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국제규격: 한식이야기(5) 우리나라 이야기

사진은 2001년에 발행된 '김치우표'입니다. 2001년은 '우리나라의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등록 된 해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치'라고 표현한 것은 당시 일본의 기무치(kimuchi)와 우리나라의 김치(kimchi)가 규격을 놓고 싸워다가 우리가 이겨서 김치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 '쾌거'라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그당시는 관심이 없던터라, 일본이 얼마나 진지하게, 혹은 집요하게 '기무치'를 코덱스에 등록하려고 노력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쾌거라니 그런가 보다하고 안도하며 당시에 우리의 김치를 등록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분들의 노고에 진솔하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10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는지, 몇몇 기사나 블로그에는 위의 우표가 한국의 김치가 등록된 것을 기념하여 출시된 우표라고 소개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우표가 발행된 것은 2001년 6월이고, 김치가 인정받아 등록된 것은 2001년 7월 코덱스 회의 였습니다. 그러니까 우표발행이 더 앞선 겁니다. 그리고 우표발행을 계획하고 디자인하고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훨씬 전부터 준비되었다고 봐야겠지요. 그렇게 미리 준비를 하고, 마침 우표가 나온 것은 6월...김치를 국제식품규격에 등록하기 바로 한 달전에 나왔다는 것은 농수산부와 정보통신부(당시의 명칭은 불확실)등 행정부처 간의 협력과 지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은 우리의 김치가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기구, CODEX에 국제식품규격으로 등록된 내용을 소개하는 포스팅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를 국제기구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기준을 세워 표준을 정했는가를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까요. 재미만 있는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맛없는 김치'의 현주소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은  학술논문도 아니고 해서, 그냥 읽기 편하게 대충 번역하였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하여, 영어 원문은 다 싣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읽으시고 싶은 분은 발췌 번역한 보라색하고, 제 코멘트인 검정색만 읽으시면 되고요. 좀 시간이 나시는 분은파란색 영어 도 함께 읽으시면 됩니다. 아주 시간 널널한 분은 번역을 생략한 오렌지색 부분의 영어도 읽으시면 재미있습니다. 그러면 소개합니다.  

CODEX STANDARD FOR KIMCHI

(CODEX STAN 223-2001) 

김치의 코넥스 규격, 그리고 그 등록 번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래가 설명입니다. 

1 SCOPE 
스코프


This Standard applies to the product known as kimchi, as defined in Section 2 below, which is 
prepared with Chinese cabbage as a predominant ingredient and other vegetables which have been trimmed, 
cut, salted and seasoned before fermentation.


배추(차이니즈 캐비지)를 주 원료로 하여, 껍질을 벗기거나, 자르거나 하고 절이고 양념을 한 뒤 발효를 시킨, 일명 김치라고 불리는, 제품에 대한 규격을 말 함.
 

2 DESCRIPTION 

2.1 PRODUCT DEFINITION 
제품의 정의

 Kimchi is the product: 김치란 아래와 같은 제품이다:

(a) prepared from varieties of Chinese cabbage, Brassica pekinensis Rupr.; such Chinese cabbages 
shall be free from significant defects, and trimmed to remove inedible parts, salted, washed with 
fresh water, and drained to remove excess water; they may or may not be cut into suitable sized 
pieces/parts; 

(a) 여러가지 배추(차이니즈 캐비지, 학명 어쩌구저쩌구)에서 상한 부분이나 못 먹는 부분을 쳐 내고, 절인 뒤에, 깨끗한 물로 씻은 다음, 과도한 수분을 빼어내고, 적당한 크기나 부위로 자르거나 그대로 놔둔 채로,

겉잎이나 시래기가 될 부분은 벗겨서 떼어낸다...이런 걸 다 친절하게 적어 놓았군요. 불량식품업자 방지책인가 싶기도 합니다. 

(b) processed with seasoning mixture mainly consisting of red pepper (Capsicum annuum L.) 
powder, garlic, ginger, edible Allium varieties other than garlic, and radish. These ingredients 
may be chopped, sliced and broken into pieces; and 

빨간 고추가루, 마늘, 생강, 파(부추, 양파 등), 무 등으로 구성된 양념범벅으로 버무려,

(c) fermented before or after being packaged into appropriate containers to ensure the proper 
ripening and preservation of the product by lactic acid production at low temperatures.
 
적당한 용기에 담기 전이나 그 후에, 유산균 생산에 의하여 제품이 알맞게 익고 보존이 가능하도록  저온에서 발효시킨 것.

이 대목이 아주 중요합니다. 발효시킨 것이라는 것. 당연하지요. 그런데 '저온에서' 발효시킨 것이라는 표현에서 김치의 원형을 찾아 가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지난번 포스팅때 이와 관련하여 아주 절묘하고 감탄할 만한 발효과학이 숨어있는 걸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한홍의 박사가 저술한 <김치, 위대한 유산>을 참고했습니다.)


2.2 STYLES 
스타일

The product should be presented in one of the following styles:

본 제품은 다음중 하나의 모양이어야 한다.
(a) Whole - whole Chinese cabbage;
 통배추
(b) Halves - Chinese cabbages divided lengthwise into halves; 
배추를 세로로 이등분 한 것
(c) Quarters - Chinese cabbages divided lengthwise into quarters; and 
배추를 세로로 4등분 한 것

위에 4등분 까지가 포기김치이고 아래가 막김치를 말하는 거겠지요.

(d) Slices or Chips - Chinese cabbage leaves cut into pieces of 1~6 cm in length and width.

배추잎을 가로 세로 1~6센티미터 크기로 썬 것

3 ESSENTIAL COMPOSITION AND QUALITY FACTORS

아래는 주요 구성성분을 얘기합니다. 

3.1 COMPOSITION

3.1.1 Basic Ingredients 
기본 재료
(a) Chinese cabbages and the seasoning mixture as described in Section 2; 

배추와 섹션2에 언급된 양념
(b) salt (sodium chloride).

소금
3.1.2 Other Permitted Ingredients 
기타 허용재료

(a) fruits; 과일 (배도 넣고 하지요.)
(b) glutinous rice paste; 
쌀풀 (열무김치, 깍두기 이런데에 넣지요) 
(c) nuts; 
견과류  (밤도 넣고, 잣도 넣고 하지요)
(d) salted and fermented seafood; 
염장 발효한 해산물 (새우젓, 멸치젓, 까나리액젓 등 각종 젓갈)
(e) sesame seeds; 
참깨(우리집에서는 한 번도 넣는 걸 못 봤습니다만)
(f) sugars (carbohydrate sweeteners); 
설탕
(g) vegetables other than those described in Section 2; 
섹션2에서 언급되지 않은 야채 (그렇군요. 미나리, 갓 등등이 있네요) 
(h) wheat flour paste. 
밀가루 풀 (쌀 풀말고 밀가루 풀도 있지요)


3.1.3 Other Composition
 기타 구성요소
(a) Mineral impurities not more than 0.03% m/m

각종 미네랄 불순물 (천일염등에 섞여 있는 미네랄이니까 사실은 있으면 몸에 좋거나 맛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것들 함량에 제한을 두었군요.)
(b) Salt (sodium chloride) content 1.0 ~ 4.0% m/m

소금
(c) Total acidity (as lactic acid) not more than 1.0% m/m

 유산을 포함한 각종 산(김치 발효의 주성분인 유산균을 비롯해서 기타 구연산, 주석산 등이 있겠지요)


3.2 QUALITY CRITERIA 
품질기준

 Kimchi shall have normal colour, flavour and odour and shall possess a texture characteristic of the 
product.
 김치는 정상의 색깔과 맛(flavour), 냄새를 가져야 하며, 제품의 고유 식감(텍스쳐)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오늘 날의 김치에는 해당되는 말인데, 제가 아는 정말 맛있는 김치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요.

3.2.1 Other Quality Criteria

(a) Colour - The product should have red colour originating from red pepper. 
제품은 붉은고추에서 나온 붉은 색을 띄어야 한다. (식용색소 섞지말란 이야기 같습니다.)
(b) Taste - The product should have hot and salty taste. It may also have sour taste. 
제품은 맵고 짠 맛이 나야 한다. 그리고 신 맛이 날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김치가  익으면서 신맛이 나다가 점점 더 시어지지요.
(c) Texture - The product should be reasonably firm, crisp, and chewy. 
제품은 적당히 딱딱하고, 아삭아삭하며, 씹는 맛이 있어야 한다. 물러터진 김치나 골아버린 김치를 배제하기 위한 표현인 것 같은데 적당한 이라는 표현이 인간적이라 구수합니다.


4 FOOD ADDITIVES 

식품 첨가물

여기서 부터가 좀 요망스럽습니다...만, 요망스럽다는 건 일반 가정에서 담근 김치를 갈망하는 저의 편견이고 이미 생활에 파고든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김치를 염두에 둔 항목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이해하기로 하였습니다ㅠ ㅠ

4.1 ACIDITY REGULATORS 
산도 조정제(pH조정제)  여기에는 초산, 젖산(유산), 구연산 등이 얼마까지 들어갈 수 있다, 뭐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 우리 일반인들은 알기가 힘든 이야기지요.

INS No.

Name of the Food Additive

Maximum Level

269

Acetic acid

Limited by GMP

270

Lactic acid

330

Citric acid

 

4.2 FLAVOUR ENHANCERS 
향미 증진제   여기에는 글루탐산 나트륨, 구아닐 산, 이노신 산 등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MSG, 핵산조미료 등이 들어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INS No.

Name of the Food Additive

Maximum Level

621

Monosodium L-glutamate

Limited by GMP

627

Disodium 5'-guanylate

631

Disodium 5'-inosinate

 

4.3 FLAVOURINGS 
천연향료나 천연과 동일한 향료. 그냥 인공향료 그러면 될 것을 표현이 에둘러 갔네요. (그럼 성형미인은 '자연과 동일한 미인', 화장빨은 '쌩얼과 동일한 빨',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네요)

Natural flavours and nature identical flavours.

Limited by GMP

 
그리고 밑으로는 증점제, 유화제, 안정제 등등 햄, 소시지 같은 것 사서 보면 써있는 이름들이 있고, 솔비톨, 카라기난, 잰탄 검 등등 낯선 것 같은, 아니면 어느새 익숙한 것 같은 이름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아, 김치에도 이런 걸 넣어서 만드는 거라고 국제기준에 등록이 되어있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4.4 TEXTURIZERS

INS No.

Name of the Food Additive

Maximum Level

420

Sorbitol

Limited by GMP

 

4.5 THICKENING AND STABILIZING AGENTS

INS No.

Name of the Food Additive

Maximum Level

407

Carrageenan 
(including furcellaran)

Limited by GMP

415

Xanthan gum

 

그리고 5, 6 번은 건너 뜁니다. 8번도 건너 뛰고(시간나시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나름 재밌답니다)
문제는...7번입니다.

5 CONTAMINANTS

5.1 HEAVY METALS

 The product covered by the provisions of this Standard shall comply with those maximum levels for 
heavy metals established by the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for this product.

5.2 PESTICIDE RESIDUES

 The product covered by the provisions of this Standard shall comply with those maximum pesticide 
residue limits established by the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for this product.

6 HYGIENE

6.1 It is recommended that the product covered by the provisions of this Standard be prepared and handled 
in accordance with the appropriate sections of the Recommended International Code of Practice . General 
Principles of Food Hygiene (CAC/RCP 1-1969, Rev. 4-2003) and other relevant Codex texts such as codes 
of hygienic practice and codes of practice.

6.2 The product should comply with any microbiological criteria established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s for the Establishment and Application of Microbiological Criteria for Foods (CAC/GL 21-1997).

 
8 LABELLING

 The product covered by the provisions of this Standard shall be labelled in accordance with the Codex 
General Standard for the Labelling of Prepackaged Foods (CODEX STAN 1-1985, Rev. 1-1991). In 
addition, the following specific provisions apply:

8.1 NAME OF THE PRODUCT

 The name of the product shall be “Kimchi”. The style should be included in close proximity to the 
name of the product.

8.2 LABELLING OF NON-RETAIL CONTAINERS

 Information for non-retail containers shall be given either on the container or in accompanying 
documents, except that the name of the product, lot identification, and the name and address of the 
manufacturer, packer, distributor or importer, as well as storage instructions, shall appear on the container. 
However, lot identification, and the name and address of the manufacturer, packer, distributor or importer 
may be replaced by an identification mark, provided that such a mark is clearly identifiable with the 
accompanying documents. 

순서를 약간 바꿔 7을 아래로 뺐습니다.

7 WEIGHTS AND MEASURES

7.1 FILL OF CONTAINER 


7.1.1 Minimum Drained Weight

최소 수분제거 중량

 The drained weight of the final product, as a percentage of the indicated weight, should be not less 
than 80% by weight, calculated on the basis of the weight of distilled water at 20oC which the sealed 
container will hold when completely filled. The drained weight of the final product as a percentage by the 
indicated weight shall not be less than 80% by weight. 

위의 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김치 건데기 그러니까 김치의 용량이 전체 무게의 80%를 넘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김치국물이 전체중량의 2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지난번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우리의 김치가 맛있으려면 넉넉한 국물에 잠겨있어야 한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김치를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만들어서 유통하려면, 국물에 대한 고형성분의 비율이 일정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옛날에 복숭아 통조림, 밀감 통조림 이런 것을 만들어 팔 때, 설탕물만 잔뜩 들어있고 정작 복숭아, 밀감은 얼마 안되는 이런 상품이 나오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였겠지요. 하긴 김치도 악덕업자가 국물을 잔뜩 넣어 무게를 늘려 팔면 안되니까 고형성분, 그러니까 건데기(김치)의 용량이 80%이상이어야 한다,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난번에 소개하였듯이 김치국물은 유산균이 살아 있는 장소이자, 김치가 공기와 접촉해서 산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너무나 중요한 성분입니다. 옛날에 김치를 담그면 익힐 때 반드시 국물이 넘쳐 흐르던 것이 기억납니다. 만들때 손대중을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렇게 발효과정에서 국물이 넘칠정도로 넉넉하게 만들어 담그지 않으면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고 또 보존에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그만큼 중요한 김치국물을 넉넉하게 담근 김치가 김치냉장고를 만난다면 무적의 한국김치가 재현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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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6년전에 썼던 걸 약간 편집하여 다시 올리는 겁니다. 기록용으로 올리는 건데, 관심있는 분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포스팅일 것 같네요. 




운수좋은날, 막국수와 드립커피 살아가는 이야기


조금 아까 있었던 일입니다. 오전에 약속이 하나 있었는데 일이 일찍 끝났습니다. 다음 약속이 12시 강남역 5번출구 옆에 있는 빌딩에서 있었는데 시간이 남았습니다. 회사로 들어갔다 가기는 시간이 어정쩡하고, 부근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보자 이렇게 맘먹고 이동하는 차안에서 블로그도 눈팅하고 트윗도 보고 그러던 참이었습니다. 좋은 곳을 많이 소개해주셔서 이글루스는 아니지만 자주 보게되는 미식의 별님 블로그에 막국수 소개가 올라와 있더군요. 춘천 샘밭막국수라는 곳인데 사진만 보아도 맛있게 생겼습니다. 장소를 보니 교대앞인데 눈을 들어보니 마침 교대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11시 12분. 

얼른 차를 세웠습니다. 절묘하게도 바로 큰 길에서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어귀에서 차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200미터도 안되는 길을 걸어 들어가니 샘밭막국수집이 나왔습니다. 시간은 11시 17분. 문에 영업시간은 11시 30분부터라고 되어있길래 들어가서 기다려야 하나 어쩌나 생각을 하며 문을 여니 이미 부지런한 손님들 여럿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막국수를 하나 시켰지요. 위에 사진이 그것입니다. 아래 단정한 모습이 가져다준 막국수의 원래 비쥬얼인데 풀어헤진 모습이 더 먹음직하게 보여서 맨위의 사진에 올렸습니다. 맛은 정말로 좋았습니다. 속초 실로암 이런데에 비해서 육수가 조금 아쉬웠지만 전혀 불평할 게 아닌게 메밀면이 워낙 맛있었습니다. 맛있는 집이 우연이라 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지나가다 딱 얻어걸려서 오늘 정말 운이 좋았구나 싶었습니다. 


9천원을 내고 나와서 보니 가게안 메뉴판에는 막국수가 9천원 짜리만 있었는데 현관에는 곱배기 11,000원이라고 붙어있었습니다. 그걸 보았으면 반드시 곱배기를 시켰을 밥과술이기에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다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과식하지 않고 알맞게 부른배에 디저트를 먹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운수좋은 날은 희한하게도 별 일이 다 생깁니다. 12시약속을 대단히 죄송한데 30분만 늦춰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막국수를 소개한 미식의 별님 블로그 말미에 부근의 블랙드립이라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라고 추천의 글이 붙어있었거든요. 아쉬워하며 이동을 하는데 이집에서 커피를 마실 시간이 생긴거지요. 바로 옆골목이라 쉽게 찾았습니다. 들어가보니 젊은 청년 한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시켰는데 3,800원 이었습니다. 주문을 해놓고 뭐좀 달달한 것 사다 먹고 싶은데 괜찮냐고 했더니 좋답니다. 편의점에 가서 고른게 처음 본 쇼콜라미니파이라는 과자였습니다. 가격은 1,200원, 합해서 6,000원. 동전이 안남고 딱 떨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날은 계속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커피가 알맞게 따듯한게 산미와 쓴맛이 조화를 잘 이루어서 과자랑 함께 먹으니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커피가 맛도 좋고 온도도 알맞고 다 좋았는데 양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브라질산을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한잔 더 시켰더니 3,500원이었는데 진짜로 거짓말같이 500원짜리 동전하나가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동전이 남지않고 딱 떨어지게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좋은 건 저만 그런건가요? 

홀짝 홀짝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한 500미터 걸어서 강남역으로 가서 용무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 바쁘게 일하는 척하면서 동료들 몰래 이 글을 씁니다. 미식의별님 고맙습니다~ 오늘같이 운수좋은 날 이런 소소한 행복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중국의 야채절임 이앤차이, 짜차이: 김치사촌들(2) 중국이야기

오이를 맛있게 먹는 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어릴때 매년 먹던, 어머니가 담근 오이소박이는 정말로 밥도둑이었습니다. 칼집을 내고 부추로 만든 속을 빼곡히 넣어서 통통하게 배가 부른 오이소박이는 보기에도 탐스럽습니다. 밥상에 오른 소박이를 젓가락으로 한개 집어서 밥그릇위에서 절반을 뭉텅 깨물어 먹습니다. 국물이 흐르고 부추가 삐져나와 떨어지는 걸 밥그릇으로 받치는 거지요. 입안 가득히 시원한 오이와 고소한 부추의 향이 퍼지는 그 맛과 느낌은 여름에 대단히 잘 어울리는 한국의 맛이라 하겠습니다. 

오이소박이는 국물도 시원해서 남은 국물을 숟가락으로 풍풍 떠서 비벼먹듯 말아먹듯 남은 밥에 넉넉히 끼얹어 먹으면 콧잔등에 땀이 송송 맺히는데 하여간 그 맛이 일품입니다. 또하나 좋은 건 덜익으면 덜익은대로 맛있고 잘익으면 잘익어서 맛있다는 점이죠. 익기도 빨리 익어서 옛날 학창시절에 점심에 도시락 반찬으로 커피병에 싸온 소박이를 먹으면 아침에 집에서 먹던 맛하고 달라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또 하나 맛있게 먹었던 오이 음식은 오이지 입니다. 여름철 점심에 찬밥을 물에 말아 잘 담근 오이지를 반찬해서 먹으면 더위에 없어진 입맛이 어쩌네 할 새도 없이 술술 넘어갑니다. 더울 땐 저녁 밥상에도 송송 썰어서 얼음물에 담근 오이지가 올라오는데 이것저것 먹다가 한점씩 집어먹으면 입안이 개운해 집니다.

이 두가지가 제가 한국음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이요리 입니다. 오이를 소금으로 버무려 물기를 빼고 양념한 오이무침도 맛있고 등산가서 물대신에 오이를 통으로 와작와작 씹어먹는 것도 특별한 맛이 있는데, 역시 소박이와 오이지를 뛰어넘는 맛은 아니지 싶습니다. 

일본음식에서는 오이를 가지고 만든 쯔케모노가 많지요. 오래된 누카즈케부터 금세 만든 아사즈케까지 다 맛있는데 요새 일본에서도 음식점에서 나오는 오이절임은 노골적으로 MSG맛이 나서 거부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중국에서는 우리하고 달리 오이를 익힌 요리도 많습니다. 계란하고도 볶고, 양념해서 그냥 볶아낸 요리도 많은데 꼬들꼬들하니 식감도 좋고 맛도 빼어납니다.

하지만 제가 중국음식에서 제일 좋아하는 오이요리는 뭐니뭐니 해도 파이황과(拍黄瓜)입니다. 아주 쉽게 만드는데 그 맛은 대단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황과'는 오이라는 중국말이고 '파이(拍)'는 박수친다 할 때 '박'자를 씁니다. 때려쳐서 으깬다는 뜻으로 쓴 겁니다. 넙적한 중국칼 옆면으로 오이를 내려쳐서 으깨어 부수는데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생오이의 세포막이 부서지면서 세포 하나하나 안에 있던 오이즙과 오이향이 썰 때보다 밖으로 더 나오는 모양입니다. 레시피는 간단합니다. 기름, 마늘, 식초, 소금(간장)은 공통이고 여기에 다른 양념이 지방마다 집마다 달리 더해집니다. 생으로 먹는 오이요리로는 단연 으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어로는 smashed cucumber라고 하는데 미국을 가보니 앞으로 점점 미국에서도 유행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곳 저곳에서 시켜먹은 파이황과 사진을 눈에 띄는 대로 골라보았습니다. 맨 위의 사진은 마늘이 아주 넉넉합니다. 위하고 아래 다 모양이 다르지요. 아래는 고추를 넣었군요. 

아래는 샤오롱빠오로 유명한 딘타이펑에서 시킨 오이입니다. 파이황과하고 같은 레시피인데 팍하고 으깨지 않고 예쁘게 모양내어 썰어서 냈습니다. 당연히 맛은 때린 것보다 덜합니다.


아래는 북경오리로 유명한 취앤쥐더(全聚德)에서 나온 겁니다. 역시 팡하고 내려쳐서 울퉁불퉁한 모습의 파이황과의 맛은 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파이황과는 절임야채가 아닙니다. 날오이를 기름과 식초 간장에 마늘이 들어간 드레싱으로 버무린 일종의 샐러드라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어제 일본의 쯔케모노에 이어서 중국의 절임야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파이황과(으깬오이 샐러드?)' 생각이 난 김에 적어본 겁니다. 발효음식전에 날음식이 생각났달까요. 그럼 중국의 절임야채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우선 아래사진을 보십시오. 눈에 익은 것도 있고 낯선 것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절인 야채를 죽에다 많이 넣어 먹습니다. 국수에 고명으로 넣어 먹기도 하고, 밥반찬으로 먹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서민적인 음식이라 하겠습니다.

이 야채절임을 우리나라에서는 '지'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김치의 치나, 장아찌의 찌도 다 같은 '지'에서 발음이 변한 거라고 보지요. 그 예로 김치도 묵은 건 '묵은지'라고 하니까요. 오이지, 석박지 다 마찬가지겠지요. 일본어로는 담근다는 동사로 쯔케루(漬ける)라고 해서 이런 종류의 음식을 명사로 담근것, 쯔케모노(漬物)라고 합니다. 중국어로는 이렇게 '절인다'는 동사로 이앤(腌)이라는 글자가 있어서 절인채소 종류를 일컬어 이앤차이(腌菜)라고 합니다. 이 글자는 간자체인데 원래 글자는 앞의 부수가 酉자입니다. 술도 그렇고 된장 간장 식초에서 서양의 요구르크 치즈에 이르기까지 모든 발효식품을 표기할 때는 이 酉자가 부수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酉자는 항아리에 뚜껑을 덮어놓은 모양입니다. 한자문화의 오묘함이 이런데에서도 보입니다. 

각설하고, 중국에서 이앤차이라고 부르는 절임채소의 대표선수가 짜차이입니다. 이 짜차이(榨菜)는 요즈음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되어서 조금 격이 있다 싶은 중국집에서는 많이들 냅니다. 아니, 내어서는 안될 것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냅니다. 아마도 단무지를 내자니 마땅찮고 반찬문화에 젖은 한국고객들이 뭔가를 찾으니 고육지책으로 내기 시작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하기는 청담동에 있는 최고급이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도 오이피클스하고 할라피뇨 피클을 냅니다. 반찬문화의 영향을 받아 치킨을 시켜도 반반무마니가 정착된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하려면 현재로선 어쩔수 없는 타협이라 하겠습니다. 

아래는 구글, 바이두에서 '이앤차이'라는 검색어로 찾은 이미지 사진 첫페이지 입니다. 각종 절임야채가 보이는데 김치비슷한 것도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짜차이를 찾아갑니다. 

짜차이의 원료가 되는 채소는 우리나라에 없는 겁니다. 중국에서도 나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데 쓰촨지방이 유명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걸 소금에 절이고 양념하여 담그면 이렇게 됩니다. 위의 사진부터 아래는 전부 구글, 바이두 검색에서 찾은 겁니다. 

이걸 썰어놓으면 이런 모양입니다. 우리 눈에도 낮익은 모습이지요.


저는 이 짜차이라는 음식이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게 아닌가 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곧바로 들어왔으면 '짜차이'라고 할텐데 '자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일본에서 이걸 '자사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은 김치가 쯔케모노의 일위를 차지했듯이 여러나라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잘 받아들이는데 지금은 짜차이도 많이 현지화가 된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국산 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 어디 편의점을 가도 소포장해놓은 자사이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국산(일본산)이 흥하는 것은 아마도 중국산 음식에 대한 불신이 큰 것도 한 몫을 한다고 봅니다.


아래는 중국에서 팔리는 중국산 짜차이 입니다. 우쟝(乌江)이라는 곳이 충칭을 가로지르는 강인데 짜차이의 명산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짜차이를 보면 쓰촨, 우쟝 등의 이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곳은 충칭안에 있는 푸링(涪陵)이라는 곳의 짜차이인데 이게 이베리코 햄, 샴페인, 꼬냑 처럼 원산지가 아니면 쓸 수가 없는 상표입니다. 그래서 그 옆의 우쟝, 더 크게 쓰촨 이렇게 표기하는 상품들이 나오는 거겠지요. 기억해 두셨다가 혹시 중국갈 기회되시면 '푸링짜차이'를 구입해서 맛보시기 바랍니다.  
중국말로 '담근다'는 말로는 '파오(泡)'라는 동사가 또 있어서 이런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김치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래는 바이두에서 파오차이로 검색한 내용입니다. 파오차이란 "발효를 통하여 장기간 보전에 유리하도록 만든 채소를 칭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재료와 종류등을 소개합니다. 세계 각지에 이런 파오차이가 많은데 제법과 맛이 다 다르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어에 파오차이를 쳐보면 '조선파오차이(김치)와는 다른 항목입니다'라고 나옵니다. 우리나라 김치는 따로 있는 거지요. 


그런데 구글에 그냥 '파오차이(泡菜)'라고 이미지 검색을 하여보면 아래와 같이 거의 한국김치만 나옵니다. 중국어에서 어느샌가 이앤차이는 절임채소로 남고 파오차이하면 한국 김치, 이렇게 김치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습니다. 문화의 영향력이라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까 소개한 바이두에 보면 "세계3대 파오차이'가 있는데 프랑스의 오이피클스와 독일의 사워크라프트 그리고 중국의 푸링짜차이가 그것이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꼬들꼬들한 식감의 짜차이는 확실히 맛있는 식품입니다. 그리고 잘담근 푸링의 상급품은 고소하고 짭잘하고 매콤하고 맛의 조화도 빼어납니다. 하지만 누가 세계 3대 절임야채의 하나로 정했는지는 좀 의문이 생깁니다. 프랑스, 독일 이런 선진국의 이름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마음에 옛날에 중국에서 누가 붙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저는 객관성을 담보하는데 제 신용을 걸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절임야채를 가지고 랭킹을 매긴다면(의미없는 일이지만) 10위권에 한국의 김치류가 서너개는 반드시 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김치가 맛이 없어지는게 더욱 안타까운 요즈음입니다. 



일본인의 김치사랑: 쯔케모노를 제치다, 김치사촌들(1) 일본이야기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일본에는 쯔케모노(漬物)가 있고 중국에는 이앤차이(腌菜)가 있습니다. 물론 야채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절여서 먹는 방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여러문화에서 발달하였습니다. 독일의 대표선수처럼 알려진 사우어크라프트도 그 한예이고 피자 핫독에 곁들이는 피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그냥 양옆의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절임채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올해초 일본 어느 지방에 갔을 때 저녁식사에 나오는 쯔케모노 두세점이 감질나서 모듬으로 따로 하나 시킨 겁니다. 한국에서 당연히 공짜로 따라나오는 김치, 단무지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처음가면 적응하기 힘든게 더먹고 싶을때 따로 돈내고 시켜야하는 이 쯔케모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벌써 수년전부터 일본의 각종 쯔케모노 생산량 통계에서 김치가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정합니다. 김치가 아니라 '기무치'입니다. 한국의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는 그 맛과 지향점이 달라서 제가 구별을 하는 것 뿐이지 일본사람들에게 기무치는 한국(조선)에서 건너온 음식입니다. 그래서 몇년전에 그 통계가 발표되었을 때, 일본의 인터넷에서는 '진짜냐, 말이 안된다' '어떻게 일본사람들이 고유의 전통을 버리고 한국의 음식 기무치를 더 좋아하게 되었느냐' 등 일부에서 안타까움을 표출하는 '우국'의 소리도 나오고 했습니다.

통계를 간단히 소개하지요. 식품수급연구센터라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각종통계 가운데 일본의 절임채소인 '쯔케모노' 생산량 통계입니다.   

연간 총 생산량 77만톤 가운데 김치(편의상 기무치와 혼용해서 표기합니다)가 19만3천톤으로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저염으로 오래 숙성하지않은 '아사즈케(浅漬)'가 15%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기타 염장야채'가 10%이고 그다음이 후쿠진즈케(福神漬)로 8%입니다. 후쿠진즈케는 일본에서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절임으로 유명합니다. 여러종류의 야채를 절이는데 간장, 설탕, 미링 등을 더하여 달콤새콤한 맛에 외국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절임입니다. 빨갛게 착색을 한 것도 많이 있지요.  

그다음이 야사이기자미즈케라고 해서 야채를 잘거나 가늘게 썰어서 만든 절임입니다. 일본은 지방마다 고유의 쯔케모노가 있고 그 이름도 다양한데 조사통계에서 그걸 반영하느라 종류별 정의를 내린게 좀 애매하게도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다음이 생강절임으로 7.4%입니다. 스시집, 그러니까 초밥집에선 빠질 수 없는 야채절임입니다. 생강의 매운 맛에 새콤한 맛이 잘어울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지요. 

그리고 그 다음이 다꾸앙즈케, 한자로 沢庵이고 우리말로는 단무지입니다. 일제잔재가 남아있던 시절에는 한국에서도 그냥 다꽝이라고도 했지요. 한국의 모든 중국집과 분식집 그리고 김밥에 영향을 준 일본의 절임인데 본가에서는 7%의 비중을 차지하네요. 한국의 단무지와 일본의 다꾸앙의 가장 큰 차이는 수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것은 물기가 많지요. 원래 천연의 노르스름한 색은 겨에다 담가서 나온 색인데, 우리나라는 식용색소로 착색하여 샛노랗습니다. 

그 다음은 우메보시(梅干), 매실절임입니다. 옛날에 일본을 상징하는 절임이기도 해서 저는 막연히 꽤 생산량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4%밖에 되지 않습니다. 뒤집어 보면 일본사람들이 이제 김치를 우메보시, 기타 매실절임 다 합한 것의 여섯배 이상 먹는다는 셈이 나옵니다. 일본인 스스로가 놀랄만도 합니다. 그 뒤로 나라즈케, 와사비즈케 등 각종 절임들이 있는데 비중이 작으니까 생략합니다. 


위는 구글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각종 쯔케모노를 모아놓고 찍은 사진이네요. 아래도 구글에 있는 건데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참고로 보시라고 퍼왔습니다.   


일본의 이렇게 다양한 쯔케모노를 다 누르고 김치가 절임야채 부문 일위가 된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지요. 한 조사기관에서 일본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쯔케모노를 알려주세요, 라는 설문에 배추김치, 다꾸앙, 우메보시, 오이절임, 배추절임 순으로 대답을 하였군요. 

Q.あなたの好きな漬け物を教えてください。 

・1位 白菜キムチ………………………76人(18.8%) 
・2位 たくあん…………………………68人(16.8%) 
・3位 梅干し……………………………60人(14.9%) 
・4位 きゅうりのぬか漬け・浅漬け…52人(12.9%) 
・5位 白菜の浅漬け……………………21人(5.2%) 

뒤이어 좋아하는 쯔케모노를 선택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에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위: 배추김치
*매운게 좋아서
*반찬도 되고, 김치나베(김치찌개라고 보면 됨)에서는 메인도 되니까
*밥하고 궁합이 딱 맞아서

배추김치는 원래 일본의 쯔케모노가 아니지만, 지금은 식탁에서 빠질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쯔케모노가 되었습니다. 김치나베도 인기가 높습니다, 라고 해설을 달아놓았네요. 

みなさん、それぞれ好きな漬け物があるようですね。どんな理由からその漬け物を選んだのでしょうか。詳しく聞いてみました。 

■1位 白菜キムチ 

・辛いものが好きだから(男性/20歳/大学1年生) 
・おかずにもキムチ鍋ではメインにもなるから(女性/22歳/大学3年生) 
・ごはんとの相性がばっちりだから(女性/19歳/大学1年生) 

白菜キムチはもともと日本の漬け物ではありませんが、今や食卓には欠かせないほど、人気の高い漬け物になっています。キムチ鍋も人気が高いですよね。 


그 뒤로 다꾸앙을 고른 이유입니다.
*씹는 맛이 좋고 신선한 야채를 먹은 느낌이 들어서
*할머니가 만들어주셔서
*밥반찬이 되어서

쯔케모노를 이야기할 때 역시 빠질 수가 없는게 다꾸앙이라 하겠습니다. 도시락에 한조각 들어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이 들지요, 라고 설명을 붙여놓았습니다.

■2位 たくあん 

・歯ごたえが好きだし新鮮な野菜を食べた気がするから(男性/22歳/大学4年生) 
・おばあちゃんが作ってくれるから(男性/21歳/大学3年生) 
・ごはんのおかずにもなるから(男性/20歳/大学院生) 

漬け物を語る上で外せないのが、やっぱりたくあんではないでしょうか。一切れお弁当についているだけで、なんとなく嬉しい気持ちになってきますよね。 

3위 우메보시에 대한 답변과 설명입니다.
*여러가지 담그는 법에 따라 맛도 다르고, 그것만 먹어도 맛있으니까.
*다른 절임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건 먹을 수 있어서
*신맛이 너무 좋음. 꿀에 절인 건 간식도 됨

신맛 애호가로 부터 지지를 받는 우메보시. 딱딱한 것, 부드러운 것, 꿀에 절인 것 등 식감과 맛이 담그기에 따라 다양합니다, 랍니다. 

    ■3位 梅干し 

・色々な漬け方をすれば味も変わるしそれだけで美味しく食べられるから(男性/19歳/大学1年生) 
・他の漬物はあまり好きじゃないが、これは食べられるから(女性/19歳/大学1年生) 
・酸っぱさがたまらない。はちみつ漬けはおやつにもなる(女性/19歳/大学1年生) 

酸っぱいもの好きから支持された梅干し。カリカリ梅やふっくらとはちみつで漬けたものなど、食感も味も漬け方によってさまざまです。 
 
4위, 5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조사는 올해 3월에 남녀 대학생 각각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대한민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도 중국집이라면 반드시 나오는 단무지와 양파입니다. 단무지는 일본에서 온 것이고 양파를 날로 춘장에 찍어먹는 건 중국의 북방지역에서 온 겁니다. 이렇게 음식문화는 서로 국경을 넘나들며 남의 문화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이 다꾸앙에서 변형된 단무지를 많이 먹는 걸 새삼 자랑스러워 하지 않듯이, 우리도 일본사람들이 김치를 많이 먹는 걸 새삼 자랑스럽게 여길 일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김치와 기무치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 입니다. 일본의 기무치가 독자적인 발전을 하는 동안 우리도 한국의 맛있는 '김치'의 맛을 지키고 또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고 다음엔 중국의 절임야채인 이앤차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토요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한항공편이 기체결함으로 점검을 하다가 결국 대체기가 투입되고 하느라 8시간 연발이 되었습니다. 그 덕(?)에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동안 전화도 하고, 책도 보고 하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블로그 글을 세개나 썼습니다. 이게 그 첫번째 포스팅입니다~)



나는 소주가 진짜로 맛있어서 맛있게 마신다 술/커피이야기


위의 컵에 담긴 건 찬물이 아닙니다. 소주입니다. 아는 이들은 아는 어느 곰탕집의 '냉수한컵'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물같이 투명한 소주이야기 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소주가 참 맛있습니다. 그리고 참 깔끔한 술인 걸 오랜 세월 입으로 확인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소주가 참 맛있어서 좋다고 하면 미각이 덜 발달하거나 왜곡된 내셔널리즘에서 비롯된 괜한 고집을 쓰는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삼겹살에 쏘주한잔 카~', '뭐니해도 쏘주가 최고야' 이런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데도 그건 달리 선택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고 소주는 그냥 형편없는 술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소주가 오래전부터 생산량으로 볼 때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술이 되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쏘주'는 여전히 천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화학주, 싼게 비지떡, 알콜에 물탄 맛 등등 여러가지 형용을 통하여 한국의 소주는 마실만한 좋은 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주종이 된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같은 표현 역시 친근하지만 결국은 가난해서, 소주는 돈이 없어 마시는 술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는 마찬가지죠. 난 소주가 싫다, 맛이 없다고 확실한 자기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로 좋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최고급 와인도 싫은 사람에게는 맛없고 떫은 술일 뿐이니까요. 어쨌건 안타까운건 소주를 좋아하고 늘상 맛있게 먹는 사람들 가운데도 '내 입맛이 저렴해서', '습관이 되어서 익숙해져서', 그런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쏘주'라고 불리는 한국산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처음에 이 포스팅의 제목을 '소주를 위한 변명'이라고 썼다가 고쳤습니다. 자칫하면 맛이 없거나 질이 안좋은 술을 변호하기 위하여 나선 것 같은 오해를 살지도 몰라서요. 소주는 동정을 받을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술이 아니라 진짜로 맛있고 좋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관계라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한국의 일부 소비자와 소주의 관계를 굳이 이에 비유를 하자면 정성스럽게 밥이요 가사요 모든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에게 늘 '저건 무식하고 못생긴게...델구 사는 내가 한심하지. 조금만 기다려라 배만 들어오면 당장 내쫓고 이쁘고 젊은 색시 얻어서...'라고 늘 불평하는 남편과 그런 남자에게 묵묵히 헌신하는 부인의 관계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말없이 견뎌내는 그 부인은 실제로 현명하고 아름답다는게 저의 지론입니다.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한국소주의 고유한 맛은 몇몇 소주업체 개발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기호와 결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한국의 소비자들이 오랜 세월 마셔가며 얻어낸 소중한 결정체라는 사실입니다. 소주는 역으로 '깡소주'라는 표현이 있듯이 맨술만 마시는 주종이 아니라 대개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입니다. 그리고 어떤 맛을 가진 술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냐는 다윈의 진화론은 아니지만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무수한 경험에서 걸러지고 선택받은 조합이 살아남습니다. 수익을 내기위하여 기업은 시키지않아도 늘 소비자의 변하는 취향을 쫓아가기 위하여 레이더를 풀가동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마시는 소주의 맛과 품질은 한국 애주가집단의 관능과 경험치가 집적되어 이루어 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거기에 매몰된 엄청난 사회적비용과 희생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요). 

 

한국소주는 답니다. 감미료가 살짝 들어가서 그렇다고 합니다. 고구마나 타피오카 등 주정을 얻어낼 수 있는 전분을 많이 포함한 원재료를 발효하여 고순도의 주정을 얻어낸 뒤에 물로 희석하여 알콜 농도를 맞추고 감미료등을 살짝 넣어서 우리 입맛에 익숙한 요새 마시는 소주가 만들어진 것 이지요. 워낙 많이 만들다보니 도가 터서, 우리나라가 주정을 깨끗하게 뽑는 기술이 세계최고수준이라 합니다. 메이커는 알콜농도를 높여봐서 소비자가 그쪽으로 호응하면 더 높일 것이고 낮춰봐서 호응하면 더 낮추는 것 입니다달착지근한 맛에 더 호응을 하면 감미료를 더 넣을 것이요순수알콜의 쓴 맛을 선호하면 그쪽으로 다가갔을 것 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마시는 소주의 바로 그 맛은 한국 대중의 기호에 가장 접근한 맛이라고 추측합니다.    


아주 옛날에 미국에 머물던 시절,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마시던 소주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소주를 외국에 수출하고 그런거 없던 시절입니다. 몇날을 궁리하다 어느 인편에 부탁을 하였고 드디어 한국 소주가 도착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이를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이렇게 달았나 싶을 정도로 달았습니다미국에서 위스키나 버본을 마시는데에 길들여진 입맛에 한국의 소주가 너무 달았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또 다른 옛날 일본에 머물던 시절, 일본 야키니쿠집과 이자카야에서 한국에서 수입한 소주를 팔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수출용 진로는 마시면 너무 쓰기만 하고  한국에서 마시던 맛과 달라서 또 실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수출용 소주하고 국내용 소주가 감미료등 조제방법이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된 것은 적당히  단맛이 나는 한국소주는 한국음식이 있어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달착지근한 맛이 감도는 진로의 맛을 한국소주고유의 아이덴티티라고 자리매김하고 마시니까 참 좋고 맛있었습니다맵고 양념이 강한 이런 저런 찌개나 매운탕 또는 고기구이를 먹을 때에는 살짝 단맛이 도는 소주가 술술 넘어갑니다위스키는 자기 향이 강해서 한국음식의 향과 맛에 충돌하는 느낌이 듭니다고집센 두사람이 만나서 싸움이 잦은 데 비교하면 맞으려나요고추나 마늘이 많이 들어간 반찬이나 볶음같은 요리에 와인도 잘 안어울리지요.특히 타닌 성분이 들어간 레드와인은 상극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와인은 드라이한 것 보다는스위트한 것이 오히려 한국음식에 잘 어울리는 것 같고 굳이 선택하자면 그것도 화이트쪽이 더 무난한 것 같은게,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구이에 어울리는 와인을꼽으라면 마셔본 것 중에는 비단결같이 섬세한 블고뉴쪽이나 피노누와 보다는 이런저런 강한 맛을 이겨내는 묵직한 알마비바가 제일 잘 어울렸는데 이 와인도 지금은 엄청 비싸졌더라구요옛날에 아주 쌀때 많이 마셨던게 수지 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청주는 부드러운 술이라 굳이 달지않아도 되는데 한국 청주는 지나치게 달고 일본 사케에 비교해서 깔끔한 맛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제 점점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백화, 법주, 국순당 차례주, 다 마실만합니다만 일본의 고급 청주에 못따라간다면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일본사람만큼 청주를 찾지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소비자들이 청주를 많이 마시기 시작하면 금세 발전을 할 거라 믿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화랑을 참 좋아했는데 식당에 많이 안보여서 마실 기회가 적습니다

 

너무 달아서 인기를 잃은 술도 있지요. 한때 유행했던 백세주나 배상면주가에서 나온 술들이 그렇습니다. 오십세주라 해서 소주와 섞어 마시던 습관도 있었는데 소주자체의 알콜도수가 내려가며 이제는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네요. 

 

우리의 토속주 가운데 하나인 탁주, 막걸리의 좋은 점은 식물성 요리와 잘 어울린다는 거지요열무김치깍두기총각김치만있어도 막걸리는 술술 넘어갑니다도토리묵 메밀묵도 좋은 안주입니다.파전빈대떡동그랑땡 까지도 그럭저럭 잘어울리는데 불고기 갈비 삼겹살 같은 고기안주와는 잘 안어울립니다.  하지만 막걸리의 좋은 점은 금세 배가 불러서 많이 못마시니까 상대적으로 과음을 하지 않게 된다는 점도 있습니다(이론상).


아래 사진은 언젠가 이 포스팅을 하려고 일찌기 집에 있는 술을 종류별로 몇가지 모아서 식탁위에 늘어놓고 찍은 겁니다. 주연은 가운데 소주이지만 다른 술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구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소주가 최고의 술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훌륭한 술이 많이 있지요. 술은 기호식품이니까 랭크를 매기는 건 무의미합니다. 이런저런 술을 많이 마셔보고 지금도 많이 마시고 또 좋아하는 제가 다른 술 이야기도 해야지 소주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보일까 싶어 이야기를 간단간단 늘어놓아볼까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술욕심이 많아서 집에는 각종 술이 꽤 많이 있는 편입니다. 맨 왼쪽과 오른쪽은 일본 사케입니다. 당연히 일식과 잘 맞는데 사케는 쌀로 빚은 술이라 웬만한 한식에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비싼 종류의 사케를 양념이 강한 한식과 먹기는 좀 아깝지요. 일본에서는 한국의 소주마냥 값싼 대중브랜드 사케를 많이 파는데 그런 것도 훌륭합니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이자카야에 갔을 때 일본 사케를 잘  모르면 그냥 싼 것 시켜 먹는게 제일 좋습니다. 


왼쪽 두번째와 세번째는 와인하고 샴페인 입니다. 와인냉장고에 들어있는 것 가운데 아끼는 최상급은 빼고 그런대로 괜찮은 놈들을 세워놨습니다. 와인은 양식 먹을 때 잘어울리는 술이지요. 그래서 집에서는 파스타나 스테이크 해먹을 때 먹습니다. 어쩌다 밤늦게 와인이 땡기면 치즈와 크래커 아니면 견과류에 햄종류 같은 거 썰어서 마시던가 하는데, 요즈음은 큰아이 쥬스가 와인을 마셔서 한병 따면 둘이 마시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대형마트에 장보러 가서 세일나온 놈이나 행사로 싼 값에 괜찮은 와인 나오면 몇병씩 집어오는데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소주병 오른쪽 어깨너머로 보이는게 스카치하고 브랜디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음식하고 스카치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녁이나 식후에 바에서 술만 몇잔 마실 때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런 건 몸에 밴 습관과 거기에서 오는 선입견일 경우도 있습니다. 옛날에 서울에서 소주를 못마시는 분하고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잦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한식을 먹을 때에도 늘 식사자리에 고급스카치를 들고 참석하였습니다. 언더록으로도 마시고 아깝게 폭탄주로 말아서도 마셨는데 지나고나서 생각하니 맛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한식에는 위스키보다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디는 스카치보다는 식사에 어울립니다. 이것도 옛날 얘긴데 홍콩에서는 술하면 중국요리에 브랜디를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홍콩이 프랑스의 꼬냑을 비롯한 고급 브랜디의 최대 소비지였지요. 한때 프랑스가 홍콩의 짝퉁브랜드를 단속하자 홍콩은 프랑스산 꼬냑 수입금지 카드를 꺼내들어 맞대응을 했던 적이 있을만큼 많이 마셨습니다. 고급 광동음식에 XO, Extra급의 꼬냑을 마시는게 우아한 저녁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건강붐이 불면서 지금은 와인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홍콩느와르의 전성기시절 영화속에 꼬냑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게 러시아산 보드카입니다. 고급 캐비어에 잘어울리기도 하고 러시아의 이런저런 음식에 잘맞는 술인데, 우리나라 소주에 가장 가까운 술이라 하겠습니다. 소주보다 알콜도수가 높고 첨가물이 없어 드라이합니다. 깨끗하게 증류한 고급술은 뒤끝이 없어 좋습니다. 과음을 안한다면 말이죠.

그옆에 하얀 도자기가 고량주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만산 금문고량주인데, 사진에 나온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 입니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인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금문고량주도 맛있기는 한가지입니다. 저는 중국음식을 먹을 때에는 거의 고량주를 마십니다. 중국에 출장가면 마오타이, 우량예, 수정방, 라오쟈오 등 비싼 술을 대접받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베이징 이과두(얼궈터우)주, 뉴란산 이과두주 같은 아주 싼 술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런게 너무 싸서 오히려 짝퉁걱정 없다고. 

사진엔 안나왔지만 물론 맥주도 엄청나게 훌륭한 술이지요. 일년에 3백번 이상 마시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반주로 마시고, 또 소주나 다른 술을 마시더라도 늘 우선 한잔을 마시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서요. 이것말고 칵테일로 먹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떼낄라, 럼도 좋습니다. 아직 친해지지 못한 술이 있다면 진입니다. 드라이진의 참 맛을 가르쳐주실 사부님을 못만난 탓인 것 같습니다. 추억이 새겨져 특별한 술도 있습니다. 젊은 날 싸고 거친 맛에  많이마셨던 버본, 와일드터키와 남가주에서 부동산 크게해서 돈잘번던 친구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사주던 캐나다위스키 크라운로얄은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얽혀 아련한 술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추억에 추억을 덧칠해가며 어쩌다 한번씩 마시는 술 깔바도스도 제게는 각별합니다. 아, 일본소주도 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나중에 다시 기회봐서 한국소주와 비교하며 이야기할까 합니다. 

일단 제 입맛에 충실한 결론을 내자면 한국소주는 맛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고급술은 아니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값이 아주 싼건 좋은데, 조금만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외식산업이 발달하려면 사실 고급음식에 걸맞는 고급 술도 나오는게 맞지요. 그런 의미에서 화요도 있고 프리미엄 진로도 있고한데 아직 대중의 입맛과 맞으려면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소주가 있어서 즐겁습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아래는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찾아본 것 들입니다. 
우선 지난 겨울 여러번 갔던 고등어 횟집. 대충 세어보니 맥주는 클라우드(없으면 맥스, 그것도 없으면 하이트, 카스), 소주는 참이슬7 처음처럼3의 빈도로 먹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코엑스 부근 고깃집인데 숯불에 구운 고기와 생고기가 맛있었습니다. 참이슬에 하이트. 

아래는 신사동 김북순 할머니네 김치찌개와 황태구이. 술은 처음처럼, 잔은 참이슬. 두번째 병은 참이슬로 깔맞춤을 했음.

아래는 압구정 설매네 보쌈에, 녹두전, 만두. 이집은 반찬이 참 맛있음. 특히 미역하고 부추. 술은 클라우드에 참이슬.


아래는 새마을 식당. 여러군데 가서 사진만 보고는 어디였는지 가물가물함. 날짜보면 알겠지만 생략. 참이슬에 클라우드. 

아래는 논현동 어딘가 한정식 내는집. 소주 못마시는 손님이 있어 막걸리도 시킴. 역시 나물과 잘어울림. 그러나 나머지와는 소주. 그러고보니 게장은 어떤 술도 잘 안어울리는 것 같음. 

아래는 저녁약속이 없던 날, 동네 가까운 홍콩반점에서. 이과두주가 없어지고 처음 본 고량주를 6천원인가에 팔았음. 도수가 38도라 안마시고(50도가 넘어야 고량주 맛이 제대로 남) 차라리 소주를 시켰는데 짬뽕하고 안어울려서 한잔 마시고 남은거 집에 가져옴. 

아래는 엘에이 BCD순두부. 둘이 가면 갈비콤보에 게장콤보. 셋이가면 돼지불고기콤보추가. 이집 갈비하고 게장은 웬만한 전문점보다 맛있음. 윌셔점하고 웰스턴점 번갈아 다녔는데, 요새 웨스턴점 종업원 싹 바뀌고 서비스가 옛날만 못함. 분발해야 할듯. 암튼 이집 메뉴로 소주마시면 참 맛있음. 

아래는 논현동에 있는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집. 소주마시느라고 도토리묵에 순대볶음에, 이런거 저런거 시키다보니 정작 돼지국밥은 못시켜 먹었음.

아래가 피날레. 소주가 정말 꿀처럼 달고 맛있는 때. 하동관에 가서 곰탕시키고 '냉수한컵'이라고 시켜서 소주한컵을 아껴아껴 마실 때. 곰탕에 들은 고기를 건져서 안주해서 소주 홀짝홀짝 마시다가 소주 떨어지면 남은 국밥 먹으면 됨. 소주가 흔해서 그렇지 한병에 한 몇만원 하면 한방울 한방울이 정말 맛있게 느껴질 것 같은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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