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메뉴와 양저우차오판(揚州炒飯) 외국이야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센토사 리조트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2018년 6월 12일의 일입니다. 한 달 보름전, 4월 27일에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저녁만찬으로 나온 평양랭면이 화제가  되었지요. 북미정상회담은 정식 만찬이라기 보다는 시간적으로도 비지니스 런천에 가까운 식사라서 그 메뉴가 냉면만큼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찬찬히 들여다 보니 나름 꽤 재미있었습니다.

발표된 메뉴는 현지에 의전을 담당하는 양국의 실무진이 미리 나가서 조율을 했으니 두 정상의 기호도 반영을 한 것 같았고 주최국의 대접하는 입장도 고려한 짜임같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두 정상 모두 식생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맛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네요. 하긴 오바마도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이런거 좋아했고, 그런거 보면 정치가로서 대중을 의식한 건지 아니면 원래 입맛이 그런건지 미국도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지도자가 많습니다.

전채에 들어간 슈림프 칵테일은 미국의 전통적인 전채입니다. 케첩에 타바스코나 칠리소스 그리고 호스래디시 를 넣어 매운 맛을 더하고 레몬즙으로 신 맛을 낸 칵테일소스에 삶은 새우를 차갑게 하여 찍어먹는 거지요. 만들기가 간단하여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먼스워프 등 미국 항구의 관광지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즈음 트렌드를 따라가는 힙한 레스토랑에서는 한물 간 듯한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좋게 얘기해서 이젠 전통적인 레스토랑에서나 내는 메뉴인거죠. 우리나라 양념불고기가 생등심 꽃등심에 밀려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래는 구글에서 퍼온 사진을 나란히 붙인겁니다. 왼쪽이 전형적인 모습, 오른쪽이 관광객에게 파는 슈림프 칵테일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작년엔가 애틀랜타에 출장갔을 때 꽤 유서깊은 스테이크 집에서 대접을 받았는데 전채로 나왔던 슈림프 칵테일 모습입니다. 이렇게 점잖게 담겨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에 이게 들어간 건, 햄버거는 아니지만 아메리칸 스타일을 강조한 메뉴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망고 케라부 샐러드는 말레이 음식이니까 싱가폴의 특색을 살린 전채인데 케라부 레시피라는게 워낙 다양해서 저는 그냥 서양 샐러드 드레싱하고 달리 기름 안넣고 라임이나 레몬으로 신 맛을 낸 드레싱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이선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여러나라 다니며 이것저것 먹어보며 지냈는데 정작 오이선은 먹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아니면 궁중음식 한정식 코스 이런데서 나왔는데 임팩트가 없어서 무심히 넘겼는지도 모르지요. 갑자기 잘담근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습니다. 

이상이 전채고 다음은 메인입니다. 쇼트 립 꽁피는 미국쪽을 고려한 메뉴같은데 사실 이게 뭉근하게 조린 우리나라 갈비찜하고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회담에서 오는 스트레스만 없었다면 북한 대표단들도 맛있게 먹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직화가 아니면 모두 물에 삶아 익히는 경우가 많아서 뜨거운 공기를 이용하는 오븐 요리가 없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식감과 맛은 한국요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갈비 꽁피는 입맛에 맞았을 것 같습니다.

북쪽을 고려한 메뉴 대구조림은 대구가 비리지 않고 기름기도 별로 없어서 누구나 먹기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무를 밑에 깔고 간장베이스의 양념으로 조렸을 듯 한데 밥 반찬이 아니라 홀로 서기를 해야하는 요리였다면 그만큼 싱겁게 간을 했었을 것 같네요. 메인 하나 건너 뛰고 디저트로 갑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라고 못을 박았더군요. 호텔에서 내면서 특정 브랜드를 앞세우는 건 드문 경우입니다. 하겐다즈는 미국 브랜드 입니다. 미국의 상품을 세계로 세일즈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 그럼 오늘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메인 메뉴에 갈비, 대구 요리말고 Sweet and Sour Crispy Pork with Yangzhou Fried Rice and Homemade XO Chilli Sauce 가 들어있었습니다. 간단하게 풀자면 '탕수육에 볶음밥 그리고 고추장'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칠리소스와 고추장은 다릅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뜬 스리라차 소스가 칠리소스의 한종류입니다. 매운 맛에서 고추장이 은근하다면 칠리소스는 칼칼하지요. 다만 음식에 매운 맛을 더해준다는 기능에서는 일맥 상통합니다. 해외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서양식 기내식에다 튜브식 고추장을 더해 먹으며 느끼한 맛을 눌러주듯이 중국요리 볶음밥에 칠리소스를 얹어 먹는 사람은 중국에도 많습니다. 이 메뉴로 식사를 한 북미 대표단 가운데 몇명이 칠리소스를 볶음밥에 발라 먹었을까 궁금합니다. 

Yangzhou Fried Rice는 중국말로 揚州炒飯(扬州炒饭), 우리말로 양저우차오판입니다. 중국 강소(쟝쑤;江苏)성에 양저우(扬州)라는 지방이 있는데 그 곳의 특산물...이 아니라 광동지방에서 생겨난 것이라는게 정설입니다. 그래서 양저우지방에서 중국정부에 브랜드로 등록하려다가 그 뜻을 이루지못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아무튼 양저우 지방에도 당연히 그 지방의 볶음밥이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먹는 양저우볶음밥은 거의가 다 광동지방의 레시피를 따라한 것입니다. 이 오리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생략합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중국의 화교는 광동지방 출신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복건지방 입니다. 특히 미국에 대륙횡단 철도를 놓으러 간 이민 초기세대는 광동지방 출신입니다. 그래서 세계 방방곡곡의 중국집에서 만들어 내는 볶음밥은 거의 가 다 양저우차오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스펠링은 방언발음대로 표기하여 가지가지입니다만 지금 표준 만다린으로는 Yangzhou 입니다. 좀 과장좀 보태자면 미국사람들 가운데 이거 한번 안먹어 본 사람 없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뉴욕사람이라면 테이크아웃으로도 많이 먹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도 익숙해서 좋아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좋아할 것 같은 메뉴라 골랐던 게 아닐까 합니다.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카펠라 호텔에 양식레스토랑으로 The Knolls 라고 있고, 중국레스토랑으로 Cassia라고 있는데 중국집 메뉴를 보니 짜잔, 있었습니다. 이 두개를 컷앤페이스트를 하여 정상회담의 메인메뉴를 만들어 낸 것 입니다. 


양저우차오판의 특징은 새우와 잘게 썬 차씨우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둘 다 들어가서 참 맛이 좋습니다. 이게 홍콩이나 광동을 벗어나면 차씨우 대신 돼지고기, 햄, 소시지 등을 넣기도 하는데 역시 차씨우를 잘게 썰어 넣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리고 야채는 집마다 다른데 홍콩에선 레터스를 넣은 집이 꽤 많습니다. 이게 야채가 숨이 죽지않도록 잘 볶으면 아삭아삭 아주 맛이 좋습니다.  


맨위에 실었던 사진을 다시 싣습니다. 지난 1월 심천(선전)에 갔을 때 먹었던 양저우차오판 입니다. 요 몇년 사이에 먹었던 양주볶음밥 가운데 제일 맛이 좋았습니다. 아래는 궁금해서 스마트폰 사진폴더에서 볶음밥으로 검색하여 찾은 사진입니다. 요즈음 중국에 많이 머무니까 먹기도 많이 먹었더군요. 보니까 맛이랑 느낌이 하나하나 다 생각이 납니다. 사람의 먹는 것에 대한 집착과 기억은 대단합니다. 

아래는 베이징에서 먹은 겁니다. 계란을 따로 볶아서 밥과 따로 놉니다. 이것도 잘하면 괜찮은데 새우와 차씨우가 안들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계란을 풀어서 처음부터 거기에 밥을 넣고 볶아서 계란이 밥알을 감싸게 하는 방법을 '金包銀', 그러니까 '금으로 은을 싼다'고 합니다. 


아래는 소룡포로 유명한 딘타이펑의 볶음밥입니다. 양저우라는 말은 안붙입니다. 차씨우대신 러우쓰(肉絲)를 넣습니다. 이 집 메뉴는 다 중간이상은 해서 믿고 시킬만 합니다.


아래는 홍콩의 어느 차찬텡에서 시킨 건데 더도 덜도 말고 딱 중간이었습니다. 실망도 안하고 감격도 안하는 정도.


아래는 롱그레인 쌀이 좋았고 새우도 좋았는데 차씨우 대신 넣은 햄이 맛이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신쟝의 우루무치 공항에서 먹었던 볶음밥인데 돼지를 안먹는 지방이라 야채만 들었습니다. 양고기로 국물을 내어 그걸로 간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대로 색달라서 잘 먹었습니다. 


아래는 다 평균이상은 해서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 볶음밥입니다. 아래 사진 가운데에는 싸구려 햄을 써서 맛도 없고 심지어 냄새도 나서 햄조각을 하나씩 젓가락으로 골라내며 먹었던 것도 하나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중국 홍콩을 드나들며 양저우차오판에 많은 신세를 졌던 터라,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이 메뉴가 오른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올리는 포스팅이었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한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딤섬이야기(5): 홍콩의 명물 차씨우(叉燒) 중국이야기


차씨우판(叉燒飯:차싸오판) 한그릇. 흰밥위에 차씨우를 썰어얹고 소스를 끼얹은 덮밥입니다. 구성은 아주 간단한 메뉴인데 엄청 인기가 있어 홍콩에서는 e점심에 테이크아웃을 해서 먹는 사람들도 대단히 많습니다. 홍콩에 가서 맛있는 차씨우판을 한그릇 먹는다는 건 미국에 가서 맛있는 햄버거를 하나 먹는것, 일본에 가서 맛있는 규동이나 라멘 한그릇을 챙겨 먹는 것, 대만에 가서 맛있는 우육면을 한그릇 골라 먹는 것, 이태리에 가서 맛있는 피자를 한번 먹는 것 등에 비교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국에 와서 맛있는 김치찌개 백반을 한끼 찾아먹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홍콩의 딤섬을 소개하다 보니 차씨우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씨우는 홍콩음식(광동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자 그네들의 자랑거리입니다. 딤섬 레스토랑에 가도 어디나 차씨우를 단품으로 팔기도 하고 또 차씨우가 들어간 딤섬메뉴도 있고하니 이 김에 이야기하고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아서 입니다.

홍콩 거리를 다니다 보면 숱하게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있으니 바로 '燒臘'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현지발음으로는 '씨우랍'이라고 읽습니다. 간체자로는 烧腊라고 쓰고 만다린으로 '싸오라'라고 읽습니다. 조건반사에서 오는 약간의 편견일 수도 있는데 번체자로 燒臘, 이렇게 써야 제대로 하는 집, 맛있는 집, 이런 느낌도 있습니다.

燒는 구웠다는 뜻이고 臘은 중국식 소시지처럼 말려저장하였다는 뜻인데 요새는 거의 燒臘 그러면 燒味, 씨우메이 즉 광동식 바베큐를 의미합니다. 제가 燒臘 이 두글자를 여러번 쓰는 이유는 한자 교육세대가 아니신 분들 이 포스팅에서라도 그래픽삼아 눈에 익히시라는 뜻에서 입니다. 아래는 燒臘이라는 두글자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여 나온 홍콩거리입니다. 어딜 가나 이 글자가 들어간 전문점이나 차찬텡 등이 흔하게 보입니다. 대만에 있는 식당도 하나 들어가 있네요. 번체자를 쓰는 대만에서도 당연히 燒臘라고 씁니다.
 

광저우 지방으로 가면 중국이니까 당연히 간체자를 씁니다. 아래가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인데 이런 간판입니다. 광저우의 식당은 맛에서 믿을만 합니다. 광동음식을 아는 현지사람들이 찾는 식당이니까요. 선전은 솔직히 외지인들이 들어와 짧은 시간에 세운 도시라서 맛에서 광저우보다는 떨어집니다(물론 돈이 넘쳐나는 곳이라 비싼 곳 가면 맛있지만, 이건 당연한 이야기니까 생략). 그냥 사진 보시고 넘어갑니다.

  
이 燒臘이라는 말이 들어간 식당에서 다루는 메뉴는 일단 차씨우(叉燒) 말고도 씨우육(燒肉), 위쥐(乳豬), 씨웅압(燒鴨), 야우까이(油雞) 등이 있습니다. 씨웅어(燒鵝)라고 해서 거위도 하는 집도 있는데 흔하지는 않습니다. 씨우육(燒肉)은 돼지고기를 껍질은 파삭파삭하게 고기는 부드럽게 요리한 구이구요, 위쥐(乳豬)는 어린 새끼돼지를 그렇게 요리한 것으로 고급음식에 속합니다. 씨웅압(燒鴨)은 오리구이입니다. 야우까이(油雞)는 고소하고 짭짤하고 조리한 닭고기 요리입니다. 

차씨우(叉燒)는 정말로 홍콩(광동지방)이 자랑할만한 음식이라는데 외지인인 저도 동의합니다. 만드는 법은 돼지고기의 맛있는 부위를 갖은 양념으로 만들어 낸 소스에 재운 뒤에 구운 겁니다. 소스는 소금, 설탕, 간장, 술, 참깨페이스트, 물엿 등이 베이스고 여기에 집마다 굴소스, 발효두부, 등 각종 비전의 내용이 첨가됩니다. 굽는 건 쇠꼬챙이에 꿰어 가마(窯) 그러니까 항아리 모양의 오븐에 넣고 굽습니다. 그런데 이게 온도를 잘 맞추어 굽다가 꺼내어 물엿과 소스를 발라주고 다시 굽기를 여러번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이 됩니다. 입에 넣으면 겉은 바삭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씹으면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은은하게 단 맛이 배어나오는 대단히 훌륭한 음식입니다.  

맨 위의 사진은 제가 작년에 갔던 차씨우 명문집에 가서 시킨 차씨우판(차씨우덮밥) 사진입니다. 이 집은 완차이에 있는 식당입니다. 저는 홍콩에 갈 때마다 한번은 꼭 들리려고 하는데 일정이나 일행의 사정에 따라 여의치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못들렸습니다. 홍콩에 차씨우를 잘하는 집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이집은 그 가운데에서도 북극성이나 샛별처럼 밝게 빛나는 집입니다. 홍콩사람들도 인정하는 집이지요. 저는 수십년이 흘렀어도 꾸준하게 영업을 하는 이 서민식당을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라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으로 들리곤 합니다. 언제가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는 식당은 찾는 이에게 맛이상의 무언가를 보너스로 주기도 하니까요. 우선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 집의 바깥 풍경입니다. 늘 행렬이 늘어서 있는데 회전은 빠릅니다. 오른쪽으로 줄을 서있는 사람들은 테이크아웃 줄이고 왼쪽이 안에 들어가서 먹는 줄인데 현지인들 식사시간 피해가면 금세 들어가기 쉽습니다. 이름은 '再興燒臘飯店' 입니다. 쪼이헹씨우랍판딤이라고 읽는데 홍콩사람들끼리는 그냥 쪼이헹, 완짜이쪼이헹(灣仔再興) 그러면 통하는 것 같습니다.

들어가면 아래처럼 빼곡합니다. 식당도 분주하고 손님들도 바쁩니다. 후다닥 먹고 일어서서 뒤에 줄선 사람을 배려하는 건 한국식당의 풍습과 비슷합니다. 나도 기다렸으니 너희도 기다려 이런 식으로 일단 착석하면 느긋해지는 일본이나 미국과는 좀 다르지요. 물론 당연히 바쁠 시간에 합석은 머스트입니다. 


작년에 갔을 때는 셋이서 가서 이렇게 시켰드랬습니다. 우선 앞으로 혼자 출장오게 될 동료를 위해서 모델케이스로 차씨우덮밥 한그릇. 그리고 차씨우 오리 닭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쌈보우판(三寶飯:삼보반) 그리고 씨우육에 야채 등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엄청 맛있는 거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차씨우판 한그릇에 국 한그릇 보태도 우리돈 오천원이 안됩니다. 다만 친절한 서비스 이런건 기대하면 안되고, 굳세게 광동어만 고집하는 점원분들의 서빙에 한국분들이 약간 당황할 수도 있겠으나 메뉴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이렇게 마음먹고 가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다음번에는 홍콩의 맛있는 딤섬레스토랑을 몇군데 소개하겠습니다. 그 때 이집의 메뉴 사진과 함께 시키는 요령도 함께 소개하려 합니다.


딤섬이야기 (4): 찌고, 튀기고, 고소하고, 달고... 중국이야기


홍콩에 가서,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라도 딤섬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에 가게 되면 누구나 하까우와 씨우마이는 시켜서 먹을 겁니다. 그만큼 맛있고 또 처음 먹어보는 경우에도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다가오는 맛이니까요. 그런데 별로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거나 늘 먹던 것과는 다른 맛의 음식을 처음 대할 때에는 조금 부담이 가고 그걸 넘어 입안에서 저항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때가 중요한데 이 순간을 잘 넘기면 또 하나의 미식이 느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그 새로운 음식과 친해질 기회를 잃고 말기도 합니다. 오늘은 딤섬에서 평소에 우리네 음식하고 좀 거리가 있는 것들도 섞어서 소개합니다.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맛은 주관이니까 누구나가 다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저는 다 아주 좋아하는 것들 입니다. 

우선 위의 사진입니다. 蘿蔔糕라고 쓰고 로박꼬우라고 읽습니다. 한자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무떡이라는 뜻이지요. 영어로는 옛날에는 carrot cake 이라고들 했는데 홍당무하고는 아무관계 없습니다. 요새는 Turnip Cake, pan fried turnip cake 이라고 제대로 번역한 곳이 많습니다. 이게 터닙, 그러니까 순무를 갈아서 결합재로 밀가루를 약간 넣은게 베이스고 여기에 마른 새우, 중국 소시지 잘게 썰은 것등을 넣고 간을 한 것 입니다. 순무가 가진 야채스러운 향과 맛이 이렇게 먹어보지 않은 분들한테는 새로운데 그게 매력이겠거니 하면 정말로 맛이 좋아서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초이쌈(菜心) 콩신차이(空心菜) 떠우먀요(豆苗)등 맛있는 야채들이 많이 있지만 이방인들에게 제일 새롭고 맛있는게 까이란(芥蘭: 지에란)이지요. 영어로는 차이니즈 브로콜리라고 하는데, 옛날에 누군가가 '아스파라가스의 식감에 브로콜리의 맛을 가진 채소'라고 해서 무릎을 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묘사에 가까운데 좌우지간 맛있습니다. 초이쌈하고 모양이 비슷한데 맛이 다릅니다. 초이쌈은 만다린으로는 차이씬이라고 하는데 이지방 저지방에서 차이씬이라고 부르면 다른 야채를 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동차이씬이 얌차집의 초이쌈(菜心)입니다. 홍콩에서는 값도 싸고해서 아무 차찬텡, 포장마차 같은데서도 이 야채를 철따라 다 팔지요. 
   
 

소룡포(小籠包:오늘 발음표기는 그냥 적당히 알려진 정도대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 한자음, 광동어 발음, 만다린 발음이 섞여있습니다.)는 얇은 껍질을 베어물면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퍼지는게 매력이지요. 딤섬에서도 빼놓을 수가 없는 메뉴인데, 사실 웬만하면 전문점에 가서 따로 먹는걸 권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메뉴이니까요. 다만 일정상 시간이 안될때 딤섬집에서 소룡포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정도다 하고 기대치를 낮추면 먹을만 합니다. 



얼마전 대추에 살구에 비파를 제철에 세계 각지에서 배달해서 먹어서 문제가 된 (엄밀하게는 인력, 항공기자재등 회사의 공공자원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 반입금지 품목을 검역신고없이 들여온 것 등이 문제가 된) 어느 항공사의 최고경영자의 부인에 대한 기사가 났었지요. 애꿎은 아래사람들을 폭행하고 소리지르고 한 뉴스에서 분노를 했던 술과 쥬스 부녀는 이  대목에서는 잠시 분노를 멈추고 와, 대박! 이랬습니다. 그럴 일도 전혀 없겠지만 우리는 항공회사의 오너(엄밀하게는 대주주이지 오너도 아님)가 되더라도 이런 짓은 하지말자고 합의를 본 뒤에, 만약에 만약에 그래도 된다면 뭘 날라다 먹고 싶냐고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쥬: 전 프랑스 빵, 일본 라멘, 과일이요.
술: 과일 그러면 너무 다양하잖아. 하나만 콕 찍어서.
쥬: 그럼 최고급 망고. 빵은 깡빠뉴. 아빠는?
술: 나는 홍콩에서 창펀(쵱판:腸粉).
쥬: 오는 도중에 마르지 않을까?
술: 어차피 상상인데 뭐. 항공사 오너보단 도라에몽을 친구로 두는게 더 낫겠다. 순식간에 이동하면 되니까.

이런 부질없는 잡담속에서도 나오는게 위의 사진에 나온 창펀입니다. 제가 그만큼 좋아합니다. 쌀가루로 전분국물을 내어 얇게 체에 두른 뒤에 쪄낸 뒤에 돌돌 말은게 창펀입니다. 그냥 얇게 말아서 조그맣게 썰어서 길거리에서 고추장하고 같이 비닐봉지에 퍼담아 주는게 쥐쵱판(豬腸粉)입니다. 홍콩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먹던 음식입니다(과거형으로 쓴 건 요새는 좀 덜먹는 것 같아서요). 

창펀은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새우를 넣은 하쵱판(蝦腸粉), 차씨우를 넣은 차씨우 쵱판(叉燒腸粉), 그리고 소고기를 넣은 아우육쵱판(牛肉腸粉). 앞의 두가지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구요. 소고기 쵱판은 대개 잘게 썰은 향채(썅차이)가 들어있습니다. 실랜트로 싫어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저는 출장이 잦으니까 나가서 창펀을 먹을 기회가 있지만, 어린 백셩 대학원생 쥬스는 먹고져 핧배이셔도 마참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하매 술이 이를 위하야 어여삐 녀겨, 몇 달전 서울에서 창펀을 한다는 홍대앞 림가기를 데려 갔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치잡파이괏(豉汁排骨:츠즈파이구) 또는 쩡파이구(蒸排骨)라고 불리는 돼지갈비 요리입니다. 이게 또 무한매력을 가진 메뉴입니다. 생강, 마늘, 고추 등 우리가 좋아하는 향신료에 따우치(떠우츠:豆豉)라고 하는 중국고유의 발효검정콩 소스가 어울어진 음식이지요. 돼지고기의 안좋은 맛과 향이 있다면 다 제거하고 좋은 맛만 남겨 요리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혹시 한번 드시고 누리거나 맛이 없으면 꼭 다른 곳에서 다시 한번 드시기 바랍니다. 그 집이 못하는 집이고 웬만한 집은 맛있습니다. 아래는 차씨우쵱판 사진이네요. 설명은 생략합니다. 츄릅.



아래는 춘권(春捲)입니다. 딤섬을 분류할 때 짠맛(咸點)이냐 단맛(甜點)이냐로 구별할 때도 있고, 찐것(蒸點) 튀긴것(炸點)으로 구별할 때도 있는데 이건 보시는 대로 튀긴 거에 해당합니다. 춘권은 일본에도 널리 퍼졌고 우리나라에도 내는 곳이 많습니다.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도 짜조네 넴이네 해서 나오는데 광동지방의 춘권과는 좀 다르지요. 사실 음식을 기름에 튀겨내면 웬만하면 맛있기 때문에 도리어 대충 만드는 곳이 많습니다. 기름이 안좋다던가 하면 첫입 베어무는 순간 끝이지요. 그리고 기름이 접시 바닥에 흥건히 흘러내리는 것도 낙제입니다. 파삭하면서 안에는 촉촉하게 고소한 춘권은 사실 홍콩에서도 모든 집이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쉬운 것 같지만 제대로 하긴 도리어 까다로운 춘권이라 정말 맛있는 집을 만나면 기분이 대단히 좋습니다.



아래 사진은 신죽귄(씨앤주쥐앤:鮮竹捲)입니다. 홍콩지역 뿐만이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영업하는 딤섬레스토랑에서 서양손님들도 즐겨 찾는 메뉴의 하나입니다. 죽순, 버섯, 다진 고기등을 푸피(腐皮:두부껍질. 일본엔 유바라고 일반적인 식재료인데 한국엔 별로 없습니다.)로 말아서 굴소스로 맛을 낸 음식인데 비슷한 식감의 음식이 없는 개성 넘치는 메뉴입니다. 기회되시면 꼭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제목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옛날에 본 홍콩 무협영화에서도 이걸 먹는 장면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차씨우빠오(차싸오빠오:叉燒包) 입니다. 우리 찐만두 같은 건데 속을 차씨우로 채운 겁니다. 달콤한 고기로 속을 채운 이 만두는 홍콩, 광동사람들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먼 길 갔다 돌아와서 차씨우빠오가 그리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차씨우빠오가 아니라 차씨우쏘우(叉燒酥)입니다. 파이껍질같은 걸 쏘우(쑤:)라고 합니다. 대만의 파인애플과자 펑리수(鳳梨酥)의 쑤와 같은 글자입니다. 영어로는 puff pastry 라고 표기하네요. 파삭파삭한 겉의 식감이 속의 단맛과 잘 어울립니다. 



아래는 노마이까이(눠미지:糯米雞) 한자그대로 옮기면 '찹쌀닭'입니다. 연잎으로 싼 찹쌀밥안에 닭고기뿐만 아니라 소시지, 돼지고기, 버섯, 계란 등 다양한 속을 넣어 만든 것인데 이게 꽤 양이 되어서 혼자나 둘이 가서 시켜 먹으면 배가 차서 다른 걸 맛보는데 지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물론 대단히 맛이 좋습니다. 중국사람들이 단오절에 챙겨먹는 쭝즈(粽子)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쭝즈는 연잎이 아니라 대나무 잎으로 싼 것이고, 속이 다양하며 크기가 작습니다.


아래는 홍콩 딤섬에서 디저트의 꽃 망고푸딩하고 망고 씨미루(芒果西米露:싸이마이로우)입니다. 현지가시면 먹는게 남는거다라고 여기고 시켜 드시면 후회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찾기가 어려워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홍콩식 닭발 펑쫘(鳳爪), 함수이곡, 군통까우, 우곡, 위단, 타르트, 각종 죽 등 여러가지가 남아있는데 덧글로 물어주시면 다음번에 가게들 소개하면서 보충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앱에 나와있는 사진을 캡처한 것 입니다. 참고하시라 올립니다~

 


평양랭면과 롤러코스터의 나날들 살아가는 이야기


아주 오랜만에 평양랭면을 먹었습니다. 베이징에 있는 북한식당 해당화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정권때 북한식당가서 냉면 팔아주면 그 돈으로 미사일 만들어 쏜다고 가지말라고 해서 발걸음을 멀리한게 꽤 된 거 같습니다. 철없이 퍼주기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남에서 온 한국손님들을 대하는 북쪽 종업원들의 태도도 변하여 뭔가 편하게 먹기에 마땅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맛있는 배추김치가 가끔씩 생각났지만 그냥 없이 살았습니다.

이번에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냉면이 화제로 떠올라서 그렇잖아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차에, 며칠전 마침 부근에서 일이 끝나 해당화로 향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모여사는 왕징(望京)에 있는 옥류관은 평양의 옥류관이 직접 나와서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영업부진에 시달리다 요새 다시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당화는 동즈먼(东直门)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부근을 걸어서 식당으로 향하는데 해가 길어진 탓인지 7시가 넘었는데도 주변이 환합니다. 남북문제가 잘 풀려서 북한식당을 찾는 내 마음이 즐거운 탓인지 지나다니는 베이징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워보이고 표정도 행복해 보입니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아직 손님들이 많지 않은데 먹는 동안에 그런대로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평양랭면도 의미가 있지만 원래 이집에 오는 주된 이유는 배추김치 입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심심하고 시원하게 발효가 잘 된 이 맛은 요새 한국에서 맛보기가 쉽지 않지요. 이거 안주해서 맥주만 마셔도 최고입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옛말은 이런 김치국물에서 나온 것일 겁니다. 그냥 훌훌 마셔도 구수하고 시원합니다. 김치말이 국수의 김치국물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마시지도 않겠지만 요새 시중에서 파는 김치국물은 맵고 짜서 마실 수가 없는데 이북식 김치는 시원하고 좋습니다. 김치냉장고를 발명한 한국인이 이런 김치를 못먹고 사는게 억울할 정도입니다. 남북교류가 시작되면 맵고 간이 쎈 남쪽 김치, 시원하고 심심한 북쪽 김치 양쪽 모두를 다 즐길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사실 이날 동료와 둘이 갔는데 그 쪽도 만만찮게 야채와 심심한 김치를 좋아하는 터라 아예 두 개를 시켰습니다. 복무원이 조금은 놀라는 듯한 표정을 이내 감추고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걸 싹싹 다먹었으니 우리가 가고 나서 아마도 김치 되게 잘먹는다고 자기네끼리 말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고기는 안시켜도 뭔가 시키지 않으면 섭섭해서 녹두전을 시켰습니다. 네모난 돼지비계가 한 점씩 들어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대학시절 평안도 출신 은사님댁에 세배를 가면 사모님께서 늘 이렇게 빈대떡을 부쳐내 주셨습니다. 

 

드디어 평양랭면의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미 맥주를 큰 병으로 두개나 마신터라 배가 좀 불렀지만 오랜만에 먹는 냉면, 4.27 뒤에 먹는 냉면, 이런 의미를 두고 천천히 국물까지 다 먹었습니다. 예전에 늘 먹고 기억에 남았던 맛에서 변한게 없어서 반가웠습니다. 면발은 메밀, 밀가루, 전분을 섞어 냈다고 하는데 그렇게 질기지도 않고 부드럽습니다. 다대기는 제 취향에는 좀 많아서 상당량 덜어내고 겨자와 식초를 쳐서 먹었지요.  

 

이 냉면을 먹기 며칠전에는 점심에 맥도날드를 갔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친구가 중국음식만 며칠 먹으니 아무래도 미국음식이 땡겼는지 서양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후 3시를 넘겨서 파스타나 스테이크나 뭐든 서양 음식점은 다 점심과 저녁 사이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맥도날드라도 갈래? 그렇게 물어봤더니 그 친구 대답이 걸작입니다. 트럼프가 햄버거를 좋아하니 트럼프가 북한과 잘 협상해서 평화체제를 가져오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맥도날드를 맛있게 먹어주자는 겁니다. 저도 그래, 누군가가 평양에 맥도날드가 생기는게 북한이 진정한 개방을 하였다는걸 보여주는 거라고 했더라, 라고 화답하고 같이 갔습니다. 

주문 모니터에 나타난 중국어나 포장지에 씌여진 한자가 아니면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베이컨레터스토마토 더블버거라는 걸 시켜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 날인가에는 일본식 라멘 체인점 아지센라멘(味千拉面)이라는 데를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중국으로 역상륙한 일본 라멘의 맛이 어떨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들어가 먹어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여서 그냥 지나만 다녔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들어갔지요. 돈코츠라멘을 시켰는데 중국요리 향이 살짝 났습니다. 정향이나 팔각이 아주 살짝 들어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일부러 다시 찾아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중국 고기집인데 한국식 메뉴에 한국식으로 하는 숯불구이집에도 갔었습니다. 상추에 고기를 얹어내오고 메뉴에는 김치도 있고 그렇습니다. 요새는 이렇게 한식을 따라하는 중국 고기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전 포스팅에도 썼던 맛이 별로 였던 집보다는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맥주는 옌징 맥주에 김치대신에 파이황과(두둘겨 깬 오이)를 시켰습니다. 


고기는 두어종류를 시켜보았는데 가성비가 괜찮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지막에 탄수화물은 밥대신에 중국 북방식으로 요우빙(油饼)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저께 서울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평양냉면을 먹었습니다. 비주얼은 언제봐도 좀 빈티가 나지만 수십년 다닌 집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사진을 찍어도 사진빨이 별로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다 세계를 다니며 좋다는 데 가서 맛있다는 거 많이 먹어본 이들인데 이집에서는 불평없이 주는대로 먹습니다. 이것도 다 단골의 매력이거니 하고 넘기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쥬스하고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날입니다. 쥬스는 삼겹살이 고프다며 교대앞이층집에를 가보고 싶어합니다. 저는 기왕이면 요새 이베리코삼겹살집이 늘었다는데 한번 가보자고 하고, 이래저래 궁리하다 점심은 일단 비빔국수를 해먹기로 합니다. 양배추를 살짝 데쳐 볶고, 오이지를 좀 썰어넣고, 양파도 볶고, 스팸도 볶고, 콩나물을 삶아 물기를 짜서 넣으면 고명은 끝입니다. 국수 삶아 얹고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 넣어 비빈 뒤 일인당 삶은 계란 반개를 두 개씩 넣으면 완성. 맛있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물 대신에 4개 만원에 사온 맥주를 호르륵 호르륵 마셨습니다.


이렇게 먹고 사는 동안 참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살았습니다. 저뿐이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가 말이죠.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한반도 하늘에 짙게 깔렸던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고 이제 진짜 평화가 오나보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남북교류와 통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르락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과 볼턴의 발언을 문제삼아 남북당국자회의를 연기하였습니다. 풍계리 참관 기자단에서 한국을 빼고 대화의 창구를 닫는 것 같았습니다. 내리락이죠. 그러더니 또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가서 굳건한 한미공조를 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방식이 아니라 트럼프 방식이라며 싱가폴 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다시 오르락입니다. 한국기자단은 풍계리에 원산행 특별기로 날아갔습니다. 그러더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북한의 적대적 발언을 문제삼아 싱가폴 회의는 취소되었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또 내리락입니다. 그랬는가 싶더니 하루도 안돼서 싱가폴회의가 예정대로 될지도 모른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날렸습니다. 이젠 다시 오르락인데 솔직히 또 내려갈까 낙관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진정한 남북화해를 기원하며 평양랭면도 먹었고 트럼프를 응원하느라 맥도날드도 먹었습니다. 아베정권은 도움은 안될지언정 훼방은 놓지 말라고 일본 라멘을 먹은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가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즐거운 마음으로 아니면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채 중국음식을 여러끼 먹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은 모든 사람들의 화합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거저거 넣은 비빔면을 해먹었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아니면 며칠지나서라도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딤섬이야기 (3); 드래곤 볼, 시우마이와 그 동료들 중국이야기


'아득~하고도 먼 옛날...' 매일밤 이렇게 시작하여 자기전에 전국의 청취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던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으니 '전설따라 삼천리'였습니다. 구슬픈 피리소리로 시작하는 시그널뮤직만 들어도 오늘은 또 무슨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려나 침을 삼키고 모두들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시골에 내려가면 TV가 없던 시절이어서 사람들은 자기전에 라디오를 듣는게 낙이었습니다. 하기야 테레비라고 부르던 문명의 신기기는 서울에도 조금씩 보급되기는 시작했지만 잘사는 집 이야기였지요. 아이들은 코묻은 돈을 입장료로 내고 동네 만화가게에 들여놓은 흑백 19인치 TV앞에 수십명씩 몰려들어 황금박쥐, 디즈니 만화 이런걸 보고 그랬습니다. 박치기로 세계를 주름잡던 김일선수 레스링이나 김기수 선수의 복싱 세계 참피언 경기가 있는 날에는 청년들도 만화가게에 몰려들어 환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릴적에 매년 방학이면 여름 겨울 시골에 내려가 지내던 저역시 '전설따라 삼천리'의 광팬이었습니다. 처녀귀신, 총각귀신을 비롯해 각종 원한서린 귀신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듣고 나면 화장실에 무서워서 혼자 못갔지요. 시골은 더구나 변소가 본 채에서 떨어져 있고 깜깜하고 해서 그러지 않아도 무서운 판에 더욱 무서웠습니다. 

오늘 이글을 쓰느라고 검색해보니 그 시그널 뮤직은 끌로드 드뷔시의 '보트 위에서(En Bateau)'라는 곡이었군요. 저 말고도 그 노래래에 추억을 담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구수한 나레이터는 류기현이라는 분이었는데 그 당시 스타 성우였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암으로 일찍 세상을 뜨셨군요. 이 글 읽어주시는 분 가운데 기억이 나실 분이 있을지 몰라 익숙했던 앞부분 듣고 가시라고 음악 링크합니다. 



딤섬 이야기를 하려는데 '전설따라 삼천리'를 꺼낸 것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입니다. 내게는 바로 엊그제 같은 일이었는데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에게는 진짜로 아득하고도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밥과술의 전설따라 삼천리 버전 딤섬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언젠가 한번 블로그 어디에다 간단히 쓴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저는 어려서 만화에 미쳐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은 위대한 만화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만화가로, 꿈꾸는 주마등의 박기당, 도망자, 엄마찾아 삼만리의 김종래, 의사 까불이, 엄마의 김경언, 도전자의 박기정, 박기준, 박부성, 짱구박사의 추동성, 라이파이의 산호, 거짓말박사의 임수, 약동이와 영팔이의 방영진을 비롯해서 손의성, 차경, 조원기, 엄희자, 김기백, 임창, 김민, 강철수, 향수, 향원으로 이어지며 동네 만화가게를 월급받는 직장처럼 성실하게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디즈니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의 세계에도 넋을 놓고 홀려들어가 언젠가는 나도 이런걸 그릴 날이 올까 매일 백일몽을 꾸고는 했습니다. 실제로 수채물감이나 포스터칼라를 사용해 손으로 그린 디즈니 캐릭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누나친구들한테 부탁을 받고 제법 비싼 돈에 팔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보급되기 시작한 TV도 흑백이라 힘들게 영화관에나 가야 천연색 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디즈니 영화는 몇 년에 한 번 들어오는데 실사영화에선 맛볼 수 없는 환상적인 칼라의 매력에 같은 영화를 몇번이고 보았습니다. 신데렐라, 피노키오, 피터팬이 어릴적 영화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본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 요술의 검 이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얼마있어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던 만화의 상당수가 일본만화를 베낀 것이라는 걸 알게된 거지요.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엄청난 배신감에 명동을 나가 외국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을 둘러보았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숱한 만화의 원작이 거기에 놓여있었습니다. 처음엔 사기를 당한 것 처럼 분노가 솟아올랐는데 명동 외국서적센터를 다니다 보니 어른들이 보는 실용서적, 전문서적의 상당수가 일본서적을 베껴놓은거라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고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에 슬그머니 화가 삭아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용돈을 모아 지바 데츠야(ちばてつや)를 비롯한 일본만화 원본을 사모으기 시작했지요. 인쇄도 우리나라보다 깔끔하고 종이도 질이 너무좋아 약이 올랐습니다. 일본의 소학교 국어 교과서가 있었는데 그림이 너무 예뻤습니다. 그땐 누군지 몰랐지만 홀딱 반한건 그중에서도 이와사키 치히로(いわさきちひろ)의 어린이 그림이었습니다. 6년치 국어교과서를 사달라고 어머니께 부탁했더니 선뜻 사주셨습니다. 만화를 읽겠다는 일념에 그게 공부인지도 모르고 일어사전과 씨름을 하면서 더듬더듬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赤塚不二夫, 石森章太郎, 藤子不二雄 등의 작품을 사서 보았는데 처음엔 그림만 보이다가 조금씩 말풍선의 내용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건너 뜁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덕후라는 말, 그말의 원조인 오타쿠(お宅)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부터 일본만화의 덕후노릇을 한 덕택에 어찌어찌 저는 일본말과 글을 구사하는데 별문제 없는 상태에서 일본 대학원으로 유학을 갑니다. 대학원 동료들은 제가 만화와 아니메를 잘 아는게 신기했는지 '이건 모르겠지', '설마 이건...' 이런 식으로 새로운 정보, 마이너한 지식 등을 계속 들이대주어서 저의 잡학을 늘려주었습니다. 어느날 이었습니다. 친한 친구 노사카(가명)가 제게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노: 알고 있니? 쇼넨쟘푸(소년점프)에 도리야마 아키라가 새로 연재를 시작했단다. 드라곤 볼 이라고. 나도 몰랐는데 몇 달 된 모양이야. 되게 재밌더라. 학교 앞 마루가(식당이름)에 다 있더라. 
밥: 어, 그래? 아직 단행본 나올 만큼은 안된 모양이구나.

그 당시 학생들은 만화를 볼라치면 학교앞 커피숍이나 식당에 구비해 놓은 걸 많이 보았습니다. 자기돈 내고 사모으는 친구들은 정말 팬이지요. 그리고 지하철에서 출퇴근 길에 180엔 하는 만화잡지를 사서 다 읽고는 선반에 얹어놓고 나가거나 휴지통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걸 잽싸게 걷어서 100엔에 되파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사서 보는 건 그 날 발매된 잡지를 싸게 보는 방법이기도 했지요. 노사카는 저희 집에 놀러와서 제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닥터슬럼프 컬러 화보집, 콘티모음집 등을 가지고 있던 걸 기억하고 제게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노: 그런데 이름이 희한해. 야무차(얌차), 푸아루(푸얼), 우롱, 시우마이... 그래 이거 홍콩 음식이잖아, 맞지? 

그는 평소에 제가 홍콩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곳인지 하도 자랑을 했던 탓에 겨울방학에 저를 따라 홍콩에 삼박사일인가 사박오일로 다녀왔던 터라 얌차니 푸얼차니 이런걸 알게 되었습니다. 넉넉치 못한 대학원생이지만 도쿄에서 홍콩가는 저가 비행기표는 가정교사 알바 며칠하면 살 수 있던 호시절이었습니다. 잠은 싱글로 홍콩에 주재를 나가 있던 친구집에서 묵었고 매끼 저녁은 그를 위시해서 외국계 기업에 취직을 했던 제 친구들이 돌아가며 사서 호강을 하고 돌아온 터라 그는 홍콩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었지요. 

저는 저대로 일본이 아닌 다른 외국에 있을때 기노쿠니야 서점을 다니며 사서 읽은 만화 가운데 재미있게 읽었던게 도리야마 아키라의 닥터 슬럼프여서, 그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반갑지 않을리가 없었습니다. 찾아서 보니 손오공이야기인데 진짜로 중국음식 이름이 등장인물에 나와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드래곤볼은 처음에는 닥터슬럼프처럼 동글동글 귀여운 화풍이었는데 나중에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저는 작별을 고하였지요. 제가 외국에 있을 때 좋아했던 작가에 또 후루야 미츠토시라고 있었는데 그의 '다메오야지'는 걸작이었습니다. 거기서 스핀아웃한게 나중에 나온 술집 만화 '레몬하트'입니다. 젊고 예쁜 미망인이 하숙집 주인을 하는 '메종잇코쿠'는 연재당시 사랑의 밀땅을 매주 가슴 두근거리고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화교가 들어온 건 1800년대 말 부터였는데 대부분이 산동반도에서 왔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교류가 빨라서 이보다 이른 시절에 중국 복건성 광동성 등에서 온 화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가사키 짬뽕도 유명하고 고베, 요코하마 등지에도 오랜 역사를 지닌 차이나 타운이 번성하였습니다. 중국음식 가운데 씨우마이는 슈마이(シュウマイ:焼売)라고 해서 일본에 일찌기 정착을 하였습니다. 요코하마에 있는 기요우켄(崎陽軒)이라는 슈마이집은 90년 되었는데 전국의 명물이 되어 일년 매출이 2천억원을 넘습니다. 그리고 광동 명물 차씨우(叉燒)도 차슈라고 해서 일본에 정착하였습니다. 광동지방의 차씨우와는 맛과 제조법이 다릅니다 한자도 야키부타(焼豚)라고 쓰고 차슈라고 읽기도 합니다. 전국의 모든 라멘집에서 사용하는 바로 그 '차슈'입니다. 

이렇듯 우리보다 일본이 광동음식에 더 가깝기는 해도 80년대 초반에 홍콩을 가보지 않은 일본사람들에게는 얌차는 낯선 풍물이었습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에 광동음식이 등장한 건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담당편집자 도리시마와 홍콩여행을 갔다와서 작명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우마이는 갈라서 시우와 마이, 두 캐릭터의 이름에 사용되었더군요. 

씨우마이는 중국의 여러지방에 있는 음식입니다. 지방마다 속을 넣는 내용도 다르고 피를 싸는 법도 다릅니다. 한눈에 보아도 여러가지로 모양이 다양하지요. 그가운데에 역시 제일 맛난게 바로 이 광동 딤섬의 대표선수 광동 씨우마이입니다. 위의 사진을 다시 올립니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다져 그걸로만 속을 만들기도 하고, 새우 살이나 사각사각 식감좋은 야채와 섞어 만들기도 하는데 위에 새우를 얹는게 요즈음 대세입니다. 위에 원래는 노란 게알을 얹는걸 정통으로 알아줬는데 그게 귀한 거라 요새는 날치알을 얹기도 하고 또 각종 콩이나 야채를 얹어 모양을 내곤 합니다. 씨우마이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득한 옛날 일본에서 만화보던 생각이 나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하도 블로그에 안들어와서 출첵겸 해서 하나 올리려고 했더니 일요일 한가한 오후 마음은 멀리멀리 옛날로 돌아가서 전설따라 삼천리까지 갔네요. 며칠내로 들어와 곧 딤섬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로박꼬우(蘿蔔糕), 까이랑(芥蘭) 초이쌈(菜心), 소룡포(小籠包), 따우치갈비(豆豉排骨), 쵱판(창펀:腸粉), 우곡, 춘귄(춘권), 신죽귄(鮮竹捲), 차씨우빠오, 에그 타르트, 망고푸딩 등 한 20가지를 추려서 두번 정도로 나누어 싣고 맛있는 식당소개로 넘어가려 합니다. 

오늘은 두서없이 써내려간 제 개인적인 추억담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을 쓰려고 올린 사진엔 다가가지도 못했네요.  예고편 삼아 그냥 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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