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수입과일이 이만큼... 공개 포스팅


과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외국과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계절이 되면 딸기 포도 사과 배 정도를 먹던 한국사람들이 이제는 참으로 다양하게 과일을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위의 사진은 구글에서 과일바구니라는 검색어로 찾은 걸 퍼온 것인데 잘보면 사과나 배도 우리것과는 모양이 다릅니다. 사실 배는 우리나라 배가 달고 시원한게 참 맛이 좋지요. 일본말고는 우리나라처럼 맛있는 배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배 이야기가 아니라 외국과일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과일이 다양해 진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관세청에서 얼마전에 수입 과일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는데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작년에 12억 4천만 달러를 수입했다고 하니 증가추세로 보면 올해는 13억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간 약 1조 5천억원 어치의 과일을 사다 먹은 것 입니다. 육류 수입하는 것도 이 금액을 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위해 수입하는 사료용 곡물은 이 금액의 몇배이니까, 과일을 먹으려고 돈을 쓴다는게 현명한 소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 보도자료에 따라 간단히 소개를 하여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수입품목 부동의 일위는 단연 바나나입니다. 수입금액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사실 바나나는 정말 훌륭한 과일이지요. 향도 좋고 맛도 좋고 끼니도 되고 먹고 건사하는게 간편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땐 바나나라는게 워낙 귀해서 말로만 듣던 전설의 과일로 알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바나나향 풍선껌이 엄청 인기가 좋았습니다. 바나나는 90년대 초반에 수입자유화가 되어서 싼 값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과일값이 폭락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과일들과 균형을 잡았는지 소리소문 없이 일상에 자리를 잡은 것 같네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미국은 여름방학이 6,7,8월 3개월 이상이 되어서 집을 빼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럴때 썸머 코스를 듣느라 임시로 타지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고요. 학생들이 방을 빌려사는 큰 집에서는 이합집산이 일어나는 계절입니다. 저도 썸머를 신청하여 다섯명이 한지붕 밑에서 사는 큰 집에 임시로 들어가 살았습니다. 여학생 셋, 저를 포함하여 남학생 둘이 함께 살았습니다. 그  때 저는 미국여자들이 참 요리를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니 쵸코칩쿠키를 잘 만드는 이, 파이를 잘 굽는 이, 다 한가지씩 시그니처 품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아침시간이 바쁜 학생들은 커피에 바나나, 커피에 머핀 이런 식으로 아침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탁엔 늘 바나나가 다발로 있었지요. 아침에 저녁에 하나씩 떼어 먹을 수 있게 공동으로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남으면 새카맣게 변합니다. 그 때 마사가 그걸 가지고 바나나 머핀이나 바나나 케잌을 구워줬는데 너무나 맛이 좋았습니다. 스테파니는 쵸코칩 쿠키를 잘 구웠고 저는 불고기 갈비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바나나에 검은 점이 피기 시작하면 그 때 생각이 납니다.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수입과일은 오렌지라고 합니다. 18%이니 3천억원 어치쯤 되네요. 오렌지도 옛날엔 언감생심 넘보지 못하던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흔한 과일이 되었습니다. 이 통계가 생과일뿐아니라 농축과즙도 포함한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짐작으로 과즙도 포함된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오렌지는 과일보다는 쥬스로 많이 마시지 않나 싶습니다. 생과일로 먹는 건 오렌지보다는 제주산 밀감이 맛도 좋고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서요. 



3위는 놀랍게도 포도입니다. 포도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봉등 신품종도 많고 약간 신맛은 더해도 향기가 짙은 재래 먹포도들도 많은데 언제부터 칠레산 포도를 이렇게 많이 먹게 되었나 궁금합니다. 하기는 수퍼에 가면 과일코너 입구에 칠레산, 페루산이 늘 수북히 쌓여있긴 합니다만. 저는 어려서 포도를 엄청 좋아했는데 요새는 옛날만큼은 안먹는 것 같습니다. 그대신 와인을 자주 마시니까 '포도 섭취량 일정불변의 법칙'이라도 있어 이의 적용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4위는 체리입니다. 금액대비 12.9%로 3위 포도와 거의 같습니다. 양은 훨씬 적은데 중량대비하여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렇습니다. 체리 맛이 좋지요. 옛날에 우리나라에도 앵두라는게 있어서 시골가면 맛있게 먹곤 했었습니다. 일본엔 사쿠란보(桜ん坊)라고 해서 국내산 체리가 있는데 값이 워낙 비쌉니다. 우리나라도 국내산 체리가 있는 것 같은데 좋은 값으로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5위는 키위입니다. 뉴질랜드의 특산물로 알려진 키위가 사실은 중국에서 건너간지 얼마 안된 아시아의 과일이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참다래라는 이름으로 재배되는게 맛도 좋고 품질도 좋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토종다래를 검색해보니 모양이 키위와 흡사합니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청산별곡에 '청산에 살어리 랐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라는 대목이 있지요. 작가가 은근히 미식가였나 봅니다.



6위는 키위와 역전된 파인애플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도 파인애플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병원에 입원이나 해야지 먹을 수 있는게 과일 통조림이었습니다. 황도 백도 국산 복숭아 통조림도 귀했는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파인애플 통조림은 귀하기가 이를데 없었지요. 저는 워낙 병약해서 병원에 입원도 하고 병상에 누워있기를 자주해서 몇 번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생과일로 먹어보니 달기가 설탕시럽에 재운 통조림만 못해서 처음엔 약간 실망도 하였지요. 지금은 물론 생과일이 맛있고 통조림은 달아서 먹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일본도 80년대 중반에 가서야 파인애플이 수입자유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유학하던 시절인데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자유화가 되자 곧 편의점에서 100엔짜리 파인애플 쥬스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얼마동안 거의 매일 하나씩 사서 마셨습니다. 지금도 출장가서 호텔에서 아침 먹을 때 파인애플 쥬스가 있으면 그레이프프루트쥬스 오렌지쥬스 놔두고 그걸 마십니다. 어린애 입맛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맛있으니까요.



7위는 망고입니다. 망고만큼 빨리 우리생활에 파고든 과일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망고쥬스, 망고 스무디, 망고빙수 참 다양합니다. 열대과일 가운데 맛으로 따지자면 인기 단연 1위가 아닐까 합니다. 대만에 가면 망고빙수가 맛있고, 홍콩에 가서 딤섬을 하면 디저트로 망고푸딩을 시켜 마무리를 짓고,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본바닥 열대지방에서도 인기가 있는 이 과일은 노란놈 빨간놈 등 모양과 품종이 참 다양한데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다 맛이 좋다는 것이지요.


8위는 레몬입니다. 7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가수 피터폴앤메리의 노래가운데 Lemon Tree 라는 곡이 있지요. Lemon tree, very pretty, and the lemon flower is sweet But the fruit of the poor lemon is impossible to eat... 레몬트리는 보기에도 예쁘고 꽃향기도 달콤한데 불행히도 과일은 먹을수가 없네... 사랑이란 달콤한 것 같애도 아픈 상처를 받는 것이라는 교훈을 노래하느라 레몬을 예로 든 곡입니다. 그러니까 레몬은 과일로 수입을 해도 그냥 먹는게 아니라 케잌을 만들고 칵테일에 사용하고 생선구이에 뿌리고 하는데에 사용하는데 수입금액이 350억원 가량이 되네요.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레몬 수입액은 더 늘어나겠지요. 레몬 수입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9위는 그레이프프루트입니다. 이것도 소리소문없이 많이 팔리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엔 자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이게 몸에 그렇게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인기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에서 아침에 쥬스를 마실때 저는 이걸 마시면 뭔가 좀 어른스럽고 오렌지쥬스를 마시면 그 다음, 파인애플 쥬스를 마시면 어린애 입맛이라는 저혼자만의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10위는 아보카도 입니다. 이게 아마 올해 말이 되면 9위나 8위로 올라서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10년동안에 수입금액으로 1000% 이상 늘어난 품목이라고 합니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항암에 노화방지에 좋다는 효능은 다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맛까지 좋으니 인기가 치솟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희집 식구들도 다 좋아해서 그냥도 먹고 과카몰레도 자주 해서 먹고 합니다. 

이런 과일 저런 과일 많이 먹고 건강한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쓰다보니 어려서 자주먹던 말랑말랑한 홍시, 깎아서 먹던 아삭아삭한 단감한테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감이 생활에서 멀어져 간게 섭섭한 밤입니다... 잠이 안오는 출장지에서 올리는 글이었습니다. 류현진의 호투를 기대합니다. 


과일과 한과 그리고 마카롱... 공개 포스팅



요며칠 사이에 나는 과일을 좋아하는 편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과일을 싫어한다고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저 과일도 좋아하는 편이겠거니 여기고 지내왔는데 문득 회의가 들었습니다. 떨어져 사는 커피여사가 늘 전화로 얘기하는 내용중에 하나가  '과일 많이 드세요'입니다. 야채많이 먹어라, 외식 많이 하니 집에서라도 짜게 먹지말고 싱겁게 먹어라 등과 함께 수화기 저편에서 건너오는 권유사항 가운데 하나이지요. 며칠전에는 과일 이야기가 나와서 자랑스럽게 응, 추석 차례를 지내고 남은 배와 사과가 있어서 오늘도 깎아 먹었어요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내 손으로 과일을 사서 매끼 깎아먹을 만큼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흘러간 요 얼마간의 과거를 리와인드해서 플레이백 해보니 커피여사가 서울에 와서 수퍼에 장을 보러가면 과일을 많이 사고, 쥬스하고 둘이 장을 보러가도 카트에 과일을 담는 건 쥬스였습니다. 저는 본가에 살 때 식사후에는 반드시 과일을 먹었는데 그건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의례 그런 건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혼자 살면서 과일이 부족한 생활을 하다가 그게 습관이 된 모양입니다. 아니, 좋아했으면 혼자서라도 과일을 꾸준히 먹었을 거라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잦은 출장이라 호텔 생활도 꽤 되는데, 단골 호텔이거나 상대방 쪽에서 마련해주는 숙소인 경우 체크인 해보면 웰컴 배스킷이라고 과일바구니나 과일접시가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걸 맛있게 다 먹은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반성을 크게 하였습니다. 같이 사는 쥬스를 위해서라도 더욱 많이 과일을 집에다 마련해놓고 먹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추석에 차례를 지낸 사진입니다. 형님이 결혼하신 뒤에 형수님과 종교문제로 갈등이 좀 있어서 몇 년전부터 제사를 주로 차남인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송편 차례라서 제수를 간단히 마련하였는데 저의 판단으로 몇가지 변화가 있었으니 과일을 괴는 방법이 그 하나입니다. 사과와 배를 위를 칼로 살짝 깎아서 괴곤 했는데 요새처럼 제사보러 오시는 분들이 별로 없으면 금방 상해버립니다. 그래서 그냥 올리고 천천히 먹기로 하였지요.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싸드려도 음식이 아무래도 남습니다. 

조율이시라고해서 기왕에 괴는 것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순으로 올리는데 배 옆에 반드시 사과를 놓습니다. 제사가 끝나면 사과 배는 그냥 먹으면 되고, 대추는 대추차를 만들어 마시고, 밤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가끔씩 밥할때 넣어 밤밥을 해먹곤 합니다. 그런데 곶감은 잘 안먹게 됩니다. 그래서 수정과를 만드는 법을 찾아서 다음부턴 수정과를 해먹어 볼까 합니다. 

결혼을 하고나서 처가 제사를 참례하면서 느낀게 참 집안마다 풍습이 많이 다르구나하는 점 이었습니다. 처가에서는 딸기도 올리고 참외도 올리고 오렌지도 올리고 그러더군요. 몇 년 전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은 과일을 조상님께 올리는게 뭐가 그릇된 일이랴 싶었습니다. 조율이시에 사과가 안들어 있는 건 옛날엔 사과가 제사상에 안올랐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능금이라고 해서 딱딱한 재래종은 맛이 없었고 개량된 사과가 한반도에 들어온 역사가 짧았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을 바꿔먹어서 장보러 가서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은 뭐든 기분에 따라 제사상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저희집 제사에도 포도, 딸기 등을 올렸더군요. 앞으론 제사에 참례한 사람들이 잘먹는다면 망고든 키위든 올려보려구요. 

과일을 이렇게 편하게 대하다 보니 생각이 한과에까지 미쳤습니다. 약과라고 부르는 유밀과 말입니다. 이게 어려선 참 맛이 좋았는데 요새는 영 입에 잘 안갑니다. 구색을 맞추느라 사다보니 생산자도 수상하고 맛도 별로입니다. 산자라고 불리는 강정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서는 이걸 정성들여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맛이 좋았지요. 그런데 이것도 요샌 구색맞추기로 젯상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제사부터는 인터넷을 뒤져서 좀 비싸더라도 믿을만 하고 맛있는 한과를 사서 올리고 제사가 끝난 뒤 모두가 맛있게 먹던가, 그런 걸 찾기가 힘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유밀과 대신에 마카롱을 올리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맛있는 케잌이나 파이를 산자대신에 올리는 것도 생각해봤지요. 인터넷에서 맛있는 한과를 찾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평소에도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추석에 조상님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게이야기(2): 바다는 넓고 게는 많고 공개 포스팅


넓고 넓은 바다안에 게가 지천으로 널렸으니 걱정말고 실컷 잡아먹자는 제목이 아닙니다. 꾸준히 늘어나는 세계인구의 타겟이 되면 버텨낼 수산자원은 없습니다. 국가간 협약으로 규제를 하고 남획을 막지않으면 거의 모든 해산물이 고갈되고 만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 제목은 바다가 바뀌면 게 종류도 바뀌어서 참 사람들이 먹는 게종류가 많구나, 하는 뜻입니다. 

오늘은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 이런저런 게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외국의 게를 소개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이런저런거 많이 먹어봤어요, 자랑으로 빠지는 것도 같고 따라서 염장성 사진도 많이 나옵니다. 미리 양해바랍니다. 아래는 이전부터 제가 좋아하던 디스커버리 채널의 Deadliest Catch 프로그램 광고 포스터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베링해에서 바다사나이들이 악천후와 싸우며 게를 잡는 이야기입니다. 몰아치는 비바람, 높은 파도에 굴하지않고 제목 그대로 목숨을 건 사투입니다. 시청률이 높고 인기가 좋은지 이 프로그램은 십몇년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어부들이 고맙고 그래서 평소 먹던 게가 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베링해는 미국의 알라스카와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두나라 모두 열심히 조업을 하는 곳입니다. 캄차카 반도 안쪽에서 사할린까지는 오오츠크해입니다. 이곳은 러시아의 독무대입니다. 우리나라도 여기서 명태같은 걸 잡으려고 조업을 하려면 러시아정부에 돈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럼 오늘의 게이야기를 사할린에서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몇년전 사할린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정부의 초청이라 대접이 융성했습니다. 싱싱한 해산물이 끼마다 나왔습니다. 생선회도 모양있게 나옵니다. 러시아는 레스토랑에 가면 연어도 장미꽃 모양으로 말아서 내기도 하고 데코레이션이 우리네와는 좀 다릅니다. 그냥 껍질을 벗겨서 나온 싱싱한 성게알도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게가... 제일 놀란 건 삶은 게를 정성스레 발라서 모아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풍성하게 게살을 발라놓은 건 처음 보았습니다. 운좋게도(!) 제 테이블에는 게를 못드시는 외국손님들이 계셔서 눈치안보고 정말 실컷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껍질있는 갑각류가 맛은 좋은데 붙들고 파먹고 이러는게 번거롭고 귀찮아서 별로라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랍스터는 나름 까기가 단순하고 새우도 나름 잘 까지니까 그런데 실제로 게는 그다지 쉽지가 않지요. 집게, 가위, 후비개, 때로는 망치까지 동원이 됩니다. 그런데 이 테이블에선 그냥 포크로 집어다가 입에 넣기만 하면 되었으니 잠시 낙원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베링해 쪽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게 주로 킹그랩입니다. 데드리스트 캐치에서 보니 주로 잡는게 킹크랩이고 우리나라 영덕 울진에서 유명한 대게도 잡더군요. 킹그랩은 우리나라에서 안나는 거라 찾아보니 왕게라고 번역을 해놓았군요. 제가 몇 년전에, 지금 보니 블로그 시작한 다음해이니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만, 업무때문에 일년에 걸쳐 오가며 시애틀에 머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킹크랩을 자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식당에 가면 아래처럼 들고나와 선을 보입니다. 그리고 잠시 뒤면 그 아래처럼 되어서 상에 오릅니다...


영덕 울진에서 유명한 대게는 일본에서도 많이 먹습니다. 일본에 가시는 분들이 많고 일본가면 해산물 드실 기회가 많아서 게 이름을 일본말로도 소개합니다.킹크랩은 일본말로 다라바가니(たらばガニ), 대게는 즈와이가니(ズワイガニ)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 꽃게는 일본어로는 와타리가니(渡り蟹)라고 합니다. 이게가 수영을 잘해서, 와타리가니는 움직여다니는 게라는 뜻의 의미입니다. 이번에 찾아보니 우리말로 꽃게는 꽃에서 온 것이아니라 곶(串)에서 나는 게, 곶게에서 변한 말이라고 하네요. 납득이 갑니다. 아래는 이곳저곳에서 먹은 다라바가니, 즈와이가니, 그리고 털게(게가니:毛ガニ)사진입니다.



털게는 영어로는 horse hair crab이라고 한다는데 위키에서는 우리말로는 왕밤송이게로 링크가 됩니다. 찾아보니 왕밤송이게는 아래쪽 난류에서도 사는 게이고,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게가니 즉 털게는 한류에서 나서 한반도에서는 북한지역에서 많이 잡힌다고 하네요. 북한에서는 포장 가공 기술이 부족해서 생으로 중국으로 싼 값에 넘기고, 그게 가공을 거쳐 비싼 값으로 일본 한국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남북교류가 원활히 진행되면 좋아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맛있는 털게도 좋은 값에 직접 남으로 올 수 있을테니 남북윈윈입니다.

아래는 중국에서 먹은 게입니다. 유명한 샹하이크랩 사진을 찾으려고 했는데 마땅한게 없는데 쪄놓은 모양이 비슷한게 폴더에 있네요. 중국에서 따짜시에(大閘蟹), 일본어로 샹하이가니라고 불리는 이 게는 아래 사진의 게보다 훨씬 작습니다. 아래 세번째 사진(파란 테두리 사진은 위키, 구글에서 퍼온 것)이 그것인데 한 때는 가을에 철이 되면 이걸 먹는게 홍콩, 대만, 일본 등에서 붐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때 비행기안에서 샹하이크랩 여러마리가 한 승객의 핸드캐리 가방에서 기어나와 작은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하고 제철 게를 먹으려고 상하이에서 살아있는 게를 끈으로 묶어 신문지에 말아 가져왔는데 느슨했던 모양입니다(그때는 검역이 널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중국이 잘 살게 되면서 이 게의 수요가 엄청 늘어났고 상하이 부근의 양청호(阳澄湖)라는 호수에서 나는 것이 인기가 높은데, 요새는 어디에서 나온 것이든 항생물질, 소독물질, 성장호르몬 등이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저도 안먹은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이 게가 영어로는 mitten crab 이라고도 한다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참게였습니다. 민물에서도 살고 바닷물과 만나는 갯벌에서도 사는데 어려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게장하면 이 참게로 담근 걸 말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잘 보이지가 않네요.
 

아래는 싱가포르 칠리크랩입니다.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하지요. 자꾸 옛날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만, 옛날엔 풍골이라는 곳에 칠리크랩을 비롯한 시푸드 식당이 즐비해서 가격이 정말 쌌습니다. 싱가포르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허름한 시골로 주변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곳이었습니다. 언젠가 이스트 코스트 하이웨이로 이전하더니 설비나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정비되었는데 가격은 올랐습니다. 물론 싱가포르 칠리크랩은 시내의 웬만한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다 취급합니다. 아래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인도네시아에서 먹은 게요리인데 맛이랑 조리법은 싱가포를 칠리크랩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타이의 푸팟퐁 커리라는 게요리가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요리에 사용하는 게는 우리나라의 꽃게와 비슷한 종류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닷물이 다르고 먹고 사는 먹이가 다르니 맛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각 나라에 나가 계신 교포 분들이 같은 레시피로 현지의 게로 간장게장, 양념게장을 담가서 한국으로 가져와 맛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여보았습니다.


아래는 홍콩에서 먹은 마늘게인데 마늘과 떠우츠(豆豉)로 양념을 한 것 입니다. 이건 이것대로 맛이 아주 좋습니다. 게를 미리 식탁에 가져와 선을 보이는 비포앤 애프터 식으로 서빙합니다. 싱가포르에 칠리크랩말고 페퍼크랩이라고 후추를 베이스로한 게요리도 있는데(사진없음) 이것도 맛이 좋습니다.


게요리가 맛있는데 손이 번거롭다, 이런 손님들을 위해서 정성스레 손질을 하여 내놓는 레스토랑이 일본에 있습니다. 도쿄 롯본기에 있는 가니세리나(かに瀬里奈)라는 레스토랑인데 소고기 스테이크도 유명하지만 상호에서 보이듯 '가니샤부'가 유명합니다. 뭇사람들이(라고 해도 회사 간부나 부동산, 주식하는 사람) 이런 집을 돈카츠집 가듯 드나들던 거품경기 시절엔 번창했는데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술좀 곁들여 코스로 먹으면 일인당 2만엔 정도 나오는 집입니다. 저의 일본가면 가고싶은 집 리스트에서 빠진지 오래입니다. 게임개발해서 대박난 친구가 있거나, 본인이 적당한 금액의 로또를 맞았거나, 아니면 부모님 모시고 일본으로 효도여행 가는데 경비는 부모님이 내주신다는, 뭐 그런 분들은 편하게 가실만한 곳입니다.



게를 먹자면 손이 번거롭기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소프트셸 크랩이 인기입니다. soft shell crab은 게 종류가 아니라 탈피한지 얼마 안되어 껍질이 부드러운 게의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그걸 그대로 튀기거나 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그대로 씹어먹을 수가 있습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린즈의 요리가 유명합니다. 미국에서 게요리에서 소프트셸크랩을 사용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고 하네요. 뉴올린즈의 케이쥰 레스토랑에서 잠발라야와 함께 나온 게요리입니다.  


미국 이야기가 나온 김에 플로리다에서 유명한 스톤 크랩을 소개합니다. stone crab이라고해서 집게가 기형적으로 큰 게인데 잡아서 다리를 떼어내고 다시 바다에 넣으면 다리가 다시 나온다고 합니다. 두 집게다리를 다 떼어내면 새다리가 나올 때까지 굶어죽으므로 한쪽 발만 떼어낸답니다. 처음에 참 잔인하다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잡아서 다 먹어버리는 것 보다 그편이 더 나은것도 같습니다. 죽이지는 않으니까요. 삶은 뒤 망치로 두들겨 나온 걸 쏙쏙 꺼내어 먹기도 편합니다. 


이 포스팅의 대문으로 올린 맨위의 사진은 양념게장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해안 꽃게로 담근 게장이 너무 맛이 좋은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게 이야기(1): 저녁시간대의 간장게장 공개 포스팅


먹음직스럽게 알이 꽉찬 간장게장이 커다란 접시에 풍성하게 담겨서 나오면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서 먹었던 사진입니다. 이 곳은 꽤 오래전부터 한국식 게장맛을 알아버린 일본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오는 부작용으로 가게마다 내세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끼리 칼부림 사건마저 있었던 입니다. 이 곳이 최근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으니 '밤 11시가 되니 썰렁하더라'는 한 일간지의 기사 때문이었지요. 기사의 대문으로 실은 사진은 인적이 끊겨 한적한 모습의 이 골목 풍경이었는데 그건 또 새벽 3시에 찍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는 ㅍㄹ간장게장이라는 집을 곧잘 다니곤 했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얼핏 든 생각은 '어? 여기가 저녁먹으러 가는 곳이지, 뭘 먹으려고 심야에 가지?' 기사는 52시간 제도가 나빠요, 경기가 나빠요를 쓰려고 의도한 글이었는데 한번만 휙하고 읽어도 여러면에서 내용상 논리상 무리가 많았던 기사였습니다. 읽고나서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 기사에 불쾌했던 사람들이 많았는지 언라인 상에서 엄청 까이더군요. 언라인 이곳 저곳에서 나온 글들을 보니 분노를 과격하게 표출한 내용도 있고, 조목조목 팩트를 들어 반박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더이상 기자라는게 소속한 기관의 권위에 기대어 적당히 해먹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로구나 싶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이 기사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냥 그 기사를 보고나서 '그러고보니 거기가서 간장게장 먹어본 지 오래됐네, 아니 어디선가 간장게장을 먹어본 지도 몇 달이 지났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전화기안의 사진폴더를 뒤지다 블로그에 게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마음먹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도 게장을 참 좋아합니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모두 좋아합니다. 가끔씩 한정식집이나 이런데 가면 반찬으로 게장이 나오곤 합니다. 학습효과라고 해야 할까 뭐라 불러야 할까 잘 모르겠는데 저는 이런 게장에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비린 경우를 몇번 경험했기 때문이지요. 비린 게장을 먹고나면 밥맛이 떨어져서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까지 달아납니다. 그러다보니 게장은 게장전문점에서만 먹게 되었습니다. 하기야 육회, 간, 천엽같은 생고기도 믿을만한 식당에서, 고등어회같은 등푸른 생선도 믿고찾는 집에서만 먹는게 안전하긴 합니다.     

아무튼 아래 사진을 보아주세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비주얼입니다. 언제 가도 맛있게 알이 꽉찬 모습으로 담겨 나오는 게장은 나트륨과 탄수화물의 과다섭취 이런 걱정을 잠시 잊게 합니다. 이게 물어보니 요새는 냉동기술이 좋아서 꽃게를 잡는데에는 제 철이 있지만 손님에게 내는 데에는 딱 제 철이 없이 일년내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 꽃게철이 되면 해경이 고생을 하지요. 중국어선의 불법어로를 막느라고요. 한국, 북한, 중국이 엉켜서 NLL도 게 이야기에 덩달아 화제에 오르곤 합니다.    


이 ㅍㄹ간장게장집은 반찬이 간단합니다. 그대신 깔끔합니다. 미역쌈, 양배추쌈은 변하지 않고 나옵니다. 지금은 가격이 올라서 두마리에 8만7천원 하네요. 둘이 가서 소주먹고 맥주한잔 하고 그러면 십만원이니 일인당 5만원정도 입니다. 양식당가거나 일식집 가거나 또는 중식당가서 코스로 먹는거 생각하면 그러려니 납득이 안가는 건 아닌데, 게장으로 밥먹고 5만원 그러면 비싼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게장이 밥반찬으로는 좋은데 술안주로 썩 어울리는 음식은 아닙니다. 이집도 그렇고 그 골목 게장집이 다 그런데 아구찜도 전문으로 합니다. 그래서 여럿이 갔을때 아구찜을 하나 시켜서 같이 먹으면 술안주로도 좋고 가격도 게장보다는 쌉니다. 


회사가 신사동에 있었을 땐 아무래도 지금보단 자주 가고 외국에서 손님이 와도 모시고 가면 다들(주로 일본손님) 만족해 해서 신사동 게장골목을 찾곤 했는데 이젠 가본지 꽤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맛있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래 사진 설명입니다. 얼마전 모임이 있어 마포에 있는 소정원이라는 한식집을 갔는데 그 집이 간장게장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보리굴비하고 간장게장이 이런저런 한식코스 마지막에 밥과 함께 나왔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여러가지 음식이 나온 뒤에 나온 게장이라서 게딱지가 당연히 사람수보다 모자랐는데 젊은이들이 연장자에게 양보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저에게도 차례가 돌아와서 하나를 받아 맛있게 밥을 넣고 비벼먹었습니다. 맛있어서 좋은 느낌과 나도 이제 이런 나이로구나를 실감하는 복잡한 심경이 잠시 교차하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오늘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집입니다. 마포에 있는 진미식당이라는 집인데요. 맛있고 가격도 신사동에 비해 저렴합니다. 요새는 그래서 주로 이리 다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짐작되는게 미슐랭인가에도 소개되고 워낙 블로그에도 많이 다뤄진 집이더라구요. 아래가 담겨져 나온 게장모습입니다. 

언제가도 한결같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집의 좋은 점은 반찬이 여러가지 나오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성의가 들어가서 맛이 좋다는 겁니다. 각종 나물에서 오래된 김치까지 다 입맛에 맞습니다. 시원한 김치국도 따라 나와서 따로 다른 거 주문안하고도 술안주가 풍성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해서 밥이 맛이 좋습니다. 여러번 가서 늘 그랬으니 틀림없이 밥짓는데 신경을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요즘 게장집은 대개 일회용 비닐장갑을 줍니다. 왼손에 장갑을 끼고 게다리를 들어 게장을 맛있게 먹고나면 클라이막스! 게딱지가 남습니다. 이걸 먼저 먹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자유고 저는 나중에 먹습니다. 밥을 넣어 비벼먹는 즐거움을 남기려구요. 밥을 두어숟갈 떠서 넣고 간장국물도 살짝 더해서 밥알이 넘쳐나오지 않도록 조심조심 비벼서 먹는 그맛이란!
 

양념게장도 맛이 대단히 좋아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옛날에 집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신 게장이 지금 생각해보니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의 중간형태였던 것 같습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파, 고추가루 등 각종 양념이 버무려져 있던 기억이 납니다. 형제들이 다 좋아해서 철이 되면 자주 먹었던 것 같은데(기억이란게 애매해서 진짜 자주였는지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그 땐 뾰족뾰족하고 딱딱한 꽃게를 다루느라 어머니가 손을 찔리지는 않으셨는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그런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맛있어, 맛있어 그러고들 먹었습니다.

아래는 어여쁜 양념게장의 모습입니다. 옛날에 대학원에 있을 때 학교앞에 기사식당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기사식당이라는게 있어서 택시기사들이 차를 대고 점심을 먹고 간단히 세차도 하고 가고 그런 곳들이 서울 한복판에도 많았습니다. 지금같은 주차난 시대엔 생각하기 힘든 업태입니다. 장소에 따라서는 식당안하고 그 자리에서 주차장만 해도 그 돈 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그때 그 기사식당이라는 곳의 메뉴가 제육볶음 백반, 소고기볶음 백반, 송이볶음 백반, 양념게장 백반, 이렇게 4가지였습니다. 값은 다 일률적으로 6백원이었는데 짜장면이 350원 하고 담배 거북선이 250원 하던 시절이니 지금 물가로 8,9천원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그래서 점심때 동료들하고 기사식당에 거의 매일 갔는데, 넷이 가면 4가지 다, 셋이 가면 제육, 소고기, 게장, 둘이 가면 제육하고 게장 이렇게 시켜먹곤 했습니다. 그 때 먹었던 양념게장이 참 풍성하고 맛이 좋아 잊을 수가 없네요. 요새 맛있는 양념게장 백반을 만원에 파는 곳이 있다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이 먹음직스러운 양념게장은 한국이 아니라 LA에 있는 곳 입니다. BCD라고 유명한 순두부집인데 콤보라고 해서 순두부에 제육, 갈비, 양념게장 등을 붙일 수가 있습니다. 순두부 단품과 비교해서 가격으로 따지면 콤보에 나오는 게장가격이 10불 정도 됩니다. 점심때 가면 조금 더 싸구요. 저는 언제나 혼자가면 양념게장 콤보를 주문하고 둘이 가면 갈비, 게장 셋이 가면 게장, 갈비, 제육 이렇게 시킵니다. 저희 식구들이 갔을 땐 게장 두개에 제육, 갈비 이렇게 시켰드랬습니다ㅎㅎㅎ 아래는 저희집 쥬스가 카메라 인물모드로 배경의 제육과 순두부를 날리고 게장에 포커스를 맞춰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는 양념게장만 너무 치켜세운 것 같지만 순두부 돼지불고기 갈비도 다 제 몫을 한다는 의미에서 한장씩 올린 사진입니다.


제가 아는한 우리나라말고 게를 생으로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 먹는 요리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게장은 정말 맛있는 음식입니다. 나트륨 이런 걸로 흠잡자고 들면 외국의 명물 음식도 한도 끝도 없이 파낼 수 있으니 넘어갑니다. 다음번에는 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외국의 게요리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올해도 송이가 나오겠지요... 밥과술 블로그 500번째 글 공개 포스팅


2008년 가을 이 블로그에 처음 올린 포스팅입니다. 벌써 10년이 되어갑니다. 다들 블로그를 한다던 시절이라 저도 계정을 하나 만들어 놓아야지 하고 만든게 '밥과술' 블로그입니다. 이글루스로 정하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떠돌아 다니는 글을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보니 이글루스라는데 쓴 것이었습니다. 들어가보니 재밌는 글들이 여럿 있어서 이글루스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아서 그걸로 정한 거지요. 블로그를 개설한 기념으로 짧은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위의 사진이 그것입니다. 

그 땐 태그가 뭔지, 밸리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는데 물어볼 데도 없었습니다. 주변에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몰래 했기 때문이지요. 글 하나를 올리고 잊어버리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2009년 7월에 문득 두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유럽에 출장을 다녀와서인데 내 스스로가 소주중독자라는걸 알고 재미있어서 어디에다가 기록으로 남겨야지 싶어서 쓴 글 입니다. 덧글이 하나 달렸는데 답글을 단다는 것도 몰라서 1년이 지나서야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또 일년이 지나서 덧글이 하나 더 달려서 도합 덧글 2, 답글 1가 남아있군요.



그리고 네달이 지난 2009년 11월에 하나 올리고, 다음달인 2009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네요. 일년에 50개 넘게 새 글을 올렸으니 평균 일주일에 하나꼴로 쓴 셈이네요. 부지런히 블로깅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저 스스로는 일하면서 틈틈히 올리는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많은 분들하고 소통할 기회를 얻어서 즐겁기도 하였습니다. 2012년 7월에 200번째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생선구이의 추억'은 올렸을때 처음으로 덧글이 100개가 넘은 글이라 200번째 포스팅에 기념으로 다시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2014년 6월에 300번째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거기에도 썼지만 블로그를 하게된건 제가 너무나 힘들어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유체이탈이라는 신비한 경험을 하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고 온몸을 짓누르던 문제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시원하게 숨을 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유체이탈이니 돌아가신 어머님을 만나느니 이런게 안믿는 사람들에겐 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거라서 굳이 글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참 대단히 소중하고 고마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이후 블로그를 하게 되었다는 걸 300번째 포스팅에서 밝혀놓았군요.   



2016년 3월에 400번째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써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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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가 제가 수행해야할 일상업무의 양을 본다면 블로그를 할 시간도 아까운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건 아마 주변에서 아직 제가 블로그하는 걸 모르기 때문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알고난 뒤 그렇게 말한다면 전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돌이켜보면 업무가 산더미같이 쌓여있어 엄두가 안날 때, 답답할 때 이럴때 올린 포스팅이 많습니다. 그러면 기분전환이 되어서 다시 업무로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사람사귀는 거 좋아하고, 또 말하는 거 좋아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먹는 것도 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오덕경향도 있고해서 먹는 쪽으로 이런저런 책도 많이 사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나라 책을 읽다보니 새로운 시각에서 사물을 보게되는 적도 있고 또 남들하고 공유하고 싶은 사실도 이것저것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밥먹을 때면 나혼자 수다스러웠던게 아니었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운운. 블로그를 시작하기전까지는 말이지요.

우연히 밥과술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덧글을 달아주시고 하면서 소통의 갈증에 목을 축인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식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내용이긴 하여도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에서도 작은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소중한 인연도 여럿 생겨났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마음먹은 것 가운데 하나가 글을 잘쓰려는 생각을 버리자였습니다. 아름다운 문장, 맛깔난 글 등등 이런 거 다 신경쓰지말고 그냥 얘기하듯 쉽게쓰려고 작정했지요. 눈 앞에 있는 이와 대화하듯 쉽고 편하게 이야기하듯, 그러니까 글을 잘쓰려고 노력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나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글쓰는게 편해서 좋았습니다. 올리고나서 보면 처음엔 고치고 싶은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블로그란게 이런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다보니 임시저장에 쌓인 글도 많습니다. 벌써 90개 가까이 됩니다. 여기서 밥과술 블로그의 내막을 하나 공개하지요. 제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해외출장이 대단히 잦은 편입니다. 블로그에서 일일이 밝히지 않을 뿐 나가 있는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나 호텔에서 잠이 잘안올때 글을 많이 올립니다. 그러니까 써놓은 시점과 올리는 시각이 다를 때가 많지요. 출장때 생기는 짜투리시간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포스팅을 올릴 수도 있을텐데 일주일에 한개 페이스로 고정된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사진입니다. 어쩌다 간단한 편집이라도 해서 올리다 보면 글쓰는 것보다 사진 골라서 올리는게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2018년 9월 7일, 오늘로 500번째 포스팅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로 보아서는 최근 들어 좀 늦어져서 일년에 50개를 채우지 못하였습니다. 블로그라는 매개가 옛날만큼 활발하지 못하여 좀 시들해 진 탓도 있을 것이고 제가 생업에 더 바빠진 이유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잊어주시지 않고 늘 찾아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시간나는 대로 글을 올릴 작정입니다. 그리고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그동안 변변찮은 글인데도 여러군데에서 출판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분에 넘치는 제안임에도 그동안에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틈틈히 올린 조각글을 책으로 엮으려면 수정과 가필을 해야 할 터인데 막상 의욕이 생기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할텐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오랜동안 밥과술이라는 익명으로 소통하다가 사실은 내가 누구요 하고 신분을 밝히는 것도 좀 주저하게 되었구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연이 닿은 건지 때가 된 건지, 출판하자는 오퍼를 몇달전에 받아들이기로 하였었습니다. 영어에 When it rains, it pours 라는 말이 있는데 책을 내기로 맘을 먹고나니 연달아 세 권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일본 음식에 대한 이야기, 나의 반백년 음식일기 그리고 또 하나의 특정한 주제로 음식을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린 옛날 글을 비공개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쓰는 글도 모두 공개로 하다가 일년이 지나면 비공개로 돌리게 됩니다. 지금 열려있는 글은 모두 일년이내의 것들 입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내년부터(제가 바쁘면 더 늘어질지도요) 제 실명과 함께 연달아 나올 책들을 많이 읽어주시길 미리 부탁드립니다~

   

올해 추석연휴에도 성묘를 가려고 합니다. 올해도 송이가 나오겠지요. 고향에서 조상님께 감사하며 송이를 맛보려고 합니다. 밥과술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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