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의 나라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영양실조로 병이 났다, 쓰러졌다, 그러면 그건 굶거나 못먹어서 그랬다는 얘기로 이해했지요. 옛날엔 말입니다. 요새는 그반대도 있습니다. 영양실조(營養失調)란 한자어로 영양이 밸런스를 잃었다는 뜻이지요. 부족해도 실조요, 과해도 실조입니다. 영어로 malnutrition을 번역한 건데 영어는 '영양이 나쁘다'라는 뜻으로 역시 두가지 뜻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비만과 이로 야기되는 당뇨, 심혈관 질환등과 막대한 사회적비용을 치르며 싸우고 있습니다. 전국민의 절반이 비만(이전엔 과체중이라 했는데 지금은 비만이라 합니다)이요 1/3이 심각한 비만이라는 통계를 봐도 알수있습니다. 전국민의 반이 영양실조 상태라는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체중이 2킬로 불어서 돌아왔습니다. 출장갔다 온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가면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됩니다. 양이 많으니까요. 그냥 많은게 아니라 엄청 많습니다. 미국서 사는 사람은 집에서 식단을 조절해서 해먹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질높은 식사를 하며 체중과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지만 단기 여행을 하게되면 다 사먹게 되니까 매끼 엄청난 양의 식사에 노출되게 됩니다.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절제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미국은 그런 의미에서 사방이 지뢰밭입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때는 한국음식점의 양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교포분들도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지요. 냉면, 짬뽕도 대야만한 대접에 나와서 한국의 두배이상 되었고 설렁탕 곰탕안에 고기도 탕반 고기반처럼 넘쳤습니다. 불고기 갈비 일인분도 한국의 2인분 이상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줄어서 그냥 한국보다 푸짐한 정도입니다. 사람마음이 간사해서 옛날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만ㅋㅋㅋ 
 
그에 비해 우리나라 음식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미국에 비해 많이 건강한 편에 속합니다. 야채도 많이먹고 발효음식도 많이 먹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도 그런대로 잘 잡힌 것 같습니다. 다만 찌개나 국물음식을 많이 먹으니 염도만 좀 낮추면 좋을것 같습니다. 오늘은 출장가서 기꺼이(!) 지뢰를 밟은 사진을 몇장 소개합니다~ 

위는 LA 파머스마켓에 있는 Du-Par's에서 먹은 아침입니다. 저는 평소에 아침을 안먹는데 미국에 가면 조찬을 겸한 미팅을 많이 하니까 아침을 먹게 됩니다. 위의 뒤파르라는 집은 80년 된 가게인데 저도 안지 수십년 되어 늘 갈때마다 몇번씩 이용합니다. 변하지 않는 옛맛도 좋구요. 양도 그다지 무지막지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위의 아침에 곁들여 나오는 토스트입니다. 미국에 가게되면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사워도우나 호밀빵을 시키게 됩니다. 특히 펜넬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러웨이씨가 들어간 호밀빵은 입에 착착 달라붙지요. 토스트는  철판위에 버터를 사정없이 듬뿍 넣고 녹여서 그위에서 구워낸거라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나오는 천연잼도 맛있구요. 지방과 당분으로 무장한 탄수화물, 이게 계란 소시지(와/또는 베이컨) 감자에 따라나오는 아침 토스트입니다.

그 아래는 이집의 외관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못찾아서 퍼왔습니다. LA가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의미에서 실었습니다. 참고로 전 아침에만 이용하지만 24시간 여는 곳입니다. 



그리고 한군데 더 소개합니다. Langer's 라는 식당입니다. LA 한인타운에서도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70년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이집의 명물은 패스트라미 샌드위치입니다. 패스트라미 샌드위치하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로 더욱 유명해진 뉴욕의 명소 Katz's Deli가 있지요. 그런데 LA에는 이집을 더 맛있다고 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동부의 Katz's 서부의 Langer's라고 양쪽손을 다 들어주고 싶습니다. 패스트라미의 고기맛을 더욱 즐기려면 캇츠가, 다른 고명과의 조화를 즐기려면 랭거즈가, 라고 생각합니다.



이집은 메뉴가 워낙 많은데 19번이 제일 유명합니다. 싱싱한 호밀빵에 패스트라미를 듬뿍 넣고 그위에 사워크라우트, 체다치즈, 그리고 러시안 드레싱으로 마감한 샌드위치입니다. 양이 많아서 사실 반만 먹으면 좋을텐데 맛이 좋아서 다 먹게 됩니다. 



이집의 메뉴에 있는 비프스튜입니다. 놓여진 스푼의 크기를 보세요. 티스푼이 아닙니다. 일반 스푼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큰건지 짐작이 가시나요. 그릇이 대야만 합니다. 이걸 천천히 완식을 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빵을 곁들여서요. 사진엔 없는데 프렌치프라이도 장관입니다.



뉴욕 캇츠의 패스트라미 샌드위치입니다. 비교할 대상이 없이 찍어서 그런데 이것도 절반 먹으면 딱 좋을텐데 모처럼 먹으니까 그러면 다먹게 됩니다.
 


아래는 팬케잌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미니 팬케잌이 인기인데 아무리 작다고 해도 18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싸이즈도 커피잔보다는 큽니다. 거기에 버터 듬뿍 메이플 시럽 듬뿍해서 베이컨과 소시지 곁들여 먹으면 영양실조가 되기 쉽지요. 매일 이렇게 먹는다면 말이죠...



어느 다이너에서 시킨 핫샌드위치입니다. 콘비프, 치즈, 베이컨, 계란등이 층층이 쌓여서 버터로 구운 토스트 사이에 들어있습니다. 위, 위험하다...라고 뇌에서 경고사인이 나오는데 손과 입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럴때 순두부집이나 설렁탕집을 가면 적당히 배부르고 과식도 안하고 한끼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요즘 한식이 핫해서 고기집은 말할 것도 없고 북창동 순두부, 한밭 설렁탕, 선농단 이런 집 모두 외국손님이 훨씬 많습니다. 가격도 많이 오르구요. 하지만 역시 영양면에선 한식이 좋습니다.



설렁탕집에도 갔습니다. 저는 주로 한밭이나 영동을 가는데 한글메뉴만 있던 한밭이 영문메뉴를 마련하고 캐시온리에서 카드도 받고 이러면서 외국손님들이 너무 늘어나고 해서 요샌 영동을 주로 가게됩니다. 요 몇년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미국의 다른 물가 생각하면 그래도 싼 편이지만요. 도가니가 넘치는 도가니탕이나 수육은 절대 금액으로도 한국보다 싼 편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설렁탕 한그릇 싹 비우고서도 '아 체중감량 하겠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미국의 나날이었습니다. 


누룽지가 있는 저녁 공개 포스팅


얼마전 전기밥솥이 고장이 났습니다. 요즘 전기밥솥은 가격도 제법 비싸고 기능도 많습니다. 몇년 잘썼나 했는데 뚜껑이 안잠긴다고 표시가 나와서 밥을 지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잠금장치가 망가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가지고가서 고칠 시간도 없고 방문수리를 부탁하더라도 집에 사람이 있어야 하니 당분간 가스불에 해먹을 수 밖에 없겠구나 마음먹었지요. 평소 안쓰던 돌솥을 찾아 꺼냈습니다. 


가스불에 밥을 지어본게 몇년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이 처음으로 옛기억을 더듬어 지은 첫번째 밥입니다. 그런대로 되었는데 좀 되었습니다. 두번째부터 물을 좀 더 넣어 밥물이 살짝 끓어넘칠 정도가 되어야 맛있게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옛날옛적에 집에서 밥을 할 때 솥으로 밥물이 넘쳐흐르던 걸 본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전기밥솥이 고장나서 가스불에 해먹으면서 뜻하지 않게 행복의 문이 열렸습니다. 끼니마다 누룽지와 숭늉을 먹을 수 있게 된겁니다. 처음으로 생긴 누룽지여서 먹으며 살짝 감격했습니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바싹 눌려 말린 대량생산 누룽지와는 맛이 달랐습니다. 



밥을 지으면서도 즐겁습니다. 밥이 끓으면서 밥물 넘치는 구수한 냄새, 뜸을 들일때 살며시 솟아오르는 고소한 누룽지 샘새가 수십년 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이런저런 추억을 꺼집어 내줍니다. 요새 전기밥솥은 물 양만 맞추어 넣고 단추를 누르면 언제나 일정한 결과를 얻습니다. 옛날에 밥이 질게 된 날, 고두밥이 된 날, 어쩌다 많이 타서 탄 내가 나는 날, 아니면 삼층밥이 된 날이 가끔씩 끼어있어서 늘 맛있게 된 밥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지요. 물론 요새같이 단추만 누르면 늘 일정하게 맛있게 되는게 좋은 세상이지만 누룽지와 숭늉의 별미를 되찾은 건 참으로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서리태밥도 몇 번 해먹었습니다. 콩을 바닥에 깔고 쌀을 위에 붓고 밥을 해도 다 된 뒤에 열어보면 콩이 올라와 있는게 재미있습니다. 아무튼 밥이 맛있으니 즐겁습니다. 밥을 안친 뒤에 옆에서 반찬을 하면서 끼니 준비를 하는데 가스불 밥이 생각보다 빨리 되어서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안됩니다. 


이날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계란부침, 전갱어 구이 그리고 밑반찬으로 김치 명란젓 토하젓 연근조림 도라지 샐러드 등 냉장고에 있는 걸 꺼내놓았습니다. 평소에는 밑반찬 깔아놓는걸 안좋아해서 그 때 그때 한 것만 상에 올려 먹는데 직접 밥을 지으니 옛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저도 모르게 밑반찬 퍼레이드를...



이날은 비지찌개에 계란부침 두부조림 꽁치구이 그리고 밑반찬... 역시 밑반찬은 두번이상 먹으니 물려서 김치말고는 다 졸업시켰습니다. 



역시 백미는 누룽지입니다. 특히 콩밥 누룽지는 또 다른 맛이 나서 좋습니다. 문제는 과식입니다. 밥을 정량 다먹고 누룽지를 먹으니까요. 그런데 누룽지는 배가 따로 있어서 배불리 먹고서도 술술 들어갑니다... 

밥솥을 고치지않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결국 고쳤습니다. 다시 전기밥솥 모드로 돌아갔지만 앞으로도 간간히 가스불로 해먹으려고 합니다. 옛날에 집집마다 코펠하고 버너 있던 시절에는 캠핑가서 산에 가서 밥을 해먹곤 했는데 이젠 취사금지가 되어서 해먹을 일이 없으니 더욱 가스불로 해먹을 기회가 드물지요. 이러다 분위기 잡히면 화로 사다가 백탄숯으로 밥지어 먹겠다 덤빌지도... 아닙니다. 가스레인지까지를 한계로 잡겠습니다. 

오랜만에 블로그 들어와 올리는 포스팅이니 그동안 먹었던 것 몇개 추려서 함께 올립니다. 
장터국수도 해먹었네요.


바베큐도 먹고....



보쌈에 빈대떡도 먹었습니다.


몸에는 안좋다고, 길거리 음식은 위생이 않좋다고, 등등의 이유로 불량식품 취급을 받는 그러나 맛있는 치킨, 햄버거, 떡볶이, 샌드위치도 먹었습니다. 사진은 생략하지만 라면도 먹었구요. 


이글루스 블로그가 뜸해서 좀 섭섭하긴 합니다만, 이게 트렌드겠거니 해야죠. 이웃 블로거님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만화같은 음식일기 공개 포스팅

취미삼아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거기에 쏟을 시간이 없다, 이런 사람들한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앱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물론 정성스레 그리는 만화하고는 거리가 멉니다만 그냥 '야매'로 만화를 그린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는게 좋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인터넷이 안되어 세상과 단절이 됩니다. 그러면 그 순간에 뭔가 할 걸 찾아야 하는데 저는 요새 '야매 만화놀이'를 하고 놉니다.

위와 아래는 연습삼아 해보았는데 순식간에 시간도 안들고 뚝딱 사진이 만화처럼 변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도 들고... 그랬습니다.
사리원에서 불고기를 먹었는데 불고기가 그림처럼 나왔습니다. 흑백으로 바꾸면 진짜 그린 것 같은 질감이 납니다.

앱으로 사진을 가공한 것 몇장 소개하는 걸로 음식일기를 대신하여 보았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스토리있는 만화를 몇페이지짜리로 꾸며볼까 합니다. 직접 그린 그림도 섞어서요...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합니다.

예술의 전당에 아는 분 공연이 있어서 갔는데 석양에 물든 건물이 예뻐서 밖에서 한참 구경하다 들어갔습니다.
 


동작대교를 지나갈 때 석양의 실루엣인데 단순하게 남은 선이 더 그럴듯해서...



남대문 시장에서 갈치조림먹고 명동을 지나가는 길입니다. 목적지는 을지로 3가 만선호프. 도착해서 생맥주에 노가리 안주. 바글바글한 인파가 뮨헨의 맥주집을 연상케 합니다.



돈카츠도 앱으로 가공하니 그럴듯하게 보입니다. 잘 튀겨진 돈카츠의 바삭바삭한 식감이 보이는 듯 하네요. 



베이징에서 혼밥을 한 저녁이 있었습니다. 궁바오지딩(宮保雞丁) 하나 시키고 물만두, 국수 시키고 흰밥 한그릇 시켰더니 웨이터가 주식을 세개나 시키십니까?라고 반문을 해서 아, 난 역시 탄수화물중독자였지 자각을 하였습니다. 술은 맥주와 이과두주...



남대문 시장 갈치골목에서 시킨 갈치조림과 생선구이입니다. 계란찜은 서비스.



사고 싶었던 책이 반디앤루니스 고속터미널 점에만 있어서 책을 사러 나간 주말입니다. 비가오는 날씨에 사진을 찍었는데 흑백으로 가공을 해보니 만화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안녕히 주무시고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양이를 구조하다 공개 포스팅


40년 죽마고우로 지내는 싱가포르 친구가 있는데 그는 건축가 입니다. 글재주가 있어서 오랜 세월 신문에 칼럼도 연재하고 시집도 내고 그랬습니다. 요즈음도 일주일에 하나씩 칼럼을 연재하는데 내용이 고양이 이야기였습니다. 요즈음 SNS에서도 고양이 멍멍이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본문에 五脚基라고 나오는데 말레이 싱가포르 쪽의 방언으로 중국어로는 치러우(騎樓)라고 합니다. 건물앞 도로 위로 비를 안맞고 그늘도 생기도록 만든 곳을 말합니다. 동남아나 대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축양식입니다. 영어로 뭐라고 하나 찾아봤더니 베란다라고 되어있네요. 한국어로 베란다라고 번역하면 혼동될 것 같아서 '주랑'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아래 본문의 주랑은 위의 사진같은 곳을 말합니다. 다만 실제 그 일이 있었던 곳은 이렇게 낡은 곳이 아니고 더 모던한 곳일텐데 사진을 못찾아서 그냥 아무거나 퍼왔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중국어 원문을 읽어보시고 싶은 분을 위해서 원문도 아래 실었습니다. 번역에 문제가 있으면 순전히 제가 부족해서 그런겁니다. 원문은 참 재미있고 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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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구조하다


  오랫동안 가뭄과 혹서에 시달리던 뒤에 돌연 큰 비가 왔던 날로 기억한다. 나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주랑밑에서 잠시 쉬며 오랜만의 시원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화분 옆 모서리에 어미 고양이가 한마리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쫄딱 젖은 까맣고 동그란 공같은 것을 맴돌며 가끔씩 앞발로 톡톡 건드려 보고 있었다. 처음엔 쥐를 잡았나보다 싶었다. 가까이 가서 잘 들여다보니 아직 눈도 뜨지않은 새끼 고양이였다. 그 갸날픈 것은 온몸이 젖어서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사무실로 가서 동료를 불러 작은 타월 한장을 가지고 와서 새끼고양이의 몸을 닦아주었다.

  보통같으면 그 엄마고양이와 나는 서로 면식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자식을 내가 만지고 그러면 응당 불같이 화를 냈어야 했다. 하지만 어미고양이는 몇번 야옹거리더니 자식을 놔두고는 몸을 돌려 주랑 끝쪽으로 달려갔다. 

  오래지 않아 그는 또 한마리 흠뻑 젖은 새끼 고양이를 물고 오더니 내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몇번 야옹거린 뒤에 다시 주랑 끝쪽으로 달려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에 아무것도 물지 않은 채 돌아왔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급하게 울어댔다. 그러더니 몇걸음 달려가서 뒤를 돌아보고, 또 몇걸음 달려가선 뒤를 돌아보고 울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동료를 불렀다. 위험에 처한 새끼고양이가 또 있는게 틀림없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니 네가 빨리 쫓아가서 살펴보라고 했다.

  동료는 새끼 고양이 한마리를 두손에 받쳐들고 돌아왔다. 어미가 그 뒤를 따라오는데 사람, 어미 고양이, 새끼 고양이 모두 쫄딱 비에 젖은 모습이었다.   

  서둘러서 새끼 고양이를 닦아주었다. 어미는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쪽을 찬찬히 보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몸을 부지런히 핥고 있었다. 아까의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과 달리 지금은 크게 안도하는 것 같았다.

  사무실 현관 한쪽 구석이 어린 포유류를 키우는 따스한 한폭의 그림처럼 변했다.

  동료가 말하길, 어미 고양이를 쫓아가니 곧바로 뒷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배수로에 연결된 배수구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안에 갇힌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했다. 원래는 말라있던 배수로였는데 큰비가 오고나서 수위가 점점 높아져, 어미고양이는 두마리만 구해내고 남은 한마리는 '홍수'에 손을 쓰지 못하고 건너편 배수구멍에 놔둔채 물에 잠겨가는 걸 보고만 있다가 다행히도 물이 배수구를 덮치기 전에 새끼고양이를 구출해 낸 것이었다.

  종이박스를 마련해서 어미와 새끼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하여 주방에 놓아주었다. 며칠이 지나고나서 어미와 새끼들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지나가고 다시 맑은 날씨가 되었다. 아마도 어미고양이와 그의 자식들은 살 곳을 찾아냈고, 자기들끼리 생활하려고 나간 것 같았다.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병이 나서 일을 못하여 수입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개학을 했는데 교과서를 살 돈이 없었다. 다행히도 학교에 교과서 대여를 신청하여 계속 학교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새학년이 되어 선생님께서 계속해서 교과서를 대여하겠느냐고 물어보셨는데 어머니께서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렇게 전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어머니가 남의 집 가사를 도와주고 조금 여유가 생겨서 교과서는 살 형편이 되었습니다. 무료로 교과서를 대여받는 기회는 그걸 더 필요로 하는 학생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곤란에 처하게 되면 도움을 청하되, 고난을 면하고 나면 자력갱생(自力更生)한다, 라는게 바로 이런 거 였어!      
 


남포면옥에서 진고개까지; 7월의 일기 공개 포스팅


오랜만에 죽마고우 친구와 죽마고우 후배(딱 일년차이), 이렇게 셋이 모여 남포면옥엘 갔습니다. 을지로 본점 (지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에서 어복쟁반을 시켜먹고 나서 냉면을 먹었습니다. 냉면은 기대치만큼 이었는데 어복쟁반이 참 맛이 좋았습니다. 일전에 별로 맛이 덜한 걸 먹어서였는지 과연 남포면옥이로구나 느끼며 만족하게 나왔습니다. 두 친구 모두 노후대책에 잘되어있어서 건강만 챙겨서 장수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젊어서 칼칼하던 성격도 느긋해진 것도 그렇고 여유를 찾으면 이런가 보다,  인생의 모든 것이 늦어 그렇지 못한 저는 둘을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인지 칼국수를 세번이나 먹었네요. 사진은 쥬스하고 둘이 가서 빈대떡, 만두국, 칼국수해서 막걸리 먹은 저녁이구요. 사진을 보니 나중에 혼자서 두번 갔네요. 



장충체육관에서 국제규모의 태권도 대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에 종주국 한국에서 열린 대회인 모양입니다. 중국친구의 초등학생 딸이 출전을 하였다고 세식구가 내한을 하였습니다. 시합전날에 격려차 저녁을 사주었는데 소화가 잘되는걸 생각하다가 본가 우삼겹집에를 갔습니다. 아이들이 고기가 얇아서 좋아하는 걸 저희집 둘째랑 놀러왔던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알았기 때문이지요. 두터운 생등심 이런거 보다도 본가 우삼겹이 맛있었다고 후일담으로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갈비도 시켜서 먹었습니다. 시합결과는 3회전에서 분루를 삼켰다고 합니다. 그래도 즐거웠다고, 다음 대회도 출전한다고 하네요.


부산에 조문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KTX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선배가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해운대 소고기국밥도 먹고 밀면도 먹고 했을텐데 다음날 일정때문에... 상가집에서 조문객들끼리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 열차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소주가 대선이었습니다. 가끔씩 지방에 가면 참이슬 처음처럼이 아닌 소주를 만나서 서울이 아닌걸 실감하곤 합니다. 저는 새로워서 좋습니다.


혼사가 있어 참석했다가 식사로 부페를 먹었습니다. 식장이 전용식장이나 호텔이 아니라 성당이었습니다. 지하 넓은 홀에 출장부페로 차려놓았는데 메뉴가 참 충실했습니다. 요새 부페를 다니면 다닐수록 음식의 맛도 좋아지고 정갈한게 마음에 듭니다. 부페가 구색만 갖추고 가짓수만 많지 정작 맛이 없다는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밤하고 팥을 넣고 지은 밥에 김치, 잡채, 탕평채, 고추잡채, 전, 육회, 꽃게 튀김, 갈비찜을 가져다가 소주로 반주해서 맛있게 다먹었습니다. 그리고 비빔국수로 입가심을 했지요. 다른 것도 맛있는게 많았는데 배가 불러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함지박사거리에 있는 아무거나 소주방에서 가볍게 한잔을 한 날입니다. 손이 큰 독지가분께서 흔쾌히 저녁을 사시고 부근의 LP 맥주집으로 가서 프리미엄 맥주까지 사주셨습니다. 꾸벅! 마지막 먹은게 벨기에 병맥주인데 와인처럼 담았더라구요. 아무거나 소주방은 무한리필 콩나물국 김치 계란부침이 매력인데 이날 먹은 골뱅이 소면도 메밀국수로 만들은게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생선구이도 시켜서 포식을 했습니다.


큰아이가 방학을 해서 엄마한테 가서 저혼자 남았습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은날 길거리에서 떡볶기를 사먹고 동네에서 가까운 곳으로가 통만두를 샀습니다. 평소에 안마시는 콜라를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동네 공원으로가서 벤치에 앉아 만두를 먹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제 친구중에 술을 엄청 빨리 마시는 이가 있습니다. 저한테는 천천히 마시라고 하지만 따라가다보면 자연히 저도 빨리 마시게 되고 그만큼 더 마시게 되지요. 이날은 약속없이 갑자기 소주나 한잔하자고 정해져서 논현동의 진미평양냉면을 갔는데 불고기에 냉면사리, 만두 한접시를 시켜 순식간에 3병을 마셨습니다. 가게에서 나오면서 '사실 난 돼지고기 수육에 만두한접시 시켜서 소주마시다 냉면먹는 선주후면을 좋아한다' 그랬더니 친구도 '나도 딱 그런데'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엉뚱한 걸 시켰습니다. 물론 맛있게는 먹었지만요.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온 귀한 손님이 계셔서 오랜만에 포스코 하동관으로 갔습니다. 전 이집이 을지로 본점보다 아주 쪼끔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까운데 있는 곳을 찾을만큼 하동관과 수하동은 맛이 균일하지만요. 손님께서 하동관은 처음이라 해서 내포 고기 잔뜩 넣은 특20을 시켰습니다. 손님도 만족 저도 만족. 저녁에 술약속이 있어서 반주로 딱 냉수한컵만 했습니다.


그리운 친구를 찾아 일산에 갔습니다. 배꼽집이라고 양곱창과 평양냉면을 잘한다고 했습니다. 점심에 곰탕을 잔뜩 먹어서 양곰탕은 패스하고 저는 안동국밥을 시켰습니다. 육회를 안주삼아 소주 각일병하고 나와 옆의 난리피자인가 하는데서 피자 두개 시켜서 수제 생맥주 두잔씩 마셨습니다. 발동이 걸린 친구가 집으로 가자고 해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잔뜩 사서 친구집에 가서 형수씨가 차려준 안주로 캔맥주를 삼차로 잔뜩 마시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후배가 정말로 속상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풀리겠지만 당장은 옆에서 보는 제가 답답할 지경입니다. 어떻게 지내? 괜찮아? 전화로 물었더니 아이, 그럼요. 형님 지금 어디세요? 저녁이나 하지요. 그래서 달려갔습니다. 오랜만에 진고개로 갔습니다. 거기 음식은 김치도 달고 소박이도 달고 그런데 옛날에 먹던 맛이라 그냥 그립고 반가운 마음에 맛있었습니다. 유쾌하게 마시며 툴툴털자고 했는데 후배가 더 의연했습니다. 소주두병에 맥주세병을 마시고 부근 생맥주집으로 옮겨 오백짜리 두개씩 마셨습니다. 그가 취한게 형님 형님 하다가 형! 그러면 취한겁니다 ㅎㅎ 지나친 과음은 안했지만 평소 주량보다는 많이 마신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둘이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즐겁게 미래를 이야기하였으니 보람있는 저녁이었습니다.

한식을 많이 먹은 7월이었습니다. 이제 7월도 다가고 8월이 옵니다. 폭염이 좀 살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너무 고생을 해서요.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 더운 계절에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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