지지 않고 잘익은 고기패티가 맛과 식감에서 끝까지 자기 주장을 합니다. 이런게 한국에 들어와서 싼 값에 팔렸으면 싶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딱 두번 먹어보고 쓰는 '햄버거 시식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시간을 내어 수퍼에 가보니 아르헨티나는 소고기값이 정말 싸더군요. 아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새로 개발된 고급주택입니다. 

    
아래는 한 때 '리틀 파리'라고도 불렸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지이자 번화가입니다. 


이 나라도 수퍼의 물건값이 서민지역과 부자동네가 참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요즈음 청담동 도곡동에 생긴 고급 수퍼를 보면서 아, 결국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전철을 밟는가 보다 우려도 되지만,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는 괜찮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부자동네 서민동네의 차이는 어느나라나 있지만 그래도 일본, 대만, 한국만큼 국민들의 교육이나 의식이 균일한 수준을 이룬 나라는 드문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소고기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반복된 이야기입니다만, 어차피 외국에서 일정량을 사다 먹어야 하는 소고기라면 꼭 아르헨티나가 아니더라도 수입해오는 나라의 폭을 넓혀서 값싸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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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서 만난 미국 카우보이: 소고기(4) 아르헨티나이야기

엄청난 양의 도서가 구비된 도서관에서 자신이 찾고 있는 자료를 딱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논문를 쓰거나 레포트를 쓸 때 특히 그 주제가 희귀하거나 할 때는 더욱 그러하지요. 그럴 때 우연히도 눈앞의 서가에 찾던 책이 딱 꽃혀있다던나, 진짜 생각치도 않았던 곳에서 꼭 필요한 책을 만나는 행운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때 그런 경험을 여러번 겪으면서 내가 전생에 착한일을 많이 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어로 library angel 이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도서관의 천사'쯤 되려나요. 도서관에 천사가 있어서 도와준다는 얘기겠지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안심도 되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느라고 찾아봤더니 이 말은 헝가리출신 영국작가 아서 쾨슬러라는 사람이 붙인 말이라고 하는데, 이걸 공시성(싱크로니시티)의 하나로 보고 논문을 쓴 버나드 바이트만이라는 학자도 있더라구요.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뒤로 돌리고, 아르헨티나 고기집인 빠리샤(빠리야)로 이야기의 장소를 옮깁니다. 위의 사진을 보아주세요. 안심스테이크를 구워서 위에 버섯소스를 끼얹은 요리입니다. 좀 염장성이라 미리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쓰지요? 이게 그랬습니다. 아주 기분좋게 부드러우면서 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지는게 더이상 바랄게 없는 맛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딱 12시간 시차입니다. 이걸 먹을 때가 밤 9시쯤 되었을겁니다. 쥬스한테서 마침 전화가 왔습니다. 

밥: 굿모닝! 지금 일어났니? 
쥬: 아니, 학원가는 지하철 안이에요. 아빠는?
밥: 지금 저녁먹고 있어. 스테이크.
쥬: 오늘두 맛있어?
밥: 응, 최고야. 엉엉
쥬: 근데 왜 울어요? ㅎㅎ
밥: 하도 맛있어서. 식구, 동료들이 걸려서. 스테이크가 입에서 녹아. 샤베트같애...
쥬: ...피터루거스보다 맛있어요?
밥: 응, 지금 이순간은 여기가 더 맛있는 것 같애.
쥬: 와, 어떤 맛인데?
밥: 뭐랄까. 고소한데 느끼하지 않은 맛.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은 맛? 

맛에 놀라고 싼 값에 놀라고 해서 감격에 겨워, 그리고 호텔에서 아주 가깝기도 해서 나중에도 여러번 다시 찾은 이집은 소박한 빠리야입니다. 이름이 데스니벨이라는 집인데 전통은 있어보이지만 검소하고 단정한 내부가 손님을 편안하게 맞아줍니다.

벽에 걸린 흑백사진들이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게 들어가는 입구에 이렇게 그릴(그리들)이 있습니다. 고기를 구우면 소금하고 후추만으로 간을 하는 것 같은데 부드럽고 맛있는 스테이크가 나오네요. 

쵸리소라 불리는 각종 소시지도 보입니다. 꼬꼬닭도 보이구요. 

처음 간 날은 와인을 한 사람당 반병씩 시켜 맛을 보았습니다. 

이게 제가 시킨 안심 스테이크에 버섯소스를 끼얹어 나온 요리입니다. 처음엔 엄청 커서 이걸 다먹을 수 있을까,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아래 보이듯이 부드럽고 고소하게 익은 고기가 입안에 들어가자 꿀떡꿀떡 넘어가서, 다 먹었습니다...

같이 있었던 일행이 시킨 등심 스테이크.

소스없이 나온 안심스테이크. 한 입씩 바꿔먹었는데 모두 베리굿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혼자만 싸고 맛있는 것 먹어서요... 그런데 이해하시겠지만 이 씨리즈는 나 이렇게 맛있는 거 먹어봤긔 뭐 이렇게 자랑하려고 쓴 거 아니지요. 풀로 키워서 기름기 없는 고기가 더 맛있다, 이걸 주장하자는 것도 아니구요. 기름이 많이 들어간 고기, 마블링이 좋은 고기도 맛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기도 맛있다, 곡물로 키운 고기도 맛이 좋겠지만 풀로 키운 고기도 맛이 좋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값싸게 먹을 수 있도록 수입을 할 때도 선택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하는 취지에서 소개를 하려다보니 일단 풀먹여 놓아키운 고기의 대표격인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를 치켜세우게 되는 것 입니다.

이야기는 잠시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음식관련 서적 가운데 고기와 관련한 책가운데 하나가 아래입니다. 지난번 소고기(2) 에서 잠깐 소개했듯이 친구들과 풀먹인 소고기에 관하여 대화를 나눈뒤 돌아와서 이 책을 꺼내어 해당 부분을 보았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 삼대째 고급 고기를 공급해 온 뉴욕의 유명 정육점집 사장입니다. 푸드라이터나 음식관련 과학자, 평론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정육업자가 쓴 책인만큼 경험에 바탕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사진도 리얼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풀먹인 소와 곡물먹인 소의 차이에 관한 대목을 보니 오히려 지나치게 곡물먹인 소에 대한 방어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들어 그래스페드와 그레인페드에 관해서 많은 오해가 있는데...'로 시작하는 부분은 '그래스페드로 키우는 업자에게 겨울에 뭘 먹이냐 물어봐라', '그레인페드 소가 건강에 나쁘지 않다. 나이많은 젖소의 경우 워낙 근육과 지방이 없어 도축전에 집중적으로 곡물을 먹이는데 그런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친 것이지, 우리가 다루는 소는 전부 24개월령 미만의 건강한 소다' 등등 미루어보아, 도리어 짐작컨대 미국의 앞서가는 트렌드에서는 그래스페드가 생각보다 화제가 되나보다 싶었지요.    

자, 그럼 맨처음 운을 떼었던 라이브러리 엔젤, 도서관의 천사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고 며칠안되어 주말을 맞아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녁은 친구와 약속이 있었고 12월의 화창한 여름날씨에 시내관광이라도 하자 싶어서 세시간짜리 코스로 지붕이 없는 2층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손님들은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지요. 공기가 깨끗해서 '좋은 공기'라는 뜻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인만큼 햇볕도 따갑습니다. 모자가 없이는 얼굴이 따가울 것 같아서 출발전에 어쩌나 싶었더니, 그러시죠 여기 시원한 모자가 있습니다,라고 각종 모자를 파는 상인들이 출발정류장에 여럿 있었습니다. 

제 앞에 미국인 커플이 앉아있었는데, 그는 야구모를 쓰고 있었고 그옆의 금발 여인은 모자가 없었습니다. '허니, 당신도 하나 써야할 것 같애. 기다란 챙있는 걸로 살께' 그러더니 2층 덱에 앉아 아래로 소리를 쳐 흥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어가 유창합니다. 그가 일어서서 내려가려던 차에 저와 눈이 마주 쳤습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가 말을 했습니다. ' 당신도 하나 필요할 것 같은데, 내가 내려간 김에 하나 사다줄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지요. 유쾌한 미국인의 오지랖이 이럴때는 고맙습니다.

그가 내려간 사이, 미국사람은 외국어를 잘못한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자신을 반성하며 여인에게 얘기했습니다. '저이는 스페인어를 참 잘하네요'라고요. 그녀가 자랑스러운 듯 대답했습니다. '그는 여러나라말을 잘해요. 언어에 재주가 많은 사람이예요'

우리는 모두 모자로 햇빛차단을 했고 버스는 출발을 하였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인사를 텄지요. 그의 이름은 잭(가명)이었습니다.

밥: 안녕, 난 밥과술이야. 한국에서 왔어. 어디서 왔니?
잭: 난 잭, 여기는 제니. 우린 몬타나에서 왔단다.
밥: 아, 그래? 근데 너 스페인어 되게 잘하더라.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도 아닌 몬타나에서 왔다니 뜻 밖이다.
잭: 대학교때 제2외국어로 선택했는데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했지.
밥: 다른 외국어도 한다며?
잭: 응, 러시아어, 만다린 중국어.
밥: 드문 케이스겠구나... 몬타나 어디에서 왔는데? 
잭: 어디겠어? 빌링스(주: 제일 큰 도시인데 인구가 16만 입니다) 지. 중국어는 영어교사로 중국에 가서 1년반 살면서 배웠지. 러시아에도 여러번 갔었고. 빌링스의 몬타나 주립대학 나왔는데 외국어가 재미있어서 학교다니는 동안 열심히 했어. 
밥: 몬타나주면 목장도 많을텐데 소고기도 맛있겠다.
잭: 소고기? 목장? 캐틀 비지니스라고 하면 나도 좀 할 말이 있지. 우리 집 가업이거든. 

깜짝 놀랐습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먹으며 미국과 비교하고 싶었던 차에 이렇게 찾던 사람을 우연히도 만나다니, 이건 도서관의 천사가 아니라 '관광버스의 천사'가 부킹을 해준게 틀림없었을 터인데, 당시는 그렇게 생각못하고 급한 마음에 질문의 속사포를 쏘아대었습니다.

밥: 아르헨티나에는 웬 일로?
잭: 제니와 나는 신혼여행중이야. 칠레에서 일주일. 아르헨티나에서 열흘. 이제 내일이면 돌아간다.
밥: 미국에서 소를 기른다니 뭐 하나만 물어보자... 그래스페드 비프와 그레인페드 비프를 놓고 어느 쪽이 맛있다 의견이 분분한데, 너는?
잭: 하하...이렇게 말하면 될까? 그레인페드는 산업용 제품으로 적합하지...( Let me put it this way. Grain-fed beef is more of the industrial product...) 효율도 중요하니까. 물론 선호하는 사람도 많고.
밥: 맛은? 
잭: 그레인페드는 요리하기가 수월하고, 그래스페드는 요리를 제대로 하기가 까다로운데, 잘하면 정말 맛있지. 아르헨티나에 와서 있는 동안 한번도 맛없는 소고기 요리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 우리 목장에서도 5%는 그래스페드 고기를 생산하지. 수요가 있으니까. 집에서도 먹고... 양쪽 다 먹는다는 뜻이야. 
밥: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서 고마워.
잭: 너 혹시 고기수입하러 온거니? 우리 집 고기좀 한국에 연결해주라. 품질 최고거든. ㅎㅎ 요즘 중국바이어들도 몬타나에 몰려 오는 것 같던데. 네브라스카는 와규같은거 만들고 해서 네브라스카 브랜드가 유명하다며?
밥: 아냐, 미안하다. 난 식품쪽 종사자가 아니야. 대신 몬타나 비프도 좋다고 기회가 되면 주위에 열심히 홍보해 줄께.
잭: 몬타나 올 일 있으면 연락해라.

저는 가렵던 곳을 긁어준 친구를 만난 것처럼 후련한 마음으로 그들과 헤어졌습니다. 사우스 다코다 수폴 출신의 장신미녀 제니와 몬타나의 잭이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빌어주며, 버스에서 내려 시원한 음료라도 마실겸 주변의 카페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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